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4화. 천상무덤으로
독각마수 위에 올라탄 이은은 환하게 웃으며 이준 일행과 대화를 나눴다.
“천상무덤 안은 아주 위험해요. 그 곳에는 옛 강자들이 아주 많이 묻혀있거든요. 영혼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들의 에너지가 생전의 모습을 한 채 돌아다니고 있어요. 심지어 살아있을 때 사용하던 무투기까지 사용할 수 있죠.”
천상무덤에 대해 설명하던 이은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졌다.
“그러니 아주 강한 에너지체를 만나게 되면 최대한 도망치는 게 좋아요. 살아있을 때 아주 강한 실력을 가졌던 강자들은 심지어 지력도 그대로 남아있다고 했어요.”
‘죽은 사람이 환생한 건가…….’
이은의 말을 듣던 이준은 말없이 생각에 빠졌다. 8대 세력의 강자들이 앞다퉈 들어가고 싶어 하는 데는 확실히 그만한 이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천상무덤은 모두 3층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1층에 있는 에너지체는 대부분 3성 투존 이하의 강자들이고, 의식 없이 떠다니고 있어 그렇게 위험하지 않아요. 2층에 있는 에너지체는 3성에서 8성 사이의 투존들이라 꽤 까다롭지만, 진짜 문제는 3층이에요. 그곳에는 투존 최고급 강자들, 심지어 투성 계급의 강자들까지 존재하니까요.”
“그럼 이현 조상님의 무덤도 3층에 있는 건가?”
이준이 물었다.
“3층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그곳은 우리 고족 사람들도 잘 들어가지 않을만큼 위험한 곳이에요.”
“이렇게 골치 아플 줄이야…….”
이준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무덤 안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3층에서도 가장 안쪽이라니. 확실히 위험한 냄새가 풍겼다.
“괜찮아. 우선 천상무덤으로 들어가서 다시 얘기하자.”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독각마수가 산맥 깊은 곳에 도착했다.
* * *
10분 정도 지났을 무렵, 독각마수가 드디어 험준한 산골짜기에 멈춰 섰다. 그들이 도착한 곳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던 이준의 눈에 검은 옷을 입은 세 사람이 음산한 기운을 퍼뜨리며 허공 위에 떠있는 것이 들어왔다.
“혼야…….”
그들을 발견한 순간, 이준의 주먹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이준 오라버니, 가장 앞에 서있는 저 사람을 조심하세요. 혼야라는 자인데, 혼족의 젊은 강자들 중에서도 손에 꼽는 강자예요. 이번에 천상무덤으로 들어갈 사람도 분명 혼야일 거예요. 천상무덤에서 마주친다면 절대로 방심해서는 안돼요.”
이은이 이준의 귓가에 조용히 속삭였다.
“응. 이미 만난 적이 있어.”
이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 역시 혼야가 고요한과 비슷한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진작부터 느끼고 있었다.
“동남쪽에 있는 저 사람들은 모두 약족 사람들이에요.”
“응?”
이준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이은이 말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이마에 호리병이 그려진 강자들이 줄줄이 선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동쪽에 있는 사람들은 뇌족(雷族)이에요. 장천수 선생님이 바로 오늘의 지휘자죠. 하지만 선생님이 들어가실 일은 없을 거예요. 천상무덤에 들어가는 것은 모두 뇌족의 젊은 강자들이에요.”
이어지는 이은의 설명에 이준은 다시 눈을 돌려 이마에 번개 모양 각인이 새겨져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염족 사람들은 만나봤고, 서쪽에 있는 사람들은 석족(石族) 사람들이에요. 육체가 아주 단단해 최고급 마수에 필적할만한 육체를 가지고 있죠.”
서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이마에 바위 그림을 새긴 회백색 피부의 강자들이 굳은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석족에서는 두 사람 밖에 들어가지 못할 거예요.”
이은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천지가 격렬하게 흔들리며 방대한 에너지가 허공에서 천천히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천상 무덤이 열리고 있어요.”
