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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514화 (514/818)

514화. 변수

용암의 씨앗의 제련 과정은 두 7레벨 연금술사가 생각한 것보다도 훨씬 복잡했다.

이렇게 세 사람이 달라붙어도 열흘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열흘 동안 자지도 쉬지도 않은 채 연금비약을 제련하는데 소모되는 에너지만 해도 감당이 안 되는데, 영혼의 힘으로 약재를 융합할 때 마다 구룡 불꽃의 열기를 견디기 위해 대량의 영혼의 힘이 필요했으니 작업은 더욱 고될 수밖에 없었다.

천지의 불꽃을 가진 이준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었다. 환 대사는 5단계에서 이미 녹초가 되어 있었다.

영혼의 힘과 염력을 회복할 수 있는 대량의 연금비약을 준비해두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나가떨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 * *

그렇게 석대 위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연금비약을 제조하기를 꼬박 아흐레, 연금비약의 제조가 마침내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

마침내 하늘 위에 떠다니던 모든 약재들이 약솥안으로 들어가자, 웅대한 불속성의 에너지가 사방을 둘러싸며 날씨가 변화하기 시작했다.

약솥 안에서는 은색 화염이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며 산 전체에 용의 울음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약재 제련은 모두 끝났습니다. 이제 마지막 융합입니다.”

당진의 시선이 이준과 환 대사를 향했다. 이제 당진이 할 일은 없었으니, 이번 연금비약 제조의 성공 여부는 이준과 환 대사 두 명의 손에 달려있었다.

이준과 환 대사는 입을 꾹 다문 채 온 정신을 기울여 마지막 작업에 돌입했다.

약솥 안에는 여덟 개의 액체 덩어리가 둥실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백개 이상의 약재가 융합되어 만들어진 그 액체 덩어리들을 완벽하게 하나로 만드는 것이 두 사람의 임무였다.

만일 융합에 실패하게 된다면, 이번 연금비약 제조는 그대로 실패로 끝나게 된다.

이준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쥐며 눈을 부릅뜨고 정신을 집중했다.

이번 연금비약 제조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성공해야 했다. 실패란 있을 수 없었다.

여덟 개의 액체 덩어리는 각각 20개 이상의 약재의 혼합물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 안에 담긴 에너지만 해도 어지간한 5,6 레벨 연금비약 이상이었다.

“후…….”

숨을 토해낸 이준은 반대편에 있는 환 대사와 눈을 마주친 뒤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영혼의 힘을 폭발시켰다.

두 사람의 움직임을 느낀 당진은 연신 마른 침을 삼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연금비약 제조의 성공 여부는 이제 이준과 환 대사의 손에 달려 있었다.

이준의 힘이 약솥 안을 휘젓자, 알록달록한 액체 덩어리 두 개가 서로 뒤엉키며 하나로 융합되기 시작했다.

두 물약이 맞닿으면서 그 표면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어났다. 이는 두 가지 액체가 서로를 밀어내며 생기는 현상이었다.

이준은 영혼의 힘을 최대한으로 발휘해 바늘에 실을 꿰듯 정교하게 두 개의 액체를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만일 조금이라도 힘의 균형이 깨진다면 연금비약 제련은 그대로 실패였다.

그렇게 두 개의 액체 덩어리를 한데 묶는 데만 장장 1시간이 필요했다.

두 개의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를 영혼의 힘으로 녹여 하나로 만드는데 성공했을 무렵에는 어느새 세 시간이 지나 있었다.

융합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이준은 잠시 눈을 감고 다시 한 번 정신을 집중한 뒤 검은색 가루를 움직여 화려한 색의 액체와 뒤섞었다.

융합된 약재의 정화는 상당히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절대로 조급해 해선 안 된다.

그러다 조금의 오차라도 생긴다면 바로 융합에 실패할뿐더러 그 동안 해왔던 모든 작업이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 청록색 광원 안에 있던 여덟 개의 작은 액체 덩어리가 점차 하나로 합쳐지기 시작했다.

