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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693화 (693/818)

693화. 화련

“셋째야. 저 세 녀석도 약로와 한 패다. 저 녀석들을 모두 잡아와라. 반드시 산 채로 잡아야 한다.”

약로와 정면 승부를 벌여봐야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천 전갈은 상대적으로 만만해 보이는 이준과 채린 등을 인질로 잡아 자리를 빠져나가려 했다.

“예.”

인 전갈이 음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 분이면 됩니다.”

그는 곧바로 이준 세 사람이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갔다. 상대가 이준 일행을 노린다는 것을 눈치 챈 약로는 곧바로 몸을 돌려 그를 막으려 했지만, 나머지 두 노인이 전력으로 공격을 퍼붓는 탓에 인 전갈을 막을 수가 없었다.

“네 놈들이 정말로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순간 약로의 눈빛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사실 이준 쪽도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인 전갈이 6전 투존 전성기수준의 강자라 해도 단시간 내에 이준 일행을 처리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한 일 이었기 때문이다.

분노한 약로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주위의 공간이 빠르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세 사람에게 접근하는데 성공한 인 전갈은 곧바로 이준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죽어라!”

하지만 이준이 거세게 발을 구르자, 눈앞에 있던 산봉우리에서 뜨거운 용암이 터져 나와 인 전갈의 염력을 막아냈다.

쾅!

상대의 공격을 막은 이준은 곧바로 번개처럼 인을 맺기 시작했다.

인결이 완성되는 순간, 미간에서 족문이 떠오르며 그의 실력이 단숨에 8성 최고급에서 삼전(三轉) 투존 전성기까지 폭등했다.

하지만 인 전갈은 혈하 천존보다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이준은 조금 더 신중하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어쨌든 그는 지금까지 만난 상대들 중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강자가 아니던가.

“반항해도 소용없다! 순순히 잡힌다면 목숨만은 살려주마!”

인 전갈이 기괴하게 웃으며 소리쳤다.

쿵!

바로 그때, 채린의 몸이 눈부신 빛을 발하며 백 미터도 넘는 거대한 칠색 의 이무기로 변해 먹구름 사이로 사라졌다.

“흥! 저 계집의 정체가 이미 멸종된 칠색 이무기였다니!”

촤악!

잠시 후, 먹구름 사이에서 형형색색의 번개가 폭발하며 채린의 실력이 8성 투존 수준까지 폭등했다.

이준과 채린의 기운이 상승하기 무섭게 아라의 머리칼이 은색으로 물들며 매캐한 독향을 머금은 회보라빛 염력이 인 전갈을 향해 날아들었다.

“허? 이 년은 재난독체였어? 하하! 재밌군, 재밌어.”

인 전갈이 재빠르게 아라의 공격을 피하며 외쳤다. 재난독체의 독은 매우 치명적이기 때문에 몸에 닿는 순간 골치가 아파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는 칠색구렁이이무기하나는 재난독체라니……. 아주 대단해! 하지만 나의 상대가 되기에는 부족하구나!”

하지만 재난독체를 폭발시킨 아라와 본 모습으로 변한 채린조차 인 전갈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인 전갈이 다시 한 번 염력을 폭발시키려는 찰나, 어디선가 무시무시한 에너지 파동이 퍼져 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엄청난 파멸의 힘을 느낀 인 전갈은 황급히 고개를 돌려 그 섬뜩한 기운의 근원을 찾으려 했다.

“천지의 불꽃……!”

다음 순간, 그의 시야 끄트머리에 네 개의 천지의 불꽃을 허공에 띄워놓은 채 인을 맺고 있는 이준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떻게 8성 투존 따위가 저런 위력의 무투기를…….”

화련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포스러운 에너지를 감지하는 순간, 인 전갈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당황한 인 전갈은 온 힘을 다해 허공에 주먹을 내리쳤다.

6전(六轉) 투존 전성기 강자의 염력이 허공을 때리자, 거대한 균열이 생겨나 독사처럼 이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쿵!

하지만 이준과 부딪히기도 전에 형형색색의 번개가 내리치며 시커먼 공간균열을 모두 먼지로 만들어버렸다.

