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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546화 (546/818)

546화. 수수께끼

이준 역시 이은과 노인들의 말이 괜한 걱정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이번 일을 목격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니, 영혼의 궁전 역시 자신의 실력과 곁에 있는 아라와 천화존자의 실력, 요괴에 대한 것 까지 모두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스승님을 구하기 위해 뛰어 들었다가는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을 돕는 모든 사람을 위험에 빠뜨릴 것이 뻔했다.

하지만 지금도 그들에게 붙잡혀 고통을 받고 있을 스승님을 생각하니, 심장을 칼로 도려내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준의 고통스러운 표정을 본 이은은 살짝 한숨을 내쉬며 더 이상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걱정하지 마. 그 정도는 알고 있어. 모든 준비를 마치기 전까지는 함부로 그들을 공격하지 않을 거야.”

이준의 대답에 이은은 그제야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오라버니, 걱정 마세요. 약선 선생님은 평범한 투존이 아니니 혼전도 쉽게 어떻게 하지 못할 거예요. 제가 돌아가 고족의 힘으로 약선 선생님이 갇혀있는 곳을 찾아볼게요. 만약 소식이 있으면 사람을 보내 바로 오라버니에게 전해줄게요.”

이어지는 이은의 말에 이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확실히 지금 그의 실력으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실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우선 연금탑에서 열릴 연금대회에 참가해 별의 불꽃을 얻어야 했다.

생각을 마친 이준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스승과 달리 그의 아버지에 대한 단서는 여태까지 단 하나도 얻지 못 한 상태였다.

태령황제의 옥에서 비추던 그 영혼의 빛이 없었다면 그 역시 아버지가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청해의 입에서 아버지와 관련된 소식을 들을 수 있을 지도 몰라…….”

그 순간, 손가락에 끼워진 저장반지를 살짝 문지르던 이준의 눈에서 음산한 기운이 맴돌았다.

* * *

밤이 되자, 낮에 있었던 대전으로 인해 생겨난 소란도 어느 정도 잦아들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짜릿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중주에서도 이 정도로 엄청난 실력을 가진 강자들의 대전을 보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었기 때문이다.

꽃잎성 사람들이 가장 궁금한 것은 마지막에 나타난 청색 옷을 입은 여자의 신분이었다.

중주에서도 손에 꼽는 세력인 빙하곡을 절절 매게 만들 정도의 세력이 대체 어디인지 궁금했던 것이다.

유씨 가문 깊은 곳에 위치한 객실에서는 이준이 눈을 감은 채 염력을 회복하고 있었다.

낮에 있었던 대전으로 큰 부상을 입진 않았지만 체내 염력이 거의 다 소진된 상태였다. 게다가 천계의 불꽃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폭등한 에너지로 인해 몸 속이 크게 망가진 상태였다.

천지에너지가 빠르게 정제되어 몸 안을 흐르자, 혈관으로 전해지던 통증 역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대략 2, 3시간이 지나니 창백했던 이준의 얼굴에도 다시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아직도 부족해. 지금 내 실력으론 투종 최고 수준 강자를 상대하는 게 고작이야.’

오늘 전투에서 만난 강자들은 하나 같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수준의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때마침 이은이 오지 않았다면, 아라와 천화존자의 도움을 받더라도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운이 좋기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은의 뒤에 있는 세력인 고족은 이씨 가문이 보관하고 있는 태령황제의 옥을 노리고 있었으니, 계속해서 그들의 도움을 받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장담할 수 없었다.

이준은 자신과 고족이 싸우게 되더라도 이은은 분명 자신의 편에 설 것이라는 것을 믿고 있었지만, 그녀가 자신의 편을 드는 순간 가문에서 어떤 입장에 처하게 될지는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그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이은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힘이 필요했다.

생각을 마친 이준은 말없이 손으로 가슴팍을 매만졌다. 그의 가슴에는 아직 커다란 독소반점이 남아있었다.

