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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525화 (525/818)

525화. 반격

절벽 주위가 점점 냉기로 가득 차자, 아라의 얼굴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그 냉기가 몸속에 침투하게 내버려두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대로 빙하곡으로 끌려갈지도 몰랐다.

이전에 빙하곡의 두 장로와 맞붙었을 때 그녀가 부상을 입은 것도 바로 이 냉기 때문이었다.

‘안되겠어, 달아나자.’

생각을 마친 아라는 곧바로 절벽을 벗어나 그대로 산골 깊은 곳으로 날아갔다.

“얼음 봉인!”

그 순간,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빙하곡의 제자들이 일제히 인을 맺으며 염력을 뿜어냈다.

그러자 천지에 가득하던 냉기가 응집되며 두터운 얼음벽으로 변화하며 거대한 얼음 감옥을 만들어냈다.

아라와 빙원구는 그 안에 갇혔고, 밖에서는 얼음상자 안의 상황을 볼 수 있었지만, 아라와 빙원구는 밖을 볼 수 없었다.

“그러게 진작부터 내 말을 듣지 그랬느냐?”

하늘에 떠 있던 빙원구는 눈 깜짝할 새에 아라의 등 뒤에서 나타나 냉기가 가득한 주먹을 그녀의 등을 향해 내뻗었다.

강한 한기를 느낀 아라는 빠르게 몸을 돌려 자줏빛 염력으로 둘러싸인 손을 뻗어 상대의 주먹을 막아냈다.

펑!

아라의 손바닥과 빙원구의 주먹이 부딪히는 순간, 거대한 에너지 폭풍이 고리모양으로 퍼져나갔다.

이 폭풍의 충격으로 빙원구는 두 발짝 정도만 밀려났지만, 아라는 그대로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지금의 아라는 부상이 심해 6성 투종의 공격을 버텨낼 힘이 없었다.

창백한 얼굴로 두꺼운 얼음층을 바라보던 아라의 입가에 쓴 웃음이 번져나갔다. 오늘은 정말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듯했다.

천천히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빙원구를 보며 아라의 보랏빛 눈망울에 기이한 회색빛이 섞여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재난독체의 봉인을 푸는 수밖에 없었다.

아라의 손이 기이한 인을 맺기 시작하자, 빙원구의 표정이 크게 일그러지며 그의 몸이 번개처럼 아라를 향했다.

빙원구가 전속력으로 뒤로 후퇴하는 아라를 따라잡으며 온몸에서 냉기를 내뿜자, 뼛속까지 얼어붙을 듯한 냉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아라의 가녀린 몸은 마치 강한 폭풍우를 만난 나뭇잎 배처럼 계속해서 좌우로 요동치며 간발의 차이로 빙원구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

하지만 빙원구는 쉴 새 없이 공격을 퍼부으며 계속해서 아라가 인을 맺는 것을 방해했다.

펑!

그리고 냉기를 실은 주먹이 폭풍처럼 몰아치기를 수십 번, 마침내 빙원구의 주먹이 아라의 가슴팍에 적중했다.

“푸흡!”

몸속에 잠재된 냉기로 인해 이미 상당히 약해져 있던 아라는 빙원구의 일격을 맞는 순간 선혈을 내뿜으며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아라의 입에서 터져 나온 선혈이 얼굴에 튀자, 빙원구는 입으로 차가운 공기를 뱉어내 그 피를 모조리 얼려버렸다.

“너의 재난독체는 아직 최고 상태에 다다르지 못했구나. 그렇지 않으면 나라고 해도 널 어찌할 수 없을 텐데 말이지.”

빙원구는 여전히 한기가 가득한 눈으로 핏자국을 닦아내는 아라를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말을 마친 빙원구는 또다시 번개처럼 날아 아라를 향해 돌진했다.

상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살기를 느낀 아라는 체내에 남은 모든 염력을 끌어냈다.

우직!

그녀의 염력이 폭발하는 순간,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얼음벽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빠르게 무너져 내렸다.

얼음벽이 갑자기 무너지자, 빙원구가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절벽 위에서 갑자기 거센 바람소리가 들려오며 새하얀 그림자 하나가 매섭게 그에게로 돌진했다.

갑작스런 공격에 놀란 빙원구는 번개처럼 손을 휘둘러 냉기를 내뿜었다.

“아악!”

빙원구의 염력에 얻어맞은 그림자는 날카로운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힘없이 떨어져 내리는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한 빙원구의 얼굴이 순간 크게 일그러졌다. 그를 덮친 것이 적이 아니라 빙하곡의 제자였기 때문이다.

