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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612화 (612/818)

612화. 소생

갑작스러운 지진으로 성운각 전체가 소란스러워진 가운데, 이준이 누워있던 성운대 안에서는 거대한 별의 힘이 끝도 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곧이어 이준을 뒤덮고 있던 자갈색 화염이 폭발하며 순식간에 석탑 전체를 집어삼켰다. 이에 아라는 잠시 머뭇거리다 재빨리 석탑을 빠져나갔다. 삼천불꽃의 위력 앞에서는 투존 강자인 그녀도 오래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라가 석탑을 빠져나오기 무섭게 석탑 전체에 퍼진 자갈색 화염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더니 곧바로 백 미터도 넘는 자갈색의 화룡으로 변했다.

화룡은 마치 알을 품듯 몸을 말아 석탑 전체를 감싼 뒤 우렁찬 울음 소리를 내뱉었고, 그와 동시에 주위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하늘 위에서 거대한 빛줄기가 떨어져 내렸다.

눈부신 빛줄기가 용의 몸에 닿는 순간,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만 같은 신비한 빛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온 천지가 새하얗게 물들었다.

사정없이 눈을 찔러대는 불빛에 사람들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들이 눈을 떴을 때는 거대한 화룡의 머리 위에 산발을 한 신비한 청년 하나가 서있었다.

뒷산에 똬리를 틀고 있는 거대한 용과 그 용의 머리 위에 서있는 청년에게서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에너지에 성운각의 제자들은 물론이고 장로들마저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 했다.

“저 분이 바로 석탑에서 수련중인 선배님인가?”

“대단해. 장로님들도 비교할 수 없는 엄청난 기운이 느껴져!”

“분명 투존의 기운이야! 우리보다 몇 살 많지 않아 보이는데 투존이라니!”

산봉우리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그대로 투존이 되어버리다니……. 말도 안 돼.”

모청연 역시 너무나 놀라 바보처럼 입을 벌린 채 뒷산을 바라봤다. 그녀가 이준을 처음 보았던 것은 3년 전이었고, 그 때만 해도 자신과 이준의 실력이 비슷했다. 그런데 3년 만에 투존이라니.

“역시 이준이구나!”

풍존과 약로는 감격스러운 눈빛으로 용머리 위에 서있는 사내를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허허, 부활의 영약의 약효를 완전히 활성화 시키고 투종을 뛰어넘다니, 1년 동안 잠들어 있던 것이 헛되지 않았군.”

풍존이 웃으며 말했다.

“성운대의 힘이 아니었다면 이 방대한 양의 에너지를 모으는 데 최소 2년은 걸렸을테지.”

약로의 얼굴에도 기쁜 기색이 가득했다.

하늘 위에 둥지를 틀고 있던 거대한 용은 십 여분 정도 후에 서서히 사라졌고, 뒷산을 뒤덮고 있던 에너지도 서서히 잦아들었다.

용이 사라지자 그 위에 있던 사내의 모습이 점점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모든 기운이 사라지고 그의 모습이 더욱 선명하게 모든 사람의 시야에 들어왔다.

“후…….”

이준은 온 몸에서 솟아오르는 에너지를 느끼며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일 년 동안 가만히 누워있기만 했는데, 몸이 굳기는커녕 여태까지 느껴본 적 없던 엄청난 힘이 전신 가득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시험삼아 가볍게 주먹을 쥐어보자, 텅 빈 허공이 일그러지며 공간에 왜곡이 일어났다.

손 하나만 까딱해도 공간을 일그러뜨릴 수 있는 강력한 힘에 이준은 씩 웃었다. 설마 이렇게 빨리 투존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터라 기쁨이 더욱 컸다.

이제 모골은 물론이고 적성을 다시 만나도 이전처럼 허무하게 당하지는 않으리라는 자신감이 샘솟았다.

쉬익!

그 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몇 몇 사람이 이준의 곁에 나타났다.

“녀석아, 이제야 깨어나면 어떡하느냐.”

풍존이 이준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하하, 감사합니다. 풍존 선생님.”

이준은 웃으며 풍존자에게 인사를 올렸다.

“감사 인사는 자네 스승에게 하게. 저 친구는 일 년 내내 잠도 자지 않고 자네 걱정만 하더군.”

