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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471화 (471/818)

제471화. 뢰신의 분노

유성처럼 밤하늘을 가르고 날아온 청록색의 불꽃이 천북성의 성벽을 넘자, 하늘 가득 먹구름이 끼더니 이내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굵은 빗줄기가 시끄럽게 대지를 두드리고 있었지만, 천북성의 주민들은 누구 하나 집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풍뢰북각의 내각제자인 홍신을 쓰러뜨리고 심운을 죽인 젊은 강자가 다시 나타났다는 사실에 누군가는 어리석다며 혀를 찼고, 누군가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쏴아아아—

하늘과 땅 사이의 그 넓은 공간이 이어진 것처럼 보일 정도로 엄청난 폭우였다.

잠시 후,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열 댓 명의 그림자가 우뚝 솟은 건물 위에 나타났다.

“누구냐!”

“이준.”

공중에 서있는 청년의 형상은 끝도 없이 쏟아지는 장대비에 가려져 마치 장막뒤에 숨은 것처럼 흐릿하게 보였다.

“네 놈이 이준이구나! 죽여라!”

이준의 대답을 듣기 무섭게 가장 앞에 있던 푸른 옷을 입은 남자가 소리쳤다.

“예!”

그러자 건물 곳곳에 서 있던 열댓 명의 사람들이 저마다 은색의 기다란 창을 소환해 이준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준은 가소롭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양손을 휘저어 청록색 불꽃을 피워낼 뿐 이었다.

다음 순간, 이준의 손끝에서 폭발한 청록색 불꽃이 빠른 속도로 십 여 마리의 불꽃 뱀으로 변화해 풍뢰북각의 강자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청록색의 불꽃 뱀은 굵직한 장대비를 증발시키며 민첩하게 움직였고, 눈 깜짝할 사이에 풍뢰각의 강자들 앞에 나타나 용암과도 같은 온도를 뿜어냈다.

화염으로 만들어 진 열 마리의 뱀이 꼬리를 휘두르자, 풍뢰북각의 강자들이 하나 둘 피를 토하며 바닥을 나뒹굴기 시작했다.

“쓸데없이 피를 뿌리고 싶지 않다! 날 잡고 싶다면 풍뢰북각의 장로들이 직접 오거라!”

곧이어 염력이 실린 이준의 목소리가 시끄러운 빗소리를 뚫고 천북성 전체에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호랑이 굴로 기어들어온 것도 모자라 풍뢰각의 장로들을 도발하는 이준의 언사에 아래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성의 주민들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하하하! 풍뢰북각의 장로가 된 이래로 이렇게 대범한 놈은 처음이구나!”

그 순간, 호탕한 웃음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지며 세 노인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풍․뢰․전 세 장로가 나타나자, 하늘을 가득 메운 장대비가 거짓말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날개도 없이 하늘 위를 걸어다니는 세 장로의 모습에 이준의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혔다.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모두 심운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아마 5성 투종 정도인 듯했다. 심지어 은색의 긴 눈썹을 가진 노인은 5성 투종 최고 수준에 달해있는 것 같았다.

‘저 세 사람이 말로만 듣던 풍뢰북각의 세 장로군. 풍뢰북각이 안하무인인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어…….’

이준이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사이, 은색의 눈썹을 가진 노인이 입을 열었다.

“새파랗게 어린놈이 심운을 죽인 것은 칭찬해 줄만한 일이지만, 그 정도로 우리 셋을 상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기가 자처한 일이죠. 절 원망하실 게 아닙니다.”

“네 놈이 번개의 움직임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게다가 풍뢰북각 장로를 죽였으니 우리 풍뢰북각에서도 절대로 곱게 넘어가 줄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 당장 저항을 포기하고 우리와 함께 풍뢰북각으로 간다면 각주님께서 은혜를 베풀어 널 살려주실 지도 모른다. 어찌하겠느냐.”

옷에 번개무늬가 새겨진 노인이 말했다.

“거기 가면 어차피 죽은 목숨 아닌가요?”

“저 어린놈이랑 입씨름 할게 뭐 있나. 일단 잡아 놓고 보자고. 각주님께서도 풍뢰각의 사람을 건드린 자에게는 반드시 그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하지 않으셨는가. 당장 저 놈의 염력을 뽑아 살지도 죽지도 못 하는 몸으로 만들어 북뢰탑에 가두어 버리세.”

