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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685화 (685/818)

685화. 사 천존 (1)

“하하. 그럼 저희의 실력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준의 허락이 떨어지자 곧바로 호탕한 웃음소리와 함께 염력이 하늘을 뒤덮을 기세로 솟아나더니 호씨 삼형제가 순식간에 세 방향으로 찢어져 그대로 세 명의 천존을 덮쳤다.

“허, 어림도 없지!”

흑색 의복을 입은 세 노인은 피식 웃으며 빠르게 검은 안개가 되어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세 사람과 강하게 부딪혔다.

여섯 명에 달하는 8성 투존이 맞부딪히며 거대한 파문이 허공에 퍼져나가자, 구천존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이준이 중주에서 이렇게 많은 강자를 데려올 거라곤 생각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의 임무는 이씨 가문 놈들을 모조리 잡아가는 것인데……. 보아하니 저놈 하나를 잡아가는 것도 벅찰지 모르겠구나.’

생각을 마친 구 천존이 주먹을 움켜쥐자, 시커먼 안개가 그의 오른손으로 모여들어 단단하게 응집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구 천존의 형상이 귀신처럼 자리에서 사라졌다.

“겨우 이 정도로 자신감이 과하군.”

구 천존의 무시무시한 속도에 주위에 있던 모든 강자들은 긴장한 듯 마른 침을 삼켰지만, 이준은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옆으로 주먹을 뻗을 뿐이었다.

쾅!

“8성 투존?!”

이준과 주먹이 맞부딪히는 순간 팔뚝을 타고 쏟아져 들어오는 강렬한 힘을 느낀 구 천존은 당황한 듯 뒤로 몸을 물렸다.

분명 몇 달 전까지만 해도 5성 투존 밖에 되지 않았던 이준이 어떻게 8성 투존이 되어서 나타날 수 있단 말인가?

이준이 구 천존을 밀어내자, 성벽 위에서 또 한 차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그러는 당신은 반년이 지났는데도 발전이 없군.”

이준이 코웃음을 치며 자신을 비웃자, 구 천존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버렸다.

“기고만장하기엔 아직 이르다!”

분노한 구 천존은 빠르게 인결을 맺은 뒤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팔을 앞으로 내질렀다.

그러자 음침한 기운이 모여 거대한 주먹으로 변해 이준을 향해 엄청난 기세로 달려들었다.

그러나 이준은 마치 산책이라도 하는 것처럼 느긋하게 발을 움직여 가볍게 구 천존의 공격을 피했다.

퍽!

손쉽게 상대의 공격을 피한 이준이 화염에 휩싸인 주먹을 휘두르자, 구 천존의 주먹이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다.

‘젠장……. 어떻게 이렇게 빨리 성장할 수 있지?’

상대가 자신보다 더욱 강하다는 것을 깨달은 구 천존의 이마에서 끊임없이 식은땀이 솟아 나왔다.

결국 그는 더 이상 이준에게 맞서는 것을 포기하고 황급히 몸을 돌려 달아나려 했다.

“어딜 가려고.”

하지만 그가 막 몸을 돌리는 것과 동시에 이준의 몸이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그의 코앞에 나타났다.

다시 나타난 이준의 손에는 시커먼 광단이 생겨나고 있었다.

‘1격 무투기!’

상대의 손에서 솟아나오는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감지한 구 천존은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보며 애원하듯 소리쳤다.

“넷째 형님. 살려주시오!”

구 천존의 외침에 이준은 피바다가 된 지상을 살짝 내려다보았다.

‘아래쪽에 다른 강자가 있는 모양이군. 일단 이 자식을 먼저 죽여 버려야겠어.’

이준이 오른손을 앞으로 내밀자, 새카만 광단이 미친 듯이 불어나기 시작했다.

삽시간에 자신의 코앞까지 팽창한 광단의 모습에 당황한 구 천존은 죽어라 염력을 뿜어댔지만, 그의 실력으로는 죽음의 광단에 흠집조차 낼 수 없었다.

점점 가까워지는 에너지를 느낀 구 천존은 혼비백산한 채 방출한 염력을 모조리 이준을 향해 쏘았지만, 어떤 반격도 검은색 광단 앞에서는 소용이 없었다.

“넷째 형님!”

