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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598화 (598/818)

598화. 세 번째 불꽃

“비열한 인간!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별의 불꽃은 머리끝까지 차오르는 분노에 눈을 붉게 물들이며 거센 포효를 내뱉었다. 그 순간,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오던 자흑색 화염이 무수히 많은 작은 용으로 변해 이준을 향해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곧이어 뜨거운 열기가 끊임없이 확산되면서 이준이 서있는 자리가 모조리 불바다로 변해버렸다.

“후…….”

이미 약해질 대로 약해져있던 별의 불꽃은 더욱 지쳤는지 거친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그가 막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는 찰나, 일렁이는 화염 파도를 가르고 청록색 화염을 몸에 두른 이준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불바다에서 걸어 나온 이준이 씨익 웃으며 가볍게 손을 들자, 그의 손에 있던 용의 각인에서 눈부신 금빛 섬광이 폭발했다.

그와 동시에 자흑색 화염이 마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는 낙엽마냥 힘없이 용의 각인을 향해 빨려 들어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용의 각인 속으로 모조리 흡수되었다.

다음 순간, 이준의 팔뚝에서 자흑색 화염이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주위를 뒤덮고 있던 화염이 모두 사라지자, 영혼 공간 속에는 별의 불꽃과 이준만이 남게 되었다. 별의 불꽃은 겁에 질린 눈으로 끊임없이 뒤로 물러서며 이준에게서 달아나려 애썼다.

“네가 졌어.”

겁에 질린 채 뒤로 주춤주춤 달아나는 별의 불꽃의 모습에 이준의 입가에는 자신만만한 미소가 피어났다.

그가 다시 한 번 손을 들자, 또다시 눈부신 금빛 섬광이 폭발해 별의 불꽃을 쫓아가 몸부림치는 그를 밧줄처럼 옭아맸다.

용의 각인의 힘에 붙잡힌 별의 불꽃의 거대한 몸은 빠르게 작아지다 결국 손바닥만한 자흑색 불빛으로 변해 그대로 이준의 손바닥에 있는 용의 각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손바닥 안으로 별의 불꽃이 사라지자 이준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겉으로는 단순한 힘겨루기처럼 보였지만 사실 이것은 의지의 대결로 마음만 꺾이지 않는다면 별의 불꽃을 흡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터져라!”

고개를 들어 주위를 둘러본 이준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주위의 공간에서 파동이 얼어나며 ‘우직’하는 소리와 함께 새카만 공간이 산산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 * *

영혼 공간이 부서지는 순간, 자흑색 화염이 가득한 별의 구역에 앉아있던 이준의 본신이 천천히 눈을 떴다.

새까만 눈동자 속에는 청록색과 자흑색이 섞인 신비한 빛이 깃들어있었다.

이준은 눈을 뜨자마자 맞은편에 있는 자흑색 작은 용을 바라보았다. 별의 구역에 남아있는 별의 불꽃의 본체는 이미 죽은 것마냥 생기를 잃은 상태였다.

자리에서 일어선 이준은 천천히 앞에 있는 작은 용을 향해 걸어가 그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강한 흡인력이 터져 나와 자흑색 용을 각인 안으로 빨아들였다.

마침내 용의 불꽃의 본체를 흡수하는 데 성공한 이준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세 번째 천지의 불꽃을 손에 넣은 것이다.

별의 불꽃의 본체가 몸 안에 들어가는 순간, 뜨거운 열기가 몸속 가득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이준은 곧바로 자리에 앉아 별의 불꽃을 융합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지금 그의 몸에서는 청록색의 화염과 자흑색 화염이 번갈아가며 새어나오고 있었다.

용의 각인 덕분에 이준은 어렵지 않게 별의 불꽃의 지배권을 얻을 수 있었지만, 천지의 불꽃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순위를 자랑하는 별의 불꽃을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 분명했다.

과거 구름 불꽃을 흡수할 때, 이준은 자그마치 삼 년이라는 시간을 지하에서 보내야 했다. 이번에는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겠지만 하루 이틀 안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 분명했다.

