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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500화 (500/818)

제500화. 봉황의 성상

더 이상 피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한 이준은 짙은 청록색 화염을 두른 손으로 봉연의 비단을 붙잡았다.

쾅!

이준이 날아오던 비단을 정확하게 잡자, 강력한 힘이 전달되며 이준의 몸이 살짝 흔들렸다.

쨍!

곧이어 비단에서 맑은 금속 소리가 울려 퍼지며 이준의 염력과 봉연의 염력이 충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찌지직!

이준이 힘을 주어 진청색의 비단을 잡아당기자, 투종 강자의 힘을 오래 견디지 못한 비단의 가운데 부분이 점점 찢어지기 시작하다 이내 찌익 소리를 내며 두 개로 갈라졌고, 이준과 봉연 두 사람은 뒤로 빠르게 후퇴하며 멈춰 섰다.

그러나 두 사람의 몸이 튕겨나가기 무섭게 다시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수 십 개의 비단이 이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하늘을 뒤덮은 채색비단을 바라보던 이준이 빠르게 손을 들자, 이준의 손 위에 돌연 거대한 검은 송곳이 나타났다.

“육합자의 검!”

탕탕탕탕-!

하늘을 뒤덮은 진청색의 비단과 검은 송곳이 부딪히며 온 광장에 맑은 금속성이 울려퍼졌다.

이준의 검에 의해 튕겨져 나간 진청색의 비단이 광장의 표면을 때리자 지면이 거미줄처럼 갈라지며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진동이 퍼져나갔다.

많은 사람들이 감탄하며 화려한 전투를 바라보는 가운데 또 다시 진청색의 비단이 폭우처럼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며 이준의 방어 공간 위로 떨어졌다.

계속되는 강한 힘의 폭발에 은빛 나무로 만들어진 광장은 이미 폐허가 되어 있었다.

탕!

단단한 비단이 이준의 무투기 위를 찌르자, 거대한 힘이 그대로 바닥까지 전해지며 바닥이 흔들렸고, 순식간에 수많은 구멍들이 생겨났다.

강한 힘에 이준의 몸은 점점 바닥 아래로 내려앉고 있었지만, 봉연은 멈추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쾅!

바로 그 때 폭풍 속에서 더욱 거대한 염력이 솟아나오더니 하늘을 메운 비단들이 서로 뒤엉켜 거대한 봉황의 형상으로 변화했다.

비단으로 형성된 봉황이 나타나자 거대한 염력 폭풍이 커다란 빛기둥으로 변화해 그대로 봉황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깨어나라!”

염력 폭풍이 붕괴되면서 그 속에 있던 봉연이 나왔다.

폭풍에서 빠져나온 봉연이 하얀 손가락으로 멀리 있는 봉황을 가리키자, 선혈 한 방울이 가느다란 손가락에서 흘러나와 봉황에게로 날아갔다.

피가 봉황의 몸에 닿는 순간, 비단으로 만들어진 봉황이 마치 살아있는 새처럼 변화하며 거대한 에너지를 내뿜었다.

“봉황의 포효!”

다음 순간, 거대한 은색의 빛기둥이 봉황의 입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준, 한번에 보내주마!”

봉연의 무투기에서 느껴지는 심상찮은 기운을 느낀 풍존자는 언제라도 손을 쓸 수 있도록 손 끝에 자그마한 진청색의 회오리를 만들어냈다.

풍존자의 손에서 염력이 나오자, 옆에 있던 나정필의 손에서도 빛이 반짝였다. 풍존자가 손을 쓰는 순간 나정필 역시 바로 대응할 생각이었다.

봉황의 입에 모여든 은색의 빛줄기는 빠르게 공간을 가르며 이준을 향해 날아갔고, 순식간에 그의 몸을 에워싸고 있는 두터운 검막을 박살냈다.

도저히 깨지지 않을 것 같던 방어막이 무너지자, 광장에서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검막이 박살나는 순간, 그 안에서 신비한 청록색의 연꽃 한 송이가 피어오르며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청록색의 화염 연꽃은 마치 정교하게 만들어진 연화좌처럼 신비한 빛을 발하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겉모습과 달리 그 안에서는 끝을 알 수 없는 파괴력이 느껴졌다.

거대한 은빛 섬광과 청록색의 화염 연꽃이 부딪히자, 두 개의 아름다운 빛덩이는 소리 없이 서로를 집어삼키고 밀어내며 주위의 공간에 균열을 일으켰다.

