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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461화 (461/818)

제461화. 뇌신의 망치

홍신의 전신은 번개로 둘러 싸여 있었고, 은빛 섬광이 사방으로 뻗어나가며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비술 때문인지 체격도 더욱 건장해져 멀리서 보면 마치 은색 철탑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홍신이 주먹을 움켜쥐자, 전기를 뿜어내는 새까만 철 망치가 나타났다.

지금 그의 손에 들린 것은 풍뢰북각의 이름 높은 보물, ‘뇌신의 망치’였다.

뇌신의 망치는 번개 속성 공법을 다루는 사람들이 사용하면 염력을 증가시켜 주는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무기 자체의 육중한 무게 때문에 가볍게 휘두르기만 해도 위력이 상당해 평범한 강자들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홍신이 가볍게 망치를 휘두르자, 천둥 소리과도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지며 단단한 바닥 곳곳이 움푹 파이기 시작했다.

“덤벼!”

비술을 사용한 홍신의 실력은 거의 9성 투황에 육박했다. 과연 풍뢰각의 비술과 무기다운 위력이었다. 게다가 조금 전의 싸움을 통해 이준은 홍신이 수련한 염력 수련법 역시 2격 수련법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게 아니라면 태초의 힘을 받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상대는 공법, 무투기, 무기까지 모든 것이 상당한 수준이었다. 전투력도 상당히 놀라웠다. 그 정도 실력이라면 자기보다 더 높은 계급과 싸우는 것도 크게 힘들지 않을 듯했다. 확실히 같은 또래 중 홍신과 필적할 만한 상대는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았다.

하지만 상대가 이준이라면 얘기가 달랐다. 자신보다 상위 계급의 상대와 싸우는 것은 일반적인 투사에게는 매우 어려운 일 이었지만, 투종들과도 생사를 건 싸움을 벌여온 이준에게 2성 정도의 차이는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저 놈은 대체 어디서 온 놈이지? 저렇게 어린데 우리 신이와 비슷한 수준이라니……. 왜 저 정도 실력자가 중주에서 이름이 나지 않은 거야?”

홍신이 뇌신강림을 사용한 것에 놀란 홍익이 혼잣말을 중얼거리자, 곁에 있던 노인 역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중주 대륙이 광활한 만큼 숨어 있는 강자들도 많겠지요. 그래도 뇌신강림을 펼친 이상 저 이준이란 녀석도 별 수 없을 것입니다.”

두 사람의 싸움을 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서 두 사람이 나눈 것과 비슷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이준은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시선을 무시한 채 조용히 검은 송곳을 꺼내들었다.

상대도 무기를 꺼내자 홍신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뇌신의 망치와 뇌신 강림을 사용하면 힘은 크게 증가하지만, 속도가 떨어진다는 문제가 있었다. 때문에 상대가 빠르고 민첩한 검술을 구사한다면 상당히 골치가 아파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준이 꺼내든 무기의 크기를 확인한 순간, 그의 얼굴에 자신만만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송곳이라고는 하나 거대한 크기로 미루어보아 자신의 망치와 유사하게 속도보다는 힘에 치우친 무기라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풍뢰각의 망치 맛을 보여주지!”

다음 순간, 또 다시 뇌성이 울려 퍼지며 홍신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이준이 가볍게 웃으며 몸을 돌려 검은 송곳을 휘두르자, 그의 등 뒤에서 묵직한 금속성이 터져 나오며 불똥이 튀었다. 마치 상대가 어디서 나타날지를 알고 있었다는 듯한 움직임이었다.

“낙뢰!”

쉭! 쉭!

곧이어 우렁찬 고함 소리와 함께 눈을 찌르는 강렬한 불빛이 망치로부터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 멀리서 보면 마치 홍신이 거대한 번개를 쥐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거대한 번개가 구름을 뚫고 내려오듯 이준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 불빛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보다 훨씬 강렬했다. 무투기가 아니라 진짜 번개가 내리치는 듯한 위력이었다.

“육합자의 검!”

이준이 검은 송곳을 휘두르자, 바람 한점 통할 것 같지 않은 치밀한 검막이 펼쳐쳐 그의 몸을 감쌌다.

콰앙!

