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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512화 (512/818)

512화. 보상

당진은 청록색 화염이 나타나자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그 화염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는 이 청록색 화염의 진짜 힘을 어렴풋이 눈치 채고 있었다.

이준이 말없이 영혼의 힘을 자신의 화염안에 불어넣자, 청록색의 화염 연꽃이 신비한 빛을 내뿜으며 구룡 불꽃에게로 날아갔다.

곧이어 청록색의 불연꽃과 아홉 마리의 용이 힘을 겨루기 시작했다.

몇 몇 연금대사들은 더 이상 볼 필요도 없다는 듯 혀를 찼다. 그들은 이준이 곧 피를 토하며 바닥을 나뒹굴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이 기대했던 장면은 나타나지 않았다.

아홉 마리의 화룡이 청록색 화염의 근처에 닿기도 전에 무언가 무서운 것을 만나기라도 한 듯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기 때문이다.

은빛 화염은 청록색의 연꽃 주위를 서성이기만 할 뿐 감히 달려들지 못 하고 주위를 빙글 빙글 돌고 있었다.

이 믿을 수 없는 장면에 대전 안에는 기이한 적막이 흘렀다.

당진의 표정 역시 매우 굳어져 있었다. 이 세상에서 구룡불꽃이 이렇게 두려워하는 화염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는 여기서 이준이 소환한 그 청록색 화염 역시 천지의 불꽃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천지의 불꽃 중 그 어떤 불꽃도 청록색을 띠지는 않는다는 점 이었다.

‘기묘한 불꽃이구나. 이것과 비슷한 색깔의 불꽃이라면 대지의 불꽃일 텐데. 허나 그 불꽃은 구룡 불꽃보다 7단계나 아래이니 구룡 불꽃이 이토록 두려워할 리가 없는데. 게다가 대지의 불꽃은 분명히 짙푸른 색을 띨 텐데…….’

이 상황을 지켜보던 홍색 옷의 여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린채 이준을 몇 번이나 위아래로 훑어댔다.

설마하니 저 나이로 두 연금탑의 장로보다 강한 불꽃을 가지고 있었단 말인가?

장소와 상황만 아니라면 당장이라도 이준에게 대결을 신청해보고 싶었다.

연금탑의 장로 둘 역시 이 광경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두 사람 역시 뛰어난 실력의 연금술사였기에 이준의 불꽃이 천지의 불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눈치 채고 있었다.

‘허, 저 나이에 천지의 불꽃이라니. 헌데 저 불꽃은 대체 무슨 불꽃이지? 청록색이라니.’

적막 속에서 10분이 흐르자, 이준은 무표정한 얼굴로 자신의 화염을 거두어 들였다.

“당 곡주님 통과입니까?”

화염을 거둔 이준이 당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허허, 말이 필요하겠습니까, 축하드립니다. 꼭 도움을 부탁드리고 싶군요.”

말을 마친 당진은 가볍게 수염을 쓸며 시선을 돌려 적화 장로를 바라보았다.

“적화, 아주 대단한 분을 데리고 왔구나.”

그의 말에 적화 장로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어났다.

“임현 선생님처럼 대단한 분을 만나는 것은 실로 천운이 따랐다 할 수 있지요.”

당진의 말에 대전 안에 있던 연금대사들의 표정이 좀 전보다 더욱 크게 일그러졌다. 그들 역시 바보가 아니니 이준이 가진 물건이 천지의 불꽃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상태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구룡 불꽃이 달려들지도 못 할 만 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냥 이화의 힘을 빌린 것뿐이지, 뭐가 그리 대단하다고…….”

백 대사가 입 꼬리를 실룩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러나 이준은 굳이 그를 상대하지 않고 조용히 시선을 피했다.

“여러분 마음 놓으십시오. 연금비약을 만들 때는 모두 부르겠습니다.”

당진의 말에 백 대사의 얼굴에 걸려있던 차가운 웃음이 더욱 짙어졌다.

“네가 천지의 불꽃을 가지고 있어 봤자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지. 만일 당 곡주님이 준비한 그 귀중한 약재들을 없애버린다면 넌 어찌해도 배상할 수 없을 것이다.”

“충고 감사합니다. 어찌되었든 선발을 통과한 것은 저와 환 대사님뿐이니 응원이라도 해주시지요. 그렇게 말씀하시니 꼭 연금비약 제련이 실패하기를 기대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참다못한 이준이 가볍게 쏘아붙이자, 백대사의 얼굴에 금방 살기가 돌았다.