자신의 공격이 막혀버리자, 분노한 인 전갈은 고개를 들어 칠색 이무기를 바라보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건방진 계집이!”

다음 순간, 그의 몸이 유성처럼 이무기로 변한 채린을 향해 날아가며 무시무시한 굉음이 터져 나왔다.

쉭!

채린은 거대한 꼬리를 있는 힘껏 휘둘러 인 전갈의 공격을 막아냈지만, 무지막지한 힘에 의해 백 미터에 달하는 그녀의 거대한 몸이 단박에 수십 미터 뒤로 밀려났다.

“주제를 모르는 아가씨군.”

인 전갈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걸렸다.

그때, 날카로운 바람소리가 그의 귀를 찌르며 치명적인 독이 가득한 염력폭풍이 그의 모든 급소를 향해 일시에 날아들었다.

하지만 인 전갈이 발을 구르자, 단단한 염력 장막이 생겨나며 아라의 공격을 막아냈다.

챙!

“흥, 가소로운 것들이…….”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을 이어가던 인 전갈의 얼굴이 순간 파랗게 질렸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이준이 회색 화염을 토해낸 뒤 다섯 개의 화염을 한데 융합시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저 미친놈! 천지의 불꽃을 융합시키려 하다니!”

상대가 왜 저런 미친 짓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자칫하다간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판단한 인 전갈은 채린과 아라를 제쳐두고 곧장 몸을 돌려 이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준, 조심해!”

아라가 황급히 외치며 인 전갈의 뒤를 빠르게 쫓아갔다.

그 순간, 이준의 등 뒤에서 청홍빛 뼈 날개가 펼쳐지며 그의 몸이 단숨에 저만치 멀리 사라졌다.

‘8성 투존 주제에 어떻게 이런 속도를!’

이준이 손쉽게 자신에게서 벗어나자, 인 전갈의 동공이 빠르게 흔들렸다.

그가 다시 한 번 속도를 높이려는 찰나, 정수리와 등 뒤에서 날카로운 두 개의 기운이 칼날처럼 내리꽂혔다.

미처 피하지 못한 인 전갈은 그 자리에서 염력을 터뜨려 그녀들의 공격을 막아냈다.

쾅!

곧이어 귀청을 찢어 놓을 듯한 굉음이 울려 퍼지며 웅장한 염력이 홍수처럼 허공을 뒤덮었다.

“윽!”

채린과 아라의 입에서도 동시에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의 실력으로는 결코 인 전갈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한편, 약로를 상대하고 있던 천 전갈과 지 전갈의 얼굴은 이미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변해 있었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도 약로를 상대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지금까진 간신히 약로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지만,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셋째, 뭐해! 어서 저 녀석들을 잡아와!”

약로의 공격에 또 다시 밀려난 천 전갈과 지 전갈이 온 몸에서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소리쳤다. 인 전갈의 실력으로 8성 투존도 되지 않는 여자 두 명을 잡지 못할 거라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두 노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또 다시 거대한 화염 주먹이 하늘에서 떨어졌다. 염력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계속되는 약로의 공격 앞에 두 사람의 입에서 결국 선혈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제길, 우선 여자 한 명이라도 인질로 잡는 수밖에 없겠어. 이러다간 오늘 정말 끝이야!’

인 전갈은 이준을 잡기로 했던 생각을 버리고 거대한 뱀으로 변한 채린을 향해 주먹을 날리는 동시에 아라를 향해있던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쾅!

그 순간, 아라의 몸이 빳빳하게 굳어버리기 시작했다. 아라는 황급히 염력을 터뜨려 굳어진 공간을 벗어나려 했지만, 그녀의 실력으로는 인 전갈의 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끌끌. 널 먼저 데려가야겠구나!”

인 전갈이 아라의 앞에 나타나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우웅-!

인 전갈이 목표를 아라로 바꾸자, 채린의 몸에서 칠색의 염력이 폭발하듯 터져 나왔다. 그러나 인 전갈이 손짓 한 번에 그녀의 염력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넌 내 거다.”

인 전갈이 싸늘한 표정으로 아라의 목덜미를 향해 손을 뻗으며 말했다.

