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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647화 (647/818)

647화. 5성 투존

“이 용황 갑옷은 평상시에는 피부 아래에 숨어있다가 자네가 원하는 순간 나타나 자네를 지켜줄 것이네.”

촉이 장로의 설명에 이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자 피부 위로 드러나 있던 자금색 용비늘이 빠르게 피부 속으로 스며들더니 차가운 느낌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자, 제법 빠르게 용비의를 제어할 수 있게 되었다.

“아, 참. 예린이는요?”

“허허, 그 아이의 몸에는 가장 흉악하다고 소문난 머리 아홉 달린 하늘뱀의 영혼이 들어있더구나. 지금은 뱀의 눈으로 그 흉악한 놈을 지배할 수 있지만 그 하늘 뱀이 힘을 회복하면 그녀를 완전히 지배해버리고 말 것이다.”

“네……?”

촉이 장로의 말에 이준이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뱀의 눈으로 지배할 수 없는 마수가 있단 말인가?

“허허, 걱정말게. 그래도 자네의 친구이니 우리가 도와줘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자네가 혼수상태에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용의 무덤으로 데려가 수련을 시켰다네. 그 곳에서는 고대 하늘 뱀이라 해도 함부로 날뛸 수 없으니, 자네 친구가 완전히 하늘 뱀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야.”

촉이 장로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일단 그 영혼을 완전히 제압하고 나면 아주 손쉽게 그 힘을 모두 흡수할 수 있을 것이네.”

이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당분간은 고룡도에 더 머무는 것이 좋겠네요. 이 곳에 있는 동안 또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용황 대인께서 자네를 아주 극진히 대접해주라고 하셨네. 그러니 걱정말고 편히 머무르다 가게나. 곧 우리 동룡도의 장로들도 용황대인을 뵙기 위해 모두 돌아올 것이니 다시 다른 고룡도의 강자들이 쳐들어온다 해도 걱정할 필요가 없네.”

촉이 장로가 한결 가벼워진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그들이 있다면 삼대용왕이 찾아와도 동룡도는 안전할 것이네.”

용족의 최고 강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이준은 저도 모르게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영혼의 궁전과 맞먹거나 그 이상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용족의 강자들이라면, 진정한 의미에서 투기 대륙의 정점에 선 투사라고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 촉이 장로님. 동룡도 밖에 있는 허공 안에 번개를 모아둔 곳이 있습니까?”

이준이 갑자기 질문을 던졌다. 천명종 강자와의 전투에서 종잇장처럼 찢겨버린 하늘 요괴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번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 7레벨, 8레벨 연금비약을 만들어 비뢰를 부를 수는 없었으니, 하늘에 있는 번개를 이용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이준의 말에 촉이 장로는 한참 동안 곰곰이 생각하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번개가 모인 곳이라면 동룡도 부근에 하나 있네.”

새까만 공간에 갑자기 거대한 빛이 나타나 기이한 파동을 퍼뜨리며 번개처럼 날아갔다.

그 빛의 주인공은 바로 거대한 흑색 용이었다. 거대한 용의 등 위에는 이준이 올라타 있었다.

“용족의 힘은 정말 대단하구나. 어떻게 이렇게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지?”

이준이 양쪽으로 넓게 뻗은 공간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최고급 투존 강자라 해도 혼자서 이런 공간 통로를 만들 수는 없었다. 심지어 무리해서 공간 통로를 만들었다가는 공간 통로가 무너져 내리며 갈기갈기 찢겨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얼마 안 가면 셋째 장로님이 말씀하신 번개의 못에 도착할 것이네.”

그 때, 거대한 용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흑룡의 정체는 바로 본 모습을 드러낸 흑치웅이었다.

“예.”

촉이 장로가 말한 번개의 못이란 번개 속성의 천지 에너지가 응집되는 장소로, 용족이 아니라면 감히 접근조차 할 수 없는 위험천만한 장소였다.

말을 마친 흑치웅이 거대한 꼬리를 허공에 내리치자, 뇌성이 울려 퍼지며 그의 몸이 더욱 빠른 속도로 공간 통로를 가르고 날아갔다.

* * *

쉭!

