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만이살길-599화 (599/818)

599화. 불꽃구슬

“흐음……. 이 불꽃도 흡수해볼까?”

이준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주먹을 쥐자, 주위에 있던 자흑색 화염들이 거대한 불기둥으로 변해 그의 눈앞으로 날아들었다.

곧이어 이준의 손바닥에서 자갈색 화염이 피어오르더니 빠른 속도로 그 불기둥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렇게 별의 구역 안에 있는 자흑색 화염을 끊임없이 빨아들이기를 삼십분, 거대한 불기둥은 어느새 손바닥만 한 크기까지 줄어들어 있었다.

우우웅-!

잠시 후, 화염 소용돌이 속에서 눈부신 빛이 폭발하며 손가락만한 크기의 자흑색 구슬이 이준의 손바닥 위에 나타났다.

자흑색의 진주와도 같은 그 구슬에는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그 안에서는 끊임없이 뜨거운 열기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준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이 구슬은 일명 ‘불꽃의 구슬’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특수한 방법을 사용해 강력한 화염을 최고 수준까지 압축해야 만들어 낼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이 불꽃구슬을 만들기 위해서는 엄청난 수준의 영혼 통제 능력이 필요했다. 뿐만 아니라 화염을 압축할 때 조금만 실수를 해도 그 즉시 대폭발이 일어나는 위험한 물건이었다. 만일 이준의 실력이 이렇게까지 성장하지 않았다면 감히 이 불꽃 구슬을 만들 생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제조가 어려운 물건이었다.

하지만 만들기가 어려운 만큼 그 위력은 의심할 나위가 없었다. 불꽃 구슬의 위력은 사용하는 재료에 따라 결정되는데, 별의 힘이 가득한 별의 불꽃으로 만든 것이라면 그 위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만일 이 구슬에 정통으로 얻어맞는다면 투존 강자라 해도 꼼짝없이 타죽고 말 것이다.

불꽃구슬 제조에 성공한 이준은 저장 반지에서 옥함을 하나 꺼내 그 안에 구슬을 보관한 뒤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별의 구역 곳곳에는 여전히 자흑색 화염이 가득했다. 이 정도 양이라면 불꽃 구슬을 족히 몇 개는 더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이준이 다시 웃으며 주먹을 쥐자, 또다시 거대한 불기둥이 치솟아 그의 손 위에서 타오르고 있는 자갈색 화염으로 날아들었다.

별의 불꽃으로 만든 불꽃구슬의 위력은 투존 강자조차 두려워할 정도였지만, 만드는데 필요한 에너지 역시 만만치 않았다. 때문에 지금 이준의 실력으로도 고작 열 개 정도를 만드니 염력이 거의 바닥나고 말았다.

하지만 최대한 많은 불꽃 구슬을 만들고 싶었던 이준은 밖으로 나가지 않고 자리에 앉아 염력을 회복하기 시작했다.

주위에는 화염이 가득했고, 삼천 불꽃을 만드는 데 성공했으니 이준의 염력 회복 속도는 스스로도 놀랄 정도로 빨라져 있었다. 대략 한 시간 정도가 지나자, 대략 7,8할의 염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에 이준은 불개가 드디어 2격 고급 단계에 다다랐음을 깨달았다. 과거에는 반나절은 걸려야 염력을 모두 회복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불과 한 시간 만에 7할 이상의 염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투기대륙 어디에 가도 찾을 수 없는 고급 염력 수련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이은이 속한 고족처럼 아주 특수한 세력의 경우에는 더 뛰어난 비밀스런 염력 수련법을 가지고 있겠지만, 그런 소수의 세력을 제외한다면 이만한 수련법을 가지고 있는 세력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게다가 무려 세 개에 달하는 천지의 불꽃을 합친 삼천불꽃이 있으니 어지간한 투존 강자는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이준의 생각이었다.