“기뻐하긴 아직 일러.”

그러나 그의 손이 막 아라의 목덜미에 닿으려는 순간, 거대한 화염 연꽃이 허공을 가르며 그에게 날아들었다.

화련에서 뿜어져 나오는 파멸의 힘을 느낀 인 전갈은 순간 온 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이준의 화련은 1격 중급 무투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거인의 종!”

당황한 인 전갈은 온 힘을 다해 염력으로 거대한 종을 만든 뒤 그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쉭!

그와 동시에 하늘 위에서 거대한 꼬리가 날아와 아라를 빠르게 낚아챘다.

쾅!

다음 순간, 무시무시한 폭음이 울려 퍼지며 천 미터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먼지로 변해 사라졌다.

짙은 모래먼지가 푸르른 산봉우리를 단순에 집어삼키고, 눈 깜짝할 사이에 커다란 바위마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텅 빈 평원만이 덩그러니 남았다.

먼 하늘 위에 있던 거대한 뱀은 다시 사람으로 변한 뒤 강풍을 일으켜 모래먼지를 모두 막아버렸다.

먼지폭풍이 조금씩 약해지면서 검은 옷을 입은 이준이 채린과 아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준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자, 두 여자의 입에서 동시에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휴…….”

이준은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았다. 처음으로 시전해본 5종 화련의 위력에 본인조차 놀란 상태였다. 염력 소모 역시 상상을 초월해 8성 투존 최고급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온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긴 숨을 뱉은 이준은 고개를 들어 인 전갈이 있던 곳을 바라보았다.

이미 그곳은 텅 빈 공터가 되어 그림자는커녕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인 전갈이 사라진 곳에 그의 기운이 희미하게 남아있는 걸 보니 찌꺼기도 남지 않고 완전히 사라져버린 듯 했다.

네 종류의 천지의 불꽃에 악마의 불꽃을 융합한 화련의 위력이 이 정도라면, 다섯 개의 천지의 불꽃을 사용한 화련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상상조차 가지 않았다. 어쩌면 반투성 강자도 한 번에 먼지로 만들어 버릴 수 있지 않을까?

“괜찮아?”

이준 옆에 나타난 채린과 아라가 창백해진 그의 얼굴을 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괜찮아.”

이준은 연금비약을 꺼내 입 속에 집어넣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화염 하나를 추가할 때마다 염력 소모는 몇 배로 폭등했기 때문에 화련을 만들 때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온 몸에서 힘이 빠졌다.

무시무시한 화련의 위력에 천 전갈과 지 전갈, 약로마저 잠시 손을 멈추고 텅 빈 공터가 되어버린 대지를 바라봤다.

“셋째야……!”

천 전갈과 지 전갈은 입을 떡 벌린 채 공중에 떠 있는 이준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어떻게 8성 투존 따위가 반투성을 능가하는 파괴력을 낼 수 있단 말인가?

“완전 괴물이잖아.”

지 전갈이 마른 침을 삼키며 중얼거렸다.

“셋째는?”

천 전갈이 입 꼬리를 실룩이다 이내 정신을 차리고 사방을 둘러보며 물었다.

“해골까지 전부 사라진 것 같소.”

지 전갈이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6전 투존 전성기인 인 전갈이 저 녀석의 공격에 이렇게 허무하게 죽어버릴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 했다.

“달아나!”

천 전갈이 공포에 질린 눈빛으로 이준을 바라보다 바닥에 무언가를 내던지며 외쳤다.

천 전갈이 황급히 달아나자 지 전갈 역시 꽁지가 빠져라 달아났다.

“어딜 가느냐?”

그때, 약로의 웃음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지며 거대한 화염 손이 나타나 두 사람을 붙잡았다.

“너희는 죽어도 아쉬울 게 없다.”

짤막한 한 마디와 함께 거대한 화염 손이 두 노인의 몸을 사정없이 내리 찍었다.

쾅!

엄청난 충격에 두 사람은 포탄처럼 날아가 깊은 구덩이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으윽!”

거대한 구덩이 속에 박힌 두 사람의 얼굴은 이미 시신처럼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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