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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667화 (667/818)

667화. 9성 에너지체

펑펑!

이준이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휘두를 때마다 굉음이 울려 퍼지며 안개 속에 숨어있던 에너지체가 주먹만 한 광단으로 변했다.

“정말 귀찮은 것들이네…….”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에너지체들을 바라보는 이은의 표정이 점차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입구에서부터 이곳까지 벌써 몇 기의 에너지체들을 처리했는지 감조차 오지 않았다. 혼야가 손을 써둔 탓에 안개 속에 숨어있던 에너지체들이 쉴 새 없이 두 사람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게다가 안개 속에 드문드문 새카만 영혼체들이 숨어 있다가 자폭을 하는 탓에 여간 성가신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이준과 이은의 실력이라면 에너지체의 숫자가 조금 늘어난다고 목숨을 잃을 리는 없었지만, 3층으로 향하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질 수밖에 없었다.

“혼려도 거의 다 나았겠어.”

마지막 에너지체를 처리한 이준이 뻐근한 목을 풀며 말했다. 일주일 넘게 그들을 따라가면서 영혼 탐지 능력으로 살펴본 결과, 혼려가 생각보다 빠르게 몸을 회복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동안 얼마나 모았지?”

“5등급 에너지 핵 30개, 6등급 25개, 7등급 6개, 8등급 1개…….”

이준의 질문에 이은은 그동안 손에 넣은 에너지 핵의 개수를 세어 보았다. 두 사람은 혼족의 두 강자를 쫓으면서도 에너지체를 처리할 때마다 꾸준히 에너지 핵을 모으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혼야의 계략은 두 사람의 실력을 키워주기 위한 배려는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멍청한 짓거리가 되고 말았다.

“9성 투존 에너지체가 없는 게 아쉽네. 지금 네 실력이면 9등급 에너지 핵이 꽤 쓸모가 있을 텐데 말이야.”

이준은 조금 아쉽다는 듯 말했다.

지금까지 얻은 에너지 핵의 대부분은 이준이 흡수했고, 이은은 거의 손을 대지 않았다.

물론 그녀의 실력상 지금까지 얻은 에너지 핵들을 흡수한다 해도 큰 효과를 볼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은은 한사코 에너지 핵들을 이준에게 넘기며 자신은 전혀 에너지를 흡수하지 않으려 했다.

이은이 웃으며 말했다.

“5일만 더 가면 3층에 도착할 수 있어요. 그곳엔 이족 이현 조상님의 무덤이 있죠.”

그녀의 말에 이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왜인지 모르게 이현의 무덤 속에 분명 이현이 후손들에게 남긴 물건들이 있을 것만 같았다.

* * *

넓디넓은 이공간 속, 사방에서 짙은 에너지가 뻗어 나와 끝이 보이지 않는 대지를 뒤덮었다.

짙은 안개를 뚫고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이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주변을 둘러보다 진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8성 투존급 에너지체의 흔적이야. 분명 혼야 그 녀석들의 짓인데, 혼려가 완전히 회복 됐나봐.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빨리 8성 투존급 에너지체를 처리했을 리가 없어.”

흙을 손에 움켜쥐었던 이준이 손을 털며 말했다.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잘린 팔은 원상복구 시킬 수 없으니 전투력이 많이 떨어졌을 거예요.”

이은이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사방을 둘러보며 말했다.

“시간상으로 봤을 때 3층 입구에 거의 다 왔을 거예요.”

“응. 열흘 내내 도망만 다니더니, 어디까지 도망갔는지 보자고.”

이준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3층으로 갈수록 고급 에너지체가 더 많이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8성 투존급 에너지체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지금 동북쪽에서 강한 에너지가 느껴져요.”

이은이 동북쪽 방향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 정도 에너지라면 9성 투존급은 될 것 같은데…….”

이은과 마찬가지로 그 기운을 느낀 이준이 웃으며 말했다. 천상무덤에 들어온 지 반년이 지났지만 9등급 에너지 핵은 아직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터라 절로 가슴이 두근거렸다.

말을 마친 이준과 이은은 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20여 분을 날아가자, 7성, 8성 투존급 에너지체들이 마치 무언가를 지키고 있는 듯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9성 투존급 에너지체는 지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에너지체들 사이에서 다른 에너지체들을 조종할 수 있어요. 다른 에너지체들의 배치를 보니까 아마 이 주변에 9성 투존급 에너지체가 이 근처에 있을 것 같아요.”

