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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661화 (661/818)

661화. 신격 혈통

고요한은 결국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달갑지 않은 눈빛으로 이준을 바라보았다.

“내가 졌어!”

“고요한이 패배를 인정하다니…….”

광장 주변은 여전히 조용했고 고족 사람들은 모두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고족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뽑히는 고요한이 망한 이족의 후손에게 처참하게 졌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 것이었다.

“이럴 수가…….”

임혁과 영천 역시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준이 경험한 것들은 고요한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그리 놀라운 결과는 아니야. 너희들도 다신 저 녀석에게 시비 걸지 않는 게 좋아.”

고진은 당당하게 우뚝 서있는 이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의 말에 임혁 등 사람들은 입이 들썩거렸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고요한도 이준의 손에 지고 말았는데, 다시 찾아갔다간 호랑이굴에 제 발로 들어가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고진은 씩 웃었다. 그때 갑자기 시선을 빠르게 돌려 광장과 멀리 떨어져 있는 거대한 숲속을 쳐다봤다. 그리고 그곳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그의 눈에 빛이 반짝거렸다.

* * *

“끌끌. 대파괴의 손가락을 사용하고 나서도 패배하다니. 고요한, 충격이 꽤 크겠어. 우리가 이준을 만만하게 봤군.”

고진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거대한 나무들이 하늘을 뚫을 것처럼 솟아있었다. 그 꼭대기에 서있는 세 명 중 은색 의복을 입은 한 남자가 하늘을 바라보며 씩 웃었다.

“확실히 강하군. 만약 고요한과 같은 레벨이었다면 더 빨리 끝났겠어.”

다부진 몸을 가진 남자의 목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졌다. 보기엔 조금 어수룩해보였지만 그에게서 퍼져 나오는 기운은 대지처럼 무겁고 웅장했다.

“저 녀석도 8성 투존이 된다면 우리 두 사람으론 상대하기 어려울 거야.”

부드러운 목소리가 가장 앞에 선 채 청색 옷을 입은 남자에게서 울려 퍼졌다. 의젓한 느낌을 주는 얼굴을 가진 그 남자의 기운은 가장 약했지만 세 사람 중 가장 앞에 서있었다.

“그럼 큰형은?”

은색 의복을 입은 남자가 시선을 돌리며 웃었다.

“아마 둘 다 쓰러지겠지.”

청색 옷을 입은 남자가 씩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 애매모호한 대답에 건장한 남자와 은색 의복을 입은 남자는 살짝 움찔했다.

“겉으론 평온해보이지만 속에는 누구보다도 날카로운 힘이 숨겨져 있어. 그 힘은 분명 생사의 갈림길을 수도 없이 경험하며 만들어진 걸 거야.”

청색 옷을 입은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

“이은의 일은 앞으로 신경 쓰지 마. 만약 이은을 건드리기라도 한다면 누구도 도망칠 수 없을 거야.”

“쳇! 먼저 나서지 않길 잘했어.”

그의 말에 은색 의복을 입은 남자와 건장한 남자는 픽, 하고 웃었다.

“맞다, 큰 형. 테스트하러 갈 필요 없는 거야?”

청색 옷을 입은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미 했어.”

“엥? 결과는 어때?”

그의 말에 뒤에 있던 두 사람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

“아슬아슬하게 9품 혈통을 넘었지.”

청색 옷을 입은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그의 이마에는 여러 가지 색이 오색찬란하게 빛나는 족문이 새겨져 있었다.

“헉! 9품……?”

두 사람은 부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혈통 등급도 이은을 곧 따라잡겠는 걸?”

그들의 말에 청색 옷을 입은 남자는 고개를 저으며 멀리서 보이는 이은을 바라보곤 중얼거렸다.

“그렇게 쉬운 줄 아냐. 이은의 혈통은 고족 역사 이래 가장 완벽한데…….”

순간 두 사람은 무언가 생각난 듯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설마……. 아니지?”

* * *

“좋다. 시합이 이미 끝났으니 이준과 고요한은 모두 내려가거라.”

통현 장로는 이준과 고요한을 향해 내려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의 말에 이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통현 장로에게 인사를 올린 뒤 고요한은 쳐다보지도 않고 의석으로 돌아갔다.

