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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472화 (472/818)

제472화. 불꽃의 위력

화염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늑대가 거친 울음소리를 내며 입을 벌리자, 무시무시한 기세로 쏟아지던 번개가 모조리 놈의 입으로 빨려 들었다.

벼락을 집어삼킨 불꽃 늑대의 몸 안에서는 끊임없이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다가 이내 천천히 잦아들었다.

“가라!”

이준이 손가락을 튕기며 명령을 내리자, 거대한 화염 늑대가 사냥감을 노리는 맹수마냥 세 장로를 향해 몸을 날렸다.

늑대가 가까이 다가오기도 전에 느껴지는 용암과도 같은 뜨거운 기운에 세 장로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저건 천지의 불꽃이 아닌가?”

“뇌신의 검!”

노인이 소리를 지르며 인을 맺자, 찬란한 은빛이 번쩍이더니 거대한 화염 늑대를 꿰뚫었다.

번개와 불꽃이 새카만 밤하늘을 수놓으며 폭발하는 광경에 아래에서 이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모골이 송연해지는 공포를 느꼈다.

번개 공격이고 불꽃 공격이고 할 것 없이 한방이라도 명중 당하는 순간 목숨이 위태로울 것 같았다.

“이준. 저 녀석들은 번개의 진으로부터 거의 무한에 가까운 염력을 공급받고 있네. 계속 이렇게 가다가는 결국 이쪽의 힘이 먼저 바닥나고 말거야.”

그 때, 천화존자의 음성이 이준 머릿속에 울렸다.

그의 말대로,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자신이 천화존자의 힘을 빌리는 데는 명백한 시간 제한이 있었지만, 상대는 수 십 명의 투왕, 투황 강자의 힘이 응집된 구름으로부터 염력을 공급받고 있었으니 이대로 승부가 길어지면 자신이 패배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이에 이준은 곧바로 손을 들어 자신의 손가락을 이마의 불꽃 각인에 가져다댔다.

이마에서 눈처럼 새하얀 백색의 불꽃이 튀어나오자, 그는 곧바로 청록색의 화염을 구름 불꽃과 대지의 불꽃으로 나누었다.

세 종류의 천지의 불꽃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반경 수 십 미터에 이르는 지역의 빗방울이 일시에 증발하며 천북성 상공 전체가 희뿌연 안개로 뒤덮였다.

“이, 이럴수가……!”

이준의 눈 앞에 떠 있는 세 불꽃을 보며 요지부동이던 세 장로의 표정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

당황한 세 사람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서로의 표정을 살피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동시에 인을 맺기 시작했다.

세 사람의 인이 바뀌자, 밤하늘을 뒤덮은 새카만 먹구름이 급격하게 소용돌이치며 쉴 새 없이 천둥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사이 이준의 손 위에 들린 세 개의 불꽃이 빠른 속도로 융합되며 더욱 무시무시한 열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세 개의 불꽃이 하나로 뭉치자, 불꽃 주위의 공간에 새까만 균열이 생겨났다.

공간이 무너지려는 전조 증상이었다.

지금의 이준에게 세 개의 불꽃을 융합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천화존자의 힘까지 빌린 상태이니 불꽃을 융합시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손 위에 찬란한 빛을 내뿜는 화염 연꽃이 나타났다.

“그걸 번개 구름에 던지거라. 구름 안에 저 놈들의 염력이 모두 모여 있으니, 구름이 깨지면 세 장로 모두 큰 타격을 입을 거다. 심지어 밖에서 진을 치고 있는 놈들도 충격을 받을게다.”

천화존자의 음성이 이준의 머릿속에 울렸다.

화련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대한 에너지를 감지한 세 장로는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혀끝을 물어 입에서 피를 뱉어냈다.

“번개의 진, 뢰신의 분노!”

쾅!

세 사람의 목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구름 안에서 굉음이 터져 나오며 이내 번개로 만들어진 거대한 주먹이 형성되어 구름을 뚫고 아래로 떨어졌다. 거대한 주먹 안에 담긴 거대한 에너지는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다 파멸 시킬 것만 같았다.

그 순간, 그 거대한 은빛 주먹을 향해 삼색의 빛 덩어리가 거침없이 날아왔다. 크기는 작지만 그 안에 담긴 힘은 ‘뢰신의 분노’에 뒤지지 않았으며, 화련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 공간에 균열이 일어났다.

그리고 섬뜩한 에너지를 품은 두 개의 물체가 맞부딪히는 찰나, 온 세상이 침묵에 빠졌다.