“누구냐! 누가 감히 빙하곡의 일을 방해하는 것이냐!”

당황한 빙원구는 빠르게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손에 죽은 빙하곡의 제자가 날아온 방향을 바라봤다.

그 순간, 절벽 근처에서 또다시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자, 새카만 망토를 걸친 청년 하나가 빙하곡의 제자 두 명의 목을 움켜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갑작스런 아군의 등장에 놀란 것은 아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빙원구의 눈을 따라 절벽 아래를 바라보는 순간, 그녀의 창백한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이준…….”

절벽 아래에 서있는 청년의 얼굴을 확인한 아라의 눈가에는 어느새 눈물이 맺혀있었다.

“네 놈이 감히 겁도 없이 빙하곡의 일을 방해한 것이냐?”

홀연히 나타난 정체불명 강자의 모습에 빙원구의 신경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곤두섰다. 이준과 대화를 나누며 천천히 주위를 훑어보니 어느새 주위에 있던 수십 명의 제자들 중 절반 가까이가 죽어 있었고, 절벽 전체에 피비린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빙원구의 살기등등한 태도에 이준은 겁을 먹기는커녕 여유로운 웃음을 지어 보이며 보란 듯이 어깨를 으쓱였다.

“그런 것 같은데요.”

“1성 투종 따위가 감히……!”

분노한 빙원구는 곧바로 절벽 구석에 서있던 빙하곡의 다른 장로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빙부혁 장로! 저놈을 잡아 사지를 찢어버리게!”

그러나 명령을 받은 빙부혁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눈앞에 서있는 청년의 실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빙원구보다 먼저 이준이 나타난 것을 발견했고, 그래서 상대의 실력이 단순한 1성 투종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린 상태였다.

검은 그림자는 그가 무언가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귀신처럼 이곳저곳에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수십명의 제자를 쓸어버렸다.

1성 투종이라고는 하나 이런 실력을 가진 자를 상대로 ‘사지를 찢어버릴 수 있을지’ 걱정됐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빙원구와 빙부혁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 아라 역시 빠르게 정신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이준이 왔다고 해도 이곳을 벗어나기는커녕 그마저 위기에 빠질지도 몰랐다.

이곳에는 무려 세 명의 투종 강자가 있었고, 이준의 실력으로는 그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이준, 도망가. 난 알아서 빠져나갈 수 있어. 여기서 벗어나면 바로 너에게 갈게!”

아라의 말을 들은 이준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걱정 마, 여기 왔다는 건 널 구할 자신이 있다는 거니까.”

이준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아라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마음이 놓이는 것을 느꼈다. 이준이 결코 계획도 없이 허세를 부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력은 있는 것 같다만, 너무 오만하구나.”

그 순간, 빙부혁이 허공을 밟으며 이준에게 천천히 다가왔다.

“빙원구 장로님, 이 자는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어서 일을 마무리하시지요.”

빙원구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굳은 표정으로 이준에게서 시선을 거둔 뒤 다시 아라를 노려봤다.

“걱정 말게.”

말을 마친 빙원구가 빠르게 인을 맺자, 얼음처럼 차가운 냉기가 모여들어 빠르게 회전하는 얼음 바퀴가 형성됐다.

“가라!”

빙원구의 손을 떠난 얼음바퀴는 더욱 무시무시한 속도로 회전하면서 칼날 같은 냉기를 내뿜으며 아라를 향해 날아들었다.

챙!

바로 그때, 눈부신 은색 섬광이 아라와 얼음 바퀴 사이에 끼어들었다.

은색 요괴가 주먹을 휘두르자, 고막을 찢을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얼음바퀴가 저만치 멀리 날아가 버렸다.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요괴에 빙원구의 얼굴이 자신이 날린 얼음보다도 더 차갑게 굳어버렸다.

“요, 요괴?”

그 순간, 산골 가장자리에 서있던 이준은 살기가 담긴 차가운 웃음을 지어 보이며 손가락으로 빙원구를 가리켰다.

“죽여라!”

주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아라 앞에 서있던 은색 요괴는 맹수처럼 빙원구에게 돌진해 쇳덩이처럼 단단한 주먹을 휘둘렀다.

쾅!

요괴와 빙원구의 주먹이 맞부딪히는 순간, 빙원구의 입에서 고통에 찬 신음이 터져 나오며 그의 몸이 수미터 뒤로 밀려났다.

하늘 요괴의 상상을 초월하는 힘에 빙원구의 표정이 조금 전보다 더욱 어둡게 내려앉았다.