두 사람 모두 의석으로 돌아가자 통현 장로는 망신창이가 되어버린 광장을 원상태로 되돌렸다.

“성인식은 이제 내가 진행하도록 하겠소.”

통현 장로의 말에 고겸익 등 장로는 흠칫하다 무언가 알아차렸는지 놀란 눈으로 허리를 숙이고 급히 후퇴했다.

그러자 통현 장로는 하늘에서 서서히 내려와 미소를 지은 채 특수 구역 안에 있는 여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은. 네 차례다.”

통현 장로의 말에 모든 시선이 전부 고족의 진주, 이은에게로 집중되었다.

“이준 오라버니. 괜찮아요?”

하지만 이은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의석으로 돌아온 이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괜찮아. 염력을 너무 많이 소모해서 그래. 좀 쉬면 괜찮을 거야.”

이준은 웃으며 말했다. 이준은 고요한을 이기고 난 후 자신을 바라보는 고족 사람들의 눈빛이 조금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이은은 이준의 입가에 묻은 혈흔을 아무 말 없이 닦아주었다. 하지만 그의 눈에선 여전히 분노가 일렁이고 있었다. 이준이 승리하긴 했지만 막판에 아무도 모르게 파멸의 불연꽃을 모으지 못했다면 최소 중상은 입고 말았을 것이다.

‘오늘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고요한, 다음에 내 손에 걸리면 너도 똑같은 고통을 맛보게 될 거야.’

이은은 주먹을 꽉 쥐며 생각했다. 그러고 나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나비처럼 사뿐히 날아 광장 안에 착지했다.

통현 장로는 차갑게 식은 이은의 얼굴을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휴. 네 우수한 실력과 지위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게 당연하다는 걸 너도 잘 알 것이다. 게다가 이준도 이런 고난을 헤쳐나가야 고족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않겠느냐.”

“이게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네요.”

이은이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라. 이준이 실력으로 자신을 증명해 보였으니 앞으로 누구도 쉽게 시비 걸 수 없을 게다.”

통현 장로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잠시 후, 그가 손을 앞으로 뻗자 커다란 원반이 앞에 나타났다.

“이은. 시작하자.”

이은은 천천히 앞으로 나와 원반 위에 손을 올린 후 눈을 감았다.

그때, 그녀의 손에서 빛이 반짝이기 시작하더니 원반 위에 별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광장 안을 지켜보던 수많은 사람들은 원반 위에 별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심장이 강하게 쿵쾅거렸다.

원반 위에 등장한 별들이 점점 많아질수록 환호성 역시 하늘이 떠나갈 정도로 점점 더 커져갔다. 게다가 숨겨져 있던 강한 기운도 전해지는 것으로 보아 얼굴을 드러내지 않은 고족 강자들도 모두 광장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 같았다.

수많은 사람들이 바라보는 가운데, 원반 위에선 여덟 번째 별이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시 밝은 빛이 반짝이며 별 하나가 또 나타났다.

“9성, 9품 혈통!”

아홉 번째 별이 반짝이나 모든 고족 사람들은 찬 공기를 들이마셨고, 고산, 고겸익 등 실력이 출중한 강자들도 눈도 깜빡이지 않은 채 흥분한 눈빛으로 원반 위를 바라보았다.

9품 혈통은 바로 고족에서 투성이 될 잠재력을 가진 사람이 나타날 것이라는 뜻이다.

아직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데에 불과하지만 충분한 시간만 주어진다면 새로운 투성이 정말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세상에서 최고를 상징하는 존재인 투성은 고족과 같은 막강한 세력에서도 보기 어렵다.

“역시 9품 혈통이야. 이은의 피는 누구도 따라갈 수 없어…….”

숲속에서 이를 지켜보던 은색 의복을 입은 남자도 부러움 섞인 목소리를 내뱉었다.

“아직 끝나지 않았어. 9품 밖에 되지 않는다면 저 영감들도 전부 이곳에 모이지 않았을 거야.”

청색 옷을 입은 남자가 말했다. 그의 말에 은색 의복을 입은 남자와 건장한 남자 모두 놀란 눈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때, 원반 위에 나타난 아홉 번째 별이 점점 더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9품 최고급…….”

