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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596화 (596/818)

596화. 영혼교전

‘우선 별의 힘을 흡수하지 못하게 막아야겠어.’

생각을 마친 이준은 빠르게 청록색 화염을 피워내며 허공을 밟고 날아가 별의 불꽃의 앞을 막아섰다.

차가운 눈빛으로 이준을 바라보던 별의 불꽃은 그의 몸에서 피어나는 청록색 불꽃을 발견하고는 돌연 탐욕으로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이 청록색 화염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저 화염을 흡수한다면 연금탑의 세 수장조차 자신을 어쩌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탐욕에 물든 별의 불꽃의 눈빛을 보는 순간, 대지의 불꽃을 탐내던 구름 불꽃의 모습이 이준의 머리를 스쳤다.

“자, 이리와라. 이 불꽃이 탐나는 거지?”

말을 마친 이준은 곧바로 발밑에서 은빛 섬광을 폭발시키며 속도를 높여 단숨에 별의 불꽃에게 접근했다.

거리가 좁혀지자, 이준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별의 불꽃의 머리를 향해 청록색 화염으로 둘러싸인 주먹을 휘둘렀다.

이미 많은 힘을 소진한 별의 불꽃은 이준의 공격을 피할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있는 힘껏 꼬리를 휘둘러 이준의 주먹을 막아내려 했다.

쾅!

두 개의 화염이 맞부딪히는 순간, 굉음이 일며 주위의 공간에 새까만 균열이 퍼져 나갔다.

이준의 공격에 의해 살짝 뒤로 밀려난 별의 불꽃은 하늘을 향해 거친 울음 소리를 내뱉은 뒤 입에서 자흑색의 화염을 내뿜었다.

자신의 공격에 의해 뒤로 밀려나는 별의 불꽃의 모습에 이준의 입가에는 의미심장한 미소가 번졌다. 멀쩡한 상태의 별의 불꽃이라면 절대로 자신의 공격에 의해 뒤로 밀려날 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 정도로 쇠약해진 별의 불꽃의 공격 정도는 얼마든지 막아낼 자신이 있었다.

이준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청록색의 화염이 더욱 거세게 타오르며 거대한 화염 장벽으로 변했다.

펑!

또 다시 두 개의 불꽃이 충돌을 일으키는 순간, 더욱 선명한 균열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자신의 불꽃이 너무나도 간단하게 막히자, 분노한 별의 불꽃은 더욱 거세게 화염을 내뿜었다. 하지만 화염을 내뿜으면 내뿜을수록 더욱 빠른 속도로 체력을 소진할 뿐이었다.

이후 몇 번 정도 별의 불꽃의 공격을 받아낸 이준은 마침내 때가 왔음을 확신했다. 공격을 거듭할 때마다 별의 불꽃의 공격력이 눈에 띄게 약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회를 잡았다고 판단한 이준은 곧바로 저장반지에서 네 개의 옥병을 꺼내 연달아 별의 불꽃에게 집어던졌다.

펑펑!

별의 불꽃에게 날아간 옥병은 자흑색 화염에 닿기 무섭게 폭발하며 사방으로 하얀색 액체를 흩뿌렸다.

치이익.

백색 액체가 화염에 닿는 순간, 뼛속까지 시린 한기를 머금은 하얀 안개가 빠르게 별의 불꽃을 뒤덮었다.

하얀 안개는 뜨거운 흑색 화염에 닿으면서 빠르게 사라졌지만, 별의 불꽃의 몸을 뒤덮고 있던 자흑색 화염 역시 빠르게 옅어지고 있었다.

‘바로 지금이다.’

별의 불꽃을 감싸고 있던 자흑색 화염이 옅은 보라색으로 변하는 순간, 이준의 발에서 눈부신 은빛 섬광이 터져 나오며 그의 몸이 잔영을 남기고 사라졌다.

사라졌던 이준의 몸이 다시 나타난 곳은 바로 별의 불꽃의 정수리 위였다.

별의 불꽃에 다가선 이준은 곧바로 황토색 액체가 담긴 약병을 놈의 머리 위에 집어던졌다.

그리고 황토색 액체가 별의 불꽃 머리에 닿는 순간, 별의 불꽃의 몸이 굳어버리며 반짝이던 동공이 빛을 잃었다. 그와 동시에 놈의 이마에 이준의 손에 새겨져 있는 것과 똑같은 기이한 문양이 떠올랐다.

“역시 용의 각인이야!”