‘으음, 실로 대단하구나. 저 나이에 연금탑의 장로보다도 더 강한 영혼의 힘을 가지고 있다니.’

자신이 할 일을 모두 마치고 두 연금술사의 작업을 지켜보고 있던 당진의 입에서 나지막한 감탄사가 새어나왔다.

안정적으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이준에 비해 환 장로는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아 보였다.

9일이나 구룡 불꽃과 씨름을 하며 융합작업을 해왔으니 제 아무리 연금탑의 장로라도 탈진하지 않는 것이 용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걱정이 돼도 당진 역시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중간에 사람을 바꿀 수도 없으니, 그저 환 장로가 무사히 제 역할을 마쳐주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었다.

* * *

당진이 손을 떼고 두 사람을 바라보는 모습에 광장 안에 있던 사람들 역시 지금부터는 임현과 환 장로 두 사람의 능력에 달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만일 그들이 순조롭게 각자의 역할을 해낸다면, 전설의 7레벨 고급 연금비약이 탄생하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몰랐다.

“저 임현이라는 청년이 끝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소. 9일이라는 시간동안 틀림없이 영혼의 힘을 모두 소진했을 텐데…….”

한 연금대사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수염을 쓸며 천천히 말했다.

“여기까지 버텼는데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너무 아쉬울 것 같소.”

또 다른 연금대사 역시 그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옆에 있던 사람들 모두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글세……. 난 임현이라는 청년보다 환풍 장로님이 걱정이군요. 이미 영혼의 힘이 다 떨어져 가는 것 같은데.”

그 때, 가장 앞에 서있던 연금탑의 장로가 입을 열었다.

노인의 말에 나머지 연금술사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얼굴과 제련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가며 바라봤다.

사실 그들의 실력으로는 이준과 환 장로의 힘을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백발이 성성한 연금탑 장로의 영혼의 힘이 스물을 조금 넘어 보이는 청년보다 못 하다는 것은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 * *

잠시 후, 높은 곳에 떠있던 천지의 에너지가 갑작스럽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에너지가 폭발한다는 것은 연금비약의 제조가 거의 성공했다는 신호나 다름이 없었으니,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석대 위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융합!”

그 순간, 이준과 환 대사가 동시에 인을 맺으며 영혼의 에너지를 폭발시켰다.

그러자 약솥 안에 있던 영혼의 에너지가 화산처럼 터져 나오며 그 안에 있던 모든 물체가 하나로 합쳐졌다.

쉬익!

여덟 개의 약재가 하나로 융합되자, 백 미터도 넘는 청색과 홍색의 빛 기둥이 약솥 안에서 솟아났다.

약솥에서 뿜어져 나오는 진한 약 향에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구름 위에 떠있는 듯 정신이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설마 정말로 성공한 거야?”

광장 가장자리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화윤은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내고 말았다.

석대 위에 있던 당진 역시 소리를 지르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아냈다. 아직 중요한 단계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 자신이 큰 소리를 내는 바람에 두 연금술사의 정신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진다면 그야말로 다 차려진 밥상을 뒤엎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 때, 환 대사가 있는 곳을 바라보던 이준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환 대사님, 계속 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준의 말에 환풍은 기진맥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당진 역시 환풍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느꼈지만, 지금 상황에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부디 그가 버텨주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것 밖에 없었다.

“자, 임현 선생, 어서 마무리 합시다. 이제 성공이 눈앞입니다.”

환풍의 결의에 찬 한마디에 이준 역시 다시 정신을 집중하고 인을 맺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또 다시 서로를 바라보며 합을 맞추어 인을 완성하자, 약솥 안에서 뿜어져 나오던 두 개의 빛이 강하게 충돌을 일으키며 굉음이 터져 나왔다.

쾅!

