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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518화 (518/818)

518화. 오진과의 대결

당진이 말했다.

“흥! 그리고 장로라는 자들이 이리도 생각이 짧단 말인가. 이번 일은 분명 중주 전체에 소문이 날만한 대사건이네. 20대의 7레벨 연금술사가 불의 협곡에서 7레벨 고급 연금비약 제조에 성공했는데 이제 너도 나도 이준 선생과 잘 지내보려고 갖은 애를 쓰겠지.

그런데 그런 젊은이를 도둑으로 몰아세워 내쫓으면 세상 사람들이 불의 협곡을 뭐라 생각하겠는가! 게다가 앞으로 이준 선생이 더 큰 인물이 되면 우리 불의 협곡과 좋게 지낼 수 있겠는가?

자네들이라면 갖은 고생을 해서 그 귀한 7레벨 연금비약을 제조했더니 도둑으로 몰아 내쫓은 자들과 잘 지낼 수 있겠는가!”

당진의 말에 이 장로와 오 장로는 서로 눈을 마주치며 한참을 망설이다가 어렵사리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규율에 따라 시험을 보는 것 입니까?”

“그렇네.”

당진이 짤막하게 답했다.

“그럼 다른 제자들과 마찬가지로 장로회에서 시험문제를 제출해도 되는 것이지요?”

이 장로의 말에 당진이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먼저 이 시험의 주제를 말해보시게. 너무 말도 안되는 조건을 내건다면 그것은 천계의 불꽃을 내주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지 않은가.”

“만일 이준 선생이 제 공격을 열 번 받아낸다면 천계의 불꽃을 넘기는 것으로 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이 장로의 제안에 아래에 있던 장로들마저 참지 못 하고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이 장로는 투존을 한 발짝 남긴 투종 최고 수준의 강자로, 곧 있으면 투존이 될지도 모르는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즉, 이 제안은 죽어도 천계의 불꽃을 넘기지 않겠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었다.

대전 아래쪽에서 아버지와 장로들의 말싸움을 듣고 있던 당화윤 역시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찼다. 자신을 비롯해 불의 협곡 제자 중 이 장로의 공격을 열 번이나 받아낼 수 있는 자는 단 한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당 곡주님께서 이 장로가 나서는 것이 알맞지 않다 생각하시면 제가 하겠습니다. 제 실력은 이 장로님만 못하니 이 정도면 공정하지 않겠습니까?”

곡주가 허락하지 않을 듯 하자, 오 장로가 중재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 역시 하나마나한 제안이나 다름이 없었다. 오진의 실력이 이 장로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그 역시 8성 투종의 강자였기 때문이다.

이에 당진이 잠시 고민하다 화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준보다 훨씬 강한 자네 두 명이 나서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소. 화윤이를 내보내는 것은 어떻소? 이준이 화윤을 이긴다면 통과한 것으로 하지.”

당진의 제안에 화윤의 눈썹이 흥분으로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화윤 아가씨는 확실히 뛰어난 인재지요. 하지만 이준 선생이 목숨을 구해줬는데 제대로 된 시합이 되겠습니까? 그렇다고 제가 나서는 것도 너무 불공평한 듯 하니 오장로가 나서지요.”

이 장로의 제안에 당화윤이 못 마땅하다는 듯 비죽 입을 내밀며 팔짱을 꼈다. 이번 기회에 그 대단하다는 이준과 붙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는데, 그녀의 입장에서는 두 노인네가 훼방을 놓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기 때문이다.

“당 곡주님. 이 장로님의 의견대로 하지요.”

당진이 벌컬 화를 내려던 찰나, 대전 가운데에 서있던 이준이 입을 열었다.

이준의 말에 당진과 당화윤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 했다.

“이준, 오진 장로는 8성 투종 최고 수준에 이른 강자네. 풍뢰각 북각주 비천보다 더 강한 자인데, 정말 저 자와 겨루어 보겠는가?”

잠시 후, 당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이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멍하니 서있는 오 장로를 바라보았다. 분위기로 보아하니 설사 당윤을 이긴다 해도 두 노인네는 당윤이 제 실력을 발휘하지 않았네 뭐네 하며 절대로 천계의 불꽃을 넘기지 않을 것 같아보였다.

이준이 두 장로의 뜻대로 하겠다고 말하자, 당진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준 선생, 기회는 한번 뿐이네.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것이 어떻겠나?”