아무리 발버둥 쳐도 소용이 없자 구 천존은 다시 한 번 목 놓아 절규했다.

쾅!

바로 그때, 대지가 반으로 갈라지며 짙은 피비린내를 뿜어내는 깊은 계곡이 생겨났다.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검은 계곡에서는 귀청이 찢어질 듯한 비명소리가 퍼져 나오고 있었다.

이준은 놀란 눈으로 밑을 바라보았다. 이 광활한 대지 아래에 이런 곳이 숨겨져 있다니……. 이번에는 영혼의 궁전도 정말로 칼을 갈고 온 모양이었다.

더 강한 상대가 나타나기 전에 상황을 정리해야겠다고 느낀 이준은 곧바로 오른손을 내밀어 더욱 빠른 속도로 죽음의 광단을 팽창시켰다.

“으아악!”

검은 광단과 맞닿는 순간, 구 천존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의 팔은 이미 완전히 으깨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구 천존을 붙잡는데 성공한 이준이 다시 한번 주먹을 움켜쥐자, 광단에서 터져 나오는 흡인력이 더욱 강해지며 구 천존을 빨아들였다.

촤악!

이준의 의도를 눈치챈 구 천존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이를 악문 채 오른팔로 왼팔을 가차 없이 내리쳤다.

“흥, 가소롭군.”

하지만 검은색 광단은 더욱 빠르게 팽창하며 다시 구 천존의 몸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고, 무시무시한 흡입력에 의해 구천존의 몸이 점점 더 느려지기 시작했다.

쉭!

구 천존이 절망에 빠졌을 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검은 계곡에서 거대한 핏빛 용이 솟아나와 이준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준은 그 거대한 용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구 천존을 바라보며 가볍게 주먹을 움켜쥐었다.

“으아아!”

몸 전체가 검은색 광단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구 천존의 입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쿵!

구 천존이 검은 광단에 완전히 집어삼켜지는 순간, 핏빛 용이 이준의 몸에 강하게 부딪히면서 농후한 핏빛이 폭발했다.

붉은 태양이 뜬 것처럼 하늘 전체를 뒤덮은 핏빛 섬광에 불의 연맹의 강자들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빳빳하게 굳어버렸다.

“영혼의 궁전 놈들은 항상 쥐새끼처럼 숨어있는 걸 좋아하는군.”

잠시 후, 담담한 목소리가 온 하늘에 울려 퍼지며 핏빛 섬광을 뚫고 이준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채린을 비롯한 불의 연맹의 강자들은 그제야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며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준이 핏빛 용의 공격을 거뜬히 받아내자, 갑자기 계곡에 비가 내리는 듯 물소리가 들려오며 새까만 계곡 전체에 핏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온몸이 새빨간 그림자 하나가 피바다 속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섬뜩한 빛을 머금은 붉은 눈으로 이준을 노려봤다.

“과연 혼주님이 예의주시하는 놈답군.”

“혈하존자?!”

영혼의 궁전의 세 천존과 맞서던 호씨 삼형제의 셋째는 그 붉은 사내를 보자마자 돌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혈하존자?”

“소각주님, 조심하십시오! 저 녀석은 중주에서도 이름난 강자입니다! 얼마나 많은 강자들이 저 녀석의 손에 죽었는지 모릅니다!”

호 씨 첫째 장로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허허, 그건 아주 오래전의 이름이지. 앞으로 나를 혼전의 사 천존, 혹은 혈하 천존이라고 부르면 된다.”

첫째 장로의 말을 들은 핏빛 형체가 고개를 들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사 천존이라니…….”

“동료도 구하지 못해놓고 너무 자신감이 넘치는 것 같군.”

이준은 피식 웃으며 갈기갈기 찢긴 구 천존의 시체를 사 천존 앞에 내던졌다.

“쓰레기에게 몇 번이고 진 녀석을 내가 왜 구해야 하지?”

말을 마친 사 천존의 입에서 피 화살이 터져 나와 구 천존의 시체를 고깃덩어리로 만들어버렸다.

“정말이지 네 놈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맘에 안 드는군.”

그 모습을 본 이준이 조소를 띠며 말했다.

“이따위 무능력한 놈은 어차피 있어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내가 직접 나서서 이족 놈들을 싸그리 잡아다 혼주님에게 바쳐야겠구나.”

