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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641화 (641/818)

641화. 차단

봉인은 생각보다 훨씬 단단해 지금 이준의 실력으로도 완전히 없애는 건 무리였다. 게다가 갑자기 봉인을 완전히 없애버리면 그 안에 든 엄청난 염력이 터져 나오며 진율희의 몸을 갈가리 찢어놓을지도 몰랐다. 때문에 이준은 아주 조심스럽게 봉인의 일부만을 제거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몇 시간 동안 봉인의 일부에 계속해서 열을 가하자, 마침내 봉인의 일부가 사라지며 농후한 염력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 진율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더니 새빨간 피가 입술을 타고 흘러내렸다.

하지만 봉인에서 흘러나오는 막대한 양의 염력으로 인해 그녀의 기운은 약해지기는커녕 더욱 더 강해졌으며, 염력이 흘러나오는 기세에 의해 그녀의 몸에 손을 얹고 있는 이준의 손가락에도 진동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엄청난 걸…….”

이준은 놀란 눈으로 그녀의 등을 바라보았다.

진율희가 감았던 두 눈을 서서히 뜨자, 그녀의 두 눈에서 염력이 폭발하며 가까운 곳에 있던 탁상이 소리 없이 가루로 변해버렸다.

“지금 느낌은 어때?”

“괜찮아. 봉인에 금이 가면서 염력이 계속 새어나오고 있어.”

이준이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질문을 던지자, 진율희가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답했다.

“응. 그럼 됐어. 그 염력을 모두 흡수한다면 투존 최고급 단계에 이를지도 몰라. 그리고 시간이 더 지나면 투성이 될지도 모르지.”

“투성?”

이어지는 이준의 말에 진율희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몇 년 사이에 투존이 된 것만으로도 가장 큰 행운이라고 생각하는데, 투성이라니. 너무 큰 욕심이었다.

“응, 다행이다. 네가 투성이 되면 성운각 입장에서도 좋은 일이니까. 그리고 운남종의 일은 이걸로 어떻게 안 될까?”

이준이 농담조로 웃으며 말했다.

진율희는 말없이 환하게 웃고 있는 이준을 바라보았다. 돌아보면 운남종과 이씨 가문의 싸움은 운남종이 자초한 것이었으니, 그 일로 이준을 미워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는 것쯤은 그녀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운남종의 마지막 종주인 그녀가 종파를 없애버린 장본인과 하하 호호 웃으며 친구로 돌아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이에 그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더 이상 이준을 보지 않기 위해 세상을 등진 것이다.

그런데 자신의 원수이자 친구인 이준은 또 다시 이 먼 곳까지 찾아와 온 힘을 다해 자신을 돕고 있으니, 진율희의 마음이 원수인 이준보다 친구인 이준 쪽으로 기우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최대한 빨리 화 할머니의 염력을 흡수시켜서 화종을 잘 관리 해볼게.”

진율희가 긴 한숨을 내쉬며 들릴락 말락 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자, 이준의 입가에도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건 내가 천지의 불꽃으로 제련한 연금비약이야. 안에 천지의 불꽃의 힘이 들어있으니까 염력을 갈무리 할 때마다 하나씩 먹어. 그러면 속도가 훨씬 빨라지고 더욱 깨끗한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을 거야.”

신이 난 이준이 옥병을 침상 위에 올려두며 말했다.

“응.”

옥병을 들어 올린 진율희는 미소를 띤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난 이제 가봐야겠어. 앞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이 생긴다면 성운각으로 와.”

“알았어. 그럼 몸조심 해.”

그렇게 두 사람은 참으로 오랜만에 웃으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 * *

이준은 화종에서 하루를 더 묵은 뒤 예린과 함께 진율희, 화종 대장로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화종의 대장로는 이준에게 조금 더 있다가기를 권했지만, 이준은 급히 해야 할 일이 있다며 그대로 화종을 빠져나와 성운각으로 가는 길에 올랐다.

* * *

화종을 나선 이준과 예린은 조금도 쉬지 않고 꼬박 이틀을 날아갔다.

“이준 도련님. 이제 완전히 화종의 세력 범위를 벗어났으니 앞으로 며칠만 더 가면 성운각에 도착할 수 있을 거예요.”

“응.”

이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늘 뱀의 몸 위에 손을 올려놨다.

하늘 뱀의 차가운 비늘을 만지고 있자니 그의 머릿속에 문득 칠색 이무기의 모습이 스쳐갔다. 일곱 빛깔의 구렁이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이준 도련님…….”

