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만이살길-541화 (541/818)

541화. 치열한 전투

오륜이화법으로 만들어 낸 화염을 밀어낼 정도의 냉기를 가진 얼음 활의 등장에 이준의 표정 역시 어둡게 내려앉았다.

저 정도의 냉기와 에너지를 가진 화살이라면 수십 미터에 달하는 화염장벽이라 해도 버텨낼 수 없을 것 같았다.

“역시 투종 최고 수준의 강자답군.”

잠시 고민하던 이준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한번 인을 바꾸었다.

그의 손이 또다시 새로운 인을 완성하자, 사방을 뒤덮고 있던 오색 화염이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듯 그의 오른팔로 모여들었다.

“죽어라!”

이준이 또다시 무언가 새로운 무투기를 사용하려는 것을 눈치챈 천이 장로는 망설임 없이 거대한 얼음 활을 당기고 있던 손가락의 힘을 풀었다.

그가 활시위를 놓는 순간, 온 세상을 얼려버릴 것만 같은 냉기를 품은 새파란 화살이 불바다를 가르며 이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지만 새파란 화살이 이준으로부터 불과 수 미터 떨어진 곳까지 날아들었을 때, 그의 팔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오며 마치 화산이 폭발하는 것만 같은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폭발했다.

무수한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눈부신 오색 화염과 시리도록 차가운 빛을 내뿜는 얼음 화살이 세차게 맞부딪쳤다.

펑!

거대한 운석 두 개가 부딪치는 듯한 엄청난 굉음에 사람들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두 귀를 틀어막았다.

눈부신 빛을 발산하는 화염과 서늘한 냉기를 내뿜는 얼음 화살은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사방으로 뿜어대며 서로를 미친 듯이 집어삼켰다.

“빙현국, 빙화석! 염력을 모조리 넘기시오!”

온 힘을 다해 거대한 화염 주먹과 맞서던 천이 장로가 다급한 표정으로 외쳤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두 장로의 염력을 합쳐 만든 거대한 얼음 화살로도 이준의 화염 주먹을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대결에서 밀리는 순간, 저 공포스러운 화염이 세 사람을 눈 깜짝할 새에 집어삼켜 잿더미로 만들어 버릴 것이 뻔했다.

뒤에 있던 두 장로는 잠시 망설이다 천이 장로의 등에 손을 대고 남은 염력을 모조리 그에게 넘겼다.

빙현국과 빙화석의 염력을 남김없이 넘겨받은 천이 장로는 다시 한번 혼신의 힘을 다해 염력을 폭발시켰다.

그러자 푸른색의 얼음 화살 주위로 새하얀 얼음 안개가 퍼져나가며 주위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얼리기 시작했다. 아무 것도 없던 텅 빈 허공에는 어느새 미세한 얼음가루가 흩날리고 있었다.

영혼마저 얼려버릴 듯한 그 무시무시한 냉기에 태양처럼 눈부신 빛을 뿜어내던 화염 주먹마저 조금씩 빛을 잃어갔다.

천지의 불꽃과 마수의 불꽃, 태양의 불꽃까지 뒤섞어 만든 화염 속성의 무투기로도 어찌할 수 없는 엄청난 얼음 염력의 힘 앞에 이준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싸움이 길어진다면 천계의 불꽃으로 얻은 염력도 사라질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천이 장로는커녕 그 뒤에 있는 7성 투종조차 상대할 수 없었다.

이에 이준은 다시 한번 인을 맺어 다섯 개의 화염을 모조리 거대한 화염 주먹에 집중시켰다.

펑!

하지만 아무리 염력을 집중시켜 보아도 천이 장로의 얼음 화살은 깨지지 않았고, 두 개의 상반된 힘이 서로를 잠식하며 화염과 얼음 모두 힘을 잃어갔다.

그 순간, 급속도로 약해지기 시작한 화염 주먹과 얼음 화살을 바라보던 천이 장로의 얼굴에 음산한 웃음이 피어났다.

이런 식으로 서로 힘을 갉아먹으며 시간을 끈다면 천계의 불꽃의 제한 시간도 끝날 것이고, 그때가 되면 이준은 한낱 2성 투종에 불과할 것이었다.

쾅!

