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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642화 (642/818)

642화. 3대 1

점점 매섭게 반격하는 이준의 모습에 임라 귀존은 상황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자신과 요화군자는 이미 염력이 줄어드는 것을 느끼고 있는데, 어째서 천계의 불꽃을 시전한 이준은 염력이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맹렬한 기세로 공격을 퍼부을 수 있단 말인가?

“요화!”

상황이 좋지 않다고 느낀 임라 귀존은 즉시 이준과 거리를 벌리며 요화군자를 향해 신호를 보냈다.

“천명수라의 손!”

다음 순간, 족히 백 미터는 될 것 같은 먹구름이 모여들더니 순식간에 거대한 손 모양으로 변화했다.

“천명수라의 손이군.”

하지만 이준은 상대의 무투기를 보고 당황하기는커녕 재미있다는 듯 피식 웃음까지 지어보였다.

곧이어 이준의 몸 뒤에서도 시커먼 먹구름이 피어나더니 이내 거대한 손 모양으로 변해 임라귀존과 요화군자가 만들어 낸 천명수라의 손을 막아냈다.

죽음의 기운을 가득 머금은 두 개의 손은 팽팽하게 맞서다가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네가 어떻게 우리 천명종의 ‘천명수라의 손’을 배운 거지?”

임라 귀존이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조금 전 이준이 시전한 무투기는 분명히 천명종의 비전 무투기인 ‘천명수라의 손’ 이었다.

하지만 이준은 임라 귀존의 말에 대답조차 하지 않고 가만히 손을 들 뿐이었다.

그 순간, 천명종의 두 투존은 주위의 천지 에너지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이준에게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이건 1격 무투기…….”

임라 귀존이 반쯤 실성한 사람처럼 눈을 크게 뜬 채 이준을 바라보며 외쳤다. 주위의 천지 에너지를 이런 식으로 흡수할 수 있는 것은 1격 무투기를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 두 사람이 아무리 공격해도 멀쩡하던 것이 설마 천상계격 무투기가 있기 때문이었나…….”

잠시 후, 이준이 천천히 눈을 뜨며 말했다. 그의 입가에는 여유만만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자, 계속 할까요?”

순식간에 염력을 회복한 이준의 모습에 임라 귀존의 표정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이준. 득의양양하긴 이르다. 널 관심 있게 지켜보는 건 우리 천명종 뿐만이 아니거든.”

말을 마친 임라 귀존이 발아래 펼쳐진 광활한 산맥을 내려다보며 큰소리로 외쳤다.

“지금 안 나오면 이 녀석은 또 도망가고 말 것이오!”

“허허. 임라 장로, 마음 놓으시오. 약선이 저 녀석에게 공간 옥패를 쥐어줬을 것 같아 공간을 봉쇄하느라 늦었소.”

곧이어 음산한 기운을 가득 풍기는 노인 하나가 이준의 앞으로 날아왔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노인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6성 투존 넷을 상대로도 여유롭던 이준의 얼굴에도 처음으로 먹구름이 드리웠다.

“구 천존, 당신도 왔군.”

일그러진 공간 사이로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새파란 색으로 뒤덮인 혼전의 강자, 구 천존이 나타났다.

그가 나타나는 순간 이준의 눈에 살기가 돌았다. 약로가 반투성이 되던 그 날, 성운각을 파멸시키기 위해 찾아온 자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이 사람도 이곳에 올 줄이야…….”

보아하니 영혼의 궁전과 천명종 사이에 무언가가 있는 듯 했다. 천명종은 영혼의 궁전만큼 막강하지는 않았지만, 두 세력이 손을 잡는다면 성운각 입장에서는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큭큭, 이준, 성운각에만 계속 박혀있었다면 널 잡을 방법이 없었을 텐데, 제 발로 기어 나왔구나!”

구 천존의 말에 이준의 얼굴이 점점 어둡게 내려앉았다.

