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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666화 (666/818)

666화. 6성 달성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무시무시한 에너지에 혼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하지만 그가 미처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이준의 손을 떠난 검은 광단이 혼려의 몸에 부딪혔다.

‘반응이 이렇게 빠르다니!’

혼려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가득했다.

평범한 6성 투존이라면 운 좋게 승급을 마치고 눈을 떴다 하더라도 결코 자신의 공격을 막아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이준은 눈을 뜨기 무섭게 반격을 하는 것으로 모자라 1격 무투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일부러 자신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도 이렇게 완벽한 타이밍에 공격을 할 수는 없었다.

당황한 혼려는 황급히 검은 안개를 폭발시켰지만, 검은색 광단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거대한 마수마냥 순식간에 검은 안개를 집어삼킨 뒤 더욱 빠른 속도로 자라날 뿐이었다.

곧이어 혼려의 소맷자락이 찌익, 하는 소리와 함께 찢어지며 새빨간 피가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광단 속에서 퍼져 나오는 힘이 점점 커지는 것을 느낀 혼려는 황급히 몸속의 염력을 남김없이 폭발시켰다.

“영혼 폭발!”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그의 손끝에서 새카만 연기가 터져 나오더니 끔찍한 비명 소리가 온 하늘 위에 울려 퍼졌다.

혼려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새카만 안개는 섬뜩한 비명을 내지르는 영혼체를 끊임없이 토해내며 검은색 광단을 막아냈다.

혼려는 수백 개의 영혼체가 폭발하며 영혼체를 막아내는 틈을 이용해 번개처럼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역시 혼족의 강자답군.”

하지만 이준이 오른 주먹을 들어 허공을 내리치자, 검은색 광단이 더욱 빠르게 불어나며 다시 한번 혼려의 몸을 덮쳤다.

“푸흡!”

강한 충격이 온몸에 전해지며 혼려의 입에서 새빨간 선혈이 터져 나오더니 이내 그의 몸이 실 끊어진 연마냥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황금색 장창을 손에 쥔 채 새파랗게 질려있던 이은은 이준이 무사한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곧 그녀의 얼굴에 무시무시한 살기가 깃들었다.

쉭!

분노한 이은은 오른손을 휘둘러 자신의 손에 들린 황금색 장창을 내던졌다. 창끝이 향한 곳은 바로 혼려의 머리통이었다.

죽음에 광단에 의해 큰 부상을 입은 혼려는 피할 새도 없이 눈을 뜬 채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장창을 바라보았다.

펑!

그 순간, 어디선가 강한 바람이 날아와 혼려의 몸을 강하게 밀쳤다. 덕분에 머리를 조준한 채 날아오던 장창은 결국 그의 어깨에 꽂히고 말았다.

푸슉!

장창에 꿰뚫린 혼려가 그대로 바닥에 박혀버리자, 허공 위에 떠있던 혼야가 번개처럼 날아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혼려의 왼쪽 어깨를 잘라버렸다. 이대로 뒀다가는 장창에 담긴 금색 화염의 힘이 온몸을 잠식해 목숨을 잃게 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어깨를 타고 전해지는 극심한 통증에 혼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이를 악물었다.

“이준. 이 개 같은 놈! 이대로 끝일 거라 생각하지 마라!”

생명이 위독해진 혼려를 붙잡은 혼야가 이준과 이은을 번갈아 노려보며 소리쳤다.

“어딜 가려고?”

하지만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이은의 몸이 공간을 가르고 나타나 앞을 막아섰다.

그 순간, 혼야의 몸에서 또다시 시커먼 검은 안개가 피어오르더니 흉악한 표정을 한 수백 개의 영혼체들이 튀어 나와 발톱을 세우고 이은을 향해 달려들었다.

“흥! 이딴걸로 날 막을 수 있을 것 같아?”

이은이 버럭 소리를 내지르며 불꽃 채찍을 휘두르자, 수백 개의 영혼체가 빠르게 터져나가며 고막을 찢을 듯한 비명을 내질렀다.

혼야는 이은이 영혼체를 제거하는 그 잠깐의 틈을 타 공간을 가르고 달아났다.