본 모습으로 돌아간 흑치웅이 제 속력을 내니 엄청난 바람에 의해 이준은 눈조차 뜰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한참이 지나 흑치웅이 속도를 낮추자, 아주 먼 곳에서 은색 빛이 끊임없이 번쩍이는 것이 보였다.

“이제 도착한 건가‥….”

이준은 용의 머리 위에서 천천히 일어나 점점 가까워지는 은빛 호수를 바라보았다.

이준의 눈앞에 나타난 건 천 미터가 넘는 거대한 호수였다. 하지만 그 호수 안에는 물이 아닌 번개가 가득했다.

“정말 엄청난 걸…….”

호수 위에 휘몰아치는 번개를 바라보던 이준의 등 뒤에서 한줄기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번개의 못 안에 담긴 번개의 힘은 자신이 연금대회에서 만들어냈던 비뢰보다도 훨씬 더 강력해 보였다.

“어떻게 하겠나? 이곳에서 수련을 할 셈인가?”

흑치웅이 광활한 번개 호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이라면 하늘 요괴가 받은 부상을 완전히 회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요괴를 최상급 하늘 요괴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몰랐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이준의 손에는 그의 명령에 절대 복종하는 11명의 투존 강자가 생기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흑치웅 형님, 그럼 전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무슨 일이 생긴다면 신호를 보내겠습니다.”

이준이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자신의 등 뒤에서 훌쩍 뛰어내리자, 흑치웅은 못 당하겠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 수련이 모두 끝날 때까지 이곳 밖을 지키고 있을 테니, 무슨 일이 생긴다면 곧바로 신호를 보내게.”

“하하, 감사합니다, 흑치웅 형님.”

말을 마친 이준은 곧바로 천지의 불꽃으로 자신의 몸을 감싼 뒤 터벅터벅 번개의 못으로 걸어 들어갔다.

은빛 호수에 발이 닿는 순간 수 만 개의 번개가 이준의 몸을 덮쳤지만, 천지의 불꽃에 닿자마자 안개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다.

이준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거대한 흑룡은 다시 건장한 남자의 모습으로 변해 가만히 그를 기다렸다.

* * *

콰르릉!

끊임없이 귀청을 때리는 번개 소리를 뚫고 호수의 깊은 곳으로 걸어 들어간 이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곳에 멈춰 섰다.

이보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면 천지의 불꽃으로도 번개의 힘을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여긴가…….”

결정은 내린 이준은 자리에 앉아 마음을 가라앉힌 후 하늘 요괴를 소환했다.

11마리의 요괴들은 하나 같이 온 몸 곳곳이 움푹 패여 있었고, 여기저기 갈라진 곳이 가득해 한 눈에 보기에도 상당한 타격을 입은 것을 알 수 있었다.

가볍게 숨을 들이 마신 이준이 팔을 휘두르자, 주위를 메우고 있던 번개들이 자석처럼 끌려와 요괴들의 몸을 마구 두드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수천, 수만 줄기의 번개가 내리치며 찌그러지고 갈라져 있던 하늘 요괴의 몸이 빠른 속도로 제 모습을 되찾기 시작했다.

오색단뢰보다는 조금 느렸지만, 이 정도 번개 에너지를 구할 수 있는 곳은 번개의 못 외에는 없을 것 같았다.

“이 속도라면 6개월 안에 완전히 회복할 수 있겠어.”

반짝반짝 거리는 은빛 호수 안에서는 수만 갈래의 번개들이 미친 듯이 포효하며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번개의 못 가운데에 앉아있는 이준의 주위에는 열한 마리의 요괴가 가만히 앉아 번개를 맞고 있었다.

번개의 못 안에 휘몰아치고 있는 에너지는 투존 강자라 해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지만, 천지의 불꽃을 가진 이준에게는 그다지 위협이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곳의 넘치는 에너지는 그에게 있어 수련 속도를 더욱 빠르게 해줄 자양분에 불과했다.

하늘 요괴를 회복시키는 동안 천지의 불꽃으로 담금질을 마친 번개 에너지를 몸 속으로 흡수하자, 불과 보름만에 5성 투존의 벽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얼음불꽃의 정수를 흡수한 후 이준은 2성에서 4성 최고급 투존이 될 수 있었다.