이준이 자리에 앉아 눈을 감자, 그의 몸을 감싸고 있던 청록색 화염 장막 역시 점점 옅어지다 이내 사라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주변에 퍼져 있던 자흑색 화염이 이준을 그대로 덮치려 했지만, 마치 무언가를 두려워하듯 그의 몸에 닿지는 못하고 조용히 그의 주위를 맴돌기만 하였다.

청록색 화염 장막이 사라지는 순간, 이준의 곁에 있던 하늘 요괴의 몸이 점점 뜨겁게 달구어 지더니 급기야 요괴의 몸에서 금빛 액체가 뚝뚝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눈부신 빛을 발하던 요괴의 몸은 점점 더 짙고 농밀한 금빛으로 변화하며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더욱 깊은 금빛을 띠기 시작했다.

* * *

별의 불꽃을 연소시키는 데 필요한 시간이 결코 짧지 않다는 것은 이준도 잘 알고 있었지만, 눈을 감은지 벌써 6개월이 지나갔으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반년 동안 별의 구역은 쥐 죽은 듯 고요했지만, 별의 구역 바깥에서는 한시도 소란이 끊이질 않았다.

별의 구역이 닫힌지 삼 일째 되는 날, 아라는 삼대 우두머리에게 별의 구역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그녀의 요청에 응한 것은 현이였다. 그녀 역시 약선의 제자인 이준이 그 안에서 목숨을 잃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별의 구역으로 통하는 공간 통로를 여는 순간, 자흑색 화염이 해일처럼 밀려나오며 온 하늘을 불바다로 만들었다. 아라나 천화존자는 물론이고 연금탑의 삼대 수장조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불길이었다.

이에 현이는 황급히 공간 통로를 닫을 수밖에 없었고, 다시 한 달 정도가 지나 현공자가 별의 구역의 입구를 열었다.

공간 통로 안에는 여전히 자흑색 화염이 가득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 안에 들어갈 만한 실력을 가진 자는 연금탑의 수장들 중에서도 현공자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그 대단한 현공자마저도 별의 구역에 들어간 지 오 분도 되지 않아 다시 밖으로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

지금 별의 구역 안은 그야말로 ‘불지옥’이라는 말 외에 다른 말로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별의 구역에서 빠져나온 현공자의 모습에 모든 사람들은 완전히 절망에 빠지고 말았다. 현공자의 실력으로도 별의 구역에서 오분을 채 버티지 못했는데, 이준이 무슨 수로 그 안에서 살아남는단 말인가?

아라와 천화존자도 보람이 아니었다면 이준이 아직 살아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현공자를 비롯한 연금탑의 모든 장로들은 이준이 살아있을 가능성은 털끝만큼도 없다고 생각했다.

연금성내에서는 이미 이번 대회의 우승자가 목숨을 잃었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져 있었다.

자흑색 화염이 가득한 별의 구역 안에서는 무시무시한 온도의 화염이 끊임없이 솟아나며 끊임없이 공간을 일그러뜨리고 있었다. 만일 현공자를 비롯한 세 수장이 만들어 둔 봉인이 아니었다면 이 화염들이 지하에 눌려있던 화산처럼 폭발하며 연금성 전체가 불지옥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자흑색 화염으로 가득 찬 죽음의 땅의 중심에는 여전히 한 사내가 눈을 감은 채 죽은 것 마냥 앉아 있었다. 사내의 주위에는 짙은 자흑색 화염이 격렬하게 소용돌이 치며 열기를 내뿜고 있었다.

이준이 별의 구역에 들어온지도 어느 덧 8개월이 지나 있었다. 죽은 사람처럼 앉아 있는 이준의 몸에서는 끊임없이 자갈색 불씨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자갈색 화염에 의해 몸이 단련되면서 이준의 하얗던 피부는 점점 고동색으로 변해갔고, 그의 몸 안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충만한 힘이 차오르고 있었다.

지금 별의 구역은 마치 이준과 하나로 융합된 것처럼 보였다. 그의 호흡이 거칠어질 때마다 별의 구역을 채우고 있는 화염에도 물결이 일렁였고, 그의 호흡이 안정을 되찾으면 화염 물결 역시 잠잠해지며 다시 적막이 찾아왔다.

그러던 어느 날, 이준의 몸에서 돌연 자갈색 화염이 폭발하더니 십 미터 정도의 크기의 자갈색 용으로 변화했다.

