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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594화 (594/818)

594화. 영존의 힘

거대한 용이 눈을 뜨는 순간 차가운 기운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귀를 찢을듯한 포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쿠오오오!”

곧이어 거대한 용의 몸에서 검보랏빛 화염이 터져 나와 시커먼 공간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텅 빈 공간 곳곳에서 기이한 문양이 떠오르더니 눈부신 빛이 터져 나와 거미줄처럼 별의 불꽃을 단단히 옥죄었다.

“크르릉!”

별의 불꽃은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사방으로 자흑색 화염을 토해내며 검은 색 문양을 불태웠다.

용이 깨어나자 검은 공간에 은은하게 떠다니던 별의 힘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놈에게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모골, 네가 죽고 싶은 게로구나!”

별의 불꽃이 난동을 부리는 모습에 구웅길의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그의 몸에서 해일과도 같은 염력이 터져 나왔다.

“껄껄, 어차피 봉인해 두어봤자 쓰지도 못할 불꽃인데 우리 영혼의 궁전이 가져가는 것이 낫지 않겠소?”

살기를 가득 품은 채 달려드는 구웅길을 보며 모골의 입가에는 조롱 섞인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준, 자네들은 당장 구슬을 깨뜨려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구웅길이 다급히 모골을 향해 몸을 날리며 외쳤다.

하지만 네 사람이 옥구슬을 꺼내는 순간, 돌연 등 뒤에서 날카로운 돌풍이 네 사람을 덮쳐 손에 들린 구슬을 저 멀리 날려버렸다.

바람이 불어온 방향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니 모골이 아닌 두 사람이 음산한 표정으로 이준 일행을 노려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영혼의 궁전 놈들이 더 있을 줄이야.”

순간 조영과 송청, 이준의 표정이 싸늘하게 내려앉았다. 10위 안에 모골을 제외하고도 두 명이나 더 연금술사를 잠입시키다니, 상상조차 하지 못 한 일이었다.

“끌끌, 연금탑의 세 수장은 별의 구역을 유지해야 하니 손을 쓸 수 없을 게다. 그리고 연금탑의 다른 강자들 역시 연금성을 지키느라 정신이 없을걸.”

잠입해 있던 영혼의 궁전의 두 강자 중 한 명이 조롱 섞인 웃음을 지으며 마했다.

“이준씨, 어떻게 해야 하죠?”

조영, 단선이 이준의 뒤에 선 채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구웅길은 이미 모골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 조영, 단선, 이준, 송청 넷이서 별의 불꽃을 막고 영혼의 궁전의 강자 둘을 상대해야 했다.

하지만 넷이서 힘을 합쳐도 별의 불꽃조차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영혼의 궁전까지 상대한단 말인가.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면서 연금탑 강자들의 지원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죠.”

이준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의 말에 조영과 단선은 입을 벌린 채 서로를 바라보다 입술을 앙다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허공에 갑자기 격렬한 파동이 일어나며 엄청난 힘이 터져 나와 별의 불꽃을 휘감았다. 바깥쪽에 있는 연금탑의 세 수장이 봉인을 더욱 강화한 것이 틀림없었다.

“크르릉!”

봉인의 힘이 다시 강해지자, 별의 불꽃의 눈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별의 불꽃 입장에서는 오늘 이곳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또 얼마나 오랜 시간을 잠들어 있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봉인을 깨뜨리려 할 수밖에 없었다.

별의 불꽃의 눈이 빨갛게 변한 순간 놈의 몸에서 파멸의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파멸의 기운을 느낀 이준은 눈꼬리를 씰룩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기세로 보아하니 별의 불꽃도 목숨을 걸고 이곳을 탈출하려는 모양이었다.

“네 놈들이 언제까지 나를 붙잡아둘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거대한 용은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사방으로 자홍색 불꽃을 뿜어댔다.

지옥의 화염과도 같은 검은 불꽃이 계속해서 문양 위를 때리자, 문양에서 뿜어져 나오던 밝은 빛도 빠르게 약해지기 시작했다.

“큰일 났어, 별의 불꽃이 봉인을 풀고 있어!”

봉인을 형성하고 있던 문양들이 점점 흐려지는 모습에 조영을 비롯한 연금탑의 세 연금술사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고 발을 동동 굴렀다. 연금탑의 사람으로서 그들은 별의 불꽃이 봉인에서 벗어나는 순간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 사람과 달리 이준은 상당히 냉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별의 불꽃이 봉인을 풀고 나오는 과정에서 많은 힘을 쓸수록 자신이 별의 불꽃을 손에 넣을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었다.

