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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464화 (464/818)

제464화. 홍씨 가문의 포위

이준을 향해 다가가는 홍익의 얼굴에는 살기와 탐욕이 가득했다.

“홍익, 당신 정도 연배에 저런 어린 친구를 공격하는 것이 부끄럽지도 않소?”

“저 녀석의 실력은 거의 우리 연배랑 비슷한데 봐줄 필요가 뭐가 있겠소? 한철, 만일 한씨 가문이 이 일에 끼어들려면 풍뢰각을 적으로 돌리게 될거요. 잘 생각하고 움직이시오!”

홍익의 협박에 한철의 낯빛이 창백하게 변했다. 분하기는 하지만 한씨 가문의 힘으로는 풍뢰각의 상대가 될 수 없었기에 그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발만 동동 구를 수 밖에 없었다.

한철이 꼼짝 못하는 것을 확인한 홍익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곧바로 염력으로 만든 장검을 쥔 채 이준을 향해 몸을 날렸다.

쉭! 쉭! 쉭!

홍익이 장검을 휘두르자, 텅 빈 공간이 미세하게 일그러지며 폭풍이 일었다. 이는 그가 이미 투종 계급에 반쯤 발을 걸치고 있는 강자라는 증거였다.

하지만 겨우 투종에 발을 걸친 수준으로는 이준을 두렵게 할 수 없었다.

곧이어 어두운 청색 염력이 서서히 홍익의 몸 밖으로 새어 나오더니, 이내 세찬 바람이 광장에 불어 닥쳤다. 홍익이 수련한 공법 역시 홍신과 마찬가지로 바람 속성이었다.

“홍익, 저 자식을 빨리 해치워야 하네!”

바로 그 때, 심운이 다시 한번 홍익을 재촉했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이준의 입꼬리가 낚시 바늘처럼 휘어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을 죽이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심운은 하늘 요괴의 공세에 손 한번 뻗어보지 못 하고 식은 땀을 뻘뻘 흘리며 공격을 피하기에 바빴다.

그 사이 바람 속성 염력의 도움을 받은 홍익이 이준의 눈 앞에 나타나 장검을 휘둘렀다.

그의 장검이 이준의 몸을 관통했지만, 손 끝에는 아무런 감촉도 전해지지 않았다.

“환영인가?”

그 때, 10미터 정도 뒤에서 이준의 형상이 다시 나타났다.

그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청록색의 화염이 피어올랐다가 이내 두 개의 불꽃으로 나뉘어 양손 위에서 이글거리며 타올랐다.

두 개의 천지의 불꽃이 나타나자마자 광장의 온도가 급격히 치솟으며 대기가 사막처럼 건조해졌다.

이준의 손에 들린 불꽃에서 퍼져나오는 심상치 않은 열기를 감지한 홍익은 더욱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두르며 이준을 압박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검을 휘두르며 날아오는 홍익을 보고도 이준은 눈썹하나 꿈쩍 하지 않았다.

번개의 움직임을 사용해 수 십 개의 잔상을 만들며 이리저리 이동하자, 바람 속성 염력을 가진 홍익의 속도로도 이준을 쫓을 수 없었다.

풍뢰각의 비전 무투기를 사용해 시간을 번 이준은 두 개의 천지의 불꽃을 빠르게 융화시키기 시작했다. 지금 이준의 불꽃 통제 능력과 영혼의 힘이라면 두 개의 불꽃을 융합한 화련을 만드는 것 정도는 전혀 부담이 되지 않았다. 문제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다는 것 뿐 이었다. 천지의 불꽃 두 개를 급하게 결합시켰다가는 그 즉시 대폭발이 일어나게 되니, 불꽃 통제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해도 시간이 걸리는 것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이준의 손에 들린 두 개의 불꽃이 연꽃 모양의 불꽃으로 변화하기 시작하자, 또 한 번 열기가 솟구치며 해일과도 같은 거대한 에너지가 폭발했다. 처음 보는 기이한 무투기가 자아내는 섬뜩한 에너지에 홍익과 한철뿐 아니라 심운마저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정말 무서운 무투기군. 저기에 맞는다면 바로 목숨을 잃고 말겠어.”