보통의 경우 4성 최고급 투존에서 5성 투존이 되기 위해서는 몇 년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이준은 에너지가 가득 들어있는 용의 피와 보람이 남겨준 용황의 힘을 받았고, 번개의 못에 가득한 에너지까지 흡수했으니, 다른 사람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속도로 5성 투존의 벽에 다다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곧바로 5성 투존의 벽을 돌파할 수는 없었다. 번개 호수에 들어와 있는 요괴 군단의 몸에 무언가 이상한 일이 생겼기 때문이다.

* * *

“이건…….”

이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 하늘 요괴를 바라보았다.

자신이 수련을 하고 있는 사이, 최고급 하늘 요괴의 가슴에 기이한 균열이 생겨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기이한 균열에서는 금빛이 아닌 은빛 번개가 번쩍이고 있었다.

‘번개의 힘을 너무 많이 흡수해 한계에 다다른 건가…….’

심각한 표정으로 그 균열을 매만지던 이준은 혹시 재료가 좋지 않아서 생긴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가 직접 만든 요괴의 재료는 7,8 성 투종 강자의 시신이었다. 예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귀한 재료로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썩 만족할만한 재료라고 할 수는 없었다.

이에 이준은 금빛 요괴를 저장 반지에 회수한 뒤 서서히 금빛 요괴로 변해가고 있는 은빛 요괴들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보름간 번개 에너지를 잔뜩 흡수한 덕에 열 마리의 은색 요괴는 서서히 금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아직은 몸 곳곳에 금빛 반점이 생겨난 수준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온 몸이 금빛으로 뒤덮이게 될 것 같았다.

“이 요괴들은 투성 강자가 남긴 것들이니 분명 나보다 훨씬 더 좋은 재료들을 썼을 거야. 그럼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이준은 그렇게 큰 기대를 걸지 않았다. 요괴는 얼마나 강한 재료를 썼든 투존 이상의 실력을 가질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이 녀석들을 모두 최고급 요괴로 만들고 나서 생각해야겠어. 그리고 진영 무투기를 사용하면 8성 투존까지는 상대할 수 있겠지.”

이준은 숨을 내쉬며 미동도 하지 않는 요괴들을 쳐다본 후 다시 자리에 앉았다.

* * *

그 후로 다시 열흘 정도가 지나자 요괴들의 몸 절반 이상이 금빛으로 변했다. 이 속도라면 10일 안에 모두 최고급 하늘요괴가 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 와중에도 이준은 석상처럼 요괴들 중심에 앉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구우-.

그 때,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엄청난 에너지가 폭풍처럼 이준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준의 몸속으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주입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정수리 위에 백 미터가 족히 넘는 번개 소용돌이가 나타났다.

쿠궁!

잠시 후, 소용돌이가 점점 약해지더니 눈부신 번개가 이준의 몸을 서서히 휘감기 시작했다.

번개 소용돌이는 결국 완전히 사라졌고, 이준의 몸에서 퍼져 나오던 번개도 파직, 하는 소리와 함께 사라졌다.

쿵!

그 순간, 거대한 번개가 그의 눈에서 터져 나오더니 한 마리의 은빛 용처럼 번개의 못 깊은 곳으로 돌진했다.

곧이어 번개의 에너지가 이준의 목구멍을 따라 밖으로 빠져 나오더니 그의 전신을 뒤덮었다.

“5성 투존이 된 건가…….”

주먹을 쥔 손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힘에 이준은 저도 모르게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이제 하늘 요괴들과 힘을 합치면 구 천존을 박살내 버릴 수 있을지도 몰라…….”

고개를 들어 요괴들을 바라보던 이준의 입가에 흡족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의 요괴들은 이미 온 몸이 황금빛으로 변해 있었다.

“하하, 오늘 완전 복 터졌는데.”

하지만 이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편 후 하늘 요괴들을 거두려하는 순간, 갑자기 번개의 못 깊은 곳에서 격렬한 에너지 파동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이준이 무언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엄청난 강풍이 몰아치며 주위에 있던 번개가 거짓말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뭐야……!”

수 만 갈래의 번개를 날려버린 엄청난 바람의 위력에 이준은 온 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더욱 무서운 일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돌연 십 여 개의 새까만 번개가 거대한 용의 형상으로 응집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거대한 번개들을 보는 순간, 이준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늘 요괴들을 회수해 미친 듯이 달아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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