우직!

바로 그때, 무언가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이준의 귓등을 때렸다.

미세한 파열음이 울려 퍼지는 순간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던 모골과 구웅길마저 싸움을 멈추고 약속이나 한 듯 별의 불꽃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거대한 용의 주위를 빼곡하게 뒤덮은 채 빛을 내뿜고 있던 검은 문양은 어느새 반 이상이 사라져 있었고, 별의 불꽃은 더욱 흉폭한 기운을 내뿜으며 미친 듯이 날뛰고 있었다.

“제길…….”

구웅길은 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봉인을 박살 낸 별의 불꽃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봉인을 푼 별의 불꽃을 상대할 수 있는 자는 연금탑의 세 수장 정도밖에 없었다.

“하하!”

구웅길의 일그러진 표정과는 대조적으로 모골의 얼굴에는 흡족한 미소가 가득했다.

“봉인에서 벗어난 것을 축하하오. 약속대로 우리 혼전에 1년만 있어준다면 당신은 자유의 몸이 될 것이오.”

모골은 마치 살아있는 사람을 대하듯이 별의 불꽃을 대하고 있었다.

“저 영감, 별의 불꽃과 거래를 했던 거야?”

모골의 말에 이준은 등줄기가 싸늘하게 얼어붙는 것을 느꼈다.

“약속은 지키겠다. 하지만 먼저 세상을 한 번 둘러보고 나서 영혼의 궁전으로 찾아가지. 너무 오래 갇혀있었더니 좀이 쑤셔서 말이야.”

하지만 별의 불꽃이 입을 여는 순간, 모골의 얼굴이 돌덩이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지금 약속을 어기겠다는 것이오?”

“큭큭, 내가 뭘 믿고 너를 따라 바로 영혼의 궁전으로 가야하지?”

별의 불꽃의 눈에 차가운 기운이 스쳤다. 인간들의 손에 수많은 고통을 당한 별의 불꽃은 절대로 인간을 믿지 않았다.

곁에서 둘의 대화를 듣던 이준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구웅길 역시 모골과 별의 불꽃의 대화를 듣고는 잠시 머뭇거리다 이준과 조영 일행을 향해 말없이 눈빛을 보냈다.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린 이준과 연금탑의 세 제자들은 은근슬쩍 뒤쪽으로 몸을 물렸다.

만일 모골과 별의 불꽃 사이에 싸움이 일어난다면 모골이 패배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물론 그 역시 만만치 않은 강자이니 별의 불꽃 역시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연금탑의 입장에서는 손쉽게 모골을 제압하고 별의 불꽃을 다시 봉인할 수 있을 것이다.

네 사람이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고 모골 역시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를 단박에 알아차렸다. 하지만 이 자리에 별의 불꽃을 묶어두기만 하면 되는 그들과 달리 모골은 오늘 반드시 별의 불꽃을 영혼의 궁전으로 데리고 가야했으니, 절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약속을 깬 것을 반드시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말을 마친 모골은 곧바로 반짝 반짝 빛나는 은색 명패 하나를 꺼내들어 그것을 깨버렸다.

옥패를 깨는 순간 무시무시한 공간의 힘이 터져 나오며 공간의 균열이 나타났고, 그 안에서 검은 옷을 입은 세 사람이 걸어 나왔다.

세 사람의 몸에서는 투존 강자 특유의 공간의 힘이 흘러나오며 끊임없이 주위의 공간을 왜곡시키고 있었다.

“영혼의 궁전의 영존들이군!”

무려 셋이나 되는 영존의 등장에 이준의 얼굴 역시 얼음처럼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심지어 세 사람 중 가장 약한 사람도 모골보다 강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으니 자칫했다가는 별의 불꽃을 얻기는커녕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

“공간의 돌이라……. 별의 불꽃을 위해 정말 많은 것을 준비했구나.”

구웅길은 어두운 눈빛으로 공간 균열에서 나타난 세 사람을 바라보며 이를 악물었다.

영존이 넷이나 들러붙는다면 제아무리 별의 불꽃이라도 무사할 수 없었다.

