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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602화 (602/818)

602화. 정보 획득

“종주님, 무언가 이상합니다. 저 녀석의 실력이 너무 강해졌습니다.”

진천남의 뒤에 서 있던 한 노인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 사람은 바로 진한 뒤를 따라다니던 그 투존 강자였다.

“아무 일 없을 것이오. 저 녀석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9성 투종 밖에 되지 않소. 9성 투종이라면 결코 익선의 상대가 될 수 없지.”

하지만 진천남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담담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볼 뿐이었다.

“9성 투종?”

자리에 멈춰선 익선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그 역시 이준의 실력이 4, 5성 투종라고 알고 있었다. 설령 별의 구역 안에서 실력을 올렸다 하더라도 잘해야 6성 투종이 고작일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9성 투종이 되어 나타났단 말인가?

9성 투종이라면 그와 비교했을 때도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이준이 자신과 비교해도 상당히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었다.

그가 서른 남짓한 나이에 투종 최고급 강자가 될 수 있던 것은 천부적 자질도 있었지만, 타인의 피와 살을 흡수해 염력을 키우는 천명종의 수련법 덕분이었다.

천명종은 이 특유의 수련법으로 인해 다른 세력들의 강자들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로 실력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눈앞의 상대는 그런 수련법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자신보다 더 어린 나이에 비슷한 수준의 실력을 쌓았으니, 제아무리 천명종의 수라라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목숨을 내걸고 내 손으로 무수한 사람들을 죽여 가며 여기까지 왔는데……. 저 녀석은 대체 뭐란 말이냐!’

그 순간, 익선의 핏빛 염력이 한 곳에 응집되며 섬뜩한 피비린내를 풍기는 붉은 장창으로 변화했다. 이 모습을 본 사람들은 천명종의 수라가 정말로 이준을 죽이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죽어라!”

살기 가득한 포효가 익선의 목에서 터져 나오는 순간, 이준의 등 뒤에서 파동이 일며 날카로운 창끝이 그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하지만 이미 익선의 공격을 눈치 챈 이준은 피식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틀어 그의 공격을 피했다.

공격이 빗나가자 익선의 얼굴에 더욱 짙은 살기가 내려앉았다.

“죽음의 창!”

다음 순간, 익선의 손끝이 번개처럼 움직이며 새빨간 창이 수십 개의 잔영을 남기면서 이준의 전신을 덮쳤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익선의 공격에 이준의 발에서 순간 은빛 섬광이 폭발하더니 번개처럼 몸을 움직여 허공을 가득 뒤덮은 핏빛 장창을 모조리 피해냈다.

챙!

곧이어 맑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폭풍처럼 휘몰아치던 붉은 창끝이 허공에 우뚝 멈춰 섰다.

“어, 어떻게…….”

순간 익선의 입에서 허탈함과 분노에 섞인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그는 이 창으로 무수히 많은 강자들을 시체로 만들었고, 그 중에는 9성 투종도 심심치 않게 섞여 있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의 상대는……. 자갈색 화염을 두른 손으로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창끝을 잡고 있었다.

“이놈!”

분노한 익선은 곧바로 장창을 놓고 몸을 날려 이준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그의 주먹에서는 점성을 띤 핏빛 안개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피의 파도!”

우렁찬 고함 소리와 함께 고약한 피비린내가 나는 핏빛 안개가 파도처럼 이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준 역시 물러서지 않고 주먹을 내밀어 익선의 공격에 맞섰다.

자갈색의 화염에 휩싸인 주먹과 역한 냄새를 내뿜는 핏빛 안개가 맞닿는 순간, ‘치익’하는 소리와 함께 새하얀 연기가 피어났다.

계속해서 여유만만 한 표정으로 자신의 공격을 막아내는 이준의 모습에 익선의 가슴에는 점점 더 분노가 차올랐다.

“건방진 놈!”

익선이 두 손에 힘을 주자, 핏빛 안개가 더욱 짙어지며 검은 색에 가까운 붉은 색으로 변해갔다.

“천명수라의 손!”

익선의 입에서 튀어나온 날카로운 외침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혹시라도 두 사람의 대결에 휘말려들까 걱정이라도 되는 듯 두 사람과 더욱 거리를 두었다.

