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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600화 (600/818)

600화. 정보

“우리가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영혼의 궁전에서 자네를 죽이러 왔을 때 약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있었다고 하더군. 지금 약선은 중주 서부의 흑명성에 있다네.”

회의실에 도착하기 무섭게 현공자가 무거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럼 스승님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계신건가요?”

이준의 표정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표정만 봐서는 당장이라도 흑명성이라는 곳으로 달려갈 기세였다.

“대략적인 위치는 알고 있지만,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려면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네.”

현공자의 말에 이준은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능력으로는 스승님의 위치를 찾는 데만 몇 년이 걸릴지 알 수 없었다. 스승님을 찾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금탑의 도움이 필요했다.

“너무 걱정할 필요 없네. 약선은 놈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이니 쉽사리 그를 해치지는 못할게야.”

“예. 감사합니다…….”

“하지만 위치를 알아내더라도 우리가 도와주기는 조금 어려울 것이야. 만일 우리가 나서게 된다면 영혼의 궁전과 연급탑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고 말걸세. 우리도 약선을 구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네만…….”

현공자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스승님이 갇힌 장소를 알려주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너무 마음 쓰지 마십시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이준도 별수 없었다. 연급탑은 투기 대륙 전체의 연금술사들이 모여 만들어진 세력인 만큼 이해관계가 복잡해 아무리 연금탑의 세 수장이라 해도 개인적인 이유로 영혼의 궁전과 전쟁을 선포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자네를 도와주겠네.”

오랜 친구를 구하는 데 힘을 보태지 못한다는 사실이 영 마음에 걸렸는지, 현공자의 표정에서는 숨길 수 없는 씁쓸함이 가득 묻어나고 있었다.

이준 역시 현공자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고 가볍게 고개를 숙여 감사를 표했다.

“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도움을 주지 못하시더라도 너무 마음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네, 내가 미안할 따름이지. 우선 당분간은 연금탑에서 지내도록 하게. 정보가 들어오면 바로 알려주겠네.”

이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저장 반지에서 작은 명패 하나를 꺼낸 뒤 그것을 힘껏 움켜쥐었다.

그의 손에 들린 명패는 바로 스승의 가장 가까운 벗인 풍존이 준 것이었다.

삼대 우두머리들과 대화를 마친 이준은 그들에게 한 번 더 감사 인사를 건넨 뒤 곧바로 방으로 돌아갔다.

“그동안 다른 일은 없었지?”

방으로 돌아온 이준이 물었다.

“반 년 전에 유씨 가문에 일이 많아져서 유종길 장로님은 두달 전에 선화와 함께 실망한 채 꽃잎성으로 돌아갔어.”

아라가 말했다.

“그렇구나.”

유씨 가문에는 많은 일들이 밀려있으니 가문의 대장로가 줄곧 연금성에만 있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곳에서 반 년 가까이 그를 기다린 것만으로도 그의 성의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현명종에서 사람들이 와서 소란을 일으키고 갔어. 현명종의 소종주와 함께 왔던 두 장로가 연금세계에서 실종되는 바람에 네가 한 짓인 줄 알고 이곳에 찾아와 헤집고 갔는데, 조영이 현명종 사람들을 죽인 건 모골 노인이라는 것을 증언해주어서 그냥 돌아갔어.”

아라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네가 아무 일 없이 별의 구역에서 나왔다는 것을 그들이 알면 분명 골치 아픈 일들이 생겨날 거야. 너한테 악감이 많은 것 같으니까.”

“멍청한 녀석들.”

현명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준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저었다.

“마음대로 하라 그래.”

“응.”

의자에 앉던 이준은 아라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기운이 더욱 커진 것은 발견하고는 웃으며 질문을 던졌다.

“반 년 사이에 더 강해진 것 같은데?”

“몸속에 있는 독비약이 수련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거든.”

아라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그뿐이겠느냐. 휴, 지금 네 실력은 벌써 3성 투존 최고 수준 정도는 될 것이다. 이 정도 속도라면 투존들 중에서도 널 따라잡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게다. 재난독체의 힘이 대단하기는 하구나.”

옆에서 씁쓸하게 웃는 천화존자의 말투에서는 씁쓸함이 묻어났다. 그동안 천화존자의 실력도 어느 정도 되돌아와 있었지만, 아라와 비교하자면 거의 멈춰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성장 속도였다.

