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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566화 (566/818)

566화. 어깨너머로

생각을 마친 이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오시지요!”

그의 말에 조영의 입가에 걸려있던 웃음이 더욱 크게 번져 나갔다.

“깔깔! 정말 재밌는 사람이군요!”

말을 마친 조영이 새하얀 손으로 기이한 인결을 가리자, 엄청난 영혼의 힘이 그녀의 손바닥에 모여 들며 또 다시 공간을 왜곡시키기 시작했다.

조영의 인결을 바라보던 이준은 등 뒤에 식은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지금 그녀의 공격은 분명히 방금 전에 만들어냈던 거대한 새보다 더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옛 연금술사들은 영혼의 힘을 사용해 일부 강자들의 무투기와 필적할만한 공격을 사용했지요. 이 방법을 옛 연금술사들은 영혼 무투기라고 부른답니다.”

“영혼 무투기?”

그녀의 말에 이준의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설마하니 그녀가 영혼 무투기를 사용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화존자가 말한 영혼 무투기는 일종의 수련법이었지만, 이것은 단순한 무투기일 뿐 영혼의 힘을 키우는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보였다. 고대에는 수련법과 공격이나 방어에 이용하는 무투기를 모두 통틀어 무투기라고 했으니, 수련법에도 무투기라는 이름이 붙었었다.

물론, 수련법이 아닌 무투기라 해도 탐이 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이것만 있다면 영혼의 힘을 이용한 전투에서 더욱 강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염력을 이용한 싸움에서는 얼마나 강한 무투기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같은 등급의 강자라도 커다란 차이가 났다. 이는 영혼이라고 해도 다를 바가 없었다. 특히 자신과 비슷한 수준의 영혼의 힘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는 영혼 무투기를 가지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나는 것이 당연했다.

이준은 머릿속에 확실히 기억시키려는 것처럼 조영의 기이한 인결을 뚫어져라 바라 보았다.

이준의 시선을 느낀 조영은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더니 돌연 인을 맺는 속도를 몇 배로 올렸다.

“정말이지 귀여운 사람이군요!”

고함소리가 떨어지는 순간 방대한 영혼의 힘이 순식간에 응고되며 손바닥 모양으로 변해 번개처럼 공간을 가르며 날아갔다.

영혼 무투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이었지만 이상하리만치 강한 압력을 뿜어내 멀리 있는 사람들도 숨을 쉬지 못할 정도였다.

조영의 공격에 담긴 위력을 감지한 이준은 굳은 얼굴로 미간 사이에서 더욱 강한 영혼의 힘을 분출시킨 뒤 그것을 주먹 형태로 변화시켜 조영의 공격에 맞섰다.

쾅!

이준의 주먹과 조영의 무투기가 맞부딪히는 것과 동시에 거대한 무형의 파문이 사방으로 퍼져나가며 단단한 돌바닥이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영혼 무투기를 사용한 조영의 공격은 이전보다 몇 배는 강해져 있었고, 덕분에 이준은 단번에 빨간 원 거의 끝까지 밀려나고 말았다.

“다시 오시지요!”

하지만 이준은 조금도 기가 죽지 않고 오히려 전의를 불태우며 다시 한번 조영을 도발했다.

이준이 자신의 공격을 받아내자 시종일관 웃음을 짓고 있던 조영의 얼굴이 갑자기 석고상처럼 차갑게 얼어붙었다.

‘이 녀석, 어쩌면 단선 그 계집보다 강할지도 모르겠는데…….’

그녀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남들과 차원이 다른 영혼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또래의 그 누구도 그녀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이는 그녀에게 커다란 자부심이 되었지만, 동시에 강한 상대에 대한 미칠듯한 갈증을 안겨주었다.

덕분에 그녀는 언제나 강한 상대를 원하는 동시에 상대를 짓밟고 자신이 최고임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

물론, 대개의 경우 천재라 불리는 연금술사들도 그녀의 흥미를 끌지 못 했고, 막상 붙어보면 너무나 한심해 맥이 빠질 정도였다. 결국 지금까지 그녀를 만족시킬만한 상대는 단 한명, 단씨 가문의 ‘단선’뿐이었다.

