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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579화 (579/818)

579화. 연합

“허풍이 심하구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놈 하나를 당하지 못할 것 같으냐!”

송청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괴한이 재미있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가볍게 손을 들자,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연금술사들 사이에서 돌연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터져 나오며 새빨간 핏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새빨간 피가 대지를 붉게 물들이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열 명 이상의 연금술사가 차가운 시신이 되어 바닥에 쓰러졌다.

조영과 송청을 비롯한 연금술사들은 이 영문을 알 수 없는 상황에 크게 놀라 염력을 뿜어내며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공격을 막아냈다.

“이 녀석들, 사람들 사이에 숨어있었어!”

그 순간, 송청과 조영이 애써 모아놓은 연금술사들 중 몇몇이 급히 공간석을 꺼내 깨뜨려 연금세계를 떠나려 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이곳에서 아무도 도망갈 수 없다고.”

하지만 가만히 있던 흑색 옷의 남자가 옅게 웃으며 소매를 펄럭이자 무형의 공간 파동이 확산되면서 공간석을 깨뜨린 자들을 산산이 으깨어 버렸다.

결국 십 분도 채 지나지 않아 자리에 있던 백여 명의 연금술사들 중 대부분이 죽어버렸고, 송청, 조영, 그리고 진한을 등에 업고 있는 현명종의 장로를 비롯한 십여 명 정도만이 남게 되었다.

“발악해도 소용없다.”

남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투종 계급의 강자로, 모두가 힘을 합쳐 방어막을 만든 채 검은 옷을 입은 무리의 공격에 저항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봤을 때 괴한들이 생존자들의 방어막을 부수는 것은 그저 시간문제에 불과했다.

상상조차 하지 못한 참변에 송청은 물론이고 언제나 여유로운 태도를 유지하고 있던 조영마저 새파랗게 질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허허, 자네가 바로 조영인가. 확실히 대단한 영혼의 힘을 가지고 있군. 순조롭게 성장했다면 정말로 연금탑의 수장이 될지도 몰랐을 텐데. 하지만…….”

흑색 옷의 남자가 조영을 바라보며 사냥감을 발견한 듯 혓바닥으로 입술을 훑으며 말했다.

사내의 시선을 느낀 조영의 표정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말을 마친 흑색 옷의 사내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조영 일행이 만든 염력 방어막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다음 순간, 사내의 발걸음이 돌연 우뚝 멈춰섰다.

자리에 멈춰선 사내는 갑자기 방어막 안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투종 강자들에게서 시선을 거두더니 거대한 나무 한 그루에 시선을 고정했다.

흑색 옷의 사내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느낀 이준은 등줄기가 축축하게 젖어들었다.

“당장 나와라!”

그리고 상대가 자신을 찾아냈다는 것을 눈치챈 이준이 막 몸을 날리려는 찰나, 돌연 거대한 흡입력이 터져 나와 이준의 몸을 붙들었다.

숲속에서 강제로 끌려 나온 이준을 본 조영 일행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백 명이 넘는 연금술사가 있었음에도 누구도 그의 존재를 눈치 채지 못 한 것도 놀라웠지만, 단박에 이준이 숨어있다는 것을 느끼고 그를 끌어낸 눈 앞의 사내의 실력은 실로 공포스럽기 짝이 없었다.

“허허, 이준이구나. 아주 고맙군. 굳이 찾으러 갈 필요가 없어졌어.”

사내의 목소리에 깃든 살의를 느낀 이준은 잽싸게 조영 일행이 만들어 둔 방어막 곁으로 몸을 날렸다. 그들과 손을 잡고 싶지는 않았지만,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흑색 옷의 무리 중 최소 6, 7명은 투종 강자였기 때문에 도저히 혼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이준이 빠르게 날아오자 현명종의 장로 두 사람만이 싸늘한 눈빛으로 이준을 바라볼 뿐, 나머지 사람들은 크게 감정 섞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더 있어야 목숨을 건질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커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준의 실력이라면 틀림없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모두의 생각이었다.

“어떻게 하죠?”

조영이 이준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글쎄요. 상대가 투존이니 달아나는 게 상책이죠.”

“어떻게 도망간단 말인가? 공간석을 사용해도 저자의 공간의 힘이 더 강한데.”