“3성 투존 최고 수준이라니…….”

이준이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지금의 아라라면 재난독체를 해방한다면 빙하곡의 곡주와도 정면으로 맞설 수 있을 것이다.

“천화존자 선생님, 선생님도 9개월간 거의 2성 투존이 되셨잖아요. 곧 전성기 시절의 실력을 회복하실 수 있을 거예요.”

아라는 생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확실히 재난독체를 통제하는데 성공한 이후 그녀의 성격은 눈에 띄게 밝아져 있었다.

“허허, 그랬으면 좋겠구나. 하지만 너처럼 빠르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거 천화존자의 실력은 5성 투존 정도로, 투존 단계에서 1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짧아도 십년, 길게는 수십 년이 걸렸다. 투존의 수련 속도가 어느 정도인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기 때문에 아라의 수련속도에 부러움을 느끼는 것이 당연했다.

“그건 또 모르는 일이죠.”

이준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 가볍게 탁상을 두드리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정상적인 방법이라면 모르겠지만, 다른 방법을 쓴다면 선생님의 실력을 회복하는데 필요한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자네의 말은 연금비약을 사용하자는 것인가?”

그의 말에 찻잔을 들고 있던 천화존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천화전자의 실력이라면 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연금비약은 적어도 8레벨 이상이 되어야 했다.

“천화존자 선생님, 재생의 영약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준이 가볍게 웃으며 천화존자에게 물었다.

“재생의 영약?”

잠시 생각하던 천화존자의 눈빛이 흥분으로 붉게 물들었다.

“떨어진 실력을 다시 전성기 시절로 돌려준다는 그 연금비약 말인가?”

“하하, 재생의 영약이 그런 효과가 있는 것은 맞지만, 곧바로 실력이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선생님께서 그 연금비약을 복용하신다면 곧바로 3성 투존 단계까지는 회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준의 말에 천화존자는 환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3성만 되어도 어디인가. 그 정도만 해도 십년 이상은 절약하는 셈인데!”

천화존자는 제법 긴 시간동안 든든한 보호자가 되어주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목숨을 잃었을 상황만 해도 벌써 몇 번은 되었으니 이 정도는 해주어야 보답이 될 것이라는 게 이준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앞으로 있을 영혼의 궁전과의 싸움에서 그의 도움을 받으려면 이쯤에서 8레벨 연금비약 하나쯤은 만들어주는 편이 좋았다.

“허허. 몸을 만들어 준 것만도 고마운데…….”

천화존자는 감격에 겨운 듯 말을 잇지 못했다.

“며칠만 쉬었다가 선생님을 위해 복련청화청을 만들어보겠습니다.”

이준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을 향해 걸어가면서 말했다.

* * *

부드러운 불빛이 비추는 방 안, 이준이 침대에 앉아 손에 힘을 주자 두루마리 하나가 나타났다. 그것은 바로 이은이 떠날 때 주었던 ‘제왕의 권’의 나머지 세 부분이었다.

제왕의 권이 얼마나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다섯 개의 힘이 하나로 모였을 때 제왕의 권의 진정한 위력이 발휘된다고 했지만, 각각의 무투기도 일반적인 고급 무투기를 아득히 뛰어넘는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만일 다섯 개의 힘이 모두 모이게 된다면, 전설로만 들어오던 1격 무투기 이상의 위력을 낼 수 있을지도 몰랐다.

현재 이준은 제왕의 권 ‘산의 힘’과 ‘바다의 힘’ 두 가지를 익힌 상태였다. 하지만 계속해서 나타나는 강적들을 상대하려면 그 두 가지만으로는 부족했다. 특히 영혼의 궁전과 일전을 벌이기 위해서는 더욱 강한 힘이 필요했다.

이은이 남긴 두루마리 속에는 대지의 힘, 하늘의 힘, 대기의 힘, 이 세 가지의 수련법이 적혀 있었다.

지금의 실력으로 대지의 힘은 충분히 익힐 수 있었고, 하늘의 힘도 어떻게든 익힐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제왕의 권의 마지막 권인 대기의 힘은 여전히 익힐 수없을 것 같았다.