그의 말에 이준은 빙긋 웃고 있는 약로를 바라보았다. 오랜 시간동안 볼 수 없었던 그 익숙한 웃음을 보자 가슴 속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울컥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저 노인네 말은 들을 필요 없다. 깨어났으니 됐다.”

이전보다 훨씬 성숙해진 이준의 얼굴을 바라보는 약로의 가슴속에서도 무언가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차올랐다.

말없이 약로를 바라보는 이준의 눈시울에는 어느새 촉촉하게 눈물이 맺혀 있었다.

지금의 자신이 있는 것은 모두 약로 덕분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스승이 영혼의 궁전에 잡혀가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었고, 너무나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다시 그를 구해낼 수 있었다. 지난날을 생각해보니 더욱 가슴이 벅차올랐다.

“됐다. 지난 일은 생각할 필요 없다. 내 생각보다 아주 빨리 성장해줬구나. 영혼의 궁전 놈들이 날 잡아간 게 너에게 꽤나 도움이 됐던 모양이구나. 허허.”

약로의 말에 이준은 눈물을 훔치며 고개를 저었다.

“스승님, 세 번째 천지의 불꽃을 구했습니다. 이제 스승님의 몸을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감정을 수습한 이준이 약로의 투명한 몸을 보며 말했다.

깨어나자마자 자신의 몸을 만들 생각부터 하는 제자의 모습에 약로의 눈에도 촉촉한 물기가 맺혔다.

“그건 급하지 않다. 약선이 잡혀 있는 동안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지만, 혼기(魂氣)를 많이 잃었지. 몸을 되찾기 전에 먼저 혼기를 보충해야 몸을 만들었을 때 제 실력을 찾을 수 있을게다.”

옆에 있던 풍존자가 그의 말에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혼기요?”

이준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혼기는 영혼의 힘이 근본이라고도 할 수 있지. 영혼의 궁전 놈들이 영혼을 빼가는 것은 사실 몸속에 있는 그 혼기가 필요해서일세. 이 혼기는 영혼의 뿌리와도 같은 것이라 혼기에 문제가 생긴다면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풍존의 설명을 들은 이준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쳤다. 분전에서 보았던 그 쇠사슬이 바로 혼기를 흡수하는 물건인 모양이었다.

“어떻게 혼기를 보충해야하죠?”

이준이 물었다. 그는 약로를 보다 완벽한 상태로 부활시키기 위해 무엇이든지 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이에 풍존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세상에 혼기를 회복하는 효과를 가진 물건은 딱 두 가지 밖에 없지.”

“어떤 물건입니까?”

“혼령열매와 영기버섯. 이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약선의 혼기를 치유할 수 있다네. 하지만 이 두 가지는 천지의 불꽃보다 훨씬 더 희귀한 물건이다. 나도 고서에서만 보았고, 한 번도 본 적이 없지. 사실 그것을 손에 넣는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도 들어본 적이 없네. 자네가 누워있는 1년 동안 성운각 강자들이 사방을 다니며 이 물건을 찾아다녔지만…….”

풍존은 차마 말을 맺지 못 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의 말에 이준의 얼굴에 또 다시 살기가 감돌았다.

“영혼의 궁전 놈들…….”

이준은 이를 꽉 깨물었다. 그 말은 혼기를 보충하지 않는다면 약로의 몸을 되돌릴 수 없다는 말이지 않은가.

“다른 방법은 없나요?”

이준의 질문에 풍존자는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

모두 침묵한 가운데, 곁에 있던 장로가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풍 각주님, 최근에 고적에서 그 혼령열매가 발견됐다고 합니다.”

“고적?”

이준의 시선이 그 장로를 향했다.

“그곳에서 혼령열매가 발견됐다고요?”

“어디서 들은 이야기인가?”

풍존도 몰랐던 것처럼 깜짝 놀라며 그 장로에게 물었다.

“최근에 그 고적의 일을 제가 담당하고 있는데, 오늘 들려온 소식에 의하면 그곳에 혼령열매와 흡사한 모양의 물건이 있다고 하더군요. 확실한지는 알수 없지만…….”

“고적이라……. 그래 그곳이라면 혼령열매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지.”

풍존자가 흥분된 목소리로 두 손을 비비며 말했다.

