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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504화 (504/818)

504화. 변이된 뼈날개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이준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풍존자가 가볍게 손을 움켜쥐자, 하늘 위에 거대한 회오리가 나타났다.

“후…….”

몇 번 정도 더 숨을 들이 마시자, 돌연 이준의 몸 곳곳에서 피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봉황 마수의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한 몸이 폭발을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참지 못한 풍존자가 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 순간, 천지의 에너지가 빠르게 모여들어 그의 손끝에 응집되었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모청연의 입에서 무거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렇게 한다면 이준의 목숨을 구할 수는 있지만, 봉황 마수의 피를 완전히 낭비하게 될뿐더러, 몸 역시 크게 망가질 질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풍존자가 손에 모인 에너지를 이준의 몸속으로 밀어 넣으려는 찰나, 굳게 닫혔던 이준의 눈이 갑자기 번쩍 뜨였다.

이에 이준에게 천지의 에너지를 주입하려던 풍존자는 반사적으로 손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이준의 등 뒤로 거대한 뼈날개가 펼쳐졌다.

뼈날개가 나타나면서 이준의 몸은 빠른 속도로 안정을 되찾았고, 몸 안에서 폭발을 일으키던 청홍색의 에너지가 마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 듯 거대한 뼈 날개로 몰려들었다.

곧이어 투명하게 반짝이는 옥석 같은 뼈 날개 위에 새겨진 신비한 문양이 청홍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뼈날개가 에너지를 흡수하자, 팽창했던 몸이 순식간에 정상적으로 돌아오며 안정을 되찾았다.

이를 지켜보던 세 사람은 놀란 눈으로 이준의 커다란 뼈날개를 바라보았다.

“뭐야, 이건…… 봉황 마수의 날개잖아!”

그 날개가 무엇인지 알아본 모청연의 눈동자가 빠르게 흔들렸다.

“그런 것 같구나. 모양은 조금 다르지만, 확실히 봉황 마수의 날개와 같은 기운을 풍기고 있어.”

풍존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자식 대체 정체가 뭐야. 봉황 마수의 피를 가지고 있는 것도 놀라운데 봉황 마수의 날개라니.’

이준의 등 뒤로 펼쳐진 날개를 바라보던 모청연의 입에서 더욱 무거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봉황 마수의 피로도 모자라 날개라니. 봉황 마수 일족이 이 일을 안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지는 일 이었다.

풍존자의 얼굴 역시 전에 없이 어두워져 있었다. 봉황 마수의 황족은 그와 약로가 힘을 합친다 해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존재였다. 그런데 그의 제자가 그들의 보물을 보란 듯이 달고 다니고 있으니,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시 후, 감겨있던 이준의 눈이 파르르 떨리며 천천히 떠졌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괜찮은 게냐?”

풍존자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이준이 몸을 일으키며 주먹을 꽉 쥐어보자, 갑자기 온 몸에서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이에 이준은 참지 못하고 하늘을 보며 크게 소리를 질렀다.

그 순간, 그의 목구멍에서 묵직하고 낮은 용의 울음 소리와 날카롭고 높은 봉황의 울음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왔다.

“봉명용음(鳳鳴龍音)?”

봉황의 울음소리와 용의 목소리가 공존하는 음파.

그의 울음소리를 들은 풍존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이준을 바라봤다.

“봉명용음(鳳鳴龍音)이라니……. 정말 놀랍구나. 그것은 투기대륙에 존재하는 모든 음파 중에 가장 강한 힘을 가진 음파다. 소리 무투기와 결합한다면 천하제일의 소리 무투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지. 설마하니 네가 이런 능력까지 갖추게 될 줄은 몰랐구나.”

이준 역시 놀란 얼굴이었다. 용음은 이전에 연금비약을 흡수하면서 얻은 것이었다.

거기에 고대 봉황 마수의 피를 흡수하면서 봉황의 힘까지 얻게 되면서 자연스레 봉명용음이 만들어 진 것이다. 이는 이준 본인도 예상하지 못한 행운이었다.

“우선 그 날개부터 접거라. 그리고 정말 목숨이 위태로운 순간이 아니라면 절대로 그 날개를 펼치지 말거라. 봉황 마수들이 그 날개에 대해 알게 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것이야.”

풍존자의 말에 이준은 고개를 돌려 청홍색으로 반짝이는 문양을 바라보다가 잽싸게 날개를 접었다.

‘확실히 강해졌어. 속도도 틀림없이 더 빨라졌을 거야. 남은 봉황 마수의 피가 모두 날개로 흡수된건가?’