“풉…….”

홍색 옷의 여자는 이준의 한마디에 재미있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가 당진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는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허허, 모두 이렇게 다투지 마십시오. 설사 연금비약 제조에 실패한다해도 이는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니 여러분을 탓하지는 않겠습니다.”

당진은 손을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

“만일 두 분의 도움을 받아 연금비약 제련에 성공할 수 있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드리겠습니다.”

당진의 말에 이준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 원하는 것에 불의 협곡에 있는 공법이나 무투기도 포함됩니까?”

이준의 질문에 당진이 당황한 듯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으음, 모든 무투기를 드릴 수는 없습니다. 혹시 선생님께서 특별히 원하시는 것이 있습니까?”

이준은 떨리는 마음으로 당진을 바라보며 천천히 자신의 요구사항을 밝혔다.

“천계의 불꽃입니다.”

“천계의 불꽃?”

이준의 말에 당진과 그 옆에 있던 홍색 옷의 여자 모두 당황하며 눈썹을 움찔 거렸다.

천계의 불꽃은 불의 협곡의 보물 중 하나로, 강한 불꽃을 가진 사람의 손에 들어간다면 그 위력이 몇 배나 뛰게 되는 물건이었다.

천계의 불꽃은 인체에 숨겨진 화염을 특수한 방식으로 회전시켜 짧은 시간 내에 매우 강한 실력을 뿜어 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세 종류의 천계의 불꽃은 변할 때 마다 화염이 폭발하는데, 이 세 종류의 불꽃이 모두 합쳐지면 그 폭발적인 힘에 의해 놀라운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물론, 화염이 폭발하면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 역시 매우 강하기 때문에 약한 힘을 가진 자가 이를 강제적으로 폭발시키면 잿더미가 될지도 몰랐다.

따라서 불의 협곡에서는 천계의 불꽃을 매우 엄격히 보존하고 관리해 장차 곡주나 장로가 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제자들에게만 익힐 기회를 주었다.

나머지 두 개의 불꽃은 문파에 대해 공헌을 했거나 천부적 자질을 가지고 있는 자에게만 기회가 주어졌다.

때문에, 제대로 따지면 불의 협곡 전체에서 모든 천계의 불꽃을 수련한 자는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안에 있던 사람들은 이준이 이렇게 무리한 요구를 할 것이라 생각지 못했는지 저도 모르게 당진의 눈치를 살폈다.

천계의 불꽃이라는 말에 당진은 한참동안 입을 다물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천계의 불꽃은……. 저희 불의 협곡의 규율에 따라 외부로 유출시킬 수 없습니다. 이 규칙은 곡주인 저라해도 깰 수 없습니다. 혹시 다른 것으로 바꿔주실 수는 없겠습니까?”

그의 말에 이준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이준에게 있어 천계의 불꽃은 자신을 위해 준비된 비술이나 다름이 없었다.

강한 불꽃을 가지고 있을수록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비술은 오직 천계의 불꽃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천지의 불꽃을 세 개나 가지고 있는 그의 입장에서는 어떤 비술을 익혀도 천계의 불꽃만큼의 위력을 낼 수 없었다.

“당 곡주님, 천계의 불꽃은 저에게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한번만 규율을 어길 순 없나요?”

이준이 다시 한 번 정중히 청하자, 당진이 곤혹스러운 듯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임현 선생님. 우리 불의 협곡에 있는 다른 무투기들 중에도 귀한 것이 많습니다. 다른 것은 안 되겠습니까?”

“당 곡주님, 이번 제련할 연금비약은 곡주님에게 있어 중요한 것 입니까?”

그의 말에 당진은 머뭇거리다 홍색 옷의 여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중요하지요. 게다가 반년 안에 반드시 이 연금비약 제련에 성공해야 합니다. 만일 이번 제련에 실패한다면, 연금탑에 있는 그 분들을 부를 생각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곡주님은 연금탑에 직접 가지 않고 그들을 불러 보상을 주고 싶은 마음이 더 큰 것이죠?”

이준은 그의 말을 가볍게 받아쳤다.

“그럼 저와 환 대사님의 도움이 있다면, 당 곡주님께서 연금비약을 제련하실 때 성공률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여쭈어 봐도 되겠습니까?”

