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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689화 (689/818)

689화. 성운각으로 복귀

연금술 본당에서의 일을 마무리한 이준은 현황 요새에서 이틀간 휴식을 가졌다. 8레벨 연금비약을 제련하면서 꽤 피곤해진 모양이었다.

“이 연금비약을 정말 솔이가 먹어도 되는 거야?”

매화향이 감도는 방 안에서 채린이 걱정스러운 듯 물었다. 8레벨 연금비약의 약효는 의심할 여지가 없었지만, 아직 어린 이솔이 그 에너지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던 것이다.

“걱정 마. 여의단은 8레벨 연금비약이지만 그 안의 에너지가 거칠지 않아서 솔이라면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거야. 이 안에 있는 에너지를 천천히 흡수시키면 돼.”

이준이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채린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이준이 연금비약을 가볍게 어린 아이의 입속에 밀어 넣어주었다.

부드러운 빛이 되어 이솔의 몸속으로 들어간 연금비약은 하복부에 다다르자 서서히 신비한 빛을 발산했다.

이솔은 하품을 하며 졸린 듯 두 눈을 감았다.

“됐어. 우선 잠에서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면 돼.”

* * *

일단 사명종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니 불의 연맹에도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거기에 문제가 되던 연금술 본당의 연금술사들을 처벌하고 나니 오히려 사명종과 전쟁을 벌이기 전보다 더 순조롭게 모든 일이 처리됐다.

덕분에 이준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솔과 함께 보내며 간만에 여유로운 한 때를 보낼 수 있었다.

그 사이 이준은 약로가 주었던 공간 통로 두루마리를 활용해 현황 요새와 성운각을 연결시켜 두었다.

현황 요새는 가한제국에서 그리 멀지 않은 데다 아주 중요한 거점지이기 때문에 성운각으로 통하는 공간 통로를 만들어 둔다면 어떤 일이 생겨도 빠르게 지원을 나올 수 있었다.

성운각의 지지를 받게 된다면 서부 대륙에서 불의 연맹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은 다시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이준은 자신이 떠나 있는 사이 불의 연맹이 얼마나 강대한 세력이 되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찬이 흑각성에 지은 이씨 가문의 세력 역시 몇 년 전에 불의 연맹으로 들어와 있는 상태였다. 이제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불의 연맹, 이씨 가문, 성운각이 완전히 하나가 되어 투기 대륙 전체를 호령할 수 있게 될지도 몰랐다.

* * *

조용한 곳에 위치한 정원에 세 형제가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선 채린이 이솔과 함께 놀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아이가 생겼다고 해서 그 공포의 메두사 여왕이 이렇게 따뜻한 사람이 되다니, 볼 때마다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모인 삼형제는 그간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두 사람은 한숨을 내쉬며 훨씬 성숙해진 이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막내에게 가장 무거운 짐을 짊어지게 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렸지만, 이준은 그들의 기대를 몇 배나 뛰어넘어 훌쩍 성장해 있었다.

“셋째야. 그동안 고생 많았다.”

“모두 우리 가족을 위해서 한 일인데 고생은요. 큰 형님, 둘째 형님도 저를 지키기 위해 목숨까지 내놓으셨는데, 이 정도는 견뎌내야죠.”

* * *

“우리 이씨 가문에 그런 인물이 있을 줄이야…….”

이준이 이족과 관련된 이야기를 대략적으로 설명해주자 이정과 이찬은 너무 놀란 나머지 입조차 다물지 못했다.

가한제국의 구석진 곳에서 간신히 맥을 이어나가고 있던 이씨 가문이 투기 대륙 전체를 호령하던 세력의 후예였다니. 실로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투제의 피가 모두 메마른 상태입니다. 이현 조상님께서 제게 넘겨주신 피가 이족에게 남은 마지막 투제의 피죠.”

이준은 한숨을 쉬며 널따란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씨 가문이 혼족과 같은 세력의 감시 속에 있는 것도 모두 이씨 가문이 과거 팔대 세력 중 하나였기 때문이에요.”