두루마리에 쓰여 있는 내용대로라면, 대기의 힘은 고족 안에서도 수련해낸 사람이 손에 꼽을 정도로 어려운 무투기라고 되어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하늘의 힘까지만 익혀도 어지간한 고족의 강자들과 동급의 무투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생각을 마친 이준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두루마리 안에 있는 정보를 모두 머릿속에 기억한 뒤, 복잡하고 어려운 인결을 천천히 맺어보기 시작했다.

이준이 제왕의 권을 수련하는 동안 5일의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그 5일 동안 이준은 대지의 힘과 하늘의 힘을 수없이 반복해 시전하면서 대지의 힘에 한결 익숙해져 있었다.

식음을 전폐하며 다시 수련에 들어가기를 이틀, 이준의 수련을 멈추게 한 것은 아라였다.

처음에 이준은 연금탑에서 스승님의 정보를 손에 넣은 것인줄 알고 서둘러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지만, 아라가 전해 온 소식은 약선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현명종?”

이준이 짜증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게다가 온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현명종의 종주까지 왔어. 이번에는 정말 복수를 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온 것 같아.”

“휴……. 알았어. 일단 가보자.”

말을 마친 이준은 앞장 서 방을 빠져나갔다.

* * *

연금탑 밖에는 매끄러운 암석들이 가득 깔린 광장 하나가 있었다.

오늘 그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광장의 중앙에는 백여 명 정도 되는 투사들이 음산한 기운을 퍼뜨리며 살기로 눈을 빛내고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좋은 일로 온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표정이었다.

“현명종의 사람들 같은데?”

“맨 앞에 있는 회색 옷의 노인은 현명종의 종주 진천남 아니야? 저 영감이 직접 발걸음을 하다니, 도대체 무슨 일이지?”

“아마 이준 때문에 온 것 같아. 소문에 의하면 연금세계에서 현명종의 소종주 가 이준에게 죽었대. 아마 복수를 하러 온 거겠지.”

“어쩐지 살기가 넘친다 했어. 오늘 뭔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군.”

주위에서 들려오는 수군거리는 소리에 선두에 서있던 회색 옷 노인의 눈빛이 더욱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그의 시선이 닿은 곳에 있던 사람들은 순간 소스라치게 놀라며 급히 입을 다물었다.

현명종은 일이 조금만 틀어져도 칼을 꺼내는 것으로 유명했다. 게다가 작은 원한도 반드시 되갚아주는 것으로도 유명했으니 오늘 일이 곱게 끝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었다.

“진 종주, 이곳은 연금탑이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데리고 살기등등하게 들어오다니, 도대체 뭐하는 짓이오?”

그때, 연금탑 안에서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들려오며 백발이 성성한 노인 하나가 연금탑의 강자들을 데리고 빠르게 날아와 광장 앞에 섰다. 현명종의 종주 앞에 선 사내는 바로 연금탑의 대장로, 구웅길이었다.

“구장로, 연금탑이라 해도 오늘 나를 막을 수는 없소. 다른 이들은 무서워할지 몰라도 난 연금탑이 두렵지 않으니까.”

진천남이 싸늘한 눈빛으로 구웅길을 바라보며 말했다.

“내 아들이 이준의 손에 죽었소. 오늘, 난 우리 아들을 생매장시킨 놈을 찾으러 왔소!”

진천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웅길이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일은 예전에 이미 영혼의 궁전의 모골을 찾아가라 말하지 않았소.”

“모골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이오. 하지만 이준도 내 아들의 원수 중 한 명이니 그 놈을 나에게 넘기시오.”

“진천남, 현명종이 감히 연금탑에게 명령을 내릴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진천남의 고집스런 행동에 구웅길의 얼굴에도 살기가 감돌았다.

“현명종은 우리 천명종 휘하의 세력이다. 그런 곳의 소종주를 죽였는데 그냥 넘어간다면 누가 우리 천명종을 따르겠는가?”

그 순간, 한 사람이 진천남의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오며 말했다.

“자네는……?”

구웅길은 눈을 얇게 뜨고 걸어 나오는 사람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에는 여자처럼 예쁘장한 외모를 가진 훤칠한 사내 하나가 서 있었다.

하지만 미간에서 퍼져 나오는 음산하고 흉악한 기운 탓에 예쁘장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어딘지 모르게 꺼림칙하고 좋지 않은 인상을 주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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