이은은 갑자기 어둠이 드리우기 시작한 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콰앙!
허공에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지더니 허공 위에 새카만 균열이 생겨났다. 곧이어 까만 균열에서 눈부신 은빛 섬광이 터져 나오더니 족히 백 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공간의 문이 솟아나났다.
“이게 바로 천상무덤의 문이군…….”
이준이 허공에 우뚝 서있는 대문을 바라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고풍스러운 대문에서 풍기는 에너지에 이준은 자신의 영혼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여러분, 각 세력마다 단 두 사람만 천상무덤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알고 계실 겁니다.”
공간을 가르고 나타난 통현 장로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의 말에 모든 사람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각 세력마다 단 2명만이 천상무덤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규칙이 정해져 있었지만, 천상무덤을 수호하고 있는 고족은 훨씬 더 많은 수의 젊은 강자들이 그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번만 해도 무려 다섯이나 되는 고족의 강자들이 천상무덤에 들어가기로 되어 있었다.
“오라버니. 따로 들어가면 흩어질 수 있으니 함께 들어가요.”
이은이 고개를 돌려 이준을 향해 말했다.
“응.”
이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은과 함께 들어간다면 확실히 여러모로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콰광!
그때, 거대한 공간의 대문에서 갑자기 커다란 소리가 들려오더니 눈을 뜰 수 없을만큼 밝은 빛이 터져 나왔다.
“참가자가 정해졌다면 천상무덤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시오. 단, 천상무덤 안에 머물 수 있는 기간은 딱 3년 뿐이오. 3년 후에는 천상무덤이 여러분들을 자동으로 제거시킬 것이오.”
대문의 문이 열리자 통현 장로가 다시 입을 열었다.
‘3년이면 외부세계에서는 반년이군.’
이준은 머릿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3년 동안 최고의 수련 장소로 손꼽히는 천상 무덤에서 수련을 하게 된다면 바깥 세계에서는 상상도 못할 수확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 커다란 대문이 입을 벌리며 그 안에서 짙은 에너지를 머금은 안개가 흘러 나왔다.
쉭!
곧이어 숲 속에서 칼로 바람을 베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네 개의 그림자가 그대로 대문 안으로 날아들었다.
“고족 사람들인데……. 설마 고진도 들어가는 거야?”
이준이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사람 중 마지막으로 들어간 사람은 틀림없이 고계에 들어갈 때 자신에게 말을 걸어왔던 흑연군의 총령, 고진이었다.
“우리도 갈까요?”
말없이 이준의 곁을 지키고 있던 이은이 물었다.
이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고개를 돌려 아라 일행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천상무덤에 들어가면 적어도 몇 달은 있어야 나올 것 같아. 무슨 일이 생기면 먼저 성운각으로 돌아가 있어.”
“조심히 다녀와.”
아라가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작별 인사를 나눈 이준은 곧바로 이은과 함께 한줄기 빛이 되어 고풍스러운 대문 안으로 사라졌다.
* * *
안개가 자욱한 땅 위에는 오직 적막만이 가득했고, 이따금씩 불길한 기운을 머금은 불빛이 반짝이며 터져 나왔다.
쉭-!
잠시 후,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여기가 천상무덤이야?”
이준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네.”
이은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은 다른 지역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천상무덤의 면적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기 전에 이곳에서 다시 마주칠 수 있을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다.
“천지의 에너지가 고계보다도 짙네.”
이준이 사방에 짙게 깔린 안개를 손으로 휘저으며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에요?”
이준의 손을 잡고 있던 이은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현 선배님의 무덤에 꼭 가보고 싶어. 그러려면 어쩔 수 없이 3층까지 들어가야 하겠지. 하지만 아직 3년의 시간이 있으니까 천천히 가보자. 지금 실력으로는 너무 위험하니까.”