잠시 후, 또 한 번의 굉음이 터져 나오며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던 힘겨루기가 끝나고, 거대한 화염 주먹과 얼음 화살이 동시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하하!”

화염 주먹이 부서지자, 천이 장로의 목구멍에서 득의양양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쉭!

그러나 승리를 확신한 천이 장로가 웃음을 터뜨리기 무섭게 검은 그림자 하나가 그의 눈앞으로 날아들었다.

“마지막 승부수를 던지겠다 이건가?”

상대가 비술이 끝나기 전에 승부를 보기 위해 육탄전을 선택했다고 생각한 천이 장로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뱀지팡이를 바닥에 두드리며 연청색의 염력을 뿜어냈다.

천지의 불꽃의 힘을 빌린 무투기가 아니라 육탄전이라면 비술을 사용한 이준이라 해도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 순간, 돌연 거대한 화염 주먹에서 뿜어져 나오던 것보다 더 끔찍한 열기가 눈앞에서 폭발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 이럴 수가!”

꺼져가는 불씨라고 생각했던 상대에게서 지금껏 경험해 본 적 없는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터져 나오자, 천이 장로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그리고 당황한 천이 장로가 채 방어를 하기도 전에 옥색의 연꽃 하나가 번개처럼 가슴팍으로 날아들었다.

펑!

곧이어 끔찍한 폭음이 터져 나오며 지옥의 악마가 토해낸 듯한 시뻘건 화염이 사방을 휩쓸었다.

거대한 화염 폭풍이 뿜어내는 방대한 에너지에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화염 감옥이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며 다섯 마리의 화염 마수 역시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천이 장로와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빙현국과 빙화석 두 사람은 피를 뿜어내며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 저 멀리 땅바닥에 처박혔다.

두 장로가 땅바닥에 처박힌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염 폭풍 속에서 또 다른 그림자 하나가 번개처럼 튀어나와 지상으로 추락했다.

멀리서 이 전투를 지켜보던 도영호는 정신이 나간 것 마냥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린 도영호가 몸을 돌려 달아나려는 찰나, 등 뒤의 공간이 흔들리며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솟아났다.

“여기서 한발자국이라도 움직이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거야.”

등 뒤에서 들려오는 섬뜩한 목소리에 도영호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 이준의 모습은 그야말로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악귀가 따로 없었다. 그의 얼굴에는 음산한 살기가 가득했으며, 입꼬리에는 새빨간 혈흔이 남아 있었고, 의복은 모두 찢어져 있었다.

근거리에서 화련을 날린 탓에 자신 역시 그 후폭풍에 휘말린 모양이었다. 물론, 빙하곡의 세 장로와 비교한다면 이는 부상이라고도 할 수 없는 수준에 불과했다.

그의 목덜미를 누르고 있는 손에서는 무시무시한 힘이 느껴졌다. 이준이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이라도 목숨을 잃을 것이 분명했다.

이준은 입꼬리에 묻은 혈흔을 닦아내며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도영호를 노려보았다. 아버지와도 같은 스승의 원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도저히 이 세상 사람의 것이 아니라고 느껴질 정도로 싸늘하기 짝이 없었다.

“날 죽인다면 영혼의 궁전이 반드시 널 죽여 버릴 것이다. 우리 영혼의 궁전은 빙하곡과는 차원이 다른 곳이야!”

하지만 도영호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는 공포를 애써 억누르며 허세 섞인 목소리로 이준을 협박했다.

“킥……! 푸하하하하!”

도영호의 협박에 이준은 미친 사람마냥 웃음을 터뜨렸다.

다음 순간, 반투명한 무형의 불꽃이 그의 전신을 뒤덮었다.

“악!”

구름 불꽃이 몸에 닿자, 도영호의 입에서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영혼을 불태우는 힘을 가진 구름 불꽃은 검은 안개를 잃은 도영호에게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고통을 줄 수 있는 물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으아아아악!”

쉴 새 없이 비명을 내지르는 도영호를 바라보는 이준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져 나갔다.

이준은 그렇게 한참이나 도영호의 영혼을 불태우다가 그의 영혼이 사라질 때가 되어서야 손가락을 튕겨 구름 불꽃을 회수했다.

“고통스러운가?”

몸을 격하게 떠는 도영호를 바라보는 이준의 입가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섬뜩하고도 차디찬 미소가 걸려 있었다.