사실 별의 불꽃이 이렇게 오랜 시간 연금탑의 세 수장에게 저항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별의 불꽃을 죽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어떻게든 별의 불꽃을 손에 넣고 싶었기에 별의 불꽃을 죽이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혼의 궁전은 연금탑과 생각이 달랐다. 그들은 별의 불꽃을 연금탑에 넘기느니 차라리 죽여 없애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영존 네명이 달려들어도 별의 불꽃을 굴복시키는 것은 어려웠지만,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모골, 그렇게 공을 들여놓고 결국 별의 불꽃을 손에 넣지 못한 것인가?”

공간 균열 안에서 걸어 나온 세 사람 중 한명이 목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흥, 내가 아니라 누가 했어도 별의 불꽃을 손에 넣지 못했을 거요. 그리고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할 시간이 없습니다. 바깥이 잠잠해지면 연금탑의 수장들이 이곳으로 들어올 테니 그 전에 일을 마무리해야 합니다.”

“됐습니다. 그 문제는 나중에 얘기하지요. 전주님께서 친히 내린 명령이니 서둘러 일을 마무리하는 게 좋겠습니다.”

또 다른 영존이 입을 열자, 나머지 두 사람도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별의 불꽃이 별의 힘을 흡수할 수 없도록 막겠소.”

모골이 차갑게 소리치며 앞으로 나오자, 나머지 세 사람이 별의 불꽃의 퇴로를 차단했다.

“영혼봉인진!”

차가운 외침이 네 사람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순간, 기이한 검은 안개가 사방으로 뻗어나갔다. 검은 안개 안쪽에서는 끔찍한 비명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기이한 검은 안개가 퍼져 나오자 별의 불꽃으로 모여들던 별의 힘이 빠른 속도로 차단되기 시작했다.

“망할 인간 같으니라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감지한 별의 불꽃은 또다시 흉악한 기운을 내뿜으며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곧이어 자흑색 용의 거대한 입에서 검보랏빛 화염이 쏟아져 나왔고, 화염이 지나는 곳마다 공간이 갈라지며 새까만 균열이 생겨났다.

별의 불꽃이 힘을 폭발시키자 네 영존은 빠르게 인결을 바꾸어 검은 안개 속에서 흉흉한 기운을 가득 머금은 검은 사슬을 뿜어냈다.

허벅지만큼 두꺼운 검은색 쇠사슬은 거대한 그물이 되어 순식간에 별의 불꽃을 휘감았다.

“흥! 그러게 곱게 약속을 지키지 그랬느냐!”

그 순간, 모골의 눈이 매섭게 변하며 차가운 고함소리가 터져 나왔다.

“영혼의 쇠사슬!”

촤르륵.

모골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새까만 쇠사슬이 검은 안개 속에서 나와 별의 불꽃의 몸을 강하게 휘감았다.

쇠사슬에 갇힌 별의 불꽃은 흉포한 울음소리를 내뱉으며 미친 듯이 검보랏빛 화염을 내뿜어댔다. 검은색 쇠사슬은 자흑색 불꽃에 의해 끊임없이 불타면서도 더욱 거세게 용을 옭아맸다.

하지만 별의 불꽃이 미친 듯이 몸을 떨자 시커먼 쇠사슬이 그대로 끊어지며 그 안에서 검은 안개가 솟아났다.

“허.”

생각보다 매서운 별의 불꽃의 저항에 모골의 표정이 점차 어둡게 내려앉았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별의 불꽃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영혼의 비명!”

그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치자 세 영존이 고개를 끄덕인 뒤 잽싸게 인결을 바꾸었고, 검은색 안개가 형태를 바꾸며 수백 개의 얼굴이 떠올랐다.

검은 안개로 이루어진 수백 개의 얼굴은 끊임없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르면서도 계속해서 별의 불꽃에 몸을 부딪쳤다.

수천, 수만 개의 영혼으로 이루어진 검은 안개는 마치 불길에 뛰어드는 불나방처럼 검보랏빛 화염에 달려들었고, 그때마다 자흑색 화염의 기세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영혼을 희생시켜서라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으려는 영존들의 방식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온몸의 털이 거꾸로 곤두서는 것만 같은 공포를 느꼈다.

“크르릉!”

화염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낀 별의 불꽃이 거대한 몸을 팽이처럼 회전시키자, 백 미터 정도 되는 화염 기둥이 단숨에 폭발하며 새까만 쇠사슬을 모조리 산산조각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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