천명수라의 손이라면 그에게 ‘천명종의 수라’라는 별명을 얻게 해준 천명종 최고의 무투기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익선은 과거 이 무투기로 투종 최고급 수준의 강자를 셋이나 죽인 전력이 있었다.

“산의 힘!”

그와 동시에 이준의 손이 어지럽게 움직이며 빠른 속도로 기이한 인을 맺기 시작했고, 비취색의 섬광이 터져 나왔다.

“바다의 힘!”

하지만 이준의 무투기는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다시 한번 인을 맺자, 이번에는 푸른색의 섬광이 터져 나와 빠른 속도로 비취색이 빛과 한 덩어리로 뭉치기 시작했다.

두 개의 인결이 융합되는 순간 이준이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세 번째 인을 맺었다.

“대지의 힘!”

인이 완성되는 순간, 이번에는 반짝거리는 자갈색 섬광이 터져 나와 또다시 다른 빛과 융합되기 시작했다.

세 가지 빛이 한 덩어리가 되자, 이준의 눈앞에 펼쳐진 공간이 격렬하게 일렁이며 텅 빈 공간에 새카만 균열이 자라났다.

“죽어라!”

계속해서 커져나가는 빛 덩어리에 불안함을 느낀 익선은 황급히 모든 힘을 폭발시키며 무시무시한 기세로 주먹을 내질렀다.

세 가지 색이 뒤섞인 기이한 빛덩어리와 익선의 검붉은 염력이 맞부딪히는 순간, 허공 위에 거대한 균열이 생겨나며 폭풍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그 순간, 광장이 부서지며 일어난 뿌연 흙먼지가 사람들의 시야를 가렸고, 그와 동시에 둔탁한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모두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을 때, 흙먼지 속에서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튀어나와 수십 미터를 날아갔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그림자가 날아간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널따란 광장의 구석에는 온몸이 피범벅이 된 형체 하나가 힘없이 쓰러진 채 가느다란 숨을 내쉬고 있었다.

곧이어 먼지가 서서히 바닥으로 가라앉으며 또 다른 그림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고하셨소.”

담담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사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감히 숨조차 쉬지 못했다. 쓰러진 사람은 바로 그 유명한 ‘천명종의 수라’ 익선이었고, 서 있는 것은 이준이었다.

광장 한켠에 쓰러져 있는 익선의 입에서는 끊임없이 새빨간 피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에는 참을 수 없는 분노와 굴욕감이 가득했다.

반면 이준은 싱글 벙글 웃으며 쓰러져 있는 익선을 바라보며 약을 올리듯 무언가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익선의 손에 끼워져 있던 저장반지였다.

“저장 반지를 내놓아라!”

입꼬리에 묻은 혈흔을 닦아낸 익선이 새빨개진 눈으로 바락바락 악을 써댔다.

“이건 목숨값 대신이야. 당신이 날 죽이려고 했으니 나도 당신에게 뭔가는 받아야 하지 않겠어?”

이준이 씩 웃으며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는 진천남의 얼굴은 당혹감과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설마하니 천명종의 수라가 이런 애송이에게 지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었기에 더욱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네 이놈! 천명종의 사람에게 모욕을 주는 것으로도 모자라 그의 물건을 도둑질하다니!”

말을 마친 진천남은 곧바로 몸을 날려 이준의 목줄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의 목적은 애당초 아들의 복수를 하는 것뿐이었으니 익선이 패했다고 해서 이대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진천남!”

그 순간, 광장 밖에 있던 구웅길이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하지만 아들의 복수에 눈이 먼 진천남의 귀에 그 목소리가 닿을 리 없었다.

“죽어!”

그러나 진천남의 손이 막 이준에게 닿으려는 찰나, 온몸에서 진한 금빛을 뿜어내는 요괴가 그의 앞을 막아섰다.

쾅!

진천남의 주먹이 요괴의 몸을 내리치는 순간, 맑은 금속성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진천남의 무시무시한 힘에도 황토색 몸의 주인공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손에서 전해지는 시큰한 느낌에 진천남의 표정이 빠르게 어두워졌다.