최소 투존 7, 8성 정도의 실력을 가진 구 천존이 상대라면, 천계의 불꽃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이미 공간이 봉쇄되어 스승님이 주신 공간 옥패를 사용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하지만 죽음의 광단과 화련이 있는 이상 아직 승부를 장담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불개 역시 준1격 수련법으로 승격되었으니, 승산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애송이, 순순히 항복하거라. 설마 네 실력으로 우리 세 사람의 손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임라귀존이 서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의 곁에 서 있는 요화군자는 잔뜩 긴장한 채 말없이 이준을 노려보며 언제든 손을 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미 화련의 위력을 경험해 본 그는 이준을 결코 평범한 4성 투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건 확실치 않죠.”

이준이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손에서 옅은 금빛과 함께 활화산과도 같은 염력이 폭발했다.

그러자 구 천존이 음험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이준, 순순히 영혼의 궁전으로 간다면 네 아버지를 볼 수 있게 해주지. 하지만 계속 반항하면 네 아버지를 죽여 버리겠다.”

하지만 그의 말에 이준은 염력을 거두어들이기는커녕 더욱 투지를 불태우며 염력을 끌어올렸다.

“내가 바보인 줄 아는군. 내가 밖에 있어야 내 아버지를 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준의 날카로운 한마디에 구 천존의 얼굴이 흉악하게 일그러졌다.

“구 천존, 저 녀석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오. 말로 해서는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요화군자의 말에 구 천존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음 순간, 그의 몸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가 귀신처럼 이준의 앞에 나타나 그의 목덜미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렇다면 할 수 없지. 내가 직접 널 잡아가마.”

그러나 이준은 조금도 겁먹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금빛에 둘러싸인 손을 앞으로 내질렀다.

쿵!

두 사람의 주먹이 맞부딪히는 순간, 낮은 폭음과 함께 고리 모양의 강풍이 하늘 위에 기다란 검은 균열을 만들며 끝도 없이 퍼져나갔다.

뒤로 밀려난 이준은 굳은 표정으로 얼얼해진 오른손을 가볍게 흔들었다. 확실히 7성 최고급 투존의 힘은 결코 만만히 볼 수 없었다. 죽음의 광단을 익힐 때 금빛 영혼액에 의해 강화된 오른손이 아니었다면 일격에 오른팔을 잃었을지도 몰랐다.

결국 지금 그의 실력으로 구 천존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죽음의 광단이나 화련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었다.

“구 천존, 저 자에게 숨 돌릴 시간을 주어선 안 되네. 1격 무투기가 있어 염력을 회복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하는 놈이야.”

임라귀존과 요화군자가 구 천존에게 날아오며 소리쳤다.

“알겠네. 우리 셋이 힘을 합치도록 하지.”

구 천존 역시 굳이 체면을 차리지 않을 생각인 듯 요화군자의 말을 따랐다. 지난 번, 임무를 완수하지 못해 전주의 미움을 샀으니 이번에는 반드시 이준을 잡아가야 했기 때문이다.

말을 마친 구 천존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날아올라 매서운 기세로 주먹을 내리쳤다.

펑펑펑!

끝없이 펼쳐진 하늘에서 귀를 때리는 따가운 폭발음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6성 투존 2명과 7성 최고급 투존 강자의 매서운 공격에 이준은 점점 뒤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쾅!

정면으로 세 사람에게 맞서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이준은 빠르게 뼈 날개를 펼쳐 그들의 공격 범위를 벗어났다.

곧이어 이준의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홍수와도 같은 염력이 그의 손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조심하시오. 1격 무투기를 쓰려 하는 것이오.”

이준을 향해 날아가던 구 천존이 급히 자리에 멈춰서며 외쳤다.

그 말을 들은 임라귀존과 요화군자는 굳은 얼굴로 황급히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죽음의 광단!”

그 순간, 이준의 손바닥 가운데에서 검은 빛이 솟아나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무시무시한 흡인력이 터져 나왔다.

“당황하지 마시오. 우리 세 사람이라면 함께 막아낼 수 있소.”

구 천존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손을 휘두르자,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임라귀존과 요화군자 역시 잠시 머뭇거리다 그를 따라 염력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세 투존이 힙을 합치자, 하늘 위에 백 미터는 족히 되는 염력 폭풍이 나타나 빠르게 회전하다 쉭, 하는 소리와 함께 검은색 광단과 충돌을 일으켰다.