청록색의 연꽃은 점점 더 빠르게 회전하며 봉연의 무투기를 막아냈고, 눈을 찌를 듯한 빛을 내뿜던 은색의 빛기둥이 빠른 속도로 흐려지기 시작했다.

두 개의 거대한 에너지 덩어리가 서로를 잠식하는 과정에서 강한 흡입력이 발생하며 깨진 돌과 나무들을 끊임없이 빨아들여 가루로 만들었다.

그 파동은 2분 정도 지속됐다. 먼저 사라진 것은 은색의 빛기둥이었다.

은색의 빛기둥이 사라졌음에도 청록색의 화염 연꽃은 여전히 자리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그 신비한 연꽃 역시 처음만큼 강한 빛을 발산하고 있지는 않았다.

공포스러운 두 무투기의 접전은 결국 이준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를 본 풍존자는 손 위에 만들어냈던 염력 회오리를 거두어들이며 홀린 듯 이준의 화련을 바라봤다.

‘허……. 약선이 사용하던 무투기는 아닌 것 같은데, 설마 다른 곳에서 배워온 무투기인가? 하지만 나조차도 모르는 이런 고급 무투기가 있다니……. 정말 놀랍군.’

안도한 듯 웃음을 짓는 풍존자와 정반대로, 나정필의 얼굴은 완전히 사색이 되어 있었다.

광장 위에 떠있는 봉연의 얼굴 역시 말이 아니었다. 봉황의 포효는 그녀가 투황이던 시절 풍뢰각의 2성 투종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던 무투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투종이 되었음에도 이준의 무투기에 허무하게 막혀버리고 말았으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바로 그 때, 광장 위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던 연화가 아름다운 청록색의 꼬리를 단 채 그녀를 향해 날아들었다.

봉연이 황급히 염력을 끌어올려 인을 맺자, 거대한 봉황이 번개처럼 날아와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

쾅!

봉황과 연꽃이 부딪히는 순간 굉음과 함께 불꽃이 피어 올랐고, 비단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새의 몸이 급속도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당황한 봉연은 황급히 자신의 염력으로 몸을 감싼 채 봉황을 조종해 뒤로 달아난 뒤 다시 한 번 인을 맺었다.

“피의 영혼 흡수!”

봉연이 인을 맺음과 동시에 짙은 빨간빛이 터져 나와 봉황의 몸을 감쌌다.

붉은 빛에 휩싸인 봉황은 빠른 속도로 작아지더니 이내 손톱만한 크기까지 줄어들어 봉연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다음 순간, 봉연의 몸이 살짝 떨리더니 그녀의 등 뒤에서 붉은 날개가 솟아났고, 그녀의 염력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미친 듯이 솟아오르던 그녀의 기운은 얼마가지 않아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그 사이에 봉연은 1성 투종에서 단번에 3성 투종 실력으로 뛰어올랐다.

그 엄청난 성장은 모두를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감탄사를 내뱉기도 전에 또 다시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천계의 불꽃!”

이준이 빠르게 손을 움직이며 외치자, 거대한 화염이 용솟음치며 그의 몸으로 모여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준의 비술은 봉연만큼 대단하지는 않았다.

천계의 불꽃을 사용했지만 그의 실력은 고작 1성 반 정도 올랐을 뿐, 3성 투종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이에 이준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투황 시절에는 천계의 불꽃으로 3성 정도를 올릴 수 있었는데, 투종이 되고 나니 각 단계에 필요한 에너지 역시 그만큼 많아져 3성은커녕 2성도 뛰어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역시 투종 단계부터는 불완전한 비술이라는 것이 여실히 드러나는군.’

이준은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천계의 불꽃의 에너지를 모두 모을 방법에 대해 고민했다.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앞으로 봉연 같은 강자와 겨룰 때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흥, 네 놈도 비술을 익힌 모양이군. 하지만 안타깝게도 비술에서는 내가 한수 위인 것 같은데?”

봉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그 순간, 멍하니 봉연의 날개를 바라보던 이준은 그 안에서 무언가 익숙한 기운을 느꼈다.

이준이 그 익숙한 느낌이 무엇일지 생각하는 사이, 하늘에 떠있던 봉연의 은빛 눈동자가 더욱 밝은 빛을 발하며 허공 위에 거대한 검은 색 봉황의 허상이 만들어졌다.

