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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565화 (565/818)

565화. 영혼대결

쉭쉭!

비처럼 쏟아지는 검은 구슬을 본 다섯 사람은 빠르게 흩어져 일정한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선 뒤 정신을 집중해 영혼의 힘을 쏟아냈다.

성 장로의 조언에 따라 이준은 영혼의 힘을 분산시키지 않기 위해 영혼의 힘을 거대한 손으로 만든 뒤 위에서 빽빽하게 떨어지는 새까만 구슬을 잡기 시작했다.

첫 번째 영혼 구슬이 손에 들어오는 순간 이준은 영혼의 힘으로 만들어진 투명한 손에 묵직한 무게감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한편 백용과 구준 두 사람은 동시에 여러 개의 손을 만들어 냈다가 낭패를 보고 있었다. 영혼의 힘이 분산된 탓에 모든 손이 영혼 구슬의 무게를 견디지 못 하고 부서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반면 조휴와 단헌은 처음에는 조금 당황하는 듯 보였지만 곧 영혼의 힘을 모아 하늘에서 떨어지는 영혼 구슬을 하나씩 받아내고 있었다.

이준은 계속해서 정신을 집중해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떨어지는 검은 구슬들을 받아내어 자신의 곁에 내려놓고 있었다.

한 개, 두 개, 세 개, 네 개…….

새까만 영혼 구슬이 이준의 주위에 계속 쌓여가는 것을 보며 대전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긴장하기 시작했고, 마음속으로 구슬의 개수를 하나하나 세기 시작했다.

처음에 큰 실수를 범한 구준과 백용은 이미 더 이상 구슬을 받아낼 수 없을 정도로 영혼의 힘을 소모한 상태였고, 각각 31개, 43개의 구슬을 받은 채로 심사를 마무리 했다.

구준과 백용이 뒤로 물러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조휴 역시 뒤로 물러섰다. 조휴의 앞에는 총 56개의 구슬이 놓여 있었다.

조휴가 뒤로 빠지면서 광장 안에는 이준과 단헌만 남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단헌의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했다.

“후…….”

몇 분을 더 버티던 단헌은 결국 긴 한숨을 내쉬며 심사장 밖으로 물러났다. 그의 곁에는 총 66개의 구슬이 놓여 있었다.

쿵쿵쿵!

단헌이 무릎을 꿇는 순간 이준은 미소를 지으며 영혼의 힘을 해제하고 스스로 심사를 끝마쳤다.

그가 받아 낸 구슬의 개수는 무려 93개에 달했다.

이준의 앞에 수북하게 쌓여있는 구슬을 확인한 단헌과 나머지 세 사람은 씁쓸하게 웃으며 한숨을 내쉴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이준은 모든 힘을 쓰기 전에 스스로 심사를 중단했으니, 그들과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와아!”

“저 녀석, 정말 대단한데?”

두 번째 심사가 끝나기 무섭게 관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 소리와 함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신의 기록을 깨고도 아직 한참은 여유가 있어 보이는 이준의 모습에 조영은 재미있다는 듯 연신 웃음을 흘려댔다. 태어나서 자신과 비슷한 또래의 연금술사 중 이토록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를 보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였다.

한편, 이준을 바라보는 성 장로의 표정에는 놀라움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대단하군, 대단해…….”

성 장로는 웃으며 저도 모르게 대단하다는 말을 되뇌었다. 그는 연금탑에 점점 더 많은 젊은 인재들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반가웠다. 뛰어난 후학들이 계속해서 배출되어야 연금탑이 지금과 같은 명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심사도 이준이 1등이며 단헌이 2등, 조휴가 3등이오.”

성 장로의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지자 유씨 가문 좌석에 있던 유종길과 선화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바닥이 벌게질 때까지 박수를 쳐댔다.

오랜만에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유종길의 모습에 성 장로는 수염을 쓸어내린 뒤 빙그레 웃음을 지은 뒤 마지막 심사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영혼의 힘은 연금술사의 근본일세. 마지막 심사에서는 영혼의 힘을 사용한 전투 능력을 확인하겠네. 이것 역시 연금술사의 훌륭한 공격 수단 중 하나이기 때문이지. 마지막 시험은 아주 간단하네. 자네들 다섯 명이 원 안에 들어와 서로 영혼의 힘을 사용해 싸워 마지막까지 남아있는 사람이 승리자가 되는 것이지.”