“일 년 동안 찾아다녀도 못 찾은 걸 네가 나오는 순간 보물이 먼저 마중을 나오는 걸 보니 자네가 정말 천운이 따르는 사람인가보군.”

“아직 좋아하긴 이르다.”

하지만 약로는 이 상황에 대해 풍존처럼 낙관적이지 않았다.

“현재 고적에 수많은 대륙의 강자들과 세력이 밀집해 있다네. 게다가 그곳은 이미 마수의 영역이 되어버렸으니 거기서 그 귀한 걸 구해온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을걸세. 내가 갔을 당시에도 그 고적에서 얼마나 많은 투종, 투존이 죽었는지 모르네.”

그의 말에 풍존의 표정도 심각하게 변했다. 풍존 역시 고적에 갔었으니, 그 때 그곳에서 얼마나 참혹한 싸움이 벌어졌는지 기억하고 있었다.

“고적에서 무슨 일이 있던 겁니까?”

이준이 두 사람을 향해 물었다.

“일단 내려가서 얘기하자꾸나. 일 년 동안 중주에서도 아주 많은 일이 있었다.”

풍존은 주위를 둘러본 뒤 약로와 눈을 마주치더니 이준에게 가볍게 손짓을 해보였다.

잠시 후, 그들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성운각 대전 안으로 들어갔다.

* * *

대전에 들어온 그들은 각자 자리에 앉았고, 풍존은 웃으며 차를 한 모금 들이킨 뒤 심각한 얼굴로 입을 뗐다.

“고적은 말 그대로 상고 시대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던 물건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다. 보통 고적에는 투성 강자들이 남긴 보물들이 남아있지. 문제는 그곳이 지금 마수들의 영역이 되어버렸다는 점인데…….”

이준의 표정이 진지해졌다. 투성이라면 명실공히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들 중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였다. 그런 존재가 남긴 물건이라면 사람들이 벌떼처럼 모여드는 것이 당연했다.

“수많은 고적이 세월에 의해 묻히고 사라졌겠지만, 일부는 이번에 발견된 고적처럼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고적이 발견이 될 때마다 그곳은 피비린내로 뒤덮이게 되지. 투성 강자들이 남긴 물건은 투존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탐낼 수밖에 없으니까.”

풍존이 진지한 표정으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사실 자네가 가지고 있는 불개도 나와 약선이 치열한 혈전 끝에 세상 밖으로 가지고 나온 것이지.”

이준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고적은 우리가 갔을 때보다 더욱 골치 아플 것이네. 이번에 고적이 발견된 곳이 마수들의 영역이니까.”

“마수들의 영역…….”

이준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 마수들의 영역이라면 온갖 강력한 마수들이 장악한 지대로, 인간은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운 곳이었다. 그런데 그런 곳에 고적이 나타났다면, 발을 들이는 것만 해도 목숨을 걸어야 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복잡하게 됐군요.”

“고적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성운각의 장로들을 파견해 정보를 모으기는 했지만 그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기에 아직 개입하지는 않고 있었지.”

풍존자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성운각은 영혼의 궁전과 전쟁을 치러야 하니 최대한 힘을 보존해야 하니까. 지금같은 시기에 실력있는 인재들을 잃는다면 성운각은 멸망을 피할 수 없네. 약선이 이미 회복됐다면 모를까, 지금의 전력으로 그 곳에 발을 들이는 것은 너무 위험해.”

풍존의 말에 이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성운각은 사대각 중 한 곳이지만, 영혼의 궁전에 맞서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곳에 정말 혼령열매가 있다면 고적에 갈 수밖에 없을 터인데…….”

지금 약로가 전성기 시절의 실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혼령열매에 달려있었다.

그리고 약로가 과거의 힘을 되찾는다면 영혼의 궁전이라 해도 함부로 성운각에 달려들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특히 전쟁이 벌어진다면 약로의 힘이 반드시 필요했으니,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고적에 들어가야만 했다.

“이곳은 성운각의 근거지이니 이곳을 지킬 강자들이 있어야 합니다. 풍존 선생님은 이곳에 남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승님도 이 자리에 남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같은 시기에 두 분이 자리를 비워서는 안 됩니다.”

말없이 풍존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이준이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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