이은이 거대한 바위 뒤에 몸을 숨긴 뒤 안개 속을 돌아다니고 있는 에너지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주위에서 다른 사람들의 기운도 느껴지니?”

이준이 물었다.

“아뇨. 우리 둘뿐이에요.”

“그렇다면 몰래 안으로 들어가자. 에너지체들의 탐지 범위에도 한계가 있으니 에너지체들을 속이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야.”

“네.”

잠시 후,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며 두 사람의 몸이 자리에서 모습을 감췄다.

* * *

소리소문없이 에너지 안개 속으로 들어온 두 사람에 의해 공간에 미세한 파동이 생겨났지만, 주위에 있던 에너지체는 멍하니 주변을 둘러보다 어슬렁거리며 다른 곳으로 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이준과 이은은 그렇게 7,8성 투존급 에너지체들의 눈을 피해 9성 투존급 에너지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했어.”

모습을 드러낸 이준은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괴상한 바위가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는데, 커다란 바위 위에 검은색 철갑옷을 입은 남자가 앉은 채 사방으로 에너지를 퍼뜨리고 있었다.

그의 눈은 텅텅 비어있었지만, 자세히 보면 지금까지 두 사람이 마주쳤던 에너지체들보다 한결 또렷한 빛을 내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9성 투존급 에너지체…….”

무거운 기운이 느껴지는 그를 바라보던 이준은 표정이 살짝 굳었다. 이 에너지체는 본체보다는 훨씬 약했지만, 여전히 만만하게 볼 수 없는 실력이었다. 게다가 9성 투존급 에너지체에는 미약하나마 지성을 갖추고 있었고, 생전에 사용하던 무투기까지 어느 정도 사용할 수 있었다.

“어떤 도둑놈이 기어들어 온 것이냐!”

이준과 이은이 처음 본 9성 투존급 에너지체를 유심히 관찰하던 그때, 흑색 투구 속에서 빛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도끼가 그의 손에 나타났다.

그가 가볍게 도끼를 휘두르자, 이준이 서있는 곳을 향해 돌풍이 날아들었다.

“탐지능력이 아주 예민하구나.”

상대가 생각보다 빨리 자신들을 발견한 것에 놀란 이준과 이은은 두 눈을 치켜뜨며 황급히 날카로운 강풍을 피해 몸을 날렸다.

펑!

굉음과 함께 두 사람이 숨어있던 거대한 바위가 순식간에 두 동강이 나고, 매서운 강풍이 불어 닥치며 바닥에 깊은 구덩이가 생겨났다.

“움직여!”

텅 빈 허공에서 번개처럼 나타난 이준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흑색 갑옷을 입은 에너지체 앞에 나타나 인결을 그렸다.

“산의 힘! 바다의 힘!”

이준의 인결이 완성되는 순간, 매서운 에너지가 폭발하며 검은 갑옷을 입은 에너지체의 몸을 때렸다.

“애송이가 감히 날 건드리다니!”

분노한 에너지체는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거대한 도끼로 이준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쳤다.

챙챙챙!

하지만 거대한 도끼가 이준의 몸에 닿기도 전에 금빛으로 빛나는 장창이 날아와 도끼날을 쳐냈다.

쾅!

9성 투존급 에너지체가 몸을 휘감자, 이준이 번개 같은 동작으로 검은 송곳을 꺼내 놈의 가슴팍을 향해 가차 없이 내질렀다.

쾅!

“크아아!”

거대한 쇳덩이에 얻어맞은 9성 투존급 에너지체는 뒤쪽으로 날아가며 분노한 듯 고함을 내질렀다.

그 순간, 그의 몸에서 방대한 에너지가 터져 나오며 10미터 안에 있는 거대한 바위들을 모두 산산조각 내버렸다.

분노한 에너지체는 산천을 뒤흔들 듯 무시무시한 기세로 발을 구르며 두 사람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한 방에 끝내자고!”

이준 역시 기죽지 않고 빠른 속도로 튀어 나가 그 에너지체의 몸에 부딪혔다.

“천지붕괴!”

그때, 검은 갑옷의 몸속에서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끊임없이 솟구치더니 거대한 도끼가 빠른 속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오라버니, 조심해요!”

“죽어라!”

검은 갑옷의 에너지체가 짐승처럼 울부짖으며 수십 미터 크기로 거대해진 도끼를 휘둘렀다.