마치 홍익을 가지고 놀 듯 잔상을 만들어내며 주변을 계속해서 맴도는 이준의 모습에 한철은 저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었다. 잔상을 남길 정도의 속도로 움직이며 저 정도로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무투기를 준비할 수 있다는 사실에 등골이 오싹해질 지경이었다.

“대체 저 친구의 배후에는 어떤 세력이 있는 걸까. 혼자서는 절대 저 정도 경지에 오를 수 없을 텐데 말이야.”

한철의 말은 상당히 일리가 있었다. 염력 수련이야 운 좋게 고급 염력 수련법을 손에 넣고 재능이 있다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되겠지만, 저런 고급 무투기를 몇 개씩이나 가지는 것은 든든한 뒷배가 있지 않고서는 절대로 불가능한 일 이었다. 게다가 이준은 투종급 요괴를 가지고 있는 6레벨 연금술사가 아니던가.

이에 한철의 말을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이준과 홍익의 전투를 바라봤다.

“홍씨 가문은 가주의 명령을 따르라! 다들 저 놈을 포위해라!”

그 때, 이준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던 홍익은 인내심을 잃고 자신의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홍익의 명령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자신의 아들 뻘 되는 상대를 잡기 위해 직접 손을 쓰는 것으로도 모자라 가문의 투사들까지 동원하다니, 도저히 천북성 최고 세력의 수장이 할 짓이 아니었다.

“이 비열한 자식!”

홍익의 명령에 가뜩이나 초조해하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던 한율과 한설의 얼굴이 더욱 창백하게 질려버리고 말았다.

“아버지, 이준이 우리 가문을 도와줬는데 왜 저희는 나서지 않는 거죠?”

한율이 말했다.

“네가 가면 오히려 이준의 짐이 될 게 뻔하다. 그게 정말 상대를 돕는 거라 생각하는 게냐?”

하지만 한철은 여전히 그녀가 이준을 돕는 것을 막아섰다.

”제가 데려온 사람이잖아요. 죽는 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수는 없어요.”

“안 된다. 네 실력으로는 그의 손속만 어지럽힐 뿐이야.”

그들이 옥신각신 하던 사이, 홍씨 가문의 강자 열명이 이준을 동그랗게 포위했다.

“도망가 보시지? 아주 토끼처럼 잘 도망 다니던데 말이야?”

마침내 이준이 제자리에 멈춰서자, 홍익의 입가에 음흉한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장검을 들고 이준을 덮치려던 홍익은 채 두 걸음도 떼지 못 하고 자리에 우뚝 멈춰서고 말았다.

이준의 손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이 이미 융합을 끝내고 손바닥 크기의 아름답고 연꽃 모양으로 변화해 있었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보는 연꽃 모양의 불꽃이 이준의 손바닥 위에서 아주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고, 불꽃이 움직일 때 마다 주위의 공간이 까맣게 그을리고 있었다.

“쫓아오느라 고생하셨죠?”

이준은 딱딱하게 굳어버린 홍익과 십 미터 반경에 있는 홍씨 가문 강자들을 쓱 둘러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철수!”

“늦었습니다.”

이준이 있던 자리에는 어느새 청록색 불꽃만이 남아 미칠듯한 열기와 함께 신비한 청록색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쾅!

순간 하늘을 울릴 정도의 굉음이 울리며 장대한 청록색 화염이 온 하늘을 뒤덮었다.

곧이어 천석대 전체가 뒤흔들리며 청록색의 불꽃이 파도처럼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불꽃이 확산되는 속도는 무서우리만치 빨랐고, 삽시간에 이준을 포위하고 있던 홍씨 가문 사람들을 단숨에 집어삼켰다.

푸쉭—

갑자기 터져 나온 불꽃 파도를 미처 피하지 못한 수 십명의 사람들은 마치 바람에 날리는 썩은 낙엽마냥 바닥을 나뒹굴었다.

천석대 주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수 많은 사람들은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에 비 오듯 땀을 흘리며 귀신에 홀린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영롱한 빛을 내뿜는 아름다운 연꽃이 폭발을 일으키는 순간,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느낀 감정은 단 하나였다.

공포. 죽음에 대한 압도적인 공포. 바로 그것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불꽃이 관중석까지 이르지는 않았다는 점 이었다.