이준의 답변에 송청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때, 조영이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 영혼 장벽은 내가 깰 수 있어요. 하지만 만약 이 장벽에 손을 댄다면 저 녀석도 분명 움직일 거예요. 그러니 시간을 좀 벌어줘야겠어요.”

자신이 영혼 장벽을 부술 수 있다는 말에 이준은 속으로 적지 않게 놀랐다. 투존 강자가 만든 영혼 장벽을 깨뜨릴 수 있다니, 과연 ‘마녀’라는 별명이 어울리는 영혼의 힘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사람들은 어떻게든 막아보겠지만, 저자는 도저히…….”

얼굴이 혈흔으로 가득한 중년의 사내 하나가 잠시 머뭇거리다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얼마나 필요하죠?”

더 이상 고민할 시간이 없다고 느낀 이준이 빠르게 질문을 던졌다.

“삼 분.”

조영의 답변에 이준을 비롯한 다른 강자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를 악물었다. 어차피 이대로 있다가는 목숨을 잃을 것이 뻔했으니 조영을 믿고 목숨을 건 도박이라도 해보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고마워요.”

조영은 주위의 연금술사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한 뒤 곧바로 뒤로 물러서서 미간에서 영혼의 힘을 꺼내기 시작했다.

“지금이오!”

조영이 뒤로 물러나는 순간 송청 역시 날카롭게 외치며 거대한 염력을 터뜨려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흑색 옷의 무리들을 강하게 옥죄었다.

조영의 거대한 영혼의 힘을 느낀 이준은 마음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영혼의 힘으로 따지자면 비슷한 나이대에서 감히 조영과 겨룰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충분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그녀는 눈앞의 투존 강자마저 능가하는 인재가 될 것이 분명했다.

송청을 비롯한 사람들이 나머지 사람들을 상대하기 시작하자, 이준 역시 마음을 굳히고 까만 옷을 입은 투존 강자에게로 날아갔다.

“너 따위가 나를 막겠다고?”

이에 투존 강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다가 조영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영혼의 힘을 느끼고는 곧바로 공간을 단단하게 응집시켜 이준을 그 안에 가두려 했다.

몸 주위에 두꺼운 공간의 벽이 생기는 것을 느낀 이준은 번개처럼 인을 맺어 천계의 불꽃을 불러냈다.

비술을 사용한 이준은 쇠처럼 단단하게 응집되었던 공간의 벽을 무너뜨린 뒤 잽싸게 몸을 날려 상대의 앞을 막아섰다.

“네가 어떻게 천계의 불꽃을……?”

이준의 염력이 갑작스레 폭등한 것을 느낀 정체불명의 투존 강자는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 번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 순간, 또다시 이준의 몸 주위에 있던 공간이 단단하게 얼어붙으며 그의 몸을 옭아맸다.

하지만 이미 천계의 불꽃을 시전한 이준을 이전과 똑같은 수준의 공간의 힘으로 붙잡을 수는 없었다.

“태초의 힘!”

청록색 화염을 두른 주먹을 휘둘러 공간의 힘을 깨부순 이준은 곧바로 손가락을 튕겨 은빛 요괴를 불러냈다.

이 정도의 강자를 상대하려면 처음부터 자신이 가진 모든 패를 꺼내야 했다.

쾅!

그때, 이준의 바로 앞 공간이 왜곡되며 옅은 파란색 염력에 둘러싸인 팔뚝이 허공에서 튀어 나와 요괴의 가슴을 강하게 내리치며 귀를 찌르는 듯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주먹이 내리꽂히는 순간 요괴의 강철 같은 가슴팍에 거미줄 같은 균열이 생겨났고, 곧이어 거대한 충격파가 이준의 몸을 덮쳤다.

상상을 초월하는 투존 강자의 힘에 이준은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만일 요괴를 불러내지 않고 자신이 직접 그 공격을 받았다면, 일격에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

“이게 바로 투존 강자의 힘인가…….”

쾅!

충격파에 의해 균형을 잃었던 이준이 다시 한 번 자세를 가다듬고 상대에게 달려드는 순간, 상공에서 작은 폭음이 울려 퍼지더니 이내 조영의 목소리가 귓등을 때렸다.

