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0화. 금색 요괴의 등장
한편, 이준은 눈 한 번 깜빡이지 않고 오색 번개와 부딪히며 더욱 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는 자신의 하늘 요괴를 바라보고 있었다.
만일 이번에 승급에 성공한다면 그는 투존 수준의 힘을 갖춘 요괴를 가질 수 있었다.
쾅! 쾅!
화려한 번개는 거대한 용처럼 하늘을 마구 헤집고 다니며 계속해서 요괴의 몸에 부딪혔다.
번개가 요괴의 몸에 부딪힐 때 마다 화려한 은빛이 번쩍이면서 가느다란 실 같은 전기가 끊임없이 퍼져 나가다가 요괴의 몸 안으로 흡수되며 뼈와 메말라있던 피부를 강화시켰다.
한편, 이준은 말없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연신 마른 침을 삼켜대고 있었다.
하늘을 가득 메운 오색비뢰는 그렇게 십 여분을 미친 듯이 내리치다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십 분 동안 쉴 새 없이 내리치는 번개를 몸으로 받아낸 요괴의 몸은 어느새 은색에서 금색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하늘 요괴의 몸에 금빛이 감돌기 시작하자, 이준의 눈에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묻어났다. 하지만 요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빛은 아직 그가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못 하고 있었다.
“아직 부족해…….”
바로 그 때, 미친 듯이 오색 비뢰를 뿜어대던 구름이 강한 흡입력으로 주위의 번개 구름을 끌어들이기 시작했다.
이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자리에 있던 관객들은 물론이고 현공자마저 경악을 금치 못 했다.
주위의 번개 구름을 흡수한 이준의 오색 비뢰운에서는 점점 더 강한 에너지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하하! 하늘도 날 돕는구나!”
이 광경에 절망에 빠져있던 모골은 순간 미친 사람마냥 웃음을 터뜨렸다.
“비뢰가 모두 모여 하나가 된다면 광장에 있는 사람들도 위험에 빠질 것 같은데 우리가 손을 써야 하지 않겠소?”
하늘 위에 나타난 기현상에 현공자의 얼굴에도 걱정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 이 정도 위력의 번개라면 제 아무리 이준의 요괴라도 해도 받아낼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우선 기다려 보죠. 저 아이의 표정을 보니 아직은 괜찮을 것 같은데.”
그의 말에 중년의 여인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고개를 돌려 석대 위를 바라보니 걱정을 하기는커녕 기대가 가득한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이준의 모습이 보였다.
“이건…….”
그 순간, 천지의 에너지가 폭발적으로 일렁이다가 지금까지 본 적 없던 거대한 빛줄기가 구름을 꿰뚫고 내리쳤다.
쾅!
광장을 모두 뒤덮을듯한 거대한 번개는 마치 먹이를 노리는 짐승처럼 방향을 틀어 허공 위에 떠있던 하늘 요괴에게 달려들었다.
댕!
무서운 힘을 품은 번개가 하늘 요괴의 몸으로 모조리 쏟아지는 순간, 맑은 금속성이 하늘 위에 울려 퍼졌다.
펑!
엄청난 위력을 가진 번개에 부딪힌 요괴의 몸은 한없이 아래로 떨어졌고, 주위의 공간에는 검은 공간균열이 생겨났다.
“너무 강해!”
새까만 공간균열을 본 많은 사람들은 잔뜩 겁을 집어 먹은 표정으로 번개와 맞서고 있는 요괴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끊임없이 떨어지는 화려한 번개에 이준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번개의 힘이 커질수록 하늘 요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금빛 광택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거의 다 왔어…….”
* * *
번개 구름으로 가득 덮인 하늘 위에서는 끊임없이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며 사람들의 귀를 먹먹하게 만들었다. 마치 오늘 이곳에서 평생 볼 번개를 다 보는 것만 같았다.
모든 번개 구름을 흡수한 오색 비뢰는 실로 공포스러운 위력을 지니고 있었다. 폭우처럼 쏟아지는 번개는 그렇게 삼십 분 가까이 쉴 새 없이 내리쳤고, 끊임없이 내리치는 번개의 불빛과 굉음에 사람들은 눈과 귀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삼십분 동안 번개의 세례를 흠뻑 받은 하늘 요괴의 몸에서는 어느새 눈부신 금빛이 폭발하듯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쾅쾅!
그렇게 내리 삼십분에 걸쳐 번개를 토해내던 구름은 마침내 힘이 다한 듯 서서히 옅어 지기 시작했다.