하지만 당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준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는 결코 오기나 분노 때문이 아니었다.

8성 투종을 쓰러뜨리라고 한다면 이는 무리였겠지만, 열 번 정도 공격을 받아내는 것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곡주님 걱정 마시지요. 저도 이준 선생이 불의 협곡을 위해 큰 일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으니 큰 부상을 입지는 않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선생이 원한 것이 천계의 불꽃만 아니라면 제가 먼저 나서서 이 선생에게 보상을 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오 장로가 천천히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자네…… 정말 꽉 막혔군.”

당진의 말에 오 장로는 대꾸조차 하지 않고 이준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 역시 은혜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천계의 불꽃을 외부인의 손에 넘겨서는 안 된다고 믿고 있기에 굳이 악역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이곳은 너무 작으니 대전 밖에서 시험을 시작하죠. 그리고 협곡 내 제자들도 이 시험을 지켜보게 해주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준 선생 같이 훌륭한 인재의 대결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공부가 될 것입니다.”

대전 밖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오 장로가 이준에게 다가와 말했다.

“미안하네, 자네 입장에서는 뻔뻔하다고 느끼겠지만 천계의 불꽃은 넘길 수 없네. 하지만 나도 정말로 악의가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니, 자네가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자네가 원하는 무투기를 주도록 노력해 보겠네.”

하지만 이준의 반응은 싸늘하기 짝이 없었다.

“아까 말씀 드렸을 텐데요. 제가 원하는 것은 천계의 불꽃 하나뿐입니다. 그리고 시험은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너무 자신이 넘치시는군요. 그런 말은 결과가 나오고 나서 하시지요.”

* * *

대전 밖, 시야가 공터의 끝부분까지 뻗어나가는 탁 트인 드넓은 공터에는 우거진 나무들이 원형을 그리며 대전을 둘러싸고 있었다.

곧이어 대전 안에서 불의 협곡의 장로들이 줄지어 걸어 나왔다.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당진과 당화윤, 그리고 이 장로였다.

이준이 오 장로와 대결을 펼친다는 소문이 퍼져나가자, 십 분도 채 되지 않아 대전 주변이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들로 빼곡하게 가득 찼다.

하지만 사람이 얼마나 모이든, 이준은 신경 쓰지 않고 맞은편에 서 있는 오진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조용히 염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양손을 등 뒤로 맞잡고 있는 오진의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는 옅은 웃음이 깔려 있었다.

그 역시 이준의 행적에 대해 들은 바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상대가 어떤 수를 쓰더라도 자신이 있었다.

계단 위에 서있던 당진은 인상을 찌푸린 채 오진을 바라보다 이내 한숨을 내쉬며 이준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준 선생, 정말로 괜찮겠나?”

당진의 말에 이준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진이 강하다는 것은 그 역시 잘 알고 있었지만,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열 번의 공격을 받아내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자신이 있었다.

“하……. 자네 뜻이 그렇다면 더 이상 나도 어쩔 수 없겠군.”

이준을 바라보며 당진은 또 다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이준이 마음을 바꾸지 않자 오진의 입가에는 더욱 짙은 웃음이 번져나갔다.

“만일 자네가 내 공격을 받아낸다면 자네가 이긴 것으로 하고 천계의 불꽃을 넘겨주겠네. 하지만 버티지 못한다면, 자네도 더 이상 고집부리지 말고 천계의 불꽃을 포기해주게. 대신 불의 협곡에 있는 다른 고급 염력 수련법이나 무투기 중 하나를 선물해주겠네.”

오진의 말에 공터에 있던 불의 협곡 제자들이 웅성대며 이준과 오진을 번갈아가면서 바라보았다.

이준의 연금술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지만, 투사로서의 실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상당히 의문스러웠다.

게다가 불의 협곡의 셋째 장로인 오진은 중주에서도 손에 꼽는 강자 중 하나였다. 그런 오진을 상대로 이준이 과연 몇 번이나 버텨낼 수 있을지 궁금했던 것이다.

만에 하나 오진의 공격을 버텨낼 수 있다면 그는 지금 중주 전체에서 가장 강한 젊은 투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오 장로님, 걱정 마십시오. 저는 약속은 반드시 지키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아까 말씀드렸던대로, 패배한다면 다른 수련법이나 무투기도 받지 않고 떠나겠습니다.”