쾅!

거대한 에너지의 충돌에 햇빛마저 사라지고, 무시무시한 에너지 폭풍이 하늘 전체를 가득 메우자, 발밑을 빼곡하게 채우고 있던 나무들이 전부 두 동강이 나버렸다.

검은색 광단을 막아선 거대한 에너지 폭풍은 순식간에 광단에 의해 집어삼켜졌지만, 세 투존의 에너지를 집어삼킨 검은색 광단 역시 빠른 속도로 사라지기 시작했다.

“후…….”

임라귀존과 요화군자는 검은색 광단이 사라지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긴장한 눈빛으로 앞을 바라봤다. 이 자리에 구 천존이 없었다면 두 사람의 힘만으로는 절대 이준을 상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검은색 광단을 막아내느라 막대한 염력을 소모한 구 천존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피식 웃음을 지었다. 어찌됐든 이준이 가진 최강의 무투기를 막아냈으니 이제 승리는 확정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자, 또 해보시지?”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이준은 씩 웃으며 네 개의 화염을 피워 올릴 뿐이었다.

“아직 남은 수가 많으니 걱정하지 마시지요.”

네 개의 불꽃이 뿜어내는 섬뜩한 에너지에 사악하게 웃고 있던 구 천존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휴, 드디어 찾았군.”

그 순간, 갑자기 구 천존이 펼쳐놓은 거대한 공간 결계에 균열이 일어나더니 그 안에서 건장한 사내 하나가 튀어나왔다.

갑자기 익숙한 모습이 눈앞에 나타나자 이준은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그의 이름을 외쳤다.

“흑치웅 형님?”

공간 균열에서 튀어나온 건장한 남자는 바로 용족의 강자, 흑치웅이었다.

“여기는 어떻게 오신 겁니까?”

“장로님들이 자네를 찾으라는 기별을 보내 왔네. 보람이 자네에게 용의 각인을 새겨두었기에 망정이지, 아니면 정말 큰일을 당할 뻔 했군.”

흑치웅이 급히 이준에게 날아와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절 찾으신다고요?”

이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용족의 장로들이 자신을 찾을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그들이 자신을 찾을만한 이유가 있다면 단 하나, 보람 과 관련된 일 밖에 없었다.

“설마……. 보람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습니까?”

“무슨 일이라 할 것도 없지. 하지만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시간이 된다면 나와 함께 가지.”

흑치웅의 굳은 표정을 보고 이준은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사소한 일이었다면 흑치웅 같은 강자가 급히 자신을 찾아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곳의 일을 해결하고 나서 따라가겠습니다.”

이준의 말에 흑치웅은 그제야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세 명의 투존을 바라봤다.

“마우. 내가 이 아이를 데려가려 하는데, 이의 있나?”

“흑치웅?”

흑치웅의 물음에 이준의 앞을 막고 있던 구 천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너 따위가 내 이름을 함부로 부르다니, 죽고 싶은 모양이구나.”

흑치웅이 팔짱을 끼며 말하자, 구 천존의 표정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하지만 그의 실력으로는 감히 흑치웅에게 대적할 수 없었다.

“이보시게. 나는 천명종의 임라귀존이오. 저 자는 천명종과 해결해야 할 일이 있으니 끼어들지 마시오.”

그 때, 흑치웅을 모르는 임라귀존이 앞으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천명종? 어이가 없군. 들어본 적도 없는 촌구석 종파가 지금 나를 막겠다는건가?”

임라귀존의 말에 흑치웅은 귀찮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내저었다.

“감히 우리 천명종을 모욕하다니! 죽고 싶구나!”

흑치웅의 오만한 태도에 분노한 임화귀존과 요화군자 두 사람이 번개처럼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고작 6성 투존 따위가 나에게 도전하다니…….”

하지만 흑치웅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새까만 공간의 균열이 생겨나며 천명종의 두 투존을 공격했다.

당황한 두 6성 투존은 황급히 주먹을 휘둘러 흑치웅의 공격을 막아내려 했으나, 공간의 균열에 닿기 무섭게 새빨간 선혈을 뿜어내며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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