그가 눈을 들어 상대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금빛으로 뒤덮인 주먹이 그대로 공기를 가르며 그의 얼굴로 날아들었다.

퍽!

곧이어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지며 거대한 파문이 퍼져나가 산산이 부서진 광장을 먼지로 만들어 버렸다.

별의 불꽃에 의해 더욱 강해진 황금 요괴의 주먹은 투존 강자인 진천남을 일격에 열보나 뒤로 밀어낼 정도로 강력했다. 요괴가 가진 상상 이상의 힘에 진천남은 등 뒤에서는 끊임없이 식은땀이 솟고 있었다.

‘투존 등급의 요괴?’

진천남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며 이준과 요괴의 모습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채앵!

바로 그때, 현명종의 투사들이 각자 무기를 꺼내들고 살기가 가득한 눈빛으로 이준을 노려봤다.

하지만 그들이 막 이준을 덮치려는 찰나, 전신에서 무시무시한 기운을 뿜어내는 두 사람이 날아와 이준의 앞을 막아섰다.

“투존?”

이준의 앞에 나타난 것은 다름 아닌 아라와 천화존자였다. 익선과 이준의 대결이야 이준이 선택한 것이니 끼어들 이유가 없었지만, 진천남과 현명종이 모두 떼로 달려든다면 그들 역시 손을 쓰는 것이 당연했다.

이준의 앞을 막아선 채 언제라도 달려들 기세로 자신을 노려보는 두 투존 강자의 모습에 진천남의 표정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투존급의 요괴에 투존 강자 둘을 호위로 데리고 다니다니……. 이놈의 뒤에 대체 누가 있는 것인가?’

진천남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 정도 호위를 거느리고 다니는 인물이라면 그 뒷배경 역시 결코 평범할 리가 없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진천남은 더 이상 이준을 공격할 수가 없었다. 아들의 원수를 갚으려다 자신이 목숨을 잃는 것은 물론이고 현명종마저 사라질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진 종주님, 그만하시오! 계속하겠다면 우리 연금탑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소!”

구웅길이 나타나 또다시 소리를 지르자, 진천남의 얼굴은 전에 없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투존급 요괴에 투존 강자 둘, 연금탑까지……. 이 정도라면 이준의 뒤에 있는 세력이 문제가 아니라 지금 이 자리에서 모조리 죽임을 당할지도 몰랐다.

“진 종주님, 연금탑의 구역에서 이렇게 난리를 피우다니, 배짱이 두둑하군요. 그리고 익선, 오늘 일을 지금 천명종의 종주인 천명자가 알고 있는 것이냐?”

바로 그때, 공간이 왜곡되며 연금탑의 세 수장 중 하나인 현이가 모습을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현이의 등장에 옆에 있던 구웅길은 급히 고개를 숙였고, 진천남과 익선의 표정 역시 빠르게 바뀌었다. 연금탑의 삼대 수장 중 하나인 그녀 앞에서는 익선이나 진천남이 아니라 천명종의 종주인 천명자라 하더라도 함부로 입을 놀릴 수 없었다.

현이의 살기등등한 질문에 익선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 말은 그럴싸하게 했지만, 현이 앞에서 입을 잘못 놀렸다가는 종주가 되기도 전에 목숨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현이 회장님까지 나왔으니 오늘 일은 우선 여기까지 하지요. 하지만 진상을 파악하게 된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진천남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등을 돌렸다. 제아무리 분해도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이준을 공격하려 했다가는 무슨 험한 꼴을 보게 될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를 갈며 돌아가는 현명종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준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허세만 가득한 놈들이군.”

“이 상황에서 자네는 왜 얼굴을 드러낸 것인가? 구웅길이 자네를 보호해줬을 텐데.”

현이가 몸을 돌려 이준을 타이르듯 말했다.

“잘못한 것이 없는데 어찌 도망을 갑니까?”

이준이 웃으며 말했다.

“됐다, 그만 얘기하자꾸나. 그 영감이랑 성격이 똑같군.”

이준의 당돌한 답에 현이는 말문이 막힌듯 고개를 젓고는 몸을 돌려 연금탑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일단 연금탑으로 가자꾸나. 약선과 관련된 정보가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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