“빙부혁 장로, 어서 저 녀석을 죽이시오!”

6성 투종보다 강한 힘을 가진 요괴의 등장에 빙부혁 역시 가슴이 철렁내려 앉는 것을 느꼈다. 처음부터 예삿놈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설마하니 6성 투종인 빙원구보다 강한 요괴를 데리고 다니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쉭!

빙부혁이 빙원구의 명에 따라 이준을 향해 달려들려는 찰나, 한 가녀린 형체가 번개처럼 날아와 두 사람 사이를 막아섰다.

“여긴 내가 맡을게.”

하지만 이준은 그녀를 뒤로 잡아당기고는 빙부혁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지어 보였다.

“넌 다친 몸이야. 쉬는 게 좋아.”

자신을 우습게 보는듯한 이준의 태도에 빙부혁은 화가난 듯 주먹을 움켜쥐며 염력을 끌어올렸고, 이내 그의 손 위에 서늘한 냉기를 내뿜는 백색의 장창 하나가 생겨났다.

그리고 이준의 실력으로 빙부혁을 당해낼 수 없다고 생각한 아라가 다시 그의 앞을 막아서려는 찰나, 돌연 반투명의 영혼체 하나가 나타나 빙부혁과 이준 사이를 막아섰다.

영혼체가 나타나자, 미친 듯이 돌진하던 빙부혁은 순간 멈춰서며 놀란 눈으로 그 영혼체를 바라보았고, 그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함께 멈춰서 어리둥절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으로는 천화존자의 힘을 읽어낼 수 없었다.

“아이고 이 녀석, 또 이 늙은이를 앞세우다니.”

저장 반지 속에서 나타난 천화존자는 반투명한 몸을 좌우로 비튼 후 이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준이 힘을 가늠할 수 없는 영혼체를 소환해내자 그의 뒤에 서있던 아라는 그제서야 안심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안심하는 순간 긴장이 풀리며 머리가 어지러워졌고, 다시 입에서 선혈이 터져 나왔다.

갑자기 피를 토하는 아라를 본 이준은 황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천화존자를 바라봤다.

“선생님, 최대한 빨리 이 자들을 해결해 주실 수 있을까요? 아라가 크게 다쳐서 오래 버틸 수 없을 것 같아요.”

“알겠네. 10분 내로 정리하지.”

아라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아본 천화존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몸을 돌려 당황한 표정으로 서있는 빙부혁 무리를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반투명의 영혼체가 걸음을 옮기자, 거대한 영혼의 힘이 천화존자를 중심으로 휘몰아치며 회오리를 형성했다.

그 순간, 빙부혁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

“8성 투종……?!”

무형의 영혼 폭풍이 천화존자의 주위를 맴돌며 반투명한 몸에서 끊임없이 기이한 파동이 일렁였다.

다음 순간, 놀란 표정을 한 빙부혁을 바라보던 천화존자가 순간 자리에서 사라졌다.

빙부혁은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끼며 빠르게 뒤로 몸을 물렸다.

“나는 빙하곡 장로인 빙부혁이네! 오늘 일은 자네와 관련이 없으니 빙하곡의 위신을 봐서라도 이러지 마시게! 오늘 일은 반드시 감사히 생각하겠네!”

빙부혁이 공포에 질린 목소리로 외쳤다. 8성 투종 강자에 6성급 투종을 압도하는 힘을 가진 요괴라니, 이래서야 눈앞의 재난독녀를 잡아가기는커녕 목숨을 건지는 것조차 어려웠다.

“빙하곡? 하하! 이 노부가 그런 이름에 겁을 먹을 것 같은가?”

그때, 빙부혁 눈앞의 공간이 일그러지며 반투명한 영혼체가 나타나 가볍게 주먹을 휘둘렀다.

마치 날파리라도 잡듯 가벼운 동작이었지만, 빙부혁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황급히 체내의 염력을 끌어내 얼음 갑옷을 만들어냈다.

펑!

가볍게 휘두른 주먹이 얼음 갑옷에 닿는 순간, 강력한 영혼의 힘이 홍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우직!

하지만 빙부혁이 온 힘을 쥐어짜내 만들어낸 염력 갑옷조차 천화존자의 주먹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절대로 깨지지 않을 것 같던 2성 투종의 얼음 갑옷은 마른 나뭇잎이 부서지듯 천화존자의 일격에 의해 산산이 부서져 허공에 흩날렸다.

푸흡!

얼음 갑옷이 부서지면서 빙부혁의 입에서는 새빨간 피가 한 움큼이나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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