하지만 그 계집애는 평소에 단씨 가문에서 만일을 대비해 엄격하게 숨겨두고 관리하고 있으니 도통 붙어볼 기회가 생기질 않았다. 그러던 차에 오늘 뜻 밖에도 다 무너져 가는 유씨 가문을 대신해 나온 자가 그녀의 승부욕에 불을 붙인 것이다.

조영이 다시 한 번 두 손을 바삐 움직여 기이한 인결을 그리자, 거대한 영혼의 힘이 그녀의 두 손을 감싸기 시작했다.

해일처럼 터져 나오는 영혼의 힘에 대전에 있던 구경꾼들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오늘 이 자리에 온 사람들 중 상당수가 연금술사였지만, 이토록 강한 영혼의 힘을 보는 것은 생전 처음이었다.

끝을 모르고 커져가는 영혼의 힘에 이준의 새까만 동공에서도 두 개의 청록색 화염이 솟아올랐다.

화염이 솟아오르는 순간, 이준은 번개같이 움직이는 조영의 인결이 순간 아주 느려지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의 기이한 인결을 확인한 이준은 마치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

이준 역시 영혼을 제어하는데 상당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영혼 무투기에 대해서는 털끝만큼도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때마침 조영이 그의 앞에서 영혼 무투기를 사용해 주었으니, 영혼의 힘에 관련해 남아있던 수많은 의문이 바로 오늘, 이곳에서 풀리는 것만 같았다.

쿵!

인결을 완성한 조영이 가볍게 웃으며 오른손의 인결을 앞으로 내밀자, 영혼의 힘이 진동하며 기이한 울림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리고 조영의 영혼 무투기가 이준을 향해 날아드는 것과 동시에 이준이 느릿한 손동작으로 인을 맺기 시작했다.

쾅!

곧이어 투명한 물결이 파도처럼 터져 나오며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있던 이준의 몸이 강하게 뒤로 밀려나며 바닥에 흔적을 남겼다.

쿵!

이준은 절대로 원 밖으로 나가지 않으려는 듯 손바닥으로 바닥을 내리쳐 가까스로 붉은 원의 끄트머리에 멈춰섰다. 고개를 돌리니 자신의 등 뒤에 빨간 선이 그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다시 오시지요!”

두 번째 공격마저 막히자 조영의 표정에 처음으로 살기가 돌았다.

“너, 제법 마음에 들었는데 조금 건방지네.”

말을 마친 조영이 인을 맺자, 또 한 번 거대한 영혼의 힘이 터져 나오며 마치 용의 울음 소리 같은 기이한 울음소리가 심사장 안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그녀가 자신의 손 위에 모여든 거대한 영혼의 힘을 날리려는 찰나, 이준의 손이 또 다시 기이한 인을 맺기 시작했다.

그 순간, 이준의 어설픈 인결을 바라보던 조영의 두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이준의 그 어색한 인결은 그녀가 방금 전에 시전했던 것과 완전히 똑같았다.

이준의 인결은 초보자처럼 부자연스럽고 느렸지만, 일단 인결을 완성하자 거대한 영혼의 힘이 빠르고 정확하게 그의 손바닥으로 모여 들어 응고되기 시작했다.

이 이해할 수 없는 광경에 그녀는 처음으로 상대에게 공포를 느꼈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인을 모조리 외울 수 있단 말인가? 그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준이 사용한 영혼 무투기가 자신의 것 보다 더 완벽하다는 점 이었다.

그녀는 이 무투기를 사용하기 위해 수도 없이 많은 연습을 거쳤고, 최근에야 간신히 인결에 맞는 경로에 따라 부드럽게 영혼의 힘을 움직일 수 있게 된 상태였다.

물론, 그렇다고 이준의 재능이 조영보다 낫다고 단언할 수는 없었다. 몇 년에 걸친 오랜 수련 기간 동안 이준의 영혼의 힘은 이미 최고로 숙련되어 있는 상태였고, 조영이 시전한 무투기는 결코 최고급 영혼 무투기라고는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준이 완벽하게 시전 방법을 파악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가장 기초가 되는 것은 이미 완벽하게 갖추고 있었으니, 계기만 주어진다면 일반 사람들보다 더 쉽게 배우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알 리 없는 조영의 눈에 이준은 그저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물처럼 보일 뿐이었다.