쾅!

당황한 이준은 검은 송곳으로 급하게 앞을 막았지만, 검은 송곳이 저 멀리 날아가 버리면서 도끼의 충격이 그대로 이준의 몸에 전해졌다.

9성 투존급 에너지체와 정면으로 맞부딪힌 이준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사라지며 그의 몸이 힘없이 뒤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쉭!

그와 동시에 이은의 몸이 9성 투존급 에너지체 뒤에 나타나더니 눈부신 금빛을 내뿜는 창으로 그의 심장을 꿰뚫었다.

금색 화염으로 만들어진 장창이 몸을 관통하는 순간, 에너지체의 몸이 날카로운 화염에 휩싸이며 삽시간에 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9성 투존급 에너지체를 물리친 두 사람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공간이 부르르 떨리더니 검은색 그림자 두 개가 귀신같이 나타나 음산한 기운이 가득한 주먹을 이준의 가슴팍에 내리꽂았다.

“큭큭, 이준! 죽어라!”

두 개의 그림자의 정체는 바로 이준과 이은에게 쫓기고 있던 혼족의 두 강자, 혼야와 혼려였다.

그러나 이준과 눈이 마주치는 순간, 혼야와 혼려의 입에서 미소가 사라졌다. 기습을 당한 이준이 당황하기는커녕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고 있기 때문이다.

쾅!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낀 두 사람이 몸을 돌리기도 전에 이준의 몸이 쾅, 하는 소리와 함께 폭발해버렸다.

“젠장! 속임수였군.”

“빨리 가자!”

이준의 몸이 폭발을 일으키는 순간, 혼야가 황급히 몸을 돌려 달아나며 외쳤다. 그의 뒤를 따라오던 혼려 역시 허겁지겁 방향을 틀어 달아나는 혼야의 뒤를 쫓았다.

다급하게 몸을 돌려 달아나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설마하니 상대가 자신들이 쳐놓은 덫을 눈치챈 것은 물론이고 역으로 함정까지 파놓았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 와놓고 뭘 그렇게 급히 가시나?”

하지만 그들이 몸을 돌린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의 앞에 이준이 나타났다.

“꺼져!”

퇴로를 차단당한 혼야는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이준을 향해 검은 쇠사슬을 휘둘렀다.

그러나 이준이 피식 웃으며 가볍게 발을 구르자, 갑자기 땅속에서 쇳덩이도 녹일 것 같은 열기를 머금은 화염 기둥이 터져 나왔다.

이준이 두 사람을 상대하고 있는 사이 9등급 에너지 핵을 회수한 이은이 혼족의 두 강자 뒤에 나타났다.

혼야와 혼려의 눈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몇 달 동안 쫓기느라 고생 많았다.”

이준이 웃으며 말했다.

“내가 이은을 막을 테니 이준을 처리해!”

이준과 이은에 의해 앞뒤가 모두 막히자, 혼야가 굳은 표정으로 지시를 내렸다.

“걱정 마, 이번엔 내가 저 녀석의 두 팔을 잘라버릴 테니까!”

혼려가 분노에 찬 표정으로 답했다. 그의 등급은 고요한과 비슷한 수준이었지만 자신에게는 혼족의 비술과 풍부한 전투 경험이 있으니 어렵지 않게 이준을 죽일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응.”

말을 마친 혼야는 곧바로 몸을 돌려 불길한 검은 안개를 뿜어내며 이은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오라버니, 조심해요! 시간 좀 벌어줘요!”

혼야가 달려들자 이은의 몸에서도 눈부신 금색 화염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결투가 시작되자 이준 역시 천천히 숨을 내쉬며 앞에 있는 혼려를 바라보았다. 혼려의 실력은 8성 투존 정도였지만, 팔을 하나 잃은 탓에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반면 자신은 고요한과의 싸움 이후 더욱 강해졌으니 이준 역시 혼려에게 지지 않으리란 자신이 있었다.

“이준. 고요한을 이겼다고 해서 나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으냐! 내 팔을 자른 빚은 오늘 두 배로 갚아줄 것이다!”

그때, 오싹한 검은 안개가 혼야의 몸에서 피어오르더니 수십 개의 쇠사슬이 일제히 이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러나 이준이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새하얀 불꽃이 섞인 자갈색 화염이 솟아올라 하늘을 뒤덮은 검은 사슬들을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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