당진의 눈썹 역시 살짝 찌푸려졌다.

“잘해야…… 절반이오.”

“천지의 불꽃으로 연금비약을 제련하면 연금비약 성공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알고 계시겠지요?”

이준은 웃으며 다시 한 번 은근히 당진을 떠보았다.

상대가 고민에 빠진 표정으로 답을 하지 않자, 이준이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자랑하겠다고 한 말이 아닙니다. 당 곡주님께서 저를 믿어주신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려드리고 싶은 겁니다. 이번 연금 비약 제련의 성공률이 곡주님의 예상을 뛰어넘을 지도 모르는 일이죠.”

계속되는 이준의 말에 당진은 손가락으로 책상 위를 문지르며 한참동안이나 침묵을 지켰다.

“임현 선생, 여전히 천계의 불꽃을 포기 하고 싶지 않소?”

“만일 당 곡주님이 이번 연금비약 제련이 곡주님에게 있어 천계의 불꽃보다 더 중요한 것이라면 한번 실험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순간 이준의 시선이 티 나지 않게 홍색 옷의 여자를 향했다.

이준의 말에 당진은 또 다시 한참을 머뭇거리다 홍색 옷의 여자를 바라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뛰어난 것은 연금술 실력뿐만이 아닌 듯하군요. 수완도 보통이 아니십니다. 규칙은 규칙인지라 천계의 불꽃을 내드린다고 확답은 드릴 수 없지만, 적어도 기회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기회를 주겠다는 말에 이준의 얼굴에는 전에 없이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최소한 단칼에 거절을 당하거나, 거짓으로 천계의 불꽃을 내주겠다고 하고 뒤통수를 맞는 것 보다는 나은 결과였다.

그 ‘기회를 주겠다’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상대가 자신을 속이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만일 정말로 자신을 속이고 싶다면 일단 천계의 불꽃을 내주겠다고 말한 뒤 일이 성사되고 나서 잡아떼면 그만이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준이 입이 귀에 걸린 채 고개를 숙이자, 당진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하지만 그것도 연금비약 제련이 성공했을 때나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가 줄 수 있는 것은 기회뿐입니다. 자세한 것은 불의 협곡의 규율 때문에 말씀드릴 수 없지만,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싶군요.”

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그리 쉽게 천계의 불꽃을 손에 넣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는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 문제없다면 이제 돌아가서 쉬셔도 좋습니다. 적화 장로.”

일단 거래가 성사되자, 당진은 곧바로 적화 장로에게 손을 흔들어 신호를 보냈다.

“모두 저를 따라 오시지요.”

이준과 나머지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당진에게 인사를 한 뒤 적화 장로를 따라 대전 밖으로 나갔다.

이준을 비롯한 십여 명의 사람들이 대전을 나오자 대전 안에는 적막이 흘렀다.

* * *

“아버지, 정말 천계의 불꽃을 저 임현이라는 자에게 넘길 생각입니까?”

홍색 옷의 여자가 몸을 돌려 맑은 눈으로 당진을 바라보며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화윤아, 이번에 제련해야하는 연금비약이 너에게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알지 않느냐. 계속 이렇게 간다면 1년도 되지 않아 넌 생기를 잃게 될게다.”

당진이 다정한 눈빛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홍색 옷의 여자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리고 저 사내는 어리지만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뛰어나다. 그의 도움이 있다면 틀림없이 연금비약 제련의 성공률이 크게 올라갈게야.”

“하지만 천계의 불꽃은 불의 협곡의 가장 귀중한 보물입니다. 아버지가 동의하셔도 장로회에서 동의하지 않을 거예요.”

화윤이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

“그래서 나도 그에게 기회를 한번 준 것뿐이라 분명히 밝히지 않았느냐. 그리고 저 청년이 능력이 되고 자격만 있다면 장로회에서도 어찌하지 못할게다. 어떻든 간에 곡주는 이 애비가 아니더냐.”

그의 말에 홍색 옷의 여자 역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게 다 그 녀석 때문이에요. 너무 배짱이 좋잖아요.”

“하하, 그 나이에 천지의 불꽃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자의 스승 역시 대단한 자라는 소리다. 세상에 그 어떤 천재도 그 나이에 자신의 힘으로 천지의 불꽃을 손에 넣을 수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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