사 천존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피바다 속에서 거대한 핏빛 기둥이 솟아났다.

등골이 서늘해지는 기운이 사 천존의 몸에서 폭풍처럼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의 기운이 닿은 곳에 있던 사람들은 불의 연맹 사람이든 사명종 사람이든 모두 온 몸에서 피를 뿜어내며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사 천존이 적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을 쓸어버리자, 불의 연맹은 물론이고 사명종의 강자들마저 황급히 요새를 벗어났다.

“이게 뭐 하는 짓인가? 설마 우리와의 약조를 잊은 겐가?”

간신히 목숨을 건진 사천이 붉게 물든 얼굴로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사 천존은 그의 말에 대꾸조차 하지 않고 사천을 향해 손을 들어 올리더니 주먹을 움켜쥐었다.

펑!

그 순간, 먼 곳에서 소리 지르고 있던 사천의 몸이 순식간에 폭발하면서 피가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사명종의 종주까지 죽자 사명종 강자들의 얼굴이 완전히 새파랗게 질려 버리고 말았다.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지만, 압도적인 힘 앞에 누구 하나 소리조차 내지 못 했다.

“어서 병사들을 물려. 이대로 가다간 연맹원들이 모조리 죽을지도 몰라.”

“응.”

채린의 말에 이정과 이찬은 빠르게 고개를 끄덕인 뒤 바깥에 나가있던 투사들을 요새 안으로 황급히 대피시켰다.

“이제는 이준만이 우리의 희망이오. 저 녀석을 막지 못하면 현황요새 전체가 피바다로 변할 것이오.”

동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채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여기에 있는 누구도 사 천존의 앞을 막을 수 없었다. 그야말로 모두의 생명이 이준에게 걸려있는 상황이었다.

한편, 이준 역시 손짓 하나로 6성 투존을 죽여 버린 사 천존의 힘 앞에 긴장을 늦추지 못 하고 있었다.

‘이름도 혈하천존이고……. 혈액을 조종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게 틀림없어.’

이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강자를 한 번도 본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손짓 하나로 6성 투존 강자를 터뜨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쏴아아!

그때, 사 천존이 허공을 밟으며 한 발짝씩 천천히 이준에게 다가왔다.

“8성 투존 최고급 강자. 확실히 약한 실력은 아니지.”

피비린내가 바람을 타고 하늘 전체로 퍼져 나갔다.

사 천존이 한 번 더 가볍게 주먹을 쥐자, 이준의 몸 주위의 공간이 빠르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에 이준은 빠르게 염력을 방출해 천지의 불꽃으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염력이 나의 혈성공법을 막을 수 있을 것 같으냐.”

다음 순간, 이준의 몸속의 피가 주체할 수 없이 끓어오르며 혈관이 터질 듯이 팽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준의 혈관에서 피가 새어나오려는 순간, 심장에서부터 알 수 없는 힘이 퍼져 나오며 들끓던 혈액이 거짓말처럼 잠잠해졌다.

영문을 알 수 없는 현상에 이준 본인마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천상무덤에서 얻은 피의 힘이 사 천존의 혈성공법을 억누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네 혈성공법도 그렇게 대단한 것 같진 않은데.”

이준은 고개를 들며 씩 웃었다.

“뭐야?”

이준의 혈관을 터뜨리는데 실패하자, 사 천존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의 혈성공법은 반투성조차 빠져나가기 힘든 1격 무투기인데, 어떻게 8성 최고급 투존 따위가 무사할 수 있단 말인가?

말을 마친 이준이 인을 맺자, 그의 미간에서 기이한 문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족의 족문? 네 놈이 이족의 피를 다시 일깨웠단 말이냐?”

사 천존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이족에게 더 이상 투제의 피가 남아있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인데, 어째서 이준이 족문을 소환할 수 있단 말인가?

족문이 나타나는 순간, 이준의 기운이 폭등하면서 사 천존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족문의 힘을 폭발시킨 이준이 가볍게 앞으로 발을 내딛자, 그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혈성공법이 안 먹혀도 네 피의 흐름으로 위치를 찾을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빨라도 내 앞에선 소용없을 게다!”

그 순간, 사 천존의 몸에서 핏빛 염력이 퍼져 나오더니 두꺼운 칼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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