번쩍이는 두 개의 물체가 충돌하는 순간, 세상은 적막으로 물들었고 심지어 하늘과 땅을 이어주던 폭우마저 멈춰버렸다.

눈부실 정도로 찬란한 섬광이 태양처럼 상공에서 빛을 발하자, 어두컴컴했던 세상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번개의 신이 포효하는 것만 같은 굉음이 하늘에서 쉴 새 없이 울려댔지만, 예상했던 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삼색의 불꽃과 번개의 주먹은 계속해서 서로를 집어삼키며 점점 더 커졌고, 두 힘이 맞닿은 곳 사이에 삼미터 가량의 새까만 구멍이 생겨나며 공간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공간의 균열이 확장되며 번개 주먹과 삼색 불꽃이 미친 듯이 서로를 잠식했다. 번개는 은색 뱀처럼 불꽃을 향해 쏜살같이 돌진했지만, 삼색 불꽃은 거대한 주먹의 난폭한 공세에도 끄떡도 하지 않은 채 서서히 회전하며 불씨를 흩뿌릴 뿐이었다.

하지만 불꽃이 한 번 돌아갈 때마다 번개 주먹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고, 이에 세 장로의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쩌억!

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던 그 때, 돌연 삼색 불꽃의 회전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지며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번개 주먹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화련의 회전 속도가 정점에 달하는 순간, 번개 주먹이 산산이 부서지며 무수히 작은 은빛 점으로 변해 허공에 흩날렸다.

세 장로를 비롯해 풍뢰북각의 모든 강자들이 전력투구했지만 끝내 상대의 불꽃을 막아내지 못 한 것이다!

이준의 본래 실력이라면 세 가지 불꽃을 융합한 화련이라도 이만한 위력은 낼 수 없었다. 하지만 천화존자의 힘을 빌린 화련은 풍뢰북각 강자들이 사력을 다해 만들어낸 무투기보다도 강했던 것이다.

“푸읍!”

모든 염력을 쏟아 부은 무투기가 깨지자, 세 장로의 입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번개 주먹이 무너지면서 삼색 불꽃의 기세도 눈에 띄게 약해졌지만, 그 안에 담긴 파괴력은 여전히 무시무시했다.

잠시 후, 쉭 하는 소리와 함께 삼색의 불꽃이 빠르게 회전하며 공중의 번개 구름을 향해 돌진했다.

이에 뢰 장로는 황급히 인을 맺으며 자신을 거대한 빛기둥의 방향을 불꽃 덩어리 쪽으로 돌렸다.

콰앙!

다음 순간, 또 다시 귀청을 찢을듯한 굉음이 울려퍼지며 거대한 빛기둥과 화련이 맞부딪혔다.

하지만 세 장로의 힘을 모아 만든 무투기로도 막지 못한 화련을 뢰 장로의 힘만으로 막아낼 리가 없었다.

주먹만한 크기의 화련은 삽시간에 빛기둥을 불태워버린 뒤 유성처럼 번개 구름을 향해 날아갔다.

“북두성, 진을 철회해!”

번개 구름을 향해 거침없이 날아가는 화련의 모습을 본 뢰 장로는 황급히 진을 거두어들일 것을 명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가 떨어지고 풍뢰북각의 강자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번개 구름에서 하늘을 찢어 놓을 듯한 폭발이 일어났고, 순식간에 거대한 불길이 홍수처럼 터져 나왔다.

장대한 불꽃 파도에 번개 구름은 잠시도 버티지 못 하고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구름이 터지는 순간 천북성 곳곳에서 풍뢰북각의 강자들이 피를 토하며 쓰러졌다. 번개 구름은 풍뢰북각 강자들과 장로들의 염력으로 만들어낸 것이었으니, 구름이 타격을 받자 그들도 덩달아 타격을 입은 것이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냥 쏟아져 내리던 장대비도 하늘을 뒤덮은 화염 덕에 완전히 증발해 버리고 말았다.

“풍뢰북각 세 장로가 달려들어 번개의 진까지 동원했는데도 이준 하나를 못 잡다니…….”

“혼자서 풍뢰북각 장로 세 명과 풍뢰각의 투사들을 상대하다니……. 어째서 저런 사람이 아직까지 이름이 안 알려진거지?”