별의 불꽃의 머리 위에 나타난 기이한 문양을 본 이준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 번졌다.

별의 불꽃의 머리에 기이한 문양이 나타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준은 자신의 손에 있던 용의 각인이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 순간, 별의 불꽃의 눈에서 차가운 살기가 솟구치며 이준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별의 불꽃의 살기 가득한 눈빛에 이준은 가장 위험한 순간이 왔음을 직감했다. 보람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제부터 자신과 별의 불꽃은 서로를 잡아먹기 위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와라!”

크르릉!

별의 불꽃이 하늘을 향해 포효하자 이마에 있던 기이한 문양에서 금빛이 번쩍이며 깜깜한 허공을 밝게 비췄다.

곧이어 별의 불꽃 이마에 나타난 빛이 점점 밝아지면서 이준이 마음속으로 느꼈던 이상한 느낌도 점점 강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준의 눈앞이 하얘지며 정신이 혼미해졌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아주 낯선 공간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그 공간에는 어디를 둘러보아도 자흑색 화염만이 가득했다.

“멍청한 인간들!”

자흑색 화염 속에서 분노에 찬 용의 고함 소리가 울려 퍼지더니 이내 거대한 용이 불바다 속에서 일어나 차가운 눈빛으로 불바다 속에 갇힌 이준을 바라보았다.

이준은 말없이 정신을 집중해 영혼의 힘을 뿜어내며 별의 불꽃을 바라봤다.

“자! 덤벼봐! 누가 이기나 보자고!”

크르릉!

그의 말에 거대한 용은 흥분한 듯 다시 한 번 거친 포효를 내뱉었고, 뒤이어 자흑색 화염이 무시무시한 기세로 이준에게 돌진했다.

그 순간, 청록색 화염장막이 솟아올라 거대한 자흑색 화염을 막아냈다.

별의 불꽃과 이준, 둘 중 누가 주인이 될지 결정하는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 * *

한편, 바깥세계에서는 조영을 비롯한 연금술사들이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으로 눈을 감은 채 가만히 앉아 있는 이준과 잠들어버린 것처럼 허공에 떠다니는 자흑색 용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준과 별의 불꽃의 본체는 마치 죽은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

조영이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싸움 방식을 바꾼 것 같아요. 이준에게서 방대한 영혼의 힘이 요동치고 있는 것이 느껴지고, 별의 불꽃 역시 조용한 걸 보니 영혼의 싸움이 시작된 모양이에요.”

옆에 있던 단선이 말했다.

“영혼의 싸움?”

그녀의 말에 조영의 표정이 살짝 변했다. 영혼의 싸움은 아주 강한 영혼의 힘을 가진 자들만이 할 수 있는 특수한 형태의 싸움이었다. 하지만 영혼의 싸움 중에는 아주 작은 실수로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을 수 있었기에 영혼의 힘에 자신이 있는 강자들이라도 함부로 영혼의 싸움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일단 영혼의 싸움이 시작된 이상 결과가 나오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어요.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함부로 끼어들었다가는 이준씨의 영혼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받을지도 몰라요.”

단선의 말에 조영은 눈썹을 찌푸리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모골 역시 이준이 별의 불꽃과 영혼의 싸움에 들어갔다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조영이나 단선과는 정반대로 입가에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준과 별의 불꽃의 영혼의 교전을 방해한다면 이준을 죽이고 별의 불꽃도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녀석을 막으시오. 내가 나서겠소!”

모골이 살기로 가득찬 눈을 빛내며 외쳤다.

그의 외침에 구웅길과 대전을 벌이던 영존은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에게는 이미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이번에 별의 불꽃을 얻어내지 못한다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모골이 전장을 벗어나려하자 구웅길이 다급히 몸을 돌려 그의 앞을 막아서려 했다. 하지만 영존이 함께 죽기라도 하려는 듯 필사적으로 달려드는 탓에 도저히 모골을 막을 수가 없었다.

“조영, 저 녀석을 잡아라!”

흑색 옷의 영존에게 붙잡힌 구웅길이 조영을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조영과 송청, 단선이 구웅길의 명에 따라 모골을 막으려 하는 찰나, 연금대회에 잠입했던 영혼의 궁전의 강자들이 번개처럼 나타나 세 사람을 막아섰다.

결국 영혼의 궁전의 강자들에게 발이 묶인 그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이준에게 날아가는 모골을 그대로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껄껄, 이준, 나에게 아주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구나.”