“네 말대로 피의 힘은 이미 다 고갈되었는데, 혼족 놈들은 왜 우리를 노리는 거지? 우리가 얻은 정보에 따르면 놈들은 이씨 가문의 피를 원하고 있는 것 같던데”

이정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준 역시 그 점이 의심스러웠다. 현재 이씨 가문 사람들에겐 피의 힘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데, 잡아가봤자 무슨 이용가치가 있단 말인가? 설마 그들을 인질로 삼아 태령황제의 옥을 빼앗으려는 것인가?

“도대체 무슨 꿍꿍이인 거야…….”

하지만 혼전은 괜한 일에 시간을 낭비할 녀석들이 아니었다. 그들이 이씨 가문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다는 것은,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터였다.

“걱정 말거라. 이씨 가문이 발전하기 시작하면서 불의 연맹 내에 가문 사람들을 모두 분산시켜뒀기 때문에 그들을 전부 잡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 우리 세력이 더 강해졌을 때 분산된 가문 사람들을 다시 한 곳으로 불러 모으자고.”

이정의 말에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둘째 형님. 이건 비술입니다. 이걸 수련해서 실력이 우수한 가문 사람들에게 물려주세요.”

이준은 잠시 생각하다 천계의 불꽃을 꺼내 이찬에게 건네주었다. 피의 힘이 없어 위력을 제대로 발휘할 순 없겠지만, 어쨌든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것만은 확실했으니까.

천계현의 불꽃을 수련할 때 필요한 화염도 그냥 마수의 불꽃을 이용하면 그만이었다. 지금의 불의 연맹이라면 고급 마수의 불꽃을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불의 연맹도 안정을 찾았으니 나머지 일은 제가 신경 쓸 필요 없겠죠. 그러니 저는 며칠 후에 다시 중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이렇게 빨리?”

이준의 말에 이정과 이찬은 모두 아쉽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하하. 불의 연맹과 성운각 사이에 공간 통로가 완공되었으니 앞으로 왕래하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시간 있을 때 놀러 오십시오. 성운각 쪽에도 일러두겠습니다.”

이준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곧 비밀 경매가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서둘러야했다. 투성이 되기 위해서는 정화의 불꽃을 얻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모레 떠나는 거야?”

채린이 이솔을 데리고 다가와 물었다.

“응. 이번엔 너도 나랑 성운각으로 가서 스승님을 만나는 건 어때?”

“그때 그…… 선생님?”

이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굽혀 이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솔이도 성운각으로 데려가자. 그곳이 제일 안전할 거야. 게다가 이미 수련할 수 있는 수준이 됐으니 스승님께 지도도 받고.”

* * *

성운각과 이어진 공간 통로는 불의 연맹에서 가장 경비가 삼엄한 곳에 설치되었다. 불의 연맹의 고위 간부 중 몇몇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이곳에 공간 통로가 있는지 알지 못했다.

거대한 대전 안에서는 검은색 공간 통로가 허공에 뜬 채 서서히 회전하고 있었다.

“이게 공간 통로구나…….”

채린 등 사람들은 신기한 눈빛으로 공간 통로를 바라보았다. 중주와는 달리 서부 대륙에서는 공간 통로가 설치되어 있는 곳이 극히 드물었으니,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공간 통로를 처음 보는 것이었다.

이준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그의 옆에는 아라, 천화존자, 예린도 자리해 있었다. 성운각에서 함께 온 강자들은 사명종 사건이 해결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먼저 중주로 돌아간 상태였다.

“큰 형님, 작은 형님. 저희도 가보겠습니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있다면 여기로 사람을 보내십시오.”

“그래. 몸조심하거라.”

이정과 이찬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준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모두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뒤 앞장서 공간 통로 안으로 들어갔고, 뒤이어 이솔을 안은 채린이 그의 뒤를 따라 공간 통로 안으로 사라졌다.

이준이 사라진 공간 통로를 바라보던 이정과 이찬은 한참을 그 앞에서 머무르다가 아쉬운 표정으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 * *

성운각 안.

“네……. 딸이냐?”

약로가 이준의 허벅지를 끌어안고 똘망똘망한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여자 아이를 보며 물었다.