성 장로가 심사장 안에 있는 30미터 정도의 빨간 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하지만 다섯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찰나, 돌연 애교 섞인 웃음소리가 대전 안에 울려 퍼졌다.

“성 장로님, 조씨 가문에서 출전자를 바꾸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그 순간,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웃음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했다.

“성 장로님, 규칙에 따르면 지난 회 우승자가 속한 가문은 출전자를 한번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나요? 걱정 마세요, 그저 손이 근질거려서 나가보고 싶은 것뿐이니까요. 제가 나가는 대신 조씨 가문은 심사에서 탈락시키시면 됩니다. 이러면 심사의 결과에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겠지요, 어때요?”

조영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광장 안에 잠시 적막이 깔렸다. 사람들은 약속이나 한 듯 조영과 이준을 번갈아가며 바라보았다.

성 장로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다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조영의 표정은 밝았고, 말투 역시 웃음기가 가득했다. 하지만 자신이 그녀의 청을 거절하는 순간 정말이지 무슨 짓을 벌일지 몰랐다. 물론 성 장로는 연금탑의 팔대 장로 중 하나이니, 그의 앞에서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심사가 끝나고 나서 그녀는 자신의 승부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무슨 일이든 저지를 것이 분명했다.

깊게 생각하던 성 장로는 이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대전에 있는 모든 사람들 역시 이준을 바라봤다.

그러자, 이준이 미소를 짓고 있는 조영을 뚫어져라 쳐다보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영 아가씨가 그렇게 말씀하시는데 할 수 없지요.”

이준의 말에 조영의 얼굴에는 곧장 웃음이 피어났다.

“이준씨는 정말 말을 잘 하네.”

말을 마친 조영은 곧바로 몸을 일으킨 뒤 나비처럼 가볍게 날아 심사장 안에 안착했다.

“조휴 오라버니, 제가 참가할게요.”

조휴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조씨 가문의 가주마저 그녀의 눈치를 보는 판에 그가 조영의 청을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지금 조씨 가문에서는 그녀의 말이 곧 법이었다.

이준이 대결을 받아들였으니, 성 장로 역시 더 이상 토를 달 수 없었다. 이에 성 장로는 못 마땅한 듯 한숨을 내쉬며 한쪽 바닥에 있는 빨간 원을 가리켰다.

“그럼 안으로 들어오시오.”

그의 말에 다섯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며 순서대로 그 안으로 들어간 뒤 서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떨어져 섰다. 여기에서는 모두가 경쟁자인 만큼 일정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수였다.

다섯 사람이 모두 시작할 준비를 마친 듯하자 성 장로가 뒤로 천천히 물러나며 손을 강하게 휘둘러 시험의 시작을 알렸다.

“시험을 시작하겠소!”

성 장로의 외침이 떨어지기 무섭게 다섯 개의 강한 영혼의 힘이 다섯 사람의 몸에서 터져 나와 각자의 몸 주위를 둘러쌌다.

엄청난 영혼의 힘이 광장을 메우면서 대전 안에 있던 사람들은 정체 모를 무언가에 짓눌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잠시 후, 엄청난 영혼의 힘 다섯 개가 투명한 뱀처럼 변해 마구 뒤엉키기 시작했다.

펑!

곧이어 영혼의 힘이 충돌하며 거대한 굉음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다섯 개의 영혼의 힘이 다시 한 번 세차게 맞부딪히자, 이준과 조영을 제외한 나머지 세 사람이 단번에 뒤로 밀려나고 말았다.

이준의 시선은 30미터 정도 멀리 떨어져있는 조영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두 말할 나위 없이, 조영이 이곳에서 가장 큰 경쟁자였다. 단헌과 나머지 두 사람은 이준과 조영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세 사람 역시 이를 알고 있었으니 얌전히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볼 뿐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았다.

단숨에 구경꾼 신세로 전락한 백용은 차갑게 얼어붙은 눈빛으로 이준의 등을 노려보았다. 설마하니 백씨 가문을 대표해 나온 자신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렇게 창피를 당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에 더욱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깔깔, 역시 대단해.”

하얀 손으로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긴 조영은 미친 사람마냥 웃음을 터뜨리며 인결을 그렸다.

