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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511화 (511/818)

511화. 시험

“백 대사는 6레벨 연금술사로, 6레벨 최고급 연금비약을 제조할 수 있습니다. 최근 7레벨 연금술사가 되었다는 소문이 있더군요.”

이준이 자리에 앉자, 옆에 있던 적화 장로가 낮은 목소리로 설명했다.

“임현 선생님의 수준이라면 저 노인 정도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하지만 곡주님 양쪽에 앉아있는 두 사람에 대해서만큼은 경계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적화의 말에 따라 눈을 돌려보니 당진의 양쪽으로 눈을 감고 있는 두 명의 장로가 보였다.

‘7레벨 연금술사?’

단박에 상대의 실력을 알아본 이준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이 두 사람은 모두 연금탑의 장로입니다.”

이어지는 적화의 설명에 이준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연금탑의 장로라니, 대체 얼마나 대단한 실력을 가지고 있을지 당장이라도 확인해보고 싶었다.

“하하, 이제 오실 분들은 모두 오신 것 같으니 이번 일에 대해 설명을 해도 되겠군요.”

그 때, 당진이 대전 안을 천천히 둘러보며 말했다.

“이렇게 여러분을 모신 것은 7레벨 고급 연금비약을 제조하기 위해 여러분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당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눈을 감고 있던 연금탑의 두 장로가 천천히 눈을 뜨고 그를 바라보며 입을 뗐다.

“7레벨 고급 연금비약은 우리 두 사람이 직접 해도 쉽지 않을 것이오.”

두 사람은 7레벨 연금술사이기는 하지만 7레벨 하급의 연금비약만 만들 수 있었고, 중급 연금비약부터는 성공률이 떨어졌다.

고급이라면 상당히 운이 따라줘야 간신히 제조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하, 그 부분은 저에게 맡기시지요. 여러분은 연금술사지만 저는 아닌 것처럼, 제가 가진 능력은 여러분에게 없지 않습니까.“

당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는 저의 구룡불꽃을 저지해줄 두 명의 연금술사가 필요한 것입니다.”

당진이 손을 가볍게 쥐자,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지며 그의 손 위에서 은색 화염이 피어났다.

‘저게 구룡 불꽃인가?’

이준은 당진의 손에서 용이 우는 듯한 기묘한 소리를 내뿜으며 타오르는 은색 화염에서 잠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여러분은 각자의 영혼의 힘을 불러내 제 구룡 불꽃이 꺼지지 않게 막아주시면 됩니다.”

구룡불꽃은 천지의 불꽃 중 12위에 위치한 불꽃이었다. 자리에 있는 모든 이가 그 불꽃에 대해 알고 있었다.

평범한 수준의 영혼의 힘은 구룡불꽃을 억제하기는커녕 가까이 가기도 전에 불타버리고 말았다.

구룡불꽃의 힘을 알고 있으니 자리에 있는 연금술사 중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못하고 눈치만 살폈다.

연금탑의 두 초대 장로 역시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한참을 망설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곡주님, 구룡불꽃이 얼마나 대단한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용의 힘이 응집되어 영혼에 영향을 미치는 불꽃인데, 그 불꽃을 통제하라니요.

자칫하다가는 영혼을 크게 상하고 말 것입니다. 곡주님도 아시겠지만, 영혼의 힘은 일단 한번 훼손되면 회복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그의 말에 당진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

“환 대사, 마음 놓으시오. 구룡불꽃을 10분만 버티면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하겠소. 어쨌든 나를 도와줄 사람이라면 반드시 구룡불꽃을 저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하니까. 그렇지 않으면 빨리 포기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것 같소.”

말을 마친 당진이 대전을 둘러보며 다시 말을 이었다.

“또, 구룡불꽃을 견디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불의 협곡은 여러분에게 이곳까지 와주신 대가를 반드시 지불할 것입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그의 말에 대전 안에 있던 사람들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당진은 상당히 신용이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으니, 그들에게 허튼 수작을 부릴 것 같지도 않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우선 진행해 보지요.”

잠시 후, 백발의 노인 하나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당진이 환히 웃으며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은색의 화염이 천천히 주인의 손을 떠나 허공 위를 떠다녔다.

곧이어 허공 위에서 춤추듯 너울거리던 은색의 화염에서 아홉 마리의 작은 용이 뿜어져 나오며 더욱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어느 대사님이 먼저 나오시겠습니까?”

당진의 말에 대전 안에 잠시 정적이 내려 앉았다. 십 여명의 연금술사들은 서로 잠시 눈치를 살피며 눈을 피했다.

