소설리스트

레벨업만이살길-712화 (712/818)

712화. 성운계

“끌끌, 약선. 아주 시건방지군. 혼자서 우리 두 사람을 상대하겠다고?”

천명과 백골은 코웃음을 쳤지만, 약로는 그들의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염력을 뿜어냈다. 그의 몸에서 퍼져 나오는 염력에 공간이 계속해서 일그러졌다.

“가라. 반항하는 자는 모두 죽여라!”

천명이 힘껏 소리쳤다.

“예!”

명하연맹의 강자들에게서 터져 나온 염력이 하늘을 빼곡하게 뒤덮었다. 그와 동시에 성운각의 강자들 역시 염력을 폭발시키기 시작했다.

“죽여라!”

누군가의 외침과 함께 명하연맹 강자들이 빠른 속도로 광장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성운각의 강자들 역시 하늘도 뛰어 오르면서 명하연맹 의 강자들과 마구 뒤엉켰다.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자, 주위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혹시라도 불똥이 튈까 조금씩 뒷걸음치며 물러나기 시작했다.

“흐흐, 백골 장로. 우리도 움직이지!”

천명의 말에 백골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2년 전에 성운각을 부숴버릴 생각이었지만, 혼족 내의 계획 때문에 2년이나 늦춰져 버리고 말았다. 이에 백골은 혼족 내의 문제가 해결되자마자 이제 막 반투성이 된 삼 천존을 이끌고 천명을 찾아간 것이다.

2년간 성운각과 싸움을 벌인 명하연맹 입장에서는 중주 내에서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영혼의 궁전이 먼저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명하연맹이 갑작스레 성운각에 선전포고를 한 것에는 이런 내막이 있었던 것이다.

“하하, 오랫동안 쉬었더니 뼈에 녹이 슨 것 같소. 그래도 상급 반투성이 직접 나와 대접하겠다는데, 몸 좀 풀어 봐야하지 않겠소.”

천명은 기괴하게 웃으며 어깨를 들썩이더니 순식간에 약로 앞에 나타나 매의 발톱 같은 새하얀 손으로 약로의 목덜미를 노렸다.

“하!”

하지만 약로는 상대의 공격을 피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천명의 머리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마치 목숨과 목숨을 맞바꿀 각오가 된 듯한 일격이었다.

“끌끌, 내 목숨은 자네보다 훨씬 귀하다고.”

천명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유리한 상황이 아니면 목숨 걸고 싸울 일을 만들지도 않는 사람이었으니 이런 식의 싸움에 응할 리가 없었다.

약로가 천명을 쫓아가려던 그때, 참혹한 비명소리를 내뿜는 검은 안개가 그의 앞을 가로 막더니 검은색 쇠사슬이 안개를 뚫고 튀어나왔다.

“꺼지거라!”

약로가 손을 뻗어 주먹을 움켜쥐자, 공간이 빠르게 굳으며 쇠사슬을 밀어냈다. 그와 동시에 약로가 검은 안개를 빠르게 뚫고 들어가 온 힘을 다해 주먹을 날렸다.

쾅!

다음 순간, 백골 장로가 비틀거리며 검은 안개 속에서 튕겨져 나왔다.

세 사람 모두 상급 반투성이지만 약로의 힘은 나머지 두 사람과 비교조차 할 수 없었고, 때문에 같은 등급의 반투성일지라도 약로가 우위를 차지할 수밖에 없었다.

“같이 갑시다!”

약로의 공격에 밀린 백골의 모습을 보고 놀란 천명이 다시 한번 염력을 끌어올리며 외쳤다.

두 사람은 동시에 튀어 올라 분노한 용처럼 염력을 내뿜으며 약로에게 달려들었다.

약로가 백골, 천명과 뒤엉키기 시작하자, 삼 천존의 눈앞에 칠색 번개가 쏟아져 내렸다.

“하!”

갑작스런 공격에 표정이 굳은 삼 천존은 소매를 휘둘러 번개를 막아낸 뒤 번개가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 곳에는 백 미터도 넘는 거대한 칠색이무기가 기이한 에너지를 뿜으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칠색 이무기?”

거대한 이무기를 발견한 삼 천존은 흠칫 놀라며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기 무섭게 거대한 회보랏빛 안개가 그를 덮쳐왔다. 폭풍 속에서 느껴지는 치명적인 독을 알아차린 삼 천존은 재빨리 공간을 굳혀 독안개를 막아냈다.

파앗!

독이 담긴 염력 폭풍을 막아내는 순간, 또다시 삼천존의 등 뒤에서 기이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개를 돌려보니 초록색 옷을 입은 여자의 뒤로 아홉 머리를 가진 뱀 형상이 서서히 떠오르고 있었다.

“고대 하늘뱀?!”