뼈 날개에 흐르는 에너지를 느낀 이준의 눈빛에 환희가 돌았다. 지금 다시 번개의 움직임을 사용한다면, 비천이라 해도 자신을 잡지 못할 것 같았다.

뼈 날개를 회수한 이준은 곧바로 저장 반지에서 천을 꺼내 몸 위에 남아있는 혈흔을 닦아냈다.

핏자국을 닦아내던 이준은 피부 아래로 옅은 청색빛이 감도는 것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신의 살갗을 눌러보았다.

가볍게 힘을 주어 몸 이곳저곳을 눌러보자, 마치 고급 마수의 몸처럼 단단하면서도 탄력 있는 감촉이 전해졌다.

‘내 몸이 마수처럼 변하다니……. 설마 몇 방울 더 흡수한다고 마수로 변하는건 아니겠지?’

이준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리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자신의 몸을 꾹꾹 눌러댔다. 염력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았지만, 몸만큼은 이전과 비할바 없이 강해진 것이 느껴졌다.

친구의 제자가 무사한 듯하자, 풍존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이준의 어깨를 두드렸다.

“아무 일 없으니 됐다. 자, 이제 네 스승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려줄 수 있느냐?”

풍존자의 물음에 환희에 차있던 이준의 얼굴이 어둡게 내려앉았다.

풍존자의 물음에 모청연 역시 귀를 쫑긋 세웠다. 그녀의 스승은 인망이 높기로는 따를 자가 없었고, 많은 강자들이 그를 존경했다. 하지만 풍존자 본인이 누군가에 대해 이토록 관심을 보이는 것은 처음 있는 일 이었다.

“풍존자 선생님도 스승님이 사라진 이유는 알고 계시지요?”

이준의 질문에 순간 풍존자의 얼굴이 살기로 물들었다.

“내가 그 일을 알아챘을 때는 이미 한샘 그 놈이 약로가 연금비약을 제련하다 몸이 터져 죽게 되었다 말하고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을 믿을 수가 있어야지. 그 친구가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으니까.

한샘 녀석에게 몇 번이고 캐물었지만 그 교활한 놈은 절대로 입을 열지 않더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놈은 중주에서 종적을 감췄지. 그 후로도 그 친구를 찾기 위해 백방으로 돌아다녀보았지만 끝내 찾지 못 했구나.”

“스승님은 그 때 확실히 한샘에게 당했습니다.”

쾅!

이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풍존자의 얼굴이 얼음장처럼 싸늘하게 얼어붙으며 온 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 짐승 같은 놈, 제 아비와도 같은 스승을 배신해? 역시 그 때 그 놈을 때려죽였어야 했다! 감히 약선을!”

풍존자의 살기 어린 모습에 그의 제자인 모청연마저 눈을 크게 뜬 채 뒷걸음질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풍존자는 언제나 인자하고 차분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감정을 추스르지 못 하고 살기를 띠는 스승의 모습을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약선? 설마 스승님의 평생지기이자 성운각에 한 번도 얼굴을 내보이지 않은 각주, 약존자님 말이야?”

“각주(閣主)?”

모청연의 말에 이준의 동공이 흔들렸다. 자신의 스승이 성운각의 각주라니,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성운각은 나와 약선이 함께 만들었네. 하지만 약선은 조직을 관리하는 일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 내가 성운각을 도맡아 관리했지. 그가 실종되었어도 그의 자리는 여전히 그대로일세.”

풍존자의 설명에 이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당장 성운각으로 돌아가자꾸나. 내 성운각에 명을 내려 그 놈이 천하 어디에 있든 반드시 찾아 산채로 찢어죽이겠다.”

풍존자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말했다.

“지명 수배를 해도 쓸모가 없을 겁니다.”

그 때, 이준이 손가락을 튕겨 저장 반지 속에서 옥병 하나를 꺼낸 뒤 그 안에서 반투명의 영혼체 하나를 끄집어냈다.

“이준, 내가 어떻게 해야 날…….”

또 다시 한참 만에 바깥으로 풀려난 한샘은 바락바락 악을 써대며 이준을 노려봤다.

하지만 말을 마치지도 전에 그의 얼굴이 돌덩이처럼 굳어버리고 말았다.

“한샘.”

“풍존자……?!”

한샘은 멍한 눈으로 풍존자를 바라보다 겁에 질린 목소리로 비명을 내지르며 옥병 안으로 도망쳤다.

그러나 풍존자가 가볍게 숨을 들이키자, 엄청난 흡인력이 그를 강하게 끌어당겼다.