만약 이 독소반점을 완전히 연소시킨다면 4성 투종 수준까지는 승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에 별의 불꽃까지 손에 넣게 되면 투종 최고급 단계까지 올라갈지도 몰랐다. 그때가 되면 빙존자와 같은 최고급 강자를 만나도 당당히 맞설 수 있을 것이다.

“상처가 완전히 치유되면 독소반점을 연소시켜야겠어. 이렇게 오랫동안 몸속에 있었는데, 이제 완전히 해결할 때가 됐지.”

혼자서 전의를 불태우던 이준은 문득 창문 쪽에서 인기척을 느끼고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왔으면 들어 오면되지, 왜 숨는 거야?”

이준의 한마디에 창밖에서 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청색 옷을 입은 여자 아이 하나가 날아 들어왔다.

“오라버니야 말로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안자고 뭐하는 거예요?”

이준이 손을 뻗어 이은의 보드라운 손을 잡자, 그녀는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천천히 걸어와 예전보다 넓어진 그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오라버니, 보고 싶었어요.”

이준은 이은의 얇고 매끄러운 허리를 감싸 안은 채 그녀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에 머리를 묻었다. 은은한 향기가 코끝에 닿자, 마음속에 드리웠던 걱정이 연기처럼 사라지는 것만 같았다.

잠시 말없이 이준의 품에 안겨있던 이은은 한참이 지나서야 고개를 들더니 돌연 금색 두루마리 하나를 이준에게 건넸다.

“제왕의 권의 세 번째 장이에요. 지금 오라버니의 실력이라면 세 번째 인결을 충분히 수련할 수 있을 거예요.”

눈앞에서 빛나는 금색 두루마리를 본 이준은 잠시 머뭇거리다 그녀가 건넨 무투기 수련법을 건네받았다.

마음 같아서는 더 이상 그녀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지만, 앞으로 있을 강자들과의 싸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 강한 힘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준이 두루마리를 받자, 이은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잠시 후, 이은이 미소를 거두고 진지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 참, 이준 오라버니. 태령황제의 옥이 오라버니 몸에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없죠?”

“응.”

이준이 살짝 고개를 끄덕이자, 이은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준은 자신이 태령황제의 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천화존자는 물론이고 아라에게 조차 말하지 않은 상태였다.

“고족이 얻고 싶어 하는 것이 태령황제의 옥이지?”

이준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태령황제의 옥은 투제와 관련이 있는 물건이니까요. 아주 오래 전, 하룻밤 사이에 모든 투제들이 사라지면서 고적 안에서만 그들과 관련되어 있는 소식을 찾을 수 있었어요.”

“그럼 만약 태령황제의 옥을 모으면 투제가 되는 법을 얻을 수 있다는 거야?”

“투기대륙 곳곳에는 옛날부터 전해져온 강자의 흔적이 있어요. 이 흔적들은 대부분 완벽히 보존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흔적을 찾아낼 때마다 대륙에 큰 소동이 일어나곤 했죠.”

말을 마친 이은의 맑은 눈망울이 이준을 향했다.

“가장 최근에 발견된 투제의 흔적 역시 심각하게 파손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강자들이 찾아왔었죠. 그 중에는, 약선 선생님도 있었어요…….”

이준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약로의 말에 따르면 ‘불개’는 그가 오래전 우연히 얻게 된 보물이라고 했다. 설마 그 신비한 수련법이 투제와 관련이 있는 물건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태령황제는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투기대륙에서 가장 늦게 나타난 투제예요. 그는 아주 오래 전 투제의 비밀이 숨겨진 이공간을 만들어 두었고, 태령황제의 옥이 바로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열쇠예요.”

이은의 말에 이준의 표정이 점점 딱딱하게 굳어갔다.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태령황제의 옥은 자신의 상상을 초월하는 물건인 것 같았다.

투제의 힘은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했다. 현재 투기대륙 전체에서도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손꼽히는 고족은 그 자체로 투제가 얼마나 막강한 존재인지를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고족이 강한 이유는 그들의 몸에 흐르는 투제의 피 덕분이었으니까.

“그러니 제대로 된 실력을 갖기 전에는 오라버니의 손에 태령황제의 옥이 있다는 것을 절대 들키면 안 돼요!”