“빨리 가요, 영혼장벽이 부서졌어요!”

조영이 영혼 장벽을 부수는 데 성공하자, 송청을 비롯한 다른 참가자들은 번개처럼 몸을 날려 숲속으로 달아나기 시작했다.

쉭!

영혼 장벽과 가장 가까이에 있던 조영과 이준 역시 장벽이 부서지는 순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쳤다.

탈출에 성공한 십여 명의 연금술사들은 서로 눈을 맞춘 뒤 각기 다른 방향으로 퍼져 순식간에 망망대해처럼 넓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잡아라! 놓치면 안 된다.”

검은 옷의 사내가 싸늘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자, 그의 수하로 보이는 십여 명의 괴한들 역시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난 연금술사들을 쫓았다.

* * *

햇빛조차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녹음이 우거진 숲 안에서는 두 개의 그림자가 번개처럼 질주하고 있었다.

쉭!

그렇게 두 개의 그림자가 죽을힘을 다해 앞으로 달아나고 있을 때, 돌연 좌측에서 또 다른 그림자 하나가 날아들었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그림자에 정신없이 도망치던 이준과 조영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상대의 정체를 확인했다.

“빨리 가자! 놈들이 쫓아오고 있어.”

두 사람의 뒤를 쫓아온 것은 다름 아닌 송청이었다.

상대가 적이 아님을 확인한 이준과 조영은 또다시 숨 돌릴 틈도 없이 앞으로 내달렸고, 송청 역시 정신없이 발을 움직였다.

세 사람이 향하고 있는 곳은 바로 이 거대한 산의 정상이었다. 그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검은 옷의 사내를 상대할 수 없었다.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만약산맥의 왕’이라 불리는 그 8레벨 마수를 불러내 그 정체불명의 투존 강자와 싸우도록 만드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세 사람이 산 정상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돌연 눈 앞의 공간이 갈라지며 그 안에서 검은 그림자 하나가 걸어 나왔다.

“제법 빠르구나. 하지만 날 따돌리기에는 부족해. 아쉽게 됐군.”

검은 옷의 투존 강자가 이준과 송청, 조영 세 사람을 한 번씩 훑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제 술래잡기는 그만하지.”

그 순간, 그의 몸 앞에 파란색의 염력이 응집되며 날카로운 가시가 만들어졌다. 사내가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가시들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조심해!”

이준이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그와 송청, 조영 세 사람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빠르게 흩어졌다.

하지만 채 몇 걸음을 떼기도 전에 조영 주위의 공간이 격렬하게 요동치며 이준을 붙잡았을 때처럼 응결되기 시작했다.

조영이 곤경에 처하자, 송청은 잠시 망설이다 이를 악물고 번개처럼 산속으로 날아 종적을 감췄다.

조영을 두고 그대로 달아나는 송청의 모습에 이준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잠시 고민하던 이준은 차마 조영을 버리지 못하고 손가락을 튕겨 하늘 요괴를 불러냈다.

우직!

공간의 힘에 의해 붙잡힌 조영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고 염력으로 만들어진 파란 가시에 찔리려는 찰나, 대지 요괴가 번개처럼 날아와 파란 가시를 막아냈다.

투존 강자의 가시에 얻어맞은 요괴의 몸 위에 순식간에 균열이 생겨나며 날카로운 파열음이 이준의 귀청을 때렸다.

“가요!”

하늘 요괴를 사용해 조영을 도와준 이준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조영은 잠시 멈칫하다가 이준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고맙다.’는 말을 건넨 뒤 번개처럼 몸을 날려 숲 속으로 날아갔다.

조영이 몸을 돌려 숲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이준은 망가진 대지요괴를 급히 저장반지 안에 회수한 뒤 잔영을 남긴 채 조영의 반대 방향으로 날아갔다.

이번에도 아무런 소득을 보지 못한 사내는 싸늘한 눈빛으로 세 사람이 흩어져 날아간 방향을 훑어보다 이준이 날아간 방향에서 시선을 멈췄다.

“다른 사람을 그리 구해주었는데, 자네를 구해줄 녀석은 있을지 한 번 봐야겠군.”

다음 순간, 그의 몸이 빠르게 흔들리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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