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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659화 (659/818)

659화. 최고 강자의 결투

화련이 가진 섬뜩한 에너지와 열기에 자리에 있던 모든 강자들이 눈을 크게 뜨며 이준을 바라봤다. 이 정도 위력이라면 8성 투존이라 해도 결코 무사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이준은 여전히 긴장을 놓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화염 폭풍을 바라보고 있었다. 화련의 위력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고족의 4대 수장 중 하나인 고요한 이 이렇게 쉽게 무너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쿵!

아니나 다를까, 화염 폭풍이 강하게 떨리더니 또다시 서늘한 냉기가 터져 나오며 온 하늘을 뒤덮었다.

“이미 멸망한 이족의 후예가 이 정도 실력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하지만 내 상대가 되기에는 부족하다.”

쾅!

그때, 화염 폭풍이 하늘을 집어삼킬 듯한 굉음과 함께 폭발하며 불파도가 퍼져 나왔다. 사방으로 뻗어 나간 불파도가 염력 장막에 강하게 부딪히면서 장막은 금방이라도 깨질 것처럼 크게 흔들렸다.

확산된 불파도는 이준과 가까워지자 저절로 사라졌다. 이준은 화염 폭풍이 터진 곳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그곳에서 얼음 염력을 퍼뜨리고 있는 고요한이 허공을 밟으며 사람들 앞에 천천히 나타났다.

고요한의 몸은 두꺼운 얼음으로 가득 덮여있었다. 그리고 그 얼음 위에 불빛이 회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신기한 얼음갑옷으로 화염폭풍의 충격을 모두 막아낸 것 같았다.

고요한은 반짝반짝 빛나는 긴 창을 손에 쥔 채 허공 위에 떠있었다. 얼음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냉기가 가득한 긴 창 역시 신기한 금속으로 만들어진 듯했다.

“오늘 누가 바로 최고 강자인지 똑똑히 알려주지! 네 실력으론 어림도 없다.”

“만수의 창!”

이때, 고요한은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처럼 순식간에 이준 머리 위에서 나타나 손에 든 긴 창을 휘둘렀다. 그러자 창의 잔영 속에서 수많은 마수들의 포효소리가 매서운 강풍이 되어 이준을 향해 사정없이 전해졌다.

‘살기가 엄청난 걸.’

눈빛이 살짝 떨린 이준은 염력을 분출시키면서 검은 송곳을 빠르게 휘둘러 강풍을 거의 다 받아냈다. 하지만 강한 충격이 전해질 때마다 이준의 발이 닿아있는 땅엔 기다란 균열이 점점 생겨나다 발자국이 깊게 박혔다.

“만수의 창, 마수왕의 포효!”

이준의 철통 방어에 고요한은 여전히 차가운 얼굴로 인결을 바꿔 잔영을 빠르게 모았다. 그러자 긴 창에서 염력이 홍수처럼 터져 나와 순식간에 마수의 환영을 만들어냈다.

그때 고요한은 긴 창을 앞으로 휘둘러 번개처럼 빠르게 이준의 목을 찔렀다.

마수의 환영이 공격해오자 이준은 영혼의 힘을 모조리 터뜨려 마수 환영 속에 숨겨진 고요한의 필살기를 찾아내 검은 송곳으로 강하게 내리쳤다.

챙!

이준이 텅 빈 허공에 검은 송곳을 휘두르자 수많은 사람들이 이준이 실수했다고 생각했지만, 보이지 않던 희미한 창이 튀어나와 검은 송곳과 강하게 부딪혔다.

“하!”

고요한은 순간 멈칫하다 이내 픽, 하고 웃으며 긴 창에 손바닥을 내리쳤다. 그러자 그 얼음창은 팽이처럼 고속으로 회전하기 시작하면서 바람 가르는 소리를 퍼뜨렸다.

“어림없지!”

고속으로 회전하던 창은 검은 송곳에 강하게 부딪히는 순간 다시 빠르게 회전하며 강한 힘을 터뜨렸다. 그러자 이준의 손에 있던 검은 송곳이 그대로 날아가 버렸다.

“죽어라!”

검은 송곳이 날아가자 고요한은 독수리 같은 갈퀴 장풍을 이준의 가슴팍에 날렸다.

하지만 고요한의 공격에 전혀 피하지 못한 이준의 가슴팍에는 결국 고요한의 날카로운 갈퀴 장풍이 박히고야 말았다.

쫘악!

갈퀴 장풍이 이준의 옷에 닿는 순간 그대로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챙챙챙!