연금술 실력이나 영혼의 힘이야 자신이 있지만, 상대가 구룡불꽃이라면 이야기가 달랐기 때문이다.

그렇게 어색한 분위기가 계속되자, 결국 흰색 옷을 입은 장로 하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아무도 나서지 않으니 제가 먼저 해보겠습니다. 불의 협곡의 구룡불꽃에 대해서는 저도 익히 들어보았습니다. 오늘 구룡불꽃의 위력을 느껴보는 것도 헛된 일은 아닐 것 같군요.”

“하하. 화 대사님이시군요. 어려운 부탁에 선뜻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진이 웃으며 말했다.

”저 분은 화진이라는 6레벨 최고급 연금술사 이십니다. 중부 지역에서 꽤 명성이 있지요.“

이준의 곁에 있던 적화 장로가 조용한 목소리로 노인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이준은 감사의 표현으로 가볍게 고개를 숙인 뒤 조용히 화진이라는 그 장로를 바라보았다.

6레벨 최고 수준의 연금술사라면 영혼의 힘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니, 구룡 불꽃의 힘을 가늠하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시험 상대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았다.

화진이라는 노인이 주먹을 쥐자 진홍색 화염 덩어리가 손에서 퍼져 나왔고, 미간에서 영혼의 힘이 빠르게 뿜어져 나와 그 화염 속을 뚫고 들어갔다.

그러자 화염이 순간 꿈틀 거리며 손바닥 크기의 화염 그림자가 되었다.

화염 그림자에는 화진의 영혼의 힘이 완벽히 응집되어 있었고, 그의 영혼의 힘의 표면에는 화염 보호막이 둘러져 있었다.

‘마수의 불꽃이네. 어렵겠는걸.’

이준이 혼자말을 중얼거리는 사이 손바닥만 한 화염 덩어리가 빠르게 움직여 허공에 떠있는 은색 화염 덩어리에게 부딪혔다.

으르릉!

화염 그림자가 은색 화염을 뚫고 들어가자, 또 다시 용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용의 울음소리와 함께 은색 화염 속에 있던 아홉 마리의 불의 용이 순간 미친 듯이 달려들어 그 화염 그림자를 집어삼켰다.

“크윽!”

진홍색 화염이 사라지자 화진의 영혼의 힘은 구룡 불꽃의 뜨거운 열기에 의해 그대로 불타 사라지고 말았다.

영혼의 힘이 사라지는 순간 노인의 몸이 비틀거리며 크게 흔들렸다. 그의 얼굴은 매우 창백해져 있었다.

“역시 천지의 불꽃이군요.”

몸이 안정을 찾자 화진은 쓴 웃음을 지으며 자리로 돌아갔다. 역시 마수의 불꽃 따위로 구룡불꽃에 맞설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가 채 1분도 버티지 못하고 물러나자, 자리에 앉아있던 연금술사들의 얼굴이 더욱 크게 일그러졌다. 구룡불꽃의 힘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강했기 때문이다.

화진을 이어 계속해서 구룡불꽃의 힘을 믿지 않는 연금대사들이 나섰지만 하나같이 모두 1분을 버티지 못했다. 이준을 비웃던 백 대사라는 이름의 노인도 마찬가지였다.

자리에 앉아있던 연금술사들이 모조리 나가떨어지자, 당진의 얼굴빛도 차츰 어둡게 변해갔다.

보아하니 연금탑의 두 초대장로에게 기대를 거는 수밖에 없어보였다.

이제 남은 것은 연금탑의 두 장로와 이준뿐 이었다.

“구룡불꽃……. 역시 만만치 않구나.”

환 대사라 불리던 연금탑의 장로가 먼저 숨을 내쉬며 또 다른 초대장로를 바라보며 천천히 일어났다.

곧이어 백색 화염 덩어리가 그의 손에서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염에서는 뜨거운 열기와 함께 서늘한 한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서리 불꽃? 환대사님, 그 불꽃은 서리 이무기의 체내에서 나오는 서리 불꽃 아닙니까? 얼음 불꽃의 정수에 가장 가까운 마수의 불꽃이라 들었는데, 참으로 대단한 불꽃을 가지고 계시군요.”

한기 서린 백색 화염을 보던 당진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이준의 눈썹이 살짝 움찔거렸다. 설마하니 오늘 이 자리에서 스승님의 얼음불꽃 의 정수와 비슷한 불꽃을 보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허허……. 아쉽게도 얼음불꽃의 정수와는 연이 없었지요.”

