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만이살길-582화 (582/818)

582화. 8레벨 등극!

마지막으로 필요한 물건까지 모두 찾은 이준은 그제야 몸을 돌려 광장 한편의 돌계단에 앉아있는 보람을 바라보며 웃었다.

“찾았어?”

이준이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것을 본 보람이 하품을 멈추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물었다.

“그럼 언제 떠날 거야?”

이준이 미소를 지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보람이 신나게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을 던졌다. 아마도 이 삭막한 연금세계에서 살아가는 것이 그녀에게는 아주 지루한 일인 모양이었다.

“우선 연금비약을 제조할만한 공간을 좀 찾을 수 있을까?”

이어지는 이준의 질문에 그녀는 실망한 듯 입을 비죽이면서도 이준을 이끌고 석전 구석에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내가 나오기 전까지 절대로 누구도 방해하지 못하게 해줘.”

이준이 방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보람에게 정중히 부탁했다.

“응, 걱정 마.”

보람의 대답을 들은 이준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천천히 돌로 만들어진 밀실 안으로 들어갔다.

* * *

돌로 만들어진 밀실은 넓지는 않았지만 연금비약을 제련하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

이준은 방 안에 있는 돌침대 위로 빠르게 걸어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뒤 가만히 눈을 감고 마음을 진정시켰다.

대지의 구슬을 제련하는 데 성공해야만 8레벨 연금술사가 될 수 있으니, 절대로 실패해서는 안 됐다.

그렇게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하기를 한 시간…….

눈을 뜬 이준은 다시 한 번 천천히 숨을 들이쉰 뒤 가볍게 손을 휘저어 저장 반지 안에서 세 개의 옥함을 꺼내 들었다.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옥함이 열리며 그윽한 향이 퍼져 나오며 머리가 맑아지는 것이 느껴졌다.

제련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지의 구슬과 영혼의 점액의 비율을 잘 맞추고, 돌 안에서 물총새의 피를 완벽하게 추출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이준은 조심스러운 손길로 옥함에 들어있는 돌을 꺼낸 뒤 청록색 화염을 피워냈다.

청록색의 화염이 신비한 돌 위를 감싼 지 채 일분도 되지 않아 초록색 돌 위에 는 가느다란 균열이 생겨났고, 그 사이로 은은한 향기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약한 힘이 가볍게 돌을 두드리며 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돌파편이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그 안에 숨어있던 하얀색 액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하얀색 액체가 나타나자 이준은 점점 화염의 온도를 내렸다. 화염은 마치 돌그릇을 굽는 것처럼 돌의 아랫부분을 연소시키고 있었다. 그 그릇 안에 있는 하얀 색 액체에는 미세한 기포가 생기고 있었는데, 그 기포가 터질 때마다 비린내가 조금씩 올라왔다.

그 비린내는 바로 액체 안에 있던 불순물로, 그 불순물을 없애야만 대지의 구슬과 물총새의 피를 융합시킬 수 있었다.

하얀색 액체를 십 분 정도 더 가열하니 액체속의 불순물과 잡내가 말끔하게 사라졌다.

물총새의 피의 제련을 마친 이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깨끗한 옥병과 용기가 나타났고, 이준이 정신을 집중하자 앞에 있는 세 개의 옥함 안에서 액체가 솟아나 투명한 옥그릇 안으로 들어갔다.

치이익!

세 가지 물질이 결합하는 순간 옅은 안개가 터져 나오며 미세한 기포가 끊임없이 퍼져 나왔다.

몇 분 정도 더 시간이 지나자 그 안에 있던 영혼의 점액과 물총새의 피가 완전히 사라지고 그 안에는 얼룩덜룩한 대지의 구슬만이 남았다.

“대지의 구슬의 양이 많았어…….”

이준의 입에서 옅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조합표 기록에 따르면 조합에 성공한 대지의 영혼골수는 비취색을 띤다고 했는데, 지금 그릇에 남아있는 대지의 구슬의 색깔이 얼룩덜룩한 것을 보니 실패한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는 크게 상심하지 않았다. 어차피 한 번에 제련에 성공하리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 다음에는 별다른 변화 없이 계속해서 세 약재의 비율을 바꿔가며 제련을 계속했다. 양이 아주 조금만 더 많거나 적어도 제련에 실패하기 때문에 이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과 인내력을 요하는 것이었다.