이은의 표정은 전에 없이 진지했다. 고족과 이씨 가문의 선조 사이의 약조가 있었다 하더라도 이씨 가문이 쇄락한 지금, 태령황제의 옥이 이준의 손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고족의 강자들이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무슨 일을 저지를지 장담할 수 없었다.

이은의 굳은 표정을 바라보던 이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영혼의 궁전 놈들이 우리 아버지를 잡아간 이유도 이것 때문이야?”

“이씨 가문도 한 때 투기대륙에서 일류 세력이었죠. 그 때 이씨 가문의 힘은 빙하곡 따위와는 비교할 수도 없었어요.”

이씨 가문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에 이준은 너무 놀란 나머지 두 눈만 꿈뻑이며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이씨 가문은 점점 쇄락했고, 결국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중주를 떠나 가한제국에 정착하게 되었죠…….”

이은이 말했다.

“지금 이씨 가문의 젊은이들은 대부분 이 일에 대해서 모르고 있어요. 하지만 당시 이씨 가문의 선조와 대적할 수 있었던 사람은 투기대륙 전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였죠. ”

“정말……?”

이준이 멍한 표정으로 되묻자, 이은이 생긋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고족조차 이씨 가문의 선조를 두려워 했으니까요. 오죽하면 그 콧대 높은 고족의 선조들이 이씨 가문과 동맹을 맺었겠어요.”

“동맹?”

“게다가 이씨 가문의 선조께서는 고족에게 은혜를 베풀었죠. 그리고 돌아가실 때 고족에게 이씨 가문을 보살펴 달라고 부탁했어요. 하지만 세월이 흘러 이씨 가문이 쇠락하고, 가한제국으로 떠나면서 이 동맹은 사실상 허울 뿐인 것이 되어버렸죠.”

“그런데, 혹시 그 이씨 가문의 선조의 이름이 뭐야?”

잠자코 이은의 설명을 듣고 있던 이준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왜요? 그 선조님을 우상으로 삼고 싶어서요?”

“내 뿌리가 되는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에게서 잊혀진 것도 서러울텐데 그 핏줄을 이어받은 나 마저 그 분의 이름을 모른다면 기분이 어떻겠어?”

이준의 질문에 이은은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그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그 이씨 가문 선조님의 이름은 ……이현이에요.”

“이현?”

“이현의 옛무덤 역시 고계에 있지만 고족 사람들은 들어갈 수 없어요. 일부 강자들은 강제로 들어갈 수 있지만, 은인의 무덤에 함부로 발을 들일 수는 없으니까요.”

말을 마친 이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예상대로라면, 그 분의 무덤은 이씨 가문의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만일 고계에 올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한번 가 봐요. 어떤 수확이 있을지 모르는 거니까요.”

그녀의 말에 이준의 얼굴이 크게 어두워졌다.

“선조의 무덤이면 한번 가 봐야지. 나중에 내가 충분한 실력이 생긴다면 선조의 무덤을 이씨 가문으로 옮겨가야겠어.”

“이현 선배님이 이 말을 듣는 다면 아주 안심 하실 거예요.”

미소를 지은 채 그의 말에 대답하던 이은은 이내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맞다, 이현 선배님의 후예라는 말도 다른 사람에게 되도록 알리지 마세요. 이현 선배님에게 원한을 품은 세력 중에는 아직까지도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세력이 많으니까요. 만일 그들이 알아차린다면 골치 아픈 일이 생길 수 있어요.”

“그 세력들도 빙하곡만큼 강해?”

이준이 턱을 문지르며 물었다.

“글쎄요. 중주는 넓고, 강한 세력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 중에는 우리 고족처럼 조용히 몸을 웅크리고 있는 세력도 있고요. 그런 세력들의 숫자가 얼마나 되는지, 그 실력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르죠. 어쩌면 고족보다 더 강한 세력이 숨어있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이은의 말에 이준은 머리를 긁적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빙하곡조차 고개를 숙이게 만드는 고족의 후예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새삼 중주가 얼마나 무시무시한 곳인지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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