염력을 회복한 이준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불꽃구슬의 제작에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막 흡입력을 뿜어내려는 순간, 별의 구역에 별의 힘이 얼마 남아있지 않다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화염으로 불꽃구슬을 만들게 된다면 위력이 크게 감소할 뿐 아니라 오랫동안 보관할 수 없어 시간이 되면 저절로 불꽃구슬이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된다면 아주 큰 가치를 잃게 된다.

이준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저으며 당초의 계획을 포기하고 별의 구역 출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이제, 이곳을 빠져나갈 때가 되었다.

* * *

이준이 불꽃구슬을 제련하고 있는 사이, 바깥은 또다시 한바탕 소란이 일고 있었다.

연금탑의 모든 강자들은 탑에서 빠져나와 긴장된 눈빛으로 하늘 위에서 나타난 격렬한 공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공간 통로에서 엄청난 고온이 퍼져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금탑 사람들은 반 년 전 현공자가 그 안에서 허겁지겁 뛰쳐나오던 것을 어제 일처럼 기억하고 있었다. 현공자마저 어찌할 수 없던 불길이 바깥으로 터져 나온다면 연금성 전체가 불지옥으로 변해버리고 말 것이 분명했다.

육 개월간 잠잠했던 별의 구역이 갑작스레 이상 징후를 보이자, 연금성 전체가 혼란에 빠져 버리고 말았다.

“투황 이하 강자들은 모두 후퇴하고 나머지 강자들은 결계를 만들 준비를 하라!”

하늘 위, 현공자와 두 우두머리가 심각한 얼굴로 명령을 내렸다.

“현이, 진태자, 우리는 목숨을 걸고 불길을 막아보세.”

명령을 하달한 현공자가 굳은 눈빛으로 옆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별의 구역이 폭발하게 된다면 생길 재앙에 대해 잘 알고 있는 현이와 진태자 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아라야, 어떻게 하겠느냐?”

연금탑 주위에 있는 건축물 위, 천화존자가 눈썹을 찌푸린 채 왜곡된 공간을 바라보며 아라에게 물었다.

천화존자의 말에 아라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준을 기다리겠어요.”

“에휴.”

아라의 말에 천화존자는 한숨을 내뱉으며 손바닥에 있는 용의 각인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보람을 바라봤다.

“용의 각인이 아직 멀쩡하다는 건 이준이 분명 아무 일 없다는 건데, 왜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는 거지.”

보람은 중얼거리며 슬쩍 아라의 눈치를 살폈다. 아라는 창백한 얼굴로 하늘 위에서 요동치고 있는 공간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 * *

“봉인을 강화하라!”

현공자가 날카롭게 소리치는 순간, 세 개의 거대한 빛줄기가 공간 통로 안으로 흘러들어가며 투명한 물결이 확산되었다.

현공자와 두 우두머리의 힘에 의해 요동치던 공간은 점점 안정을 되찾았지만, 사람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전에 공간 통로에서 갑자기 기이한 파동이 일어나며 삼 미터 정도의 균열이 나타났다.

“끝났소…….”

공간이 갈라지는 것을 발견한 세 우두머리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둡게 내려앉았다.

펑!

바로 그때, 균열이 빠르게 흔들리며 자흑색 화염이 폭풍처럼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결계를 만들어라!”

현공자가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예!”

연금탑의 수많은 강자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염력을 뿜어내며 결계를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

“목숨을 걸고 화염을 막아내야 한다!”

바로 그때, 자흑색 화염을 가르고 익숙한 그림자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온 하늘을 뒤덮은 화염 속에서 나타난 그림자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연금성의 하늘을 집어삼키며 타오르던 공포스러운 화염들이 눈 깜짝할 새에 별의 구역 안으로 물러났다.

연금성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불바다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광경에 온 성안에 정적이 내려앉았다. 사람들은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하늘 위에 떠 있는 익숙한 검은 그림자를 바라봤다.

“저 사람은…… 이준?”

“살아있던 거야? 맙소사, 이게 가능한 일이야?!”

“연금탑의 수장들도 감당할 수 없는 화염을 어떻게 물러나게 한 거지?”