세 가지 약재를 조합하는 동안 무려 열 한 번의 실패를 겪으면서 이준이 갖고 있던 보물의 양도 어느새 삼분의 일이나 줄어있었다.

약재의 가치를 생각해보면 가슴에서 피가 날 정도로 마음이 아팠지만, 이준은 애써 마음을 가다듬으며 세밀하게 약재의 비율을 조정해 나갔다. 이 과정도 이겨낼 수 없다면 어떻게 대회에서 투기 대륙 최고의 천재 연금술사들을 물리치고 별의 불꽃을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

이준은 서로 다른 색깔의 액체 세 개가 그의 손끝에 모여드는 것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어느 하나라도 양이 부족하면 아주 세밀하게 양을 맞춰가며 비율을 유지해 나갔다. 그러자 옥그릇 안에 잇는 액체들이 점점 투명해지더니 어느새 옅은 향기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옥그릇 안에서 올라오는 향기를 맡는 순간, 아무런 변화가 없던 이준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준이 손가락을 파르르 떨자, 물총새의 피 한 방울이 옥그릇 안으로 떨어졌다.

치익!

그 순간 옥그릇에서 옅은 안개가 퍼져 나왔다가 서서히 사라졌다. 안개가 걷히고 난 후 작은 그릇 안에는 생기가 가득한 비취색의 점성 액체가 남아있었다.

“후…….”

옥그릇 안에 있는 액체를 바라보던 이준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조심스럽게 그 안에 있는 액체를 좋은 옥병 안에 옮겨 담았다.

제련에는 채 두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약재는 이미 반 가까이 사용한 상태였다.

옥병 안을 가득 채운 비취색 액체를 바라보던 이준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 묻어났다.

“이제 가장 중요한 일이 남았어…….”

옥병을 손에 쥔 이준은 기대감이 가득한 눈으로 천천히 숨을 들이쉬며 옥병을 만지작거렸다.

만일 이 안에 담긴 영혼 에너지를 이용해 영혼의 레벨을 끌어올릴 수 있다면 본선이 시작하기 전에 8레벨 연금술사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별의 불꽃에 접근할 기회를 얻는 데 그치지 않고 우승도 꿈이 아니었다.

“좋아…….”

긴장한 표정으로 입술을 매만지던 이준은 눈을 꾹 감고 옥병 안에 들어있는 영혼의 구슬을 꺼내 단숨에 집어삼켰다.

약재가 목구멍을 넘어가는 순간, 그의 머릿속에서 ‘웅’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소리가 잦아들기도 전에 미간에 있던 영혼의 힘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불어나며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대지의 구슬에 담긴 영혼의 힘은 빠른 속도로 녹아내려 온몸에 퍼져 나갔고, 곧이어 이준의 몸에서 짙은 청록색의 안개가 피어났다가 천천히 그의 미간 속에 있는 영혼의 힘과 결합하기 시작했다.

청록색의 안개가 영혼의 힘과 결합하는 순간, 이준은 생전 처음 느껴보는 엄청난 속도로 자신의 영혼의 힘이 커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영혼의 힘이 커져나가는 것과 동시에 양족 관자놀이의 혈관이 불뚝 솟아오르며 마치 머리를 망치로 내리치는 듯한 충격이 전해졌다.

“아아악!”

대지의 구슬 안에 담겨있는 영혼 에너지는 그의 상상을 초월했고, 결국 통증을 견디다 못한 이준은 머리를 움켜쥐고 바닥에 주저앉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이대로 가다가는 머리가 터져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돌연 눈부신 금빛 섬광이 터져 나오며 정신이 아득해졌다.

* * *

정신이 돌아왔을 때는 끔찍한 통증도 어느 정도 줄어들어 있었지만, 아쉽게도 영혼의 힘이 아직 영혼 단계에 접어들지는 못한 상태였다.

‘대지의 구슬이 효과가 없었나?’

대지의 구슬을 흡수했음에도 영혼 단계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을 깨달은 이준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다. 영혼의 힘이 영혼 단계에 도달하지 못하면 영원히 8레벨 연금술사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때, 주위의 천지의 에너지가 자석에 의해 끌어당겨지는 것처럼 이준의 미간으로 흘러들기 시작했다.