이번에는 청색 옷을 입은 노인은 싸늘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준은 곧바로 손을 휘둘러 하늘 요괴를 불러냈다.

“쯧쯧, 젊은 친구가 명을 재촉하는군.”

상대가 저항을 선택하자, 가장 먼저 입을 열었던 눈썹이 긴 노인이 안타깝다는 듯 혀를 차며 염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투종 계급의 요괴라니, 젊은 놈이 아주 귀한 물건을 가지고 있구나. 하지만 그것을 믿고 설친 것이라면 아주 큰 실수를 한 것이다. 다시 한번 물으마. 정말로 끝까지 해볼 셈인 게냐?”

기다란 눈썹을 가진 노인이 다시 한번 질문을 던지자, 이준이 손가락에 끼워진 하얀 저장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되물었다.

“그럼 이건 어떤가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휘몰아치는 영혼의 힘이 그의 팔뚝을 타고 올라가 몸속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대하와도 같은 영혼의 힘이 흘러 들어가자, 이준의 몸에서 섬뜩할 정도로 강렬한 에너지가 활화산처럼 폭발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거대한 영혼의 힘이 온 허공에 거대한 파문을 만들며 퍼져 나갔고,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냥 쏟아지던 빗줄기가 서서히 가느다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래도 부족할까요?”

이준의 새카만 눈동자에는 어느새 신비한 은빛이 감돌고 있었다.

“순간적이지만 투황 놈이 8성 투종에 가까운 힘을 낼 수 있다니……. 실로 놀랍군. 하지만 홍천효는 몰라도 내 눈은 속일 수 없다. 지금 네 몸에서 느껴지는 영혼의 힘은 네 것이 아니야. 누구의 힘을 빌려온 것이냐?”

기다란 눈썹을 가진 노인의 질문에 이준의 눈빛이 한층 진지해졌다.

심운이나 홍천효도 명실상부한 투종 강자였지만, 천화존자의 힘을 빌린 것을 알아채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눈 앞의 노인은 실력 뿐 아니라 눈썰미도 두 사람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대단한 듯싶었다.

“아주 제법이야. 심운을 죽인 것도 이제 이해가 가는군. 하지만 그 정도 실력으로 우리 셋의 포위망을 빠져나갈 수는 없다.”

말을 마친 노인은 곧바로 홍천효를 향해 명령을 내렸다.

“홍천효, 저 요괴는 자네에게 맡기지.”

“하하하. 뢰 장로님 걱정 마시죠. 저놈을 끝장 낼 때까지 반드시 저 요괴를 분들어 놓겠습니다.”

하지만 홍천효가 가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씨 가문의 저택 안에서 돌연 새카만 그림자 하나가 날아올랐다.

그 순간, 그에게서 심상치 않은 에너지를 감지한 뢰 장로가 싸늘한 목소리로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한비! 자네가 이번 싸움에 끼어든다면 내 약속하건대 한씨 가문의 씨를 말려버리겠네!”

뢰 장로의 살기 등등한 태도에 이준을 돕기 위해 저택을 뛰쳐나왔던 한비는 제자리에 멈춰설 수밖에 없었다. 뢰 장로는 자기 입으로 뱉은 말은 꼭 지키는 사람이니, 한씨 가문의 씨를 말리겠다는 말이 절대 협박으로 끝날리 없었기 때문이다.

“한 선생님, 괜찮습니다. 이 문제는 저와 풍뢰각 사이의 일이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준……. 자네 정말이지…….”

한씨 가문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이준의 말에 한비의 입에서 또 다시 무거운 한숨이 새어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풍뢰북각의 장로들과 머리가 터질 때까지 싸워보고 싶었지만, 가문의 젊은이들을 생각하면 차마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이에 그는 한참이나 살기등등한 표정으로 풍뢰북각의 세 장로를 매섭게 노려보다가 결국 씩씩거리며 다시 한씨 가문의 저택 안으로 돌아갔다.

“번개의 진을 펼쳐라!”

한비가 모습을 감추자, 뢰 장로가 차가운 표정으로 풍뢰북각의 투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뢰 장로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천북성 곳곳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팔방에서 눈부신 은빛 섬광이 터져 나오며 이준의 모든 퇴로를 차단했다.

곧이어 먹구름이 하늘에 겹겹이 모여 들었고, 새카만 구름 사이사이로 눈부신 은빛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네 놈이 화를 자초한 것이니 나를 원망하지 말거라.”