* * *

그 잠깐 사이에 이준의 어색한 인결은 점점 부드러워지고 있었고, 손끝의 변화 역시 빠른 속도로 자연스러워지고 있었다.

조영의 영혼 무투기가 막 자신을 덮치려는 찰나, 이준은 손끝에서 솟구치는 자신의 영혼의 힘을 전력을 다해 밀어냈다.

“으아아아아!”

다음 순간,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대전 안에 울려 퍼지며 두 개의 거대한 무형의 힘이 충돌을 일으켰다.

쾅!!

거대한 두 개의 영혼의 힘이 부딪히며 생긴 폭발음이 심사장을 가득 메웠고, 두 사람의 대결을 바라보던 사람들은 순간 자신의 영혼이 뒤틀리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두 사람의 거대한 힘이 충돌을 일으키자, 널따란 광장의 돌바닥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 휘날리며 사방을 뒤덮었다.

거대한 영혼 폭풍은 일 분 정도가 지난 후에야 서서히 잦아들었다.

곧이어 먼지가 점점 흩어지면서 대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야에 원 안에 있는 그림자가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준은 여전히 붉은 원의 가장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구덩이가 빼곡하게 생겨나 있었다.

반면 이준과 삼십 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조영의 주위 풍경은 처음과 크게 다를 바 없이 멀쩡했다. 하지만 표정만 놓고 보면 마치 그녀가 원 밖으로 밀려났다고 착각이 들 지경이었다.

시종일관 기묘한 웃음을 짓고 있던 마녀의 얼굴은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새파랗게 변해 있었다.

하지만 마녀의 그런 표정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끝. 이준씨가 이겼네요.”

조영이 가볍게 숨을 들이마신 뒤 우아하게 일어나며 말했다.

그의 말에 이준 역시 미소를 지으며 일어났다. 이준의 몸은 빨간 선 바로 앞에서 멈춰 섰지만, 어찌됐든 원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으니 그의 승리였다.

조영의 말이 끝나자 대전 안에는 적막이 흘렀다.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바로 조씨 가문의 사람들이었다. 설마하니 조씨 가문의 마녀가 패배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조씨 가문의 마녀가 얼마나 대단한지는 언제나 가까이서 그녀를 지켜보는 그들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히 백 년에 한번 날까 말까한 천재였다. 그런데 어떻게 패배할 수 있단 말인가?

“마, 말도 안 돼…….”

조단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그냥 몸 풀기일 뿐이야. 연금대회에서 만나게 된다면 조영이 이길 거다.”

조휴의 담담한 말에 조단의 표정은 더욱 크게 일그러졌다. 그가 이준과 싸웠을 때도 강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몇 개월 사이에 조영과 같은 수준까지 성장할 수 있었단 말인가. 그가 놀란 것은 이준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성장 속도가 너무나도 비정상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유씨 가문 좌석에 있던 유종길과 선화 역시 조영의 공격을 버텨낸 이준을 보고 믿을 수 없다는 듯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세 가지 심사 모두에서 1등을 한 것으로도 모자라 모두 신기록이라니……. 이는 유씨 가문의 전성기 때도 내지 못 했던 성적이었다.

“유씨 가문이……다시 살아났어…….”

크게 감격한 두 사람을 보던 아라와 천화존자는 서로를 바라보며 싱긋 웃음을 지어보였다.

잠시 후, 아라가 광장 안에 있는 이준의 뒷모습으로 시선을 돌렸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이준은 단 한 번도 그녀를 실망시킨 적이 없었다. 상대가 누구라 해도 그는 한 번도 약속을 어기지 않았고, 자신이 내뱉은 말을 모두 지켜냈다.

* * *

“조영 아가씨 대단하십니다. 한 번만 더 했다면 견뎌내지 못 했을 겁니다.”

이준이 찢어져 너덜너덜해진 소매를 찢어낸 뒤 조영을 향해 예를 갖추며 말했다.

“처음부터 내 영혼 무투기를 배우려고 했던 거예요?”

조영이 눈을 움찔 거리며 감정을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조영의 직설적인 물음에 이준은 조금 난감했다. 사실 조영이 사용한 영혼 무투기는 한 눈에 보기에도 그리 높은 등급의 무투기는 아닌 듯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대방에게 ‘그 무투기가 별 것 아닌 것 같아서 배울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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