이준의 단호한 태도에 오진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천계의 불꽃이 외부로 새어나가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어떤 오명을 뒤집어써도 감내할 수 있었다.

앞을 향해 가볍게 발을 내딛자, 해일과도 같은 붉은 염력이 노인의 몸에서 폭발하면서 그의 하얀 머리카락이 휘날리고 홍색 의복이 펄럭거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새빨간 염력이 마치 붉은 노을처럼 하늘을 가득 뒤덮었다.

“준비 되었느냐?”

이에 맞선 이준이 앞으로 몇 발짝 걸어 나오자, 그의 몸 속에서도 대하를 방불케 하는 강렬한 염력이 흘러나왔다.

“시작 하시지요!”

이준의 말에 오진은 크게 웃음을 터뜨린 뒤 가볍게 발을 구르며 순식간에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평범한 불의 협곡 제자들 눈에는 마치 오진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지만, 이준과 같은 강자들은 결코 그를 놓치지 않았다.

펑!

시뻘건 주먹이 나타나 이준의 가슴 위에 강하게 내리 꽂히자, 낮은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대로 그의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잔상? 풍뢰각의 번개의 움직임이구나! 역시 실력이 있는 녀석이군.”

첫 번째 공격에 실패한 오진은 싸늘하게 웃으며 주먹을 움켜쥐자, 그의 두 주먹 위에 깃들어 있던 염력이 더욱 붉게 물들며 섬뜩한 기운을 뿜어냈다.

한편, 오진의 공격을 피한 이준의 뒷목에서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오진의 속도는 비천에 비해 조금 뒤떨어졌지만, 위력만큼은 비천보다 몇 수는 위인 것 같았다.

‘이 정도면 한방만 맞아도 끝이겠는걸.’

쉭!

그 때, 불꽃처럼 새빨간 주먹이 다시 한 번 그의 복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주름진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뜨거운 염력에 피부가 따끔거릴 지경이었다.

“태양의 손!”

이준이 아슬아슬하게 그의 손을 피한 찰나, 돌연 붉은 염력이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 이준의 허리 부분을 강하게 내리쳤다.

펑!

오진의 손에 의해 허리를 가격당한 이준은 그대로 피를 토하며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

“태양의 손은 불의 협곡 고급 무투기 중 하나지. 제대로 수련을 마친다면 공격 도중에 어떤 방향으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변화무쌍한 무투기다.”

“과연 불의 협곡의 삼대장로님 답군요. 한수 배웠습니다.”

이준이 입꼬리에 묻은 핏자국을 닦으며 말했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그의 몸에서 청록색의 화염이 터져 나오며 허리께에 남아있던 붉은 색 염력을 몰아냈다.

“다시 오시지요!”

자신의 일격에도 쓰러지지 않는 이준을 본 오진은 잠시 당황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태양의 손의 진정한 공포는 단순히 상대방에게 기습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공격과 함께 상대의 몸에 침투시킨 자신의 염력으로 상대의 몸을 내부에서부터 파괴한다는 점에 있었다.

헌데 이준이 8성 투종인 자신의 염력을 아무렇지도 않게 몰아냈으니 그가 놀라는 것도 당연했다.

이준의 실력이 생각보다 대단하다는 것을 느낀 오진의 표정이 점점 진지해지며 그의 손이 더욱 밝게 타오르기 시작하더니, 이내 그의 두 발이 불타기 시작했다.

“예전부터 우리 불의 협곡의 화신의 발걸음이 더 강한지, 아니면 풍뢰각의 번개의 움직임이 더 대단한지 확인해보고 싶었는데, 오늘 이준 선생 덕에 내 몸으로 직접 확인해 볼 수 있겠군.”

오진이 허허 웃으며 자신의 오른발을 가볍게 구르자, 굉음과 함께 그의 발밑에 있던 단단한 청색 돌이 산산이 부서지며 그의 몸이 귀신처럼 형체를 감췄다.

쉭!

다음 순간, 붉은색 그림자가 낮은 폭음과 함께 이준의 몸과 거세게 충돌을 일으켰다.

“또 잔상이군.”

하지만 이번에도 오진이 공격한 것은 이준이 아니라 바람의 움직임이 남긴 잔상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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