강한 장풍이 이준의 나체 위에 박히는 순간, 이상하게도 청량한 금속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이유는 바로 이준의 몸을 가득 감싸고 있는 금색 비늘 갑옷이 고요한의 공격을 모조리 막아냈기 때문이었다.

“이건 전설의 용족의 ‘용비의’?”

이준의 몸에 전설의 용족이 갖고 있는 방어 공법이 심어져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용비의도 8성 투존의 공격을 막을 순 없지 않나?”

그들은 조금 의심이 되었다. 용비의의 방어력이 강하다 해도 8성 투존의 공격을 막기엔 쉽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준이 가진 용비의가 용족 내에서도 방어력이 최강인 전설의 ‘용황갑옷’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이준은 전력을 다해 자신에게 달려는 고요한을 바라보다 발을 강하게 굴렀다.

“대지별꽃!”

이준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고요한이 밟은 땅이 갑자기 솟아나면서 뜨거운 용암이 화산처럼 분출되어 고요한의 몸을 덮쳤다.

쾅!

엄청난 충격에 고요한은 그대로 멀리 날아가 버렸지만, 이준은 쉬지 않고 바닥을 강하게 굴렀다. 그러자 광장을 가득 채운 뜨거운 용암 불기둥은 불꽃처럼 솟아나 고요한의 몸을 강타했다.

“이화를 땅 속으로 넣어 몰래 기습하다니. 고요한보다 실력은 낮지만 전투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구려.”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불기둥을 바라보던 일부 고족 사람들은 놀란 얼굴로 넋을 놓고 있었다. 고족이 다른 종족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당하는 걸 처음 봤기 때문일 것이다. 이족, 역시 보통 사람들이 아니다.

용암의 강한 힘을 계속 받아내면서 고요한은 점점 지쳐갔다. 사실 용암이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숨겨져 있는 무시무시한 힘이 문제였다. 이 힘이 그의 몸에 닿는 순간, 그의 몸속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개 같은 놈. 저리 꺼져!”

결국 참다 터져버린 고요한은 소리치며 두 손을 아래로 내리쳤다. 그러자 얼음의 힘이 터져 나와 용암 기둥을 박살 내버렸다.

물결처럼 퍼져 나가는 얼음의 힘을 바라보던 이준은 하늘 위로 올라가 분결을 빠르게 회전시켰다. 그러자 천지 전체에 있는 에너지가 쏴아, 하는 소리와 함께 이준의 몸으로 마구 스며들었다.

“천상계 공법이잖아!”

이준이 에너지를 흡수하기 시작하자 많은 사람들의 동공이 빠르게 수축했다.

“너만 천상계 공법이 있다고 생각하나?”

“고성의 힘, 천지 흡수!”

이준이 에너지를 흡수해 소모한 염력을 보충하자 고요한은 피식 웃으며 인결을 빠르게 바꿨다. 그러자 하늘에 먹구름이 드리우며 강한 흡인력으로 에너지를 모두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에너지가 모여 거대한 빛기둥이 되더니 고요한의 몸속으로 모조리 빨려 들어갔다.

“고요한이 고성의 힘까지 쓰게 만들다니…….”

광장 밖에 있던 임혁 등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먹구름을 바라보았다. 이준과의 결투에서 고요한이 식은 죽 먹기로 승리를 차지할 줄 알았는데, 이준을 쉽게 무너뜨리지 못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이준, 무엇이 진정한 고족 천상계 무투기인지 한 번 느껴 보거라!”

먹구름이 하늘을 빼곡하게 채우자, 고요한은 허공에서 이준을 내려다보며 외쳤다.

이준은 굳은 얼굴로 깊은숨을 들이마신 뒤 인결을 빠르게 바꿨다. 그러자 이화가 완전히 터져 나와 4개의 이화로 분리되더니 빠르게 수축해 마수 형태로 변했다.

“오륜이화법(五輪離火法)……!”

그 순간, 의석에 있던 천화존자는 가슴이 쿵쾅거리며 눈빛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그가 아주 왕성할 때, 4종 이화가 없어 이 오륜이화법의 위력을 완전히 시전하지 못했었는데, 이준은 이 조건을 완전히 만족시키지 않았는가!

천상계 무투기와 필적하는 이화대진이 드디어 오늘 그 빛을 완전히 발하게 되었다.

4종 이화가 나타나는 순간 하늘은 순식간에 건조해지기 시작했지만 이곳에 있는 강자들은 머리에 땀방울도 맺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 역시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기 힘든 이화가 이준의 손에 네 개나 있으니 말이다.

“구름 불꽃?”