용의 정체는 과거 별의 불꽃의 본체였다. 하지만 자갈색으로 변한 용에게서는 이전보다 훨씬 더 짙고 신비한 기운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크르릉!”

거대한 자갈색 화룡이 거대한 머리를 치켜든 채 입을 벌리자, 죽은 듯이 고요했던 별의 구역 안이 귀청이 먹먹해질 정도의 포효소리로 가득 찼다.

쾅!

그 순간, 잠시 잦아들었던 자흑색 화염이 다시 폭발하며 거대한 자흑색 불기둥으로 변해 거대한 용의 입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자흑색 화염이 거대한 용의 입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용의 몸이 점점 더 선명해지더니 칼로 새긴 듯 선명한 비늘이 생겨났다.

“크르릉!”

별의 구역 안에 넘쳐나는 자흑색 화염을 거대한 용이 집어삼켰지만 불바다는 여전히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화염은 별의 불꽃이 오랜 세월 동안 흡수한 성신의 힘이 모여서 만들어진 것으로, 별의 불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데 성공한 이준이라 해도 완전히 흡수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거대한 용은 한참동안 자흑색 화염을 집어삼키고 나서야 만족한 듯 다시 점점 작아져 작은 자갈색 화염으로 변해 이준의 몸속으로 돌아갔다.

거대한 용이 이준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반년 동안 굳게 감겨있던 두 눈이 마침내 다시 열렸다.

치익!

이준이 눈을 뜨자, 새까만 눈동자 속에서 자갈색 화염이 일렁이며 불바다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

“후……. 드디어 성공인가.”

이준은 천천히 고개를 숙인 뒤 빙긋 웃으며 주먹을 쥐어보았다. 그러자 자갈색 화염이 쉭,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몸에서 솟아나왔다. 그 자갈색 화염은 구름 불꽃, 대지의 불꽃, 그리고 별의 불꽃이 완전히 하나로 융합된 새로운 불꽃이었다.

이준은 자신의 불꽃이 틀림없이 모든 천지의 불꽃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 것이라고 확신했다.

“세 개의 불꽃이 융합되었으니 대충 삼천불꽃이라고 부르면 되겠지?”

손에서 솟아나고 있는 자갈색 화염을 바라보는 이준의 입가에는 미소가 끊이지 않았다.

자갈색 화염을 거두어들인 이준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돌연 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화룡이 나타나 우렁찬 포효를 내질렀다.

곧이어 이준의 염력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만일 누군가가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면 공포스러운 속도에 놀라 뒤로 자빠졌을지도 모른다.

4성, 5성, 6성, 7성…….

지금 이준은 다른 사람들이라면 수 년, 심지어 수십 년의 시간을 들여야 도달할 수 있는 경지를 단 몇 분 만에 뛰어넘고 있었다.

7성 투종의 벽을 뚫은 이준의 염력은 끝을 모르고 치솟다가 9성 투종 수준에 도달하고 나서야 서서히 멈춰 섰다.

화산이 폭발하듯 치솟던 염력이 완전히 멈춰서는 순간, 이준의 입에서는 나지막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너무나 기쁜 나머지 소리조차 지를 수 없었다.

가볍게 손을 쥐었을 뿐인데도 느껴지는 엄청난 힘에 이준은 모골을 다시 만나더라도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아도 될 것같은 자신감을 느꼈다.

“9성 투종…….”

투황도 아닌 투종 단계에서 한 번에 네 계단을 뛰어넘다니, 별의 불꽃이 얼마나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지 실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기쁜 일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웃으며 고개를 돌린 이준은 자신의 곁을 지키고 서있던 하늘 요괴의 몸이 이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진한 금빛으로 빛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금 하늘 요괴의 몸은 금빛이라기보다는 거의 황토색에 가까운 진한 금색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별의 불꽃의 에너지를 흡수한 건가?”

이준은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한참이나 더욱 강해진 하늘 요괴를 바라보다 만족스런 표정으로 저장반지 안에 요괴를 집어넣었다.

요괴를 회수한 뒤 주위를 둘러보니 드넓은 별의 구역 곳곳에서 아직도 자흑색 화염이 타오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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