단신으로 풍뢰북각의 세 장로와 투왕, 투황급 강자들을 상대하는 새로운 강자의 등장에 온 도시가 들썩였다. 한편, 공중에 떠있던 세 장로는 창백한 얼굴로 거친 호흡을 내쉬며 가슴을 움켜잡고 있었다. 번개 구름이 강제로 박살나며 심각한 부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철수해!”

뢰 장로가 이를 악 물고 부들거리며 말했다.

“무슨 소리입니까. 저를 죽이러 오셨다가 일이 안 되니 그냥 돌아가시겠다니. 너무 뻔뻔한 것 아닌가요?”

하지만 뢰 장로의 입에서 철수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준의 몸에서 폭발적인 영혼의 힘이 쏟아져 나와 세 장로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가뜩이나 부상으로 허약해져 있던 세 장로는 제대로 된 저항 한번 해보지 못 하고 연이어 피를 토하며 뒤쪽으로 튕겨지듯 날아갔다.

그리고 그들의 몸이 날아가는 순간, 세 장로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손가락을 벗어나 이준에게로 날아갔다.

저장반지를 빼앗긴 풍 장로는 분노에 휩싸여 다시 이준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옆에 있던 뢰 장로가 그의 옷깃을 붙잡았다.

“안돼, 지금은 일단 물러나야 하네!”

뢰 장로의 만류에 풍‧전 두 장로는 잠시 고민하다 결국 남은 염력을 쥐어짜내 천북성 밖으로 날아갔다.

꼴사납게 퇴각하는 세 장로를 바라보던 이준은 피식 웃으며 손을 펼쳐 방금 전 손에 넣은 세 개의 저장반지를 움켜쥐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세 사람을 쫓아가 끝장을 보고 싶었지만, 이미 천화존자에게 빌린 영혼의 힘이 줄어들기 시작했으니 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

이준은 천화존자의 영혼 에너지를 통해 빠른 속도로 세 장로의 저장 반지에 새겨진 영혼의 각인을 지워나갔다.

각인을 지우고 영혼 탐지능력을 활용해 반지 안을 훑어보자, 그 안에서 찬란한 빛을 발하는 은색 두루마리 세 개를 찾을 수 있었다.

“역시 이 세 사람한테 있었어.”

세 족자는 심운에게서 얻은 것과 완벽하게 같은 모양이었다. 심지어 겉면의 문양까지도 일치했다. 틀림없이 ‘번개 분신’의 수련법을 담은 두루마리였다. 하지만만 그 셋으로 ‘번개 분신’의 수련법이 완성될지는 미지수였다.

탐색을 마친 이준은 곧바로 자신의 저장반지 안에 은색 두루마리 세 개를 집어넣은 뒤 하늘요괴와 싸우고 있는 홍천효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세 장로는 죽일 수 없더라도 홍천효는 반드시 처리해야 했다.

요괴와 사투를 벌이고 있던 홍천효는 세 장로가 도망간 걸 깨닫자마자 사색이 되어 소리를 질러댔다.

“망할 놈들!”

홍천효는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하늘 요괴를 향해 새빨간 대검을 미친 듯이 휘둘러댔다. 한시라도 빨리 하늘 요괴를 뿌리치고 자리에서 벗어나야 했다.

챙! 챙!

대검이 요괴의 몸에 닿을 때 마다 날카로운 금속성이 울려 퍼졌지만, 요괴는 방어조차 하지 않고 연신 주먹을 휘두르며 홍천효의 숨통을 끊으려 하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자, 이준이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에 홍천효의 얼굴에서는 점점 핏기가 사라졌다. 하늘 요괴만도 버거운데 이준이 가세하기라도 한다면 도망조차 치지 못 하고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 것이 뻔했다.

“불꽃의 조각!”

홍천효가 버럭 소리를 지르자, 붉은 염력이 검 끝에서 응집됐다.

노인은 이를 악 물고 온 힘을 다해 붉은 대검으로 요괴의 어깨를 내리쳤다. 그 순간, 검날이 요괴의 어깨를 파고들며 흰 연기가 피어올랐다.

퍼-억!

하지만 요괴는 어깨에 칼이 꽂힌 채로 홍천효의 가슴을 향해 은빛 주먹을 날렸다.

“윽!”

하늘 요괴의 진정한 무서움은 그가 죽음도, 고통도 모르고 오로지 주인의 명을 수행한다는데 있었다.

“제 요괴에 상처를 내다니. 죽어야겠군요.”

요괴의 주먹에 얻어맞은 홍천효가 피를 토하며 무릎을 꿇는 순간, 그의 등뒤에서 냉랭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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