약로의 반응에 이준은 픽,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조금 복잡하지만, 그런 셈이죠.”

채린이 이솔을 가지게 되었을 때 약로는 혼전에게 잡혀있었기 때문에 이 일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허,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준이 그전에 있었던 일을 간단히 설명해주자 약로는 고개를 저으며 채린을 바라보았다.

“허허, 이 아이가 널 죽이겠다며 쫓아다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사람 일이란 참 모를 일이구나.”

약로의 말에 채린의 얼굴이 복숭아처럼 붉게 물들었다. 예전의 그녀였다면 상상조차 못할 반응이었다.

“솔아, 할아버지께 인사드려야지.”

채린이 이솔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솔은 커다란 눈망울을 깜빡이며 이준을 바라보다가 쭈뼛거리며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아이고, 예쁜 녀석. 어디 보자.”

이솔이 자신을 부르자 약로의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자녀가 없는 그에게 있어 이준은 아들이나 마찬가지였으니, 그의 딸인 이솔 역시 친손녀처럼 느껴지는 것이 당연했다.

약로는 웃음을 가득 머금고 이솔에게 다가와 메마른 손으로 이솔의 팔을 잡았다.

“이 아이도 불 속성을 갖고 있구나. 영혼의 힘이 아주 대단해……. 연금술사도 될 수 있겠구나.”

약로의 말에 이준 역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준은 이솔의 몸이 연금술사가 되기에 아주 적합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내가 널 발견했을 때보다 몇 배는 더 강한 영혼의 힘을 갖고 있구나. 게다가 체질 자체도 너보다 몇 배는 더 뛰어나다. 어쩌면 너를 뛰어넘을 그릇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약로가 이솔의 팔을 주무르며 말했다.

“앞으로 이 늙은이에게 맡길 생각인 게냐?”

약로가 기대가 가득한 눈빛으로 이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 정도 자질을 가진 인재는 결코 흔히 만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자신의 아들과 다름없는 이준의 딸이니 가르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이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솔을 성운각에 데려온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이준은 약로라면 자신보다 훨씬 더 훌륭한 스승이 되어줄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있었다.

“허허, 좋다. 일단 공간 통로를 지나느라 피곤했을 테니 당분간은 푹 쉬게 두거라.”

계속해서 이솔의 머리를 쓰다듬던 약로가 아쉬운 표정으로 그녀를 채린에게 돌려보내며 말했다.

“그럼 이야기 나누세요.”

채린은 사제지간에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눈치 채고는 곧바로 이솔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

채린이 물러나자 약로는 그제야 시선을 거두고 씨익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멋진 딸을 낳다니……. 하지만 채린과 함께 하기로 결정한 건 아주 의외구나.”

이준은 어깨를 으쓱였다. 채린과는 관계는 너무나도 복잡했다. 이준을 죽이겠다고 수년을 쫓아다니던 메두사가 이제는 사실상 그의 아내나 다름없는 존재가 될 줄은 어느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번 일은 나도 들었다. 천존 두 명을 보낼 정도면 영혼의 궁전 놈들도 단단히 벼른 모양인데, 아주 잘 넘겼구나. 구 천존이 죽고 사 천존도 반죽음 상태로 도망쳤으니 놈들도 타격이 꽤 클게다.”

약로가 수염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하지만 그들이 뭔 생각인지는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 영혼을 수집해 음모를 꾸미려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은데……. 들은 소식에 의하면 중주 외의 다른 대륙에서도 큰 전쟁이 일어났다고 하더구나. 그 안에서도 놈들의 종적이 발견되었고.”

“예? 다른 곳에서도 대전이 일어났다니…….”

이준의 표정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갑자기 불안한 기운이 엄습했다.

약로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다 한숨을 쉬며 화제를 돌렸다.

“보름 후면 비밀 경매가 시작된다. 그곳에 참가하는 자들은 모두 실력이 막강한 세력들과 강자이니 정화의 불꽃을 얻으려면 앞으로 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

이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든 정화의 불꽃을 손에 얻어야한다. 지도 조각 네 개 중 세 개는 너에게 있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마지막 한 조각을 찾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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