통현 장로는 눈이 부실 정도로 밝게 빛나는 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언제나 일렁이지 않던 그의 심장은 점점 더 빠르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은의 손이 갑자기 떨리더니 팔이 투명해지면서 혈관을 타고 빠르게 흐르는 혈액 속에서 금빛 반점이 반짝반짝 거리는 게 보였다.

쉭!

금빛 반점이 점점 짙어지면서 이은의 팔 전체도 황금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빛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원반이 강하게 떨리더니 작은 틈이 생겨나 전체로 뻗어 나갔다.

“원반도 피의 힘을 버티지 못하고 있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일반 고족 사람들뿐만 아니라 장로들까지도 모두 경악했다. 피의 힘으로 원반을 부셨다는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우웅!

아홉 번째 별 뒤에 생긴 새까만 틈에서 갑자기 황금빛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그러자 광장에 또다시 짙은 적막이 깔렸다. 심지어 하늘 위를 맴돌던 숨겨진 기운도 멈춰 섰다.

그때, 황금빛이 빠르게 사방으로 뻗어 나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엄지손가락 크기로 작아졌다. 그렇게 한참 뒤, 조금 어두운 별이 원반 위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펑!

열 번째 황금빛별이 나타나는 순간, 원반은 결국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황금색 빛기둥이 이은의 손에서 하늘 높이 솟아났다.

“열 개……신격 혈통!!”

모든 사람들이 넋을 놓은 채 하늘 높이 솟아오른 황금색 빛기둥을 바라보았다. 이은의 피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위압감에 그들은 견디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이준은 무릎을 꿇은 채 하늘을 바라보는 고족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일부 장로들과 강자들은 무릎을 꿇지 않았지만 허리를 숙인 채 차마 황금색으로 빛나는 이은을 쳐다보지 못했다.

“정말 대단한 아이야……신격 혈통이라니. 고족이 큰 복을 얻었구나.”

장천수는 부러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뇌족의 사람으로서 신격 혈통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하, 이은이 얼마나 무서운 여자인지 이제 알겠지?”

거대한 나무 위, 청색 옷을 입은 남자는 빛기둥을 바라보다 넋은 놓고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신격…….”

은색 의복을 입은 남자와 건장한 남자는 모두 씁쓸해졌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현실이 되자 전혀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격 혈통은 천 년 동안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는데…….

하늘로 솟아 오른 금색 빛기둥은 한참이 지나서야 서서히 흩어지면서 이은의 몸속으로 돌아왔다. 이때, 그녀는 천천히 두 눈을 뜨고 통현 장로를 바라보았다.

“진짜 신격 혈통이라니…….”

통현 장로는 격앙된 목소리로 중얼거리다 겨우 이성을 되찾고 이은을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고 두 손을 맞댄 후 오색찬란한 광택이 번쩍이는 용붓을 이은에게 내밀었다.

한편, 그 용붓을 바라보던 장천수는 숨을 푸, 내쉬며 중얼거렸다.

“황제의 붓……. 고족에서 천 년 동안 한 번도 사용되지 않은 물건을 오늘 드디어 꺼내는 건가…….”

칠채금 용붓을 공손히 들어 올린 통현 장로는 매우 감격스러웠다. 고족에서 천 년 동안 사용되지 않은 황제의 붓을 드디어 개봉하는 순간이다.

“이은아…….”

통현 장로가 황제의 붓을 세게 쥔 채 이은을 바라보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

그때, 통현 장로는 몸에서 하늘을 삼킬 것 같은 강한 기운이 터져 나오자 진지한 표정으로 황제의 붓을 강하게 쥐고 신비로운 궤도를 빠르게 그려냈다. 그렇게 이은의 이마에 다른 강자들보다 수십 배는 더 반짝거리는 칠채금 족문이 나타났다.

‘천 년 동안 어느 누구도 이 붓을 들지 못했는데, 역시 투성이 아니고서야 이 염력 소모 속도를 절대 견뎌내지 못하겠어.’

통현 장로는 염력이 몸속에서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온 정신을 붓끝에 집중해 완벽한 궤적을 그렸다.

쉬쉭!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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