“스승님이 받은 고통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닐 테니 이 정도로 비명을 지르지 마. 자꾸만 역겨운 비명을 질러대면 나도 모르게 네 놈을 재가 될 때까지 태워버릴지도 모르니까.”

이준의 말에 도영호는 말할 힘조차 없는 듯 입만 벙긋거리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짝짝!

그때, 돌연 맑은 손뼉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웃음을 머금은 천화존자와 어두운 얼굴을 한 천상 장로가 보였다.

“이번엔 나도 사람을 잘못 본 것 같군…….”

천상 장로가 음산한 눈빛으로 이준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

그 순간, 이준은 천계의 불꽃에 의해 치솟았던 염력이 빠르게 사그라지는 것을 느끼고는 잽싸게 저장반지 속에서 염력을 회복시켜주는 연금비약을 집어삼켰다.

“2성 투종의 실력으로 저 세 사람을 무찌르다니, 실로 놀랍구나. 하지만 우리 빙하곡은 더 이상 어떠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천상 장로의 말을 듣고 있던 이준은 정신을 집중해 멀리 있던 요괴를 다시 자신의 곁으로 불러들였다. 지금 상태로 투종급 장로가 달려든다면 곧바로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허허, 나를 앞에 두고도 한눈을 팔다니, 내가 우스운 모양이군.”

그때, 가만히 뒷짐을 지고 서있던 천화존자가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은 나에게 맡기고 자네는 잠시 쉬고 있게.”

그의 말에 이준은 살짝 고개를 끄덕인 뒤 하늘 요괴와 함께 자리를 옮기려 했다.

“끌끌, 잠시가 아니라 영원히 쉬게 해주마.”

바로 그때, 꽃잎성 주위를 뒤덮은 차가운 염력 장막이 요동치다 서서히 갈라지더니 한 뭉치의 검은 안개가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검은 안개가 걷히며 섬뜩한 기운을 뿜어내는 열 명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 무리 중 가장 앞에 서있는 사람은 검은 색 의복을 입은 청색 머리의 노인으로, 그의 몸에서는 아무런 에너지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가 나타나는 순간 천지의 공간이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영혼의 궁전의 투존?”

검은 안개에서 나타난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한 꽃잎성의 주민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

홀연히 나타난 그들의 모습에 이준의 얼굴이 뻣뻣하게 굳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또다시 투존이라니…….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다.

천화존자의 얼굴도 이준과 마찬가지로 어둡게 내려앉았다.

‘천상 장로보다 더 강하다니, 2성 투존 정도는 되겠어.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는구나.’

반면 두 사람과 달리 천상 장로는 환히 웃으며 파란 머리카락의 노인이 서있는 쪽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청해 존자님이셨군요. 존자님 같은 강자가 나타나실 줄은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오랜만이구려, 천상 장로. 그간 무탈하였소?”

청해라 불린 파란 머리카락의 노인 역시 천상 장로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지어보였다.

“아주 재미있는 소식이 전해져서 직접 와보았습니다.”

“청해 존자님, 어서 저 애송이를 붙잡아 주십시오! 저 자가 전주님이 잡으라 명한 바로 그 이준이라는 놈입니다!”

청해 일행이 나타나자 이준에게 붙잡혀 있던 도영호가 갑자기 정신을 차린 듯 쉰 목소리로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이준의 눈빛이 서늘하게 얼어붙으며 투명한 화염이 도영호를 뒤덮었다. 도영호의 영혼체가 불길에 휩싸이기 무섭게 이준은 저장 반지에서 옥병하나를 꺼내 그를 그 안에 집어넣고는 먼 곳에 서있는 청해 일행을 바라보았다.

대범하게도 자신의 앞에서 도영호를 봉인시키는 것을 본 청해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며 이준을 바라봤다.

“네가 바로 그 이준이라는 자인가?”

하지만 이준은 그의 물음에 대답조차 하지 않고 발걸음을 움직여 하늘 요괴의 뒤쪽으로 몸을 숨겼다.

“허허, 감히 내 앞에서 그따위 짓거리를 해? 네 놈이 아주 간덩이가 부었구나.”

이준이 대답하지 않자, 청해의 눈동자에 곧바로 살기가 맴돌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