그 순간, 그녀의 몸 주변에 있던 엄청난 영혼의 힘이 빠르게 모이면서 거대한 새의 형상을 띄었다. 그녀가 만들어 낸 거대한 새가 날개를 펄럭이자, 공간이 왜곡되면서 미세한 균열이 생겨났다.

“가라!”

조영이 손가락으로 이준을 가리키며 외쳤다.

영혼의 힘으로 만들어 진 거대한 새는 번개처럼 허공을 가르고 이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때, 이준이 감았던 눈을 치켜뜨며 인을 맺었고, 그와 동시에 거대한 주먹이 생겨나 새의 머리를 세차게 내리쳤다.

쾅!

주먹과 거대한 새가 맞부딪치는 순간 사방에 폭풍이 일며 딱딱한 바닥에 팔뚝만한 균열이 잔뜩 생겨났다.

영혼의 힘이 맞부딪히며 생긴 폭풍에 의해 이준의 몸이 살짝 뒤로 밀려났고, 조영의 몸 역시 비슷한 거리만큼 뒤쪽으로 밀려났다.

이준이 조씨 가문의 ‘마녀’와 호각지세를 보이자 사람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함성조차 지르지 못 했다.

영혼의 폭풍이 점점 더 거세지자 단헌과 구준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성 장로에게 예를 갖춘 뒤 잽싸게 원 밖으로 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이 안에 남아 있다가 영혼이 다치기라도 한다면 그보다 멍청한 짓은 없었다.

하지만 백용은 여전히 이를 악문 채 가만히 이준과 조영의 대결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이준과 조영의 영혼의 힘이 다시 한 번 충돌을 일으키려는 찰나, 돌연 백영의 영혼의 힘이 거대한 뱀의 형상으로 변해 이준의 등 뒤로 날아들었다.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구나!”

그 순간, 이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가운 눈빛으로 백용에게 시선을 옮겼다. 이준이 소맷자락을 펄럭이자 엄청난 영혼의 힘이 터져 나와 거대한 뱀을 거세게 후려쳤다.

쾅!

이준의 영혼의 힘에 정면으로 얻어맞은 거대한 뱀은 순식간에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고, 동시에 백용의 입에서 새빨간 선혈이 터져 나오며 그의 몸이 저만치 뒤로 날아가고 말았다.

일격에 피를 토하며 날아가 버리는 백용의 모습에 대전 안에 있던 구경꾼들은 저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백용 역시 오대 가문 중 한 축을 담당하는 백씨 가문의 대표인데, 설마하니 이렇게까지 실력 차가 나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 했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한편 백씨 가문의 사람들은 반쯤 넋이 나간 채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가문 내에서 가장 뛰어난 젊은 강자가 조연이 되다 못해 이런 개망신을 당했으니, 그야말로 가문의 위신이 땅에 떨어지고 만 것이다.

간단하게 방해꾼을 처리한 이준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다시 시선을 돌려 싱글벙글 웃고 있는 조영을 바라봤다.

“아주 대단하네요, 조금 전에 있던 시험에서 모든 힘을 다 쓰지 않았었군요.”

실성한 사람처럼 계속 웃음을 짓고 있는 조영의 모습에 이준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 의미를 알 수 없는 섬뜩한 웃음을 보고 있자니 왜 그녀가 ‘마녀’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았다.

“이제 두 사람만 남았으니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겠군요. 내 영혼의 공격을 세 번만 받아낸다면 내가 물러나겠어요. 물론, 여기서 이준씨가 물러나도 유씨 가문은 2등을 차지하고 가문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겠지요. 할래요, 말래요?”

이준은 아름답게 웃는 조영의 얼굴에서 까닭 모를 공포를 느꼈다. 가한제국에서부터 온갖 강자와 마주해왔던 그였지만,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괴이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 물러날 수는 없었다. 첫째로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였고, 둘째로는 장차 연금탑의 수장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의 실력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영 역시 이번 연금술 경연대회에 참가할 테니 이참에 우승 후보의 실력을 봐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물론 영혼의 힘을 겨루는 싸움에서 강하다고 연금술도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대략적으로 상대방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것만 해도 남는 장사였다.

이러한 이유로 이준은 조영의 도발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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