오색 비뢰운에서 더 이상 번개가 뿜어져 나오지 않자, 금빛으로 변한 하늘 요괴는 빠르게 바람을 가르고 날아와 이준의 곁에 섰다.
“드디어 성공인가…….”
이준은 기대감이 가득한 눈빛으로 눈앞에 있는 금빛 요괴의 피부를 가볍게 만져 보았다. 금빛 요괴의 피부는 더 이상 예전처럼 단단하지 않았으며, 약간의 탄성이 느껴져 마치 살아있는 생물의 피부 같았다.
이 기이한 변화에 의문을 느낀 이준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청록색의 화염을 날카로운 발톱처럼 만들어 그것으로 요괴의 피부를 긁어보았다.
그러자, 금빛 요괴의 피부 위에 날카로운 칼에 베인 듯한 흔적이 생겨났다가 거짓말처럼 사라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럴 수가!”
하늘 요괴의 무시무시한 회복력에 이준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이 정도 방어력이라면 투존 강자를 만난다 해도 절대로 밀리지 않을 것 같았다.
하늘 위에 두껍게 깔려있던 번개 구름이 사라지자, 따스한 햇볕이 다시 내려와 어두워졌던 천지를 밝게 비췄다. 그 따뜻한 느낌에 많은 사람들은 다시 태어난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광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현공자가 있는 높은 석대 위를 바라보았다. 이것으로써 이번 연금대회는 완전히 막이 내렸다고 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결과 발표 뿐이었다.
높은 석대 위에 있던 현공자가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와 석대 위에 서있는 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상황에서 내가 할 말은 많지 않은 듯하오. 비뢰도 이미 사라졌으니 참가자들은 자신이 제련한 연금비약을 모두 꺼내시오.”
현공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아직 석대 위에 남아있는 열 명 남짓한 사람들은 잠시 머뭇거리다 광택이 나는 둥근 연금비약을 쥔 손을 서서히 폈다.
연금비약이 나타나는 순간, 널따란 광장 위에 진한 약향이 퍼져 나갔다.
허공에 떠오른 채 신비한 빛을 뿜고 있는 아홉 개의 연금비약은 모든 강자들이 탐내는 7레벨 이상의 연금비약이었지만, 이곳에서는 큰 눈길을 끌지 못 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아홉 개의 7레벨 이상 고급 연금비약 중 다섯 개의 연금비약이 영기를 뿜어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7레벨과 8레벨 연금비약은 겉보기엔 큰 차이가 없지만 연금비약 제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두 차이를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7레벨 연금비약에도 에너지가 풍부하지만 8레벨 연금비약은 7레벨 연금비약에는 없는 영기를 갖고 있었으며, 이런 비약들을 ‘영기비약’이라고 불렀다.
다섯 개의 8레벨 연금비약은 나타나는 순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서로 거리를 두고 떨어졌다. 다섯 개의 영기비약 중 비교적 영기가 약한 것은 조영과 단선의 것으로, 연금비약의 바깥쪽에는 여우와 토끼의 형상을 띤 안개가 떠다니고 있었다.
조영과 단선의 연금비약과 멀지 않은 곳에는 그보다 더 훌륭한 세 개의 연금비약이 있었는데, 그 중 청화의 영기 안개는 곰의 형상을 띠고 있었다.
한편 사색 비뢰를 불러냈던 모골의 영기 안개는 흉악한 호랑이 형상을 하고 있었으며, 끊임없이 이준의 생골의 영약을 바라보며 포효하고 있었다.
곧이어 이준의 생골의 영약 주위에서도 짙은 영기가 터져 나오며 십 미터 정도 되는 작은 용으로 변화했다. 이준의 용은 모골의 호랑이 형상 연금비약을 향해 꼬리를 흔들며 날카로운 울음을 내뱉었다.
그 순간, 자리에 있던 관객들은 이 작은 연금비약 안에 얼마나 무서운 에너지가 들어있는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높은 석대 위에 서있던 현공자는 생골의 영약이 내뿜는 영기에 기가 죽은 듯 거리를 두고 있는 다른 연금비약들을 보고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자, 시간 끌지 않고 이야기 하겠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훌륭한 연금비약을 만들어 낸 것은 바로…… 이준이오!”
현공자의 힘 있는 목소리에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석대 위로 향하더니 이내 귀청이 떨어질 듯한 우렁찬 환호성이 온 하늘에 울려 퍼졌다.
오늘 이준이 보여준 기적적인 승리에 수많은 사람들은 심장이 쿵쾅거리고 피가 끓는 것을 느꼈다.