그 사이 번개처럼 이준에게 접근한 모골 노인의 손바닥에서 진청색의 화염이 터져 나왔다.

펑!

하지만 모골이 막 이준의 정수리를 내리치려는 순간, 무시무시한 힘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와 그의 가슴팍을 그대로 강타했다.

푸흡!

갑작스럽게 날아든 공격에 모골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그의 입에서 새빨간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네 놈들이 생각보다 준비를 많이 했구나.”

곧이어 차가운 목소리가 허공을 뚫고 허무한 공간에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현공자였다.

“쳇, 바깥에 있던 놈들을 벌써 정리했단 말인가!”

현공자의 얼굴을 본 모골과 영존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저장 반지에서 은색 구슬을 꺼내 그것을 깨버렸다. 그러자, 그들의 주위에 새까만 균열이 빠른 속도로 생겨났다.

“어딜 감히!”

자신을 보자마자 달아나려는 그들의 모습에 현공자의 입가에는 더욱 서늘한 살기가 내려앉았다.

쾅!

그가 주먹으로 허공을 내리치자, 공간의 균열에서 투명한 에너지가 튀어나와 네 사람의 가슴팍에 동시에 내리꽂혔다. 현공자의 공격을 받은 네 사람은 일제히 검붉은 피를 내뱉으며 공간의 균열 속으로 사라졌다. 간단한 공격 한 번으로 네 투존에게 부상을 입히다니, 과연 연금탑의 수장다운 힘이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의 얼굴에 떠오른 것은 미소가 아니라 경악에 찬 표정이었다. 허공 위에서 거대한 용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며 끊임없이 화염을 토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럴 수가……. 별의 불꽃이 폭발하려 하는군.”

쾅!

새카만 암흑 속, 별의 불꽃의 거대한 몸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족히 백 미터는 됨직한 화염 기둥이 솟아올랐다.

이 무시무시한 폭발에 현공자마저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지금 별의 불꽃은 무수한 세월동안 흡수했던 화염을 모조리 방출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 때, 현공자의 눈에 거대하게 부풀어 오른 별의 불꽃 앞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있는 이준의 모습이 들어왔다.

“별의 불꽃과 영혼 교전을 벌이다니…….”

펑!

그 때, 거대한 용의 몸이 폭발하며 엄청난 양의 화염을 쏟아냈고, 이내 별의 구역 전체가 화염으로 뒤덮였다.

“구웅길, 그들과 먼저 빠져나가시오!”

별의 구역 가득 퍼져나가는 화염의 공포스러운 온도를 느낀 현공자의 안색이 점점 더 창백하게 질려갔다.

현공자의 말에 구웅길 역시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조영, 단선, 송청 세 사람을 데리고 별의 구역의 출구 방향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현공자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이미 자흑색 화염에 뒤덮인 이준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주위에 있던 화염은 의식이 있는 것처럼 그를 덮치지 않았지만, 이 정도 고온에서는 투존 강자라 해도 결코 오랜 시간을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강제로 데려가야겠군…….’

고민하던 현공자는 결국 이를 악물고 결정을 내렸다. 지금 상태에서 이준을 건드린다면 틀림없이 큰 부상을 입게 되겠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생각을 마친 현공자는 빠르게 움직여 이준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하지만 그가 막 손을 쓰려는 순간, 갑자기 눈부신 빛줄기 하나가 번개처럼 날아들어 그를 막아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한 현공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팔을 휘둘러 자신을 향해 달려든 빛줄기를 막아냈다.

“이런…….”

그를 향해 달려든 것은 바로 비뢰를 받아냈던 이준의 금색 요괴였다.

하늘 요괴는 지성이라고 할 만한 것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유일한 생각은 ‘주인을 지킨다.’는 것뿐이었다. 이것은 ‘생각’이라기보다 일종에 본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그런 본능이 오히려 방해가 됐다. 현공자가 영혼의 싸움에 들어간 이준을 도와주려는 것을 이준을 해하려는 것으로 판단해 그를 막아선 것이다.

물론 천지요괴 혼자서는 현공자를 당해낼 수 없었다. 하지만 현공자가 다시 한 번 손을 쓰려던 찰나, 허공에 있던 거대한 용의 몸이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또 다시 폭발을 일으켰다.

쾅쾅!

거대한 용의 몸이 폭발을 일으키는 찰나, 공포스러운 열기를 머금은 자흑색 화염이 현공자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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