거대한 벼락의 위력 역시 만만치 않았다. 거대한 빛줄기와 청록색 염력으로 만들어 진 방어막이 맞부딪히는 순간, 청록색의 염력이 산산이 흩어지며 잠시 이준의 몸이 드러났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 또 다시 수 많은 잔상이 만들어져 빈 공간을 메웠다.

“갈라져라!”

쾅!

다음 순간, 망치가 홍신의 손을 벗어나 폭발을 일으키더니 거대한 한줄기의 번개가 수 십 개의 작은 벼락으로 갈라져 주위를 뒤덮었다.

“하하. 네가 풍뢰각의 번개의 힘을 어떻게 견디나 보자!”

이 무투기는 홍신이 자랑하는 풍뢰각 최고의 무투기 중 하나였다. 하지만 홍신이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무섭게 번개로 이루어진 그물 안에서 청록색 불꽃이 번개처럼 터져 나왔고, 뜨거운 열기가 빠른 속도로 번개를 불살라 버리고 말았다.

“처, 천지의 불꽃?”

청록색의 화염이 은색 번개 그물을 집어삼키는 광경에 홍익의 곁을 지키던 노인이 화들짝 놀라 소리를 질렀다.

“대단한 걸 보여줄 것처럼 굴더니, 겨우 이게 다인가요?”

이준이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리자, 홍신의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풍뢰각이 자랑하는 무기에, 고급 무투기에, 비술까지 쏟아부었음에도 상대의 털끝 하나 상하게 하지 못 했으니,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었다.

“정말 그게 다라면 이제 제가 보여드리죠.”

그 순간, 이준의 인이 빠르게 바뀌며 돌연 청록색의 화염이 격렬하게 요동치며 그의 몸으로 흡수되더니, 그의 염력이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지금 이준의 염력은 한 눈에 보기에도 풍뢰각의 비술을 사용한 홍신의 염력보다 월등히 강했다.

‘천계의 불꽃’을 사용한 이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염력은 9성 투황을 넘어 거의 투종에 가까워져 있었다.

“이럴 수가! 설아가 정말 우리 한씨 가문에 대단한 분을 모셔왔구나.”

이준의 몸에서 쏟아져 나오는 에너지가 자신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것을 감지한 순간, 한철의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났다.

“본원에 있을 때는 투왕 수준일 때 이미 투황 강자와 싸울 수 있었어요. 지금은 투황이 됐으니 같은 투황 중에서는 누구도 그를 당하지 못 하겠죠. 그게 홍신이 아니라 누구라 해도요.”

이준의 실력을 눈앞에서 확인한 한율의 입가에도 미소가 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대충 예상한 결과이기는 했지만, 막상 눈앞에서 홍씨 가문의 기대주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니 더욱 기분이 좋았다.

지금 이 순간, 삼베옷을 입은 정체불명의 청년은 천석대에서 가장 주목 받는 존재였다.

* * *

한편, 이준은 홍신과의 대결이 아니라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었다. 비술을 사용하는 순간 정체를 알 수 없는 얇은 장막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몸 속 가득 일렁이는 염력을 이용해 아무리 거칠게 두드려보아도 도저히 깰 수 없을 것만 같은 단단한 막이었다.

‘이건 투황 계급을 돌파하는 장막인가?’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것은 투종이 되기 위해 반드시 뚫어야 하는 벽 이었다. 하지만 그 벽을 깨뜨리기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는 그가 예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거대했다.

과연 수많은 강자들이 한 평생을 노력해도 그 벽을 뚫지 못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천계의 불꽃 2장을 익히고 새로운 불꽃을 손에 넣으면 투종이 될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 필요한 에너지를 가늠해 본 이준은 어두운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홍신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가볍게 한 걸음을 내딛자, 삼십 미터도 넘는 거리를 뛰어넘어 이준의 몸이 홍신의 앞에 나타났다.

쉭!

다음 순간, 시커먼 송곳이 홍신의 머리 위에 떨어졌다. 그러나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 자리에 있던 홍신의 몸은 이미 자리를 옮긴지 오래였다.

“번개의 움직임인가?”

상대의 무투기를 알아본 이준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몸을 날려 검은 송곳으로 허공을 찔렀다.

챙!