풍존자는 독수리의 발톱처럼 날카로운 손톱으로 한샘의 영혼체를 움켜잡았다. 평소 온화하게만 보이던 풍존자의 얼굴은 마치 지옥에서 기어 올라온 악귀처럼 무시무시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이 개만도 못한 놈, 감히 스승에게 손을 대? 약선이 아니었다면 넌 이미 들개에게 뜯어 먹혀 시체조차 찾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풍존자의 차가운 살기에 겁을 집어먹은 한샘은 연신 손을 내저으며 자신의 죄를 부인했다.

“어, 어, 어르신! 이, 이러지 마십시오! 저, 저도 영혼의 궁전에게 속은 것 입니다!”

“영혼의 궁전?”

그의 말에 풍존자의 얼굴색이 바뀌었다.

“풍존자 선생님. 스승님의 영혼은 지금 영혼의 궁전에 붙잡혀 있습니다.”

이준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약선이 왜 그놈들에게 잡혀있단 말이냐! 역시 이 놈이 원흉이구나! 죽여버리겠다!”

이준이 설명을 마치기 무섭게 풍존자의 목구멍에서 살기 어린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영혼의 궁전은 아주 오래전부터 약선의 영혼을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약존은 중주 전체에서도 이름 높은 강자였으며, 그 뛰어난 연금술 실력과 인품으로 인해 온갖 강자들과 교분을 맺고 있었다.

그런 약로가 영혼의 궁전에 붙잡혀 있다는 것은, 내부의 누군가가 배신을 했기 때문에 다른 이에게 도움을 요청할 새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 배신자가 누구인지는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다.

“풍 선생님, 고정하십시오. 한샘이 저희에게 길을 알려주어야 스승님이 계신 분전(分殿)에 찾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 죽일 수는 없습니다.”

이준이 다급하게 풍존자를 막아서며 말했다.

“으음……. 기분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저 놈을 죽여 버리고 싶지만 할 수 없구나. 놈들이 필요한 것은 아마 약선의 영혼 뿐이 아닐 것이다. 그들의 계획에는 반드시 뛰어난 연금술사가 필요하니까.

오래 전 중주에서 신선부 쟁탈전이 벌어졌을 때, 나와 약선이 앞장서 놈들을 막아낸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놈들은 호시탐탐 약선을 노렸지.”

“신선부요?”

이준의 질문에 풍존자가 분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신선부는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중주의 성지다. 그 곳에는 투존 강자라 해도 탐내지 않을 수 없는 보물이 가득하지. 이전에 신선부를 두고 전쟁이 벌어졌을 때 중주의 투종급 이상 강자들이 모두 모였을 정도였으니까. 네가 수련한 그 수련법 역시 약선이 그 곳에서 얻은 것이다.”

설명을 마친 풍존은 곧바로 한샘을 노려보며 다시 약로의 행방을 물었다.

“약선은 지금 어디에 갇혀 있는 것인가?”

“중주 서부 지역에 있는 흑명성에 영혼의 궁전의 분전이 있습니다. ……약선님은 바로 그곳에 갇혀있습니다.”

한샘은 머뭇거리다 말했다.

‘흑명성이라고? 그런 곳에 놈들의 지부가 있었단 말인가…….’

풍존자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그 곳에 투존이 몇이나 있느냐?”

“한 명입니다.”

“이놈이 아직도 잔머리를 굴리는군. 내가 놈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아는 게냐.”

한샘의 답을 듣기 무섭게 풍존자가 조소를 띠며 말했다.

“영혼의 궁전의 분전에는 적어도 2명의 분전주가 있다. 그리고 그들은 최소 투존급의 인물이지. 그런데 약선과 같은 중요한 인물이 구금되어 있는 곳에 투존이 한명 뿐이라고? 네 놈이 정말 내 인내심이 어디까지인지 확인해보고 싶은 것이냐?”

풍존자의 말에 한샘의 몸이 살짝 떨렸다.

그 순간, 곁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준의 눈에도 살기가 돌았다. 투존급 강자가 두 명이라면 강자들이 득실대는 궁주에서도 일류 세력으로 분류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준은 영혼의 궁전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었으니, 만일 풍존자가 아니었다면 한샘에게 속아 투존 둘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뛰어들고 말았을 것이다.

“일단 저 놈을 살려두어야겠구나. 아직은 쓸 곳이 있어보이니 말이다.”

풍존자가 바들바들 떨고 있는 한샘을 살기 어린 눈빛으로 훑어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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