사방에서 내리치는 번개에 이준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뒤덮은 새카만 먹구름을 응시했다. 구름을 뚫고 터져 나오는 은빛 섬광에서는 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 질 정도로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한씨 가문을 인질로 네 놈을 불러낸 것은 우리 풍뢰북각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비겁한 짓 이지만, 번개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그만큼 중요한 물건이네. 다만 그것은 자네를 불러내기 위한 수단일 뿐, 정말로 한씨 가문을 괴롭히려던 것은 아니니 이해해주길 바라네. 풍뢰북각 장로의 이름을 걸고 오늘 승패를 떠나 한씨 가문에게는 아무런 보복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하지.”

뢰장로가 쉴 새 없이 내리치는 번개 사이에 우뚝 선 채 말했다.

그의 말소리는 마치 천둥처럼 사방에 울려 퍼져 온 천북성에서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그들이 한씨 가문을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은 지난 며칠간의 행적으로 인해 풍뢰각의 명예가 실추된 것을 조금이라도 무마하기 위해서였다.

풍뢰북각은 그저 풍뢰각의 네 각 중 하나일 뿐 이었으니, 이 일로 인해 다른 각주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무표정한 얼굴로 세 사람을 바라보던 이준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시작하시죠. 절 잡고 싶다면 최선을 다 하셔야할 겁니다.”

말을 마친 이준이 손가락으로 세 사람을 가리키자, 그의 곁을 지키고 있던 은빛 요괴가 텅 빈 눈에서 날카로운 빛을 토하며 그들을 향해 돌진했다.

“큭큭. 이준, 네 상대는 저 세 노인이야. 이 요괴는 내가 상대하지.”

하지만 요괴가 몸을 움직이기 무섭게 벼락이 내리치며 홍천효가 그 앞을 막아섰다.

“저 놈을 죽여.”

주인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괴의 몸에서 눈부신 은빛이 뿜어져 나오며 번개처럼 홍천효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 순간, 홍천효의 몸에서 염력이 뿜어져 나오더니 이내 그의 손 위에 붉은 대검 하나가 나타났다.

그는 요괴의 실력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잘 알고 있었다. 자칫하면 요괴의 손에 의해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가 요괴와 싸워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 이었다. 그의 임무는 풍․뢰․전 세 장로가 이준을 제압할 때까지 요괴를 붙잡아 두는 것 뿐 이었다.

홍천효가 요괴를 붙잡아 놓는데 성공하자, 뢰 장로의 몸에서 더욱 눈부신 은빛이 터져 나왔다.

“번개의 진은 23명의 투황 강자와 46명의 투왕 강자들이 함께 만드는 진이다. 그리고 투종 강자인 우리 세 사람이 중심을 잡고 있지. 만일 자네가 이걸 깨뜨린다면 중주 전체에 이름을 날릴 수 있을 걸세.”

듣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의 진 이었다. 하지만 뢰 장로가 번개의 진에 대해 설명을 늘어놓는 동안에도 이준의 표정은 미동조차 없었다.

다음 순간, 이준의 손에 영혼에너지가 응집되더니 굉음과 함께 무형의 에너지가 뢰 장로를 향해 날아들었다.

이에 뢰장로는 빠른 속도로 인을 바꿨고, 그와 동시에 하늘에서 굵은 번개가 내리쳤다.

펑!!

두 개의 거대한 에너지가 맞부딪히자 산이 무너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온 천지가 뒤흔들렸다.

세 장로의 머리 위에서는 끊임없이 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다. 아마도 뢰 장로가 싸우고 있을 때 나머지 두 사람이 진을 구성하고 있는 다른 강자들의 염력을 응집시켜 구름 속으로 주입하는 모양이었다.

“천뢰술!”

뢰 장로가 버럭 고함을 지르며 다시 한번 인을 맺자, 잿빛 구름이 소용돌이치며 그 사이로 수 십 개의 빛줄기가 뿜어져 나왔다.

쿠르릉! 쾅!

곧이어 먹구름에서 뿜어져 나온 수 십 갈래의 번개가 천둥소리와 함께 밤하늘을 낮처럼 환히 밝히며 이준을 향해 날아들었다.

이준이 가볍게 발을 구르자, 청록색의 화염이 몸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신비한 청록색의 불꽃은 순식간에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열기를 뿜어내더니 눈 깜짝할 새에 거대한 불꽃 늑대로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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