곧이어 약솥 안에서 화산이 터져 나오는 듯한 에너지 파동이 폭발을 일으키며 청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쿨럭……!”

바로 그 순간,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열흘 동안 사력을 다해 구룡 불꽃의 힘을 억누르며 제련을 이어오던 환 장로가 에너지 폭발을 견디지 못 하고 피를 토하고 만 것이다.

“실패인건가.”

환 장로가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모습을 바라보던 당진의 심장이 쿵 하고 저만치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노인의 맞은편에서 함께 작업을 마무리하던 이준의 낯빛 역시 당진만큼이나 사색이 되어 있었다.

이대로 실패하게 된다면 천계의 불꽃은 영영 자신의 것이 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스승은? 아버지는? 영혼의 궁전과의 싸움은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안돼……!”

환 장로가 쓰러지는 데는 불과 몇 초도 걸리지 않았지만, 당진과 화윤, 이준에게는 그 시간이 영원처럼 길게만 느껴졌다.

광장에서 그들의 작업을 지켜보던 불의 협곡의 제자들과 평대 위에서 기다리던 연금술사들 역시 그들만큼은 아니지만 안타까움을 금할 길이 없었다.

당진의 얼굴은 불과 몇 초 만에 십년은 지난 듯 폭삭 늙어 있었다.

“화윤님!”

심지어 광장 바깥쪽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화윤은 너무나 절망한 나머지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광장 전체에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았다. 자리에 있는 수많은 사람들 중 그 누구도 차마 입을 열지 못 했다.

“당 곡주님, 아직 제가 있습니다.”

바로 그 때, 이준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그의 목소리에 깃든 힘과 결의에 잠시 정신을 놓고 있던 당진의 눈에도 다시 빛이 돌아왔다.

“임현 선생, 혼자서 이 작업을 마무리 할 수 있겠습니까?”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없었다. 7레벨 고급 연금비약을 무슨 수로 혼자 제련해 내겠는가. 하지만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가능성은 낮지만 해보겠습니다. 이대로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이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강인한 의지에 당진은 꺼져가던 희망의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것을 느꼈다.

그 말대로였다. 가능성이 높든 낮든,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은가!

“임현 선생! 그럼 해보시오! 실패한다 해도 절대로 선생을 탓하지 않겠소!”

당진의 승낙에 이준의 눈빛이 더욱 더 뜨겁게 불타올랐다.

“당 곡주님이 직접 저를 지켜 주십시오! 그 어떤 것도 저를 방해하지 못 하게 해주셔야 합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작업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말을 마치기 무섭게 이준의 몸에서 대하와도 같은 영혼의 힘이 흘러나오며 새빨간 약솥 안으로 밀려들었다.

“지금부터 석대에서 백 보 물러나있으시오!”

당진의 말에서 느껴지는 서슬 퍼런 기세에 주위에 있던 불의 협곡의 제자들은 황급히 뒤로 물러난 뒤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다.

한편, 평대 위에 있던 연금술사들은 걱정스러운 기색을 숨기지 못 하면서도 은근히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실낱같은 가능성이지만, 만일 저 청년이 정말로 혼자서 이 작업을 마무리한다면……! 전설속의 7레벨 고급 연금비약과 더불어 전대미문의 천재 연금술사가 탄생하는 것이었다. 연금술사라면 누구나 가슴이 뛸 수밖에 없었다.

* * *

지금 이준의 정신은 티끌 하나 없는 거울처럼 한없이 맑았고, 그의 영혼의 힘은 거대한 약솥의 모든 공간을 지배하고 있었다.

약솥 안에서 터져 나오는 7레벨 고급 연금비약의 에너지는 일찍이 경험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강렬했다.

아마도 이 ‘화산의 솥’이라는 보물이 아니었다면 진작 이 에너지가 외부로 터져나가 주위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그 폭발하는 화산과도 같은 에너지를 억누르기 위해서는 영혼의 힘을 총동원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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