“도망가는 건 진짜 빠르네.”

이은이 고개를 돌려 저 멀리 2층으로 통하는 빛기둥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한쪽 팔을 잃은 혼려와 혼야의 뒷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두 사람이 빛기둥 안으로 사라지자, 이은의 시선이 다시 이준에게로 향했다. 염력을 갈무리하기도 전에 급하게 1격 무투기를 사용한 탓인지, 이준의 안색은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오라버니, 괜찮아요?”

“괜찮아. 염력이 아직 불안정한데 무리를 해서 그래.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야.”

이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개자식들. 다음에 만나면 반드시 죽여 버리겠어!”

분을 참지 못한 이은이 주먹을 바르쥐며 말했다.

조금만 늦게 깨어났어도, 아니 깨어나자마자 1격 무투기를 시전하지 못했더라면, 이준은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잃고 말았을 것이다.

“오라버니, 우선 조금 쉬어요. 회복하고 난 후에 우리도 2층으로 올라가요. 혼려의 부상을 치료하는 데는 족히 몇 달은 걸릴 거예요. 우리가 먼저 혼야를 찾아서 죽여버려야 해요.”

이은이 온몸에서 살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응.”

이준의 표정에도 살기가 가득했다.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자신의 목숨을 노린 적을 살려두는 법이 없었다. 특히 상대가 아버지를 납치해간 혼족이라면 더더욱 그냥 둘 리가 없었다.

말을 마친 이준이 눈을 감는 순간, 그의 호흡이 빠르게 안정되며 창백해졌던 얼굴에 금세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이준이 다시 수련 상태에 들어가자, 이은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이미 한차례 습격을 당한 탓인지 그녀의 신경은 더할 나위 없이 날카로워져 있었고, 상대가 누가 됐든 가까이 접근해 온다면 즉시 공격을 퍼부을 기세였다.

그렇게 대략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감겨있던 이준의 눈이 서서히 떠졌다.

그의 검은 눈동자 속에는 농후한 염력이 파도처럼 휘몰아치고 있었고, 그가 손을 움직일 때마다 공간에 옅은 흔적이 생겨났다.

“6성 투존…….”

몸속에서 넘실거리는 염력을 느낀 이준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번졌다.

‘4개월 동안 수련한 보람이 있어. 하지만 7성 투존이 되려면 또 얼마나 오래 걸릴까…….’

“오라버니, 축하해요.”

줄곧 살기로 눈을 빛내며 주위를 살피던 이은은 이준이 눈을 뜨고 나서야 조금 냉정을 되찾은 듯 평소의 차분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이제 6성인데, 뭐. 고요한이나 혼야와 비교하면 아직 부족해.”

이준이 기지개를 켜자, 그의 등에서 우드득하고 뼈 부딪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흥, 그 녀석들이 오라버니 나이 때는 5성 투존은 커녕 4성 투존도 되지 못했어요.”

이은이 샐쭉 입을 내밀며 말했다.

“오라버니가 그 나이가 되면 투성이 되어 있을 걸요.”

“글쎄, 투성이 되는 게 그렇게 쉽겠어?”

자신을 한껏 추켜세우는 이은의 말에 이준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젓지 않을 수 없었다.

“가자. 이제 우리도 천상무덤 2층이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구경해 봐야지.”

말을 마친 이준은 거대한 바위에서 뛰어올라 그대로 빛기둥을 향해 날아갔고, 이은 역시 빙긋 웃으며 그의 뒤를 따라 빠르게 2층으로 향했다.

* * *

거대한 빛기둥에 가까워지자,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강렬한 에너지가 그 안에서 새어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실력이 부족하면 이 안으로 들어가 보지도 못하고 가루가 돼버리겠는데.”

빛기둥 안에 손을 넣어본 이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중얼거렸다.

“네, 보통 5성 투존 이하인 사람들은 이곳에 들어갈 수 없어요.”

이은이 말했다.

“2층에 있는 에너지체들은 못해도 5성 투존에 가깝기 때문에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은 이 빛기둥을 통과한다 해도 죽은 목숨이죠.”