석대에 있던 이준은 들끓는 광장을 굽어보다가 하늘로 시선을 돌린 뒤 마음 속으로 읊조렸다.
‘스승님……. 제가 스승님의 명예를 지켰습니다.’
조영은 부러움 가득한 눈빛으로 관중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준을 바라보았다. 연금대회 우승자 자리는 그가 투기 대륙 최고의 연금술사임을 상징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고, 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자는 모두 역사에 이름을 남길만한 연금술사가 되었다.
이준을 바라보는 송청의 표정에는 질투보다는 허탈함이 가득했다. 그는 이미 감히 이준을 따라잡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완전히 패배감에 젖어 있었다.
“빌어먹을!”
자리에서 가장 분노한 사람은 바로 모골이었다. 만인이 보는 앞에서 오랜 기간 중주에서 이름을 날린 연금종사인 그가 이미 손에 들어온 것이나 다름이 없었던 우승자 자리를 빼앗겼으니, 당장이라도 이준을 죽이고 싶은 기분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아무리 화가 나도 연금탑의 세 우두머리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하늘이 떠나갈 듯한 뜨거운 박수소리는 그 후로 몇 분이나 지속되다 서서히 잦아들었다.
“이준, 자네는 연금탑이 주최한 연금술 경연 대회에서 우승을 했으니, 원한다면 연금탑 삼대 수장의 후계자 중 하나가 될 수 있소.”
현공자가 온화한 표정으로 석대 위에 있는 이준을 바라보며 말했다.
현공자의 말에 부러움 섞인 시선들이 일제히 이준에게 향했다. 연금탑의 수장이라면 투기 대륙 전체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존재 중 하나였다.
게다가 연금탑의 우두머리는 투기 대륙에 존재하는 수많은 연금술사들의 정신적 지도자나 다름이 없었다. 연금술사가 투기 대륙에서 누리는 지위를 생각한다면, 그 정점에 선 연금탑의 수장이 얼마나 큰 힘을 가지고 있는지는 두말할 여지가 없었다.
투기 대륙의 기나긴 역사동안 연금탑이 누군가와 전쟁을 벌이는 일은 매우 드물었지만, 그 누구도 이 오래된 세력을 감히 무시하지 못 했다. 연금탑을 적대한다는 것은 모든 연금술사를 적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나 같은 의미였고, 연금술사를 적으로 돌린다는 것은 곧 그 세력이 앞으로 연금비약 없이 후계자를 키워내고 연금탑의 편에 선 세력들과 전쟁을 치러야 한다는 뜻 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이준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연금탑의 수장 자리에 앉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이 자리에서 거절 의사를 밝힐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회의 우승자에게는 상고시대의 영혼 수련법이 상으로 주어질 것이오.”
현공자가 손을 들자, 오래된 양피지 두루마리 하나가 그의 손에 나타났다.
곧이어 그의 손짓에 따라 두루마리가 신비한 빛을 내뿜으며 이준을 향해 날아갔다.
그의 말을 듣는 순간 이준의 표정이 크게 밝아졌다. 이미 8레벨 연금술사가 되기는 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려면 반드시 영혼 수련법이 필요했다. 대지의 구슬을 이용해 영기를 흡수하는 것도 한계가 있으니 앞으로 그가 영혼의 힘을 키우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영혼 수련법이었다.
손을 구부려 날아오는 빛을 정확히 잡는 순간, 빛이 흩어지며 그 속에 있던 오래된 양피지 두루마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역시 좋은 물건이야.”
손을 타고 느껴지는 기이한 힘에 이준의 얼굴에는 곧바로 환한 미소가 번져 나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두루마리를 펼쳐 그 안에 담긴 내용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었다. 이에 이준은 두루마리를 저장반지 안에 넣은 뒤 현공자를 향해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이준의 만족스러운 표정을 본 현공자는 씩 웃으며 하늘에 울려 퍼지는 박수소리가 잠잠해지길 기다렸다가 입을 열었다.
“우승자가 나왔으니 며칠 후, 별의 구역이 열릴 것이오. 연금대회 10위 안에 든 자들은 모두 그곳으로 들어가 별의 불꽃을 손에 넣을 기회를 얻을 수 있소.”
현공자의 말에 조용하던 이준의 눈에 감출 수 없는 흥분이 묻어났다. 별의 불꽃은 영혼 수련법 이상으로 그에게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었다.
별의 불꽃이라는 말에 이준 뿐만 아니라 모골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눈빛이 순식간에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경쟁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 연금술사들에게 있어 이번 대회의 우승자 자리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바로 불사의 불꽃이라고도 불리우는 별의 불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