하지만 불꽃이 직접 닿지 않았음에도 앞줄에 있던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수가 화상을 입었고, 뒷줄에 있던 사람들도 살이 익을 것만 같은 열기에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 했다. 실로 아비규환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광경이었다.

불꽃은 일분 가량 확산 되고 나서야 천천히 멈춰섰다.

짙은 먼지가 천석대의 반을 뒤덮은 탓에 사람들은 그 안에서 대체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

잠시 후, 살랑거리는 바람이 불어와 두터운 먼지를 한 쪽으로 날려 보냈다.

먼지가 흩어지자, 수 십, 수 백 개의 눈동자가 동시에 한 곳을 향했다.

커다란 광장의 중앙에는 어느새 십 미터 크기의 구덩이가 생겨나 있었고, 그 구덩이 주변의 땅은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갈라져 있었다.

사람들은 반쯤 혼이 나간 표정으로 거대한 이준의 무투기가 만들어 낸 구덩이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못 했다.

거대한 천석대 위에 묵직한 정적이 내려 앉았다. 고작 투황 단계의 투사 하나가 이토록 무시무시한 파괴력을 가진 무투기를 사용했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천북성의 주민이라면 누구나 천석대가 얼마나 견고한지 알고 있었다. 이 거대한 광장은 투종 강자의 공격에도 무너지지 않는 단단함을 자랑했다. 그러니 수 백년간 수 많은 강자들이 이곳에서 대결을 벌여왔음에도 여전히 천석대가 결전의 장소로 쓰일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 투황에 불과한 청년 하나가 수 백 년 동안 한 번도 부서지지 않았던 천석대에 구멍을 내버린 것이다.

한철을 비롯한 한씨 가문의 사람들도 입을 벌리고 멍하니 서 있다가 한참 뒤에야 정신을 차렸다.

조금 전 이준을 포위하고 있던 홍씨 가문의 투사들의 대다수가 숯덩이가 되어 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일부 실력이 강한 자들은 운 좋게 숨이 붙어 있었지만, 심각한 부상을 입어 전투를 지속할 수 없는 상태였다.

“천하의 홍씨 가문이 투황 하나에 이 꼴이 나다니…….”

까맣게 불탄 채 바닥을 나뒹구는 홍씨 가문의 투사들을 바라보는 한철의 이마에는 어느새 식은 땀이 비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조금 전 이준을 둘러싸고 공격하려던 열댓 명의 홍씨 가문 투사 중 몇 명은 투황 계급의 강자였다. 하지만 그들이 모두 큰 부상을 당하거나 숯덩이가 되어버렸으니, 홍씨 가문으로써는 적잖이 큰 타격을 입었다고 할 수 있었다.

자신의 딸보다도 어린 투황이 펼친 무투기의 위력이 이 정도라니, 놀라운 것을 넘어 두려움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이준은 어딨죠?”

그 때, 그의 곁에 있던 한설이 다급히 질문을 던졌다.

“하늘 위에 있어.”

한율이 고개를 들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녀의 한 마디에 수많은 사람들이 서둘러 하늘 위로 시선을 돌렸다. 저 먼 상공 위에는 이준이 수정 같은 뼈 날개를 펄럭이며 떠 있었다. 날개를 움직일 때마다 미세하게 바람이 일고 천둥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이 얼핏 보기에도 보통 날개가 아닌 듯싶었다.

곧이어 이준이 거대한 뼈 날개를 천천히 움직여 지상으로 내려앉았다.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가볍게 손바닥을 펼치자, 새카만 송곳 하나가 그의 손 위에 나타났다.

검은 송곳을 든 이준은 천천히 날개를 펄럭여 부상을 입은 홍씨 가문의 투황 강자 옆까지 날아가 날아오는 공을 쳐내듯 가볍게 검을 휘둘렀다.

우두둑!

육중한 검이 투황 강자의 몸에 꽂히는 순간, 뼈가 부러지는 섬뜩한 소리가 광장 곳곳으로 울려 퍼졌다. 끔찍한 소리로 미루어 보아 뼈를 자라게 해주는 상급 연금비약이 없는 이상 다시는 제 발로 땅 위를 걸어 다닐 수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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