“역시 효과가 있어!”

영혼 에너지들이 눈에 보일 정도로 응집되어 자신의 미간으로 흡수되는 것을 느낀 이준은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영혼 에너지가 미간에 있던 영혼의 힘과 결합하는 순간, 이준은 마치 자신의 영혼이 무언가 따뜻한 액체에 둘러 싸여 있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그렇게 뿌연 안개처럼 사방에 흩어져있던 영혼 에너지를 흡수하기를 한 시간, 돌연 이준의 미간 안에 있던 영혼의 힘이 격렬하게 요동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파동이 퍼져 나와 밀실을 뚫고 석전을 지나 산봉우리 가득 퍼져 나갔다.

쾅!

파동이 계속해서 확산되던 그때, 허공이 들끓는 기름처럼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 기현상에 만약산맥에 살고 있던 고급 마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하늘을 바라봤다.

석전 앞에 있던 영진 역시 갑작스러운 변화에 화들짝 놀라 주변을 살피다 이준이 수련하고 있는 밀실 쪽을 바라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게 그 8레벨 연금종사들만이 흡수할 수 있다고 하는 영기라는 것인가…….”

영진은 겉으론 거칠고 우악스러워 보여도 견문은 어지간한 인간보다도 나았기에 그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즉각 알아차렸다.

“정말 8레벨 연금술사가 된 것인가?”

영진은 낮은 목소리로 혼자 읊조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일 이준이 정말로 8레벨 연금술사가 된다면 앞으로 자신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8레벨 연금종사는 투기대륙에서도 보기 드문 실력자이니 말이다.

“모든 마수들은 들어라. 지금부터 이 산에 발을 들이는 자가 있다면 모두 쫓아내라!”

마음속으로 생각을 마친 영진은 곧바로 우렁찬 목소리로 마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영진의 명령을 들은 만약산맥의 마수들은 낮은 울음 소리를 내뱉으며 곧장 산 아래로 달려 내려가며 온 산을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 * *

한편, 밀실 안에 있던 이준은 짙은 영기를 들이마시며 마치 술에 취한 듯 몽롱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점점 더 많은 영기가 미간 속으로 들어오면서 이준의 영혼은 마치 폭풍을 만난 바다처럼 끊임없이 요동쳤고, 곧이어 천지의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며 온 밀실 안이 생기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게 많은 영기를 흡수하고 있음에도 이준은 여전히 영혼 단계로 나아가는 마지막 계단을 넘지 못 하고 있었다.

이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에 이준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제아무리 많은 영기를 흡수한다 해도 결국 영혼 단계에 진입할 수 없다면 8레벨 연금술사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순간, 이준의 머릿속에 문득 영기를 흡수할 수 있게 해주었던 그 주문이 떠올랐다.

“혹시…….”

물론 그 기이한 주문이 영혼의 힘이 새로운 경지에 이르는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으로써는 그것 외에 딱히 별다른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에 이준은 반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또다시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주문을 외기 시작했다.

‘영혼의 극한……천령의 수호……영혼수련흡수…….’

짧은 주문을 머릿속에서 되뇌자, 영혼의 힘이 더욱 빠르게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 * *

시간은 물처럼 흘러 눈 깜짝할 새에 이준이 방 안에 들어온 지 8일 가까운 시간이 지나 있었다.

보람은 돌로 만들어진 밀실 앞의 돌계단에 앉아 작은 손으로 턱을 괴고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사방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 8일 동안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거의 고문이나 다름이 없었다.

“어쩌려고 이러는 거야. 연금세계가 곧 닫힐 텐데…….”

작은 손가락으로 바닥을 문질러대던 보람이 초조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펑!

그 순간, 천지가 뒤흔들리는 것만 같은 굉음이 밀실 안에서 터져 나오며 단단한 천장이 그대로 갈라졌고, 그 사이로 밝은 빛이 터져 나오며 거대한 파도 같은 영혼의 힘이 허공에 가득 찼다.

석전 밖에 앉아 있던 영진은 등 뒤에서 터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영혼의 힘을 느끼고는 벌떡 몸을 일으키며 석전 쪽으로 몸을 돌렸다.

“성공한 거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