환 대사가 씁쓸하게 웃으며 눈을 감자, 영혼의 힘이 미간에서 퍼져 나오며 화염 속에 융합되더니 이내 새하얀 화염이 작은 이무기의 모양으로 변했다.

백색 화염으로 둘러싸인 구렁이가 은색 화염으로 달려들자, 구룡 불꽃 안에 있는 아홉 마리의 불의 용 역시 매섭게 달려들었지만, 백색 이무기는 앞선 연금술사들의 불꽃과 달리 단번에 사라지지 않았다.

화염 안에서 하얀 이무기와 불의 용이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맞서는 가운데, 환 대사의 얼굴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얼음 불꽃의 정수와 비슷하다고는 해도 마수의 불꽃, 결국 천지의 불꽃을 견딜 수는 없었던 것이다.

마침내 백색 화염이 구룡 불꽃에 의해 완전히 잡아먹히려는 순간, 환 대사는 서둘러 백색 불구렁이를 빠르게 몸속으로 거두었다.

구룡 불꽃을 완전히 억제하지는 못했지만 연금탑의 장로답게, 약속한 10분을 버티는 데는 성공이었다.

“역시 천지의 불꽃답군요.”

“축하드립니다. 성공 하셨습니다.”

당진이 웃으며 연금탑의 또 다른 장로를 바라보았다.

“초 대사님 차례입니다.”

그의 말에 초 대사라 불린 장로가 잠시 머뭇거리다 하늘색 화염을 소환한 뒤 그것을 작은 고래 모양으로 만들어 은색 화염과 맞서게 했다.

하지만 초 대사의 화염은 환 대사의 백색 이무기만큼 강하지 않았다. 이준의 눈으로 봤을 때, 잘해야 중급 정도의 마수의 불꽃이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10분을 버틸 수 없을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준의 예상대로 7분 정도가 지나자 새파란 화염이 구룡 불꽃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지고 말았다.

초 대사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 아마도 이 테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혼의 힘이 아닌 불꽃의 힘인 모양이었다.

초 대사가 버티지 못하자 당진의 눈에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실례했습니다. 지금은 환 대사님 한 분만 테스트를 통과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필요한 대사는 두 명이라서…….”

“저…… 아직 제가 남았는데요.”

당진의 말이 끝나자, 이준이 어색한 표정으로 뒤통수를 긁으며 손을 들었다.

순간 대전 안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대전 한쪽 구석에 앉아있던 그에게로 쏠렸다.

대전 안에 모든 시선이 이준에게로 쏠리자, 당진이 당황한 듯 머뭇거리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임현 선생님, 도전해볼 수 있겠소?”

새파랗게 어린 연금술사가 구룡 불꽃에 도전하겠다며 손을 드는 모습에 노인들의 얼굴이 보일락 말락 하게 일그러졌다. 네까짓 게 해봐야 뭘 하겠느냐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계속해서 당진의 옆을 지키고 있던 홍색 옷을 입은 여자 역시 팔짱을 낀채 못 마땅한 표정으로 이준을 바라봤다.

“하하,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구룡 불꽃의 힘을 느껴보고 싶어서요.”

이어지는 이준의 말에 대전 안에 있던 연금 대사들은 조롱하듯 코웃음을 쳤다.

그들은 이준을 주제도 모르는 애송이쯤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이토록 경험 많은 6,7 레벨 연금술사들이 혼쭐이 나는 것을 보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단 말인가.

“그럼 한번 부탁드리겠습니다.”

반면 대담한 이준의 모습에 당진은 재미있다는 듯 눈을 빛내고 있었다.

이준이 자리에서 일어나 주먹을 쥐자, 그의 손에서 영롱한 빛을 내뿜는 청록색 화염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준의 불꽃을 확인한 다른 연금술사들은 이내 한심하다는 듯 혀를 찼다.

지금 이준은 고의로 화염의 열기를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연금술사들은 그것이 천지의 불꽃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 하고 있었다.

게다가 이준의 불꽃은 순수한 천지의 불꽃이 아니라 두 개의 불꽃을 합친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연금술사들 눈에는 그것이 천지의 불꽃으로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낮은 온도의 화염이라면 염력을 모아둔 화염보다도 못하겠는데?”

물론 자리에 앉아있던 연금대사들 역시 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니 그 온도가 청록색 화염의 진짜 온도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눈치 채고 있었다.

하지만 왜 굳이 이준이 화염의 힘을 억누르고 있는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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