이준의 대답에 이은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준의 성격상 이곳까지 왔는데 이현의 무덤에 가지 않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2층부터 가 봐요. 천상무덤은 너무 넓어서 거기까지 가는 데만 4개월은 걸릴 거예요. 게다가 이곳에서는 천지의 에너지가 너무 짙어 오래 날 수 없으니 시간을 더 넉넉히 잡아야 해요.”
이은이 미소를 지은 채 이준의 몸을 위아래로 훑으며 말했다.
“2층 입구에 도달했을 땐 아마 오라버니도 5성 투존 최고급 레벨이 되어있을지도 몰라요. 운이 좋다면 6성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고요.”
“그렇게 빨리?”
이준이 놀란 토끼눈으로 자신을 바라보자 이은이 피식 웃으며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려 안개를 움켜쥐었다.
그 순간, 짙은 안개가 빠르게 그녀의 몸 안으로 흡수되며 안개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흐릿한 형체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건 에너지체인가?”
에너지체가 가까이 다가오는지 전혀 몰랐던 이준이 놀란 듯 두 눈을 껌뻑이며 물었다.
“네. 저들은 에너지 안개 속에 숨어 있다가 소리 없이 침입자를 공격해요.”
이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튕기자, 안개 속에 숨어있던 에너지체가 일그러지며 주먹만 한 빛 덩어리로 변해 이은의 손으로 날아왔다.
“이건 에너지 핵이에요. 천상 무덤 안에 가득한 순수한 에너지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죠.”
말을 마친 이은은 손에 쥔 빛 덩어리를 가볍게 움켜쥐었다가 주먹을 펴보였다.
그녀의 손 안에 있던 빛 덩어리는 어느새 영롱한 빛을 내뿜는 엄지 손톱만한 수정체로 변해 있었다.
“천상무덤에 있는 에너지 핵은 총 9등급으로 나뉘어요. 제 손에 있는 건 2등급 에너지 핵인데, 그렇게 좋은 건 아니에요. 등급이 높은 에너지 핵들은 천상무덤 1층 깊은 곳이나 더 밑으로 내려가야 있을 거예요. 이걸 손에 쥐고 염력 수련법을 사용해 보세요.”
이은이 에너지 핵을 이준에게 건네며 말했다.
손톱만한 에너지 핵을 붙잡은 이준이 이은의 말에 따라 염력을 흡수하자, 그 안에 담겨있던 농후한 에너지가 빠른 속도로 전신의 혈관을 타고 흘러나갔다.
“대단하네. 어지간한 연금비약보다 더 많은 에너지가 담겨 있어. 게다가 흡수 속도도 훨씬 빨라. 고족이나 혼족 같은 최강의 세력들이 이곳에 집착하는 이유가 있었구나.”
에너지를 모두 흡수한 이준이 손을 펴며 말했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에너지 핵은 이미 가루가 되어 있었다.
수정체 안에 담긴 에너지를 느낀 이준의 눈이 반짝 반짝 빛을 발했다. 이 에너지 핵을 충분히 구할 수만 있다면 넉 달 안에 6성 투존이 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 같았다.
이준의 뒤에 서있던 이은은 만족스러워 하는 이준의 표정을 보며 가볍게 웃음을 짓고는 나비처럼 뛰어 올라 천천히 앞을 향해 날아가며 말했다.
“가요, 오라버니. 3년 동안 우리 둘 중 누가 에너지 핵을 더 많이 모을 수 있을지 내기라도 해볼까요?”
* * *
적막만이 가득한 천상무덤 안의 이공간, 갑자기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지며 두 개의 흐릿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두 사람의 주위에는 십 여 개의 에너지체가 사방으로 강렬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시작하자!”
주변을 에워싼 에너지체를 바라보던 이준이 큰소리로 외치며 앞으로 몸을 날렸다.
이은 역시 그의 뒤를 따라 번개처럼 몸을 날리며 에너지체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쿵쿵!
곧이어 낮은 폭발음이 사방에 울려 퍼지며 짙게 깔려있던 안개들이 빠르게 흩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