이준을 알아본 사람들은 귀신에 홀린 듯 하늘을 올려다보며 연신 소란을 피워댔고, 순식간에 연금성 전체에 이준이 살아있다는 소식이 퍼져 나갔다.

한편, 허공에 떠있던 이준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연금탑의 세 수장을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민망한 듯 입을 열었다.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이준? 자……자네 정말로 살아있었던 건가!”

현공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외쳤다. 그는 8개월 전 직접 별의 구역에 들어가 그곳이 어떤 상황인지를 똑똑히 목격한 바 있었다. 연금탑의 수장인 자신조차 5분을 넘기지 못한 곳에서 8개월 이상 살아있었던 것도 놀라운데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돌아오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세 사람의 경악한 눈빛을 본 이준은 민망한 듯 웃으며 공간의 균열을 향해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균열이 점점 사라지며 연금성의 하늘을 뒤덮고 있던 뜨거운 열기가 빠르게 사라졌다.

“자네 기운이…….”

점점 정신을 차린 세 우두머리는 이준의 몸을 자세히 훑다 더 깜짝 놀랐다. 지금 이준의 기운은 별의 구역을 들어갈 때와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달라져 있었기 때문이다.

“설마 자네, 별의 불꽃을 손에 넣었는가?”

현공자가 무언가 생각난 듯 긴장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하하, 설마 돌려 달라고 하시진 않겠지요?”

“자네가 그 녀석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나는 상관없다네.”

이준이 웃으며 농을 건네자, 현공자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하지만 정말로 별의 불꽃을 손에 넣다니……. 실로 놀랍구나.”

바로 그때, 하얀 옷을 입은 여자 하나가 번개처럼 날아와 이준을 덥썩 끌어안았다. 아라의 두 뺨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걱정 마, 나 괜찮아.”

아무 말 없이 자신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아라의 모습에 이준은 가슴 한켠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 일 없을 거라고 말했잖아. 내 용의 각인은 틀린 일이 없다구.”

아라의 뒤에서 장난스런 보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천화존자 선생님, 걱정을 끼쳤네요.”

아라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이준이 고개를 돌려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 천화존자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8개월 만에 나타난 이준을 바라보는 천화존자의 눈에는 숨길 수 없는 경악의 빛이 가득했다. 이준의 실력이 불과 8개월 사이에 5성이나 성장해 있었기 때문이다. 1성을 올리는데 몇 년이 걸리는 투종 계급에서 이는 결코 있을 수 없는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다.

‘허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실로 대단하구나. 이대로라면 투존이 되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겠어.’

천화존자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혼잣말을 되뇌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뒤 아라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널 가장 걱정한 사람이 바로 아라다. 자네가 실종된 내내 시도 때도 없이 별의 구역에 들어가려고 했지. 연금탑의 회장들이 말리지 않았다면 이미 별의 구역으로 들어갔을지도 모르네.”

천화존자의 말에 이준은 다시 한번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아라는 민망한 듯 이준에게서 떨어지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모두들 널 걱정했어. 다음부터는 이렇게 위험한 일은 하지 마.”

이준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 뒤 연금탑의 세 우두머리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연금탑에 피해를 끼쳤네요.”

“아무 일 없이 돌아왔으면 됐네. 그동안 현이에게 얼마나 구박을 받았는지 모르겠군. 껄껄, 자네가 죽었다면 약선을 어떻게 다시 볼 것이냐고 난리도 아니었지.”

현공자는 손을 내저으며 웃었다.

“스승님…….”

약선의 이름을 듣는 순간, 이준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 그가 목숨을 걸고 세 번째 천지의 불꽃을 손에 넣은 것은 스승과 아버지를 영혼의 궁전에게서 구해내기 위해서였다.

갑자기 매섭게 변한 이준의 표정을 본 현이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눈치챈 듯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곳은 대화하기 적합한 장소가 아니니 우선 연금탑으로 들어가자꾸나. 별의 구역에 있는 동안 약선에 관한 정보를 모아두었다.”

현이의 말에 이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