이준의 생각에 잠긴 사이, 예린이 갑자기 굳은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

“왜 그래?”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예린의 말에 이준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발 아래에는 광활한 산맥이 펼쳐져 있었지만, 여느 산맥과 달리 마수의 울음소리가 전혀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영혼 탐지 능력을 활용해 주위를 살펴보던 이준은 곧바로 하늘 뱀을 멈춰 세우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서 나오시지. 요화군자.”

“8레벨 연금술사라더니, 탐지 능력이 아주 제법이구나.”

그 때, 공간이 일그러지면서 엄청난 기운과 함께 네 개의 그림자가 허공에 나타났다.

그 중 한 사람은 바로 화련에 의해 부상을 입은 요화군자였고, 그 뒤에는 회색 옷을 입은 네 명의 투존이 서있었다. 요화군자보다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그들의 가슴팍에는 모두 천명종의 휘장이 달려있었다.

“이준. 천명종을 건드려놓고 이렇게 편안히 돌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약선이 반투성이라 해서 우리 천명종이 널 해치지 못 할거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겠지?”

요화군자는 손에 든 부채를 흔들며 음침하게 웃었다.

“오랫동안 이러고 있던 걸 보니, 알려준 사람이 있었나 보지? 예를 들어 화지인이라던가…….”

이준이 산 밑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화종의 임시 종주였던 화지인이 죽일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내 일을 망친 죄의 대가로 오늘 여기서 네 목숨을 가져가겠다. 진율희 그 년도 조만간 없애주지!”

“이준, 얌전히 항복하거라. 나와 천명종으로 함께 간다면 약선을 봐서라도 목숨만은 살려주지. 그렇지 않으면…….”

가장 앞에 서있던 회색 의복의 노인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 여기가 네 무덤이 될 것이다.”

무서운 살기가 하늘 전체를 뒤덮으며 공기가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지금 이준의 눈앞에는 6성 투존이 무려 넷이나 서 있었다. 과연 중주의 최강 세력 중 하나로 군림하고 있는 종파다운 전력이었다.

“이준 도련님, 어쩌죠?”

예린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뭘 어떡해. 죽자고 달려드는데 죽여줘야지.”

“뚫린 입이라고 대범하구나. 너에게 그 이상한 무투기가 있다 해도 6성 투존 넷의 협공을 당해낼 수 있겠느냐?”

요화군자가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건 한 달 전이고.”

요화군자의 말에 이준 역시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말을 마친 이준이 인을 맺자,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폭발하며 주위의 공기가 삽시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4성 투존?”

요화군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고 이준의 몸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과연……. 화지인의 말이 사실이었군. 대체 무슨 염력 수련법을 익혔길래 한달만에 2성이나 뛰어 올랐는지 궁금하구나.”

이준을 바라보는 요화군자의 눈빛에는 숨길 수 없는 탐욕이 가득했다.

“실력이 올랐다 해도 4성 투존, 6성 투존 넷을 당해낼 수는 없지.”

그 때, 요화군자의 뒤에 있던 회색 의복을 입은 노인이 입을 열었다.

“마지막이다. 우리와 함께 갈 텐가, 아니면 폐인이 되어서 끌려갈 텐가?”

“그 쪽을 폐인으로 만들고 성운각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좋다.”

이준의 대답에 회색 의복을 입은 노인은 싸늘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가볍게 손을 흔들어 신호를 보냈다.

“이준 도련님. 제가 한 사람을 맡고, 저 밑에 있는 여자에게 지옥 이무기족의 강자를 붙일게요.”

천명종의 강자들이 움직이는 순간, 예린의 눈에서 십여 개의 그림자가 쏟아져 나오더니 곧바로 화지인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강자들의 모습에 화지인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강자들 중 가장 실력이 높은 자도 2성 투존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마자 여유로운 웃음을 흘리며 염력을 폭발시켰다.

“겨우 이 정도로 나를 막으려 했느냐?”

하지만 화지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예린의 몸에서 무시무시한 염력이 용솟음치기 시작했다.

예린이 고대 하늘 뱀의 영혼을 사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챈 이준은 곧바로 자신의 요괴들을 소환했다.

지금 이준의 실력이라면 천계의 불꽃을 활용해 능히 6성 투존 두명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었다. 나머지 둘 중 하나는 예린이 상대하고, 나머지 하나는 천지 요괴 군단이 상대한다면 6성 투존 넷이라 해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었다.

“이준 도련님. 제가 먼저 갈게요!”

예린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염력을 느낀 요화군자는 놀란 듯 두 눈을 치켜뜨며 곁에 있던 노인을 바라봤다.