삼 천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버렸다. 세 여자 모두 투존 최고급 수준 밖에 되지 않았지만 한 명은 칠색구렁이, 한 명은 반투성인 그마저 위협을 느낄 만큼 강한 독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마지막 하나는 고대 하늘 뱀의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 이제 막 반투성이 된 삼 천존에게는 심히 버거운 상대였다.

하지만 삼 천존은 포기하지 않았다. 반투성이 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해도 투성 강자가 투존 최고급 강자를 두려워할 리는 없었다.

“흥, 네 년들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오늘이 바로 성운각의 마지막 날이다!”

귀신처럼 예린 앞에 나타난 삼 천존이 새까만 결정체가 솟아오른 주먹으로 그녀의 몸을 강타했다.

쾅!

다음 순간, 예린이 지배하던 투존 강자의 몸이 그대로 터져 버렸다.

“어떻게 고대 하늘 뱀의 영혼을 지배하나 했더니, 뱀의 눈을 가지고 있구나.”

삼 천존이 예린의 눈의 비밀을 알아차리고 다시 공격을 하려던 그때, 하늘에서 칠색번개가 다시 내리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뒤로 새까만 머리카락이 다시 하얗게 변한 아라가 삼 천존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삼 천존은 굴하지 않고 화산 같은 염력을 분출해냈다.

* * *

성운계에서 치열한 대전이 일어나는 사이, 굳게 닫힌 석문은 여전히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우득-.

얼마나 더 흘렀을까, 석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산에 갑자기 미세한 균열이 생겨났다.

곧이어 산굴 속 깊은 곳에서 심후하고 농밀한 에너지가 천천히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쾅!

하늘에서 세 사람의 반투성이 사방으로 염력폭풍을 뿜어내자, 어느 누구도 감히 천 미터 안으로 접근할 수 없었다. 저 무시무시한 파동에 닿는 순간, 투존 강자조차 고깃덩어리가 되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끌끌, 약선. 영혼의 힘이 강하다고 해서 우리 두 사람을 쓰러뜨릴 수 있다고 생각하나?”

천명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약로의 실력이 이렇게나 강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백골 장로 역시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웃음을 지었지만, 속으로는 연신 마른 침을 삼키고 있었다. 천명이 없었다면 혼자서는 결코 약로를 당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백골의 눈빛에서 더욱 짙은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약로가 진정한 투성이 되기라도 하는 날에는 혼족에게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 분명했으니, 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약로를 없애야만 했다.

“천명, 숨 돌릴 틈도 주지 말고 전력으로 갑시다.”

“좋소.”

천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끌끌, 상급 반투성 강자를 이 손으로 죽이려 하니 생각만 해도 짜릿하군.”

천명의 손이 빠르게 움직이더니 백 미터도 넘는 거대한 회색 환영이 만들어졌다.

“천명의 주먹!”

천명이 약로를 향해 주먹을 뻗자, 그의 뒤에 서있던 거대한 환영 역시 무시무시한 힘으로 약로를 내리쳤다.

약로 역시 염력을 폭발시켜 거대한 화염 주먹을 내질렀다.

쾅!!

천둥 같은 폭발음이 천지를 뒤흔들었다. 강한 충돌로 생겨난 염력 폭풍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주위의 산봉우리를 전부 산산조각 내버렸다.

천명 역시 몸속으로 전해진 충격으로 인해 비틀거렸고, 그의 얼굴에서는 금세 핏기가 가셨다.

약로 역시 힘이 빠진 듯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눈앞까지 다가온 검은 그림자를 발견하곤 온 힘을 다해 다시 한번 주먹을 휘둘렀다.

펑!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두 반투성 강자의 공세에 약로의 목구멍에서 비릿한 피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카아악-!

그 때, 먼 곳에서 날카로운 뱀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칠색구렁이로 변신한 채린이 삼 천존의 주먹에 맞고 날아가고 있었다.

“채린!”

파랗게 질린 얼굴로 채린을 바라보던 아라가 삼 천존의 등 뒤에서 귀신처럼 나타나 주먹 크기의 회보랏빛 구슬을 꺼내들었다.

“죽어라!”

그녀의 손에 들린 독비약에서는 끊임없이 회보랏빛 연기가 흘러나오며 삼 천존을 공격하고 있었다.

쾅!

하지만 회보랏빛 기체가 그의 몸에 닿기도 전에 삼 천존이 번개처럼 몸을 돌리며 아라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그러자 약해보이던 소맷자락이 강철처럼 단단하게 굳으며 아라의 몸을 저만치 멀리 날려버렸다.

치익!

그러나 아라의 독기체에 닿은 삼천존의 소매 역시 무사할 수 없었다. 그의 소매는 빠른 속도로 부식되어 재로 변해버렸고, 소매를 타고 흘러든 독이 그대로 삼 천존의 팔에 달라붙어 그의 살을 갉아먹기 시작했다.