그러자 검은 송곳을 내민 곳에 까만 망치가 나타나며 불똥이 튀었다.

‘왜 번개의 움직임이 아무 소용이 없는 거지?’

상대가 너무나도 자신의 움직임을 쉽게 포착하자, 홍신은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게다가 천계의 불꽃을 사용한 이준의 공격력은 뇌신 강림을 사용한 자신을 아득히 넘어서고 있었다.

이준은 계속해서 달아나는 홍신의 뒤를 쫓으며 연달아 송곳을 휘둘렀다.

홍신 역시 손에 든 망치를 쉴 새 없이 휘두르며 대항했지만, 검은 송곳과 망치가 부딪힐 때마다 번번이 그의 몸이 저만치 멀리 튕겨나갔다.

챙! 쾅! 챙!

두 사람은 끊임없이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며 계속해서 무기를 맞댔다. 지금 두 사람의 속도는 평범한 사람의 눈으로는 도저히 쫓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 광장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눈에 비치는 것은 두 사람의 무기가 맞부딪히며 생긴 불꽃 뿐 이었다.

홍신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벽에 부딪힌 듯한 느낌을 받았다. 염력도 상대가 자신보다 강했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무슨 수를 쓰든 상대는 마치 자신이 어떻게 움직일지 알고 있다는 듯 대응하고 있었다. 뇌신 강림을 사용했으니 힘만은 자신이 더 나을거라 믿었지만, 수 많은 보물들과 천지의 불꽃, 연금비약으로 단련된 이준을 당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챙!

또 다시 검은 송곳과 망치가 강하게 부딪히자, 견디다 못한 홍신의 몸이 크게 휘청이며 균형을 잃고 말았고, 자세가 무너지기 무섭게 청록색 염력으로 뒤덮인 주먹이 가슴팍으로 날아들었다.

쾅!

다음 순간, 홍신의 입에서 새빨간 피가 뿜어져 나왔다. 선혈을 흘리며 뒤로 밀려나는 홍신의 모습에 광장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천북성 최고의 기린아가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할 것이라고는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이렇게 강한 놈이 있었다니. 날 이렇게 만든 건 네가 처음이다.”

홍신이 창백해진 얼굴로 눈을 흘기며 피를 뱉어내며 말했다. 태어나서 처음 겪어보는 굴욕적인 패배에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치밀었다.

“이렇게 된 이상 갈 때까지 가보지.”

말을 마친 홍신은 곧바로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피를 닦아 그것을 자신의 망치 위에 발랐다. 그러자 망치에서 뻗어 나오던 은색 빛줄기가 빨갛게 물들더니 지금까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번개가 망치에 응집되기 시작했다.

“신이가 각주님께서 직접 하사하신 무투기까지 꺼내다니……. 정말 상상도 못한 일입니다.”

회색 옷을 입은 노인이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말했다.

“아가씨가 아니면 이길 사람이 없을 것 같군요.”

그 말을 들은 홍익의 몸이 순간적으로 딱딱하게 굳었다.

“아가씨요? 설마 천뢰탑 시험을 통과했다는 그 봉씨 가문의 아가씨를 말씀하시는 것 입니까?”

홍익의 질문에 회색 노인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봉씨 가문의 아가씨’라면 무려 백 년 만에 처음으로 천뢰탑의 시험을 통과했다는 풍뢰각 최고의 천재였다.

한편, 광장에서는 뇌신의 망치가 홍신의 몸에 있는 염력을 모조리 빨아들이고 있었다.

마침내 염력이 최대치에 달하자, 새빨갛게 물든 번개가 회오리치며 홍신의 몸을 감쌌다.

“절멸의 번개!”

다음 순간, 홍신이 버럭 소리를 지르며 뇌신의 망치로 바닥을 내리쳤다.

파—앗!

번개 망치가 바닥과 부딪히자 커다란 틈이 생기며 바닥이 갈라졌고, 수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번개 빛이 사나운 맹수처럼 천석대를 가로질러 이준을 덮쳤다.

하지만 붉은 색의 번개가 막 이준의 머리 위에 떨어지려는 찰나, 돌연 발밑에서 은빛 섬광이 폭발하더니 그의 몸이 잔상을 남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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