장천수는 이준 주위를 맴돌고 있는 화염을 바라보며 경악한 듯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구름 불꽃은 장천수가 봉인을 설치했기 때문에 아주 익숙한 이화였다. 그저 천년의 탑에 봉인해둔 이화가 이준의 손에 있다는 게 놀라울 뿐이었다.

* * *

“4종 이화라니……어떻게 이럴 수 있지? 이화들이 폭발할지도 모르는 두려움도 없는 건가?”

늘 헤벌쭉 하게 있던 염족 사람 역시 깜짝 놀라 하늘에 떠있는 4종 이화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대지의 불꽃, 구름 불꽃, 얼음불꽃의 정수, 별의 불꽃…….”

화현의 시선은 한참 동안 하늘에 고정되어 있었다. 잠시 후, 깊은숨을 들이마신 그의 눈에는 여전히 놀라움이 섞여있었다. 염족의 사람으로서 화염, 특히 이화에 아주 민감한 그들도 4종 이화밖에 모으지 못했는데, 이준은 혼자서 4종 이화를 모두 가지고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공법엔 이화를 융합시키는 효과가 있어. 전에 시전 했던 그 화염은 분명 4종 이화를 융합해 만든 것일 거야. 우리 염족의 핵심공법 ‘화제현전(火帝玄典)’도 이런 효과는 없을 거야.”

면사로 얼굴을 가린 담홍색 옷의 여자도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 남자, 역시 겉으로 보는 것과 전혀 달라…….”

* * *

“기이한 공법에 이렇게 많은 이화까지……이준, 정말 놀랍다니까.”

광장 한편에서 이마에 호리병 문양이 새겨진 남자가 하늘 위에 떠있는 이준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약족인 자신도 아주 오랜 고생 끝에 이화를 계승 받았는데, 약족이 버린 사람의 제자가 무려 4개나 갖고 있다니!

“이화를 4개나 갖고 있으면서도 멀쩡한 걸 보면 분명 수련 공법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을 거야. 기회가 된다면 저 녀석을 잡아 공법과 이화를 가져와야겠어. 저 공법과 이화를 모두 뺏으면……흐흐, 약족 장로는 나의 자리가 되겠지.”

혼자 중얼거리며 이준을 바라보던 그의 눈빛이 점점 뜨겁게 타올랐다.

* * *

4종 이화가 나타나면서 부러움과 질투, 기쁨과 탐욕 등 수많은 감정이 섞인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이준을 향했다.

“네 몸에 4종 이화가 있을 줄 몰랐군. 하지만 그게 네 필살기라면 게임은 아마 이쯤에서 끝날 것 같구나!”

고요한은 4종 이화를 바라보며 흠칫 놀랐지만 이내 차갑게 웃으며 두 손을 휘둘러 인결을 그렸다. 그러자 하늘에서 엄청난 바람 소리가 한 순간에 멈춘 것처럼 하늘을 가득 채운 먹구름도 모두 멈춰버렸다. 그 순간, 소멸의 기운이 고요한의 몸에서 서서히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생기를 모두 잡아먹을 듯한 소멸의 기운을 느낀 사람들은 모두 표정이 굳어버렸다.

“고요한이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오다니……. 이준, 이 점은 참 대단하군.”

조금 전까지 성인식을 진행하던 세 장로는 하늘 위에서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세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울려 퍼지더니 염력이 남김없이 터져 나와 광장의 염력 장막을 더 두껍게 만들었다.

“이건 대파괴의 힘이잖아……!”

이은의 동공이 빠르게 수축했다. 고요한이 승리를 위해 이 무투기를 꺼내들 거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대파괴의 힘은 이은도 수련한 적이 있었는데, 생기를 모두 파괴시키는 그 위력을 아직까지도 잊지 못한다.

“고요한이 이 무투기를 시전하게 만든 것만으로 이준은 이겼다고 할 수 있네. 이준이 여기서 물러난다 해도 고족 사람들은 뭐라 할 이유가 없을 게다.”

미소를 띠고 있던 장천수는 웃음을 거두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소용없어요. 이준은 물러설 애가 아니거든요.”

아라는 하늘 위에 있는 이준을 주시하며 말했다.

“둘 다 쓰러진다고 해도 이준은 한 걸음도 물러나지 않을 거예요.”

“꺾일지언정 굽히진 않는 아이구나! 독하군. 걱정 말거라. 정말 그렇게 된다면 내가 나설 터이니.”

장천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준의 실력이든 성격이든 모두 그의 맘에 쏙 들었다. 서천우의 말은 역시 거짓이 아니었다.

“천상계 무투기인가‥….”

이준은 온몸의 생기가 모두 사라지고 있는 고요한을 바라보며 표정이 굳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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