염력으로도 막을 수 없는 치명적인 독이 몸에 퍼지자 삼 천존의 표정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독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한 삼 천존은 자신의 팔을 가차 없이 잘라냈다.

“내가 직접 내 살을 도려내게 만들다니, 네 목숨으로 값을 치르거라!”

삼 천존은 팔에서 전해지는 극심한 통증을 억누르며 맹수처럼 아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러나 아라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 순간, 초록색 빛이 빠르게 나타나 그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흥! 조금 귀한 눈을 가지고 있다고 주제를 모르고 달려드는구나!”

쿵쿵쿵!

삼 천존의 폭풍 같은 공세에 예린의 몸이 순식간에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뱀의 눈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미 삼 천존의 손에 의해 싸늘한 시체로 돌아가고 말았을 것이다.

* * *

“하하, 약선. 아직도 버티겠다 이 말인가?”

한편, 백골과 천명은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약로를 압박하고 있었다. 약로는 이미 온몸에 힘이 빠진 듯 눈에 띄게 움직임이 느려져 있었다.

펑!

바로 그때, 먼 곳에서 강한 폭발음이 들려왔다. 소리가 들려온 곳에서는 삼 천존의 힘을 버티지 못한 예린이 피를 토하며 날아가고 있었다.

“끌끌, 한눈팔 시간 없을 텐데!”

약로가 예린에게 시선을 돌린 사이 천명의 몸이 귀신처럼 약로의 등 뒤에 나타났다.

“푸흡!”

불의의 일격을 당한 약로의 입에서 새빨간 선혈이 터져 나왔다.

약로가 바닥으로 추락하며 커다란 구덩이가 생겨나자, 성운각 장로들의 얼굴에도 어두운 그늘이 드리웠다. 성운각의 최강자인 약로가 쓰러졌으니, 이제 누가 저 두 괴물을 막아낸단 말인가.

“약선이 패배했다. 끝까지 저항하겠다면 이곳을 피바다로 만들어주지!”

천명이 허공을 밟고 올라가 살기 띤 목소리로 소리쳤다.

성운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굳은 얼굴로 천명을 바라보았다. 대부분의 성운각 강자들은 이미 절망에 빠진 상태였다.

조용해진 성운계를 둘러보던 천명은 득의양양하게 웃으며 힘겹게 몸을 일으키고 있는 약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약선, 모두 자업자득이다. 그러게 좋게 말할 때 듣지 뭐 하러 사서 고생을 하는가!”

약로는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매서운 눈으로 천명을 노려보았다.

“어서 죽입시다.”

약로의 눈빛을 본 천명이 미간을 찌푸리며 백골에게 말했다.

쿠웅!!

그 때, 성운각 전체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미친 듯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갑작스러운 상황에 천명과 백골이 놀란 눈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쾅!

다음 순간, 성운계 깊은 곳에 우뚝 서있는 푸른 협곡이 폭발하면서 와르르 무너져 내리며 용암 같은 화염이 세상을 불태워버릴 것처럼 하늘 높이 뿜어져 나왔다.

잠시 후, 익숙한 목소리가 성운계 전체로 울려 퍼졌다.

“감히 성운각에 쳐들어오다니, 오늘 네 놈들을 모두 죽여 성운각을 건드린 자의 최후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어야겠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강한 위압감에 천명과 백골의 온몸이 빳빳하게 굳어버렸다.

“투성?! 어떻게 이럴 수가!”

모두가 입도 다물지 못하고 바라보는 가운데, 성운계 깊은 곳에서 시작된 불바다가 전장의 상공을 뒤덮었다. 그 사이로 불길이 서서히 생겨나더니, 검은색 옷을 입은 남자가 일렁이는 화염을 밟고 모든 사람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준?!”

“소각주님? 소각주님이 나오셨다!”

익숙한 모습이 나타나자, 여기저기서 놀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떻게 이럴 수가……. 어떻게 투존 최고급이었던 녀석이 투성이 되어 돌아온 거야?!”

백골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불바다 속에서 걸어 나온 남자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저 자가 이준인가? 저 녀석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 않았소!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옆에 있던 천명의 얼굴이 파르르 떨렸다.

“보리심이오! 저 녀석이 보리심을 가져간 게 틀림없어!”

백골이 미친 사람처럼 길길이 날뛰며 외쳤다.

“2년 동안 어디에 처박혀 있나 했더니……. 투성이 되기 위해 수련하고 있던 것이었군.”

곳곳에서 벌어지던 싸움이 일제히 멈추고,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린 얼굴로 이준을 바라보았다.

불바다를 걸어 나오는 이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에 백골이나 천명마저 말을 잇지 못하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