“2층 입구도 5성 투존만 들어갈 수 있는데, 그럼 3층으로 향하는 빛장막은 7, 8성급은 돼야 통과할 수 있는 거 아니야?”

“대충 그런 셈이에요.”

이준의 물음에 이은이 웃으며 대답했다.

“하지만 오라버니에겐 문제없을 거예요.”

“3층 입구에 도착하면 다시 얘기하자.”

멍하니 빛기둥을 바라보던 이준이 이은에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자, 들어가자.”

“네.”

짧은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은 두 손을 꼭 맞잡고 천천히 빛기둥 안으로 몸을 옮겼다.

두 사람이 빛기둥 안으로 들어가자 황금색과 자갈색 화염이 그들의 몸속에서 서서히 퍼져 나오며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모두 막아냈다.

눈부신 빛의 길을 따라 십 분 정도를 걸어가자, 온몸을 짓누르던 압력이 천천히 약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휴…….”

마침내 빛기둥을 빠져나오는 순간, 온몸을 짓누르던 에너지 압력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기둥을 벗어나기 무섭게 이은이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

“조심해요!”

쾅!

이은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드는 것과 거의 동시에 이준의 몸이 잔상을 남기고 사라졌다.

눈 깜짝할 새에 수십 미터를 날아간 이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자신이 서있던 곳을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십여 개의 에너지체가 허공에 둥둥 뜬 채 텅 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너지체……. 게다가 5성 투존 열이라니.”

에너지체들을 바라보던 이준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갔다. 입구에서부터 5성 투존급 에너지체가 10명씩이나 몰려다니다니, 과연 1층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이 위험한 곳이었다.

“주위에 피비린내가 남아있는 걸 보니 누가 고의적으로 저들을 유인한 것 같아요.”

이은이 빠르게 이준 옆에 나타나 주위를 둘러싼 에너지체를 바라보며 말했다.

“혼야의 짓이겠지.”

이준이 말했다. 천상무덤에 들어온 사람들 중 이런 짓을 벌일만한 자는 이은에 의해 중상을 입은 혼야와 혼려 뿐이었다.

“두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있어?”

“아뇨. 여우같은 놈들이라 에너지체를 여기로 유인시켜 놓고 멀리 도망갔을 거예요.”

이준의 질문에 이은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우선 이 녀석들을 처리하는 게 좋겠어요. 그렇지 않으면 이곳에 있는 피비린내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체가 몰려올 거예요.”

“그래. 속전속결로 끝내버리자.”

이준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말을 마친 두 사람은 동시에 발을 구르며 전속력으로 에너지체를 향해 돌진했다.

* * *

전투가 시작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이준과 이은은 열 개의 에너지 체를 모두 정리하는데 성공했다. 그들의 손에는 엄지손톱만한 수정체 10개가 들려있었다.

“피비린내가 동쪽에서 사라졌어요. 혼야와 혼려는 아마 그쪽으로 갔을 거예요. 3층으로 향하는 입구도 그쪽인데……. 어떻게 할까요?”

이은이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따라가자. 그 녀석들을 살려둬선 안 돼.”

이준은 살기로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2층은 1층보다 작으니까 별일 없다면 6개월이면 3층 입구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이은이 말했다.

“가자. 이 에너지 핵은 반씩 나눠서 가는 길에 흡수하자.”

이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이은과 함께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 * *

이준, 이은과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새카만 옷을 입은 두 사람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고 있었다.

“놈들도 2층에 도착했어. 에너지체도 다 처리했고…….”

외팔이가 된 혼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지만 기운은 조금 안정을 찾은 상태였다.

“우선 3층으로 가자. 먼저 네 부상부터 치료해야 해. 이준과 이은이 고족의 다른 놈들과 힘을 합치기라도 한다면 우린 끝이야.”

혼야가 눈썹을 찌푸리며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게다가 3층에 일찍 도착하는 게 우리 계획에도 유리해. 다른 녀석들이 도착하길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몰살시키는 거지. 큭큭.”

“좋아. 내 팔을 이렇게 만든 대가를 받아내야지.”

혼려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섬뜩한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가자. 우릴 따라올 수 있나 궁금하네.”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은 곧바로 검은 안개를 흩뿌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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