“계집아이도 보통 실력은 아니었군. 넷째, 자네가 맡게.”

넷째라고 불리운 노인 역시 놀란 표정으로 예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예. 알겠습니다.”

다음 순간, 예린과 요화군자의 곁을 지키고 있던 다른 투존이 정신없이 공격을 주고 받기 시작했다.

“이준. 오늘 우리 천명종에 손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보자! 똑똑히 기억하거라. 나는 천명종의 임라 귀존이다.”

곧이어 요화군자와 또 다른 천명종의 강자 둘이 이준에게 달려들며 외쳤다.

이준은 뼈 날개를 소환해 빠른 속도로 후퇴하면서 천지요괴로 천명종 강자 한 명을 막아서는 동시에 번개처럼 인을 맺어 천계의 불꽃을 시전했다.

“천계의 불꽃, 제 1장! 제 2장! 제 3장!”

“불의 협곡의 천계의 불꽃이군.”

이준이 사용한 비술이 무엇인지를 알아본 임라귀존은 눈썹을 찌푸리다 이내 피식 웃음을 지었다.

“흥, 시간만 끌어도 낙승이다.”

“예.”

임라귀존이 신호를 보내자, 요화군자의 부채에서 섬뜩한 남색 섬광이 번뜩이더니 날카로운 검처럼 공간을 가르며 이준을 향해 날아갔다.

이에 이준은 가볍게 몸을 틀어 요화군자의 공격을 피한 뒤 요화군자의 머리를 향해 연갈색의 화염으로 뒤덮인 주먹을 내질렀다.

쾅!

요화군자는 손에 있는 부채를 펴 번개처럼 날아든 이준의 주먹을 막아냈다.

주먹이 부채에 부딪히는 순간, 하얀색 불씨가 떠다니는 자갈색 화염이 이준의 손에서 터져 나와 부채를 타고 요화군자의 몸까지 퍼져 나갔다.

이에 요화군자는 황급히 염력을 폭발시켜 이준의 화염을 막아냈다.

그러나 그의 염력이 화염과 닿는 순간, 돌연 얼음 결정이 생겨나기 시작하더니, 단숨에 두꺼운 얼음층이 그의 염력을 얼려버리고 말았다.

“이게 뭐야……!”

이 기이한 현상에 요화군자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황급히 뒤로 몸을 날렸다.

그 순간, 검은 염력으로 뒤덮인 주먹 하나가 이준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건방진 놈! 어디 한 번 저승사자의 손을 맛 보거라!”

검은색 염력으로 뒤덮인 임라귀존의 손이 지척까지 날아든 순간, 이준의 주먹에서 연갈색의 화염이 폭발했다.

“태초의 힘!”

두 강자의 주먹이 맞부딪히는 순간, 귀가 멀어버릴듯한 굉음과 함께 사방으로 폭풍이 퍼져나갔다.

“허, 어린 녀석, 꽤 잘 버티는구나!”

상대가 자신의 공격을 정면으로 받아내자, 임라귀존은 조금 놀란 눈빛으로 이준을 바라보다 요화군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사이 요화군자는 자신의 몸 위에 생겨난 얼음 결정과 화염을 없애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조금 버거워 보이긴 했지만 역시 6성 투존답게 부상을 입진 않은 상태였다.

그 사이 이준은 예린과 하늘 요괴 군단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었다. 뱀의 눈과 고대 하늘 뱀의 힘을 가지고 있는 예린은 어렵지 않게 6성 투존을 상대하고 있었지만, 요괴 군단은 6성 투존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예린이 통제하고 있는 강자들이 있는 곳도 상황이 좋지 않았다. 수적으로는 우세했지만 화지인과 비교했을 때 실력차가 너무 커 2성 투존 강자 두 명이 그녀를 막지 않았다면 나머지 강자들은 이미 화지인의 손에 의해 죽어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역시 6성 투존 넷은 버겁군.’

“흥! 어딜 한 눈을 파느냐! 네 놈 목숨이나 걱정하거라!”

그때, 차가운 웃음소리와 함께 검은 색과 남색의 염력이 양 옆에서 이준을 덮쳐왔다.

“후…….”

가볍게 숨을 고른 이준은 또 다시 하얀색 불씨가 맴도는 연갈색 화염을 폭발시켜 두 사람에게 맞섰다.

“저승사자의 손!”

“저승의 부채!”

“태양검, 산의 힘!”

세 사람의 목소리가 허공 위에 울려 퍼지며 하늘 위에서 형형색색의 에너지가 폭발하고, 거대한 파문이 온 하늘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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