그 그림자처럼 어두운 검은 봉황은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공포를 느끼게 만들었다.

검은 봉황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이준은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봉연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운은 분명히 인간의 것이 아니라 마수의 그것이었다.

“봉황의 성상!”

상대의 몸에서 마수의 기운을 감지한 이준이 정신을 놓고 있는 사이, 봉연의 뒤에 있던 봉황의 허상이 날카로운 울음소리와함께 거대한 날개를 펄럭이며 번개처럼 그를 향해 돌진했다.

바로 그 때, 이준의 저장반지 속에서 강한 진동이 느껴졌다.

진동의 근원은 바로 옥병 속에 담긴 청홍색의 액체였다.

“서, 설마……. 저 여자가 봉황 마수란 말이야?”

거대한 봉황의 허상을 본 풍존자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정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게 저 아이의 정체였는가?”

풍존자의 질문에 나정필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어깨를 으쓱였다.

“봉황 마수의 본 모습을 끌어내다니, 저 아이의 실력이 생각보다 대단하군요.”

순간 풍존자의 눈에 살기가 내려앉았다.

“하하, 진정하시지요. 우리 풍뢰각은 그렇다 치더라도 설마 봉황 마수들을 적으로 돌리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요?”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요?”

풍존자의 눈이 더욱 서늘하게 얼어붙자, 나정필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협박이라니요, 풍존자께서 저 아이에게 손을 쓴다면 저도 지켜볼 수 없다는 의미였을 뿐입니다. 풍존자님이 저 아이를 해치는데 가만히 보고만 있는 다면 봉황 마수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니까요.”

나정필의 궁색한 변명에 풍존자는 속으로 혀를 차며 다시 광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걱정 마시오. 아까전에 내가 손을 쓸 준비를 했던 것은 이준이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지, 저 아이를 공격하려는 것은 아니니. 게다가 이 결투에서 누가 이길 지는 아직 모르는 것 아닌가.”

“설마 정말로 이준이 봉연의 상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가문의 비술을 사용한 봉연은 풍뢰각에서도 당해낼 수 없습니다. 이준은 이제 막 투종이 된 아이 아닙니까.”

“그러니 결과를 봅시다.”

“그렇게 말하신다면, 이번 싸움에 누가 끝까지 웃을 수 있을지, 한 번 봅시다.”

아직도 이준이 이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듯한 풍존자의 발언에 나정필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 * *

“제길, 하필이면 여기서…….”

옥병 속에서 계속해서 요동치는 혈액의 힘을 느낀 이준은 영혼의 힘을 활용해 그 파동을 막아냈다.

만일 봉연이 이준의 손에 봉황 마수의 피가 있다는 것을 알아채기라도 한다면 단순히 골치가 아픈 수준의 문제로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마음을 진정시키며 청홍색 혈액의 파동을 막던 이준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에너지를 느끼고는 잽싸게 번개의 움직임을 사용했다.

쾅!

이준의 몸이 자리를 피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기이한 검은 빛이 단단한 은빛 나무 광장에 운석처럼 떨어졌다.

검은 빛이 떨어진 곳에는 거대한 구멍이 생겨났고, 구멍 주위에는 검은색의 화염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 화염은 마치 지옥 깊은 곳에서 퍼져 나오는 것처럼 음산한 느낌을 주었다. 아마도 이 기이한 화염이 이준에게 위기감을 주었던 것 같았다.

‘이건 무슨 화염이지? 천지의 불꽃이라면 내 몸속의 천지의 불꽃이 반응을 했을 텐데…….’

휙!

하늘 위의 봉연이 가볍게 손가락을 움직이자, 검은 빛이 빠르게 구멍을 벗어나 그녀에게 돌아갔다.

주인에게로 날아가는 검은 빛을 바라보는 이준의 등은 어느새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그 검은 빛에 담긴 무시무시한 에너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면 투종이 되었다한들 도저히 버틸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이에 이준은 번개의 움직임을 사용해 잠시도 쉬지 않고 광장 이곳저곳으로 몸을 이동시켰다.

“흥, 자신만만하던 태도는 어디가고 이제 와서 꽁지를 빼는 것이냐!”

봉연이 계속해서 피해 다니는 이준을 비웃으며 차갑게 외쳤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뒤에 있던 검은 봉황은 처음보다 많이 옅어져 있었다.

이를 눈치 챈 이준은 속도를 최고로 끌어 올려 계속해서 몸을 이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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