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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450화 (450/818)

제450화. 6레벨

고작 이런 문제에 가주까지 몰려와 난리를 피워대는 모습에 이준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중주로 가기 위해서는 꼭 공간 통로를 이용해야 했으니 노씨 가문과 척을 지는 것은 결코 현명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중주와 연결되는 통로를 가지고 있는 성의 제1가문이 이따위로 행동한다는 사실에 짜증이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애야 철이 없어서 그런다 치더라도, 어른들까지 이렇게 나오다니. 정말 개판이 따로 없군.”

결국 참다 못한 아라가 염력을 끌어올리며 노씨 가문의 가주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투종?!”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에너지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아라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투종 강자가 될 수 있다니, 듣도 보도 못한 이야기였다.

아라가 실력을 드러내자, 기세가 등등했던 빨간 옷을 입은 소녀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이 되고 말았다. 투종 강자가 얼마나 강한지는 그녀도 알고 있었다. 투종이라면 노씨 가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수준의 강자였다.

노씨 가문의 가주 역시 표정이 어둡기는 마찬가지였다. 손녀의 철없는 행동을 수습하느라 투종과 싸움을 벌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손녀의 행동이 갈수록 도를 넘고 있었으니, 언젠가는 오늘보다 더 무서운 상대의 성질머리를 긁어 놓을지도 모를 것 같았다.

이에 노인은 자신의 손녀를 바라보며 인상을 구긴 뒤에 다시 이준 일행을 향해 시선을 돌리며 고개를 숙였다.

“오늘 일은 우리 노을이 잘못이 맞네. 그러니 우리 노씨 가문이 대신 사과하지.”

“흥. 노씨 가문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몰라도 하는 짓은 정말 형편없네. 나도 말썽이라면 어디 가서 지지 않지만, 이 정도는 아니라고.”

노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보람이 콧방귀를 뀌며 한마디를 쏘아붙였다.

보람을 바라보던 노인은 아라가 투종이라는 것을 알아챘을 때만큼이나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얼핏 봐도 열 네댓 살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소녀가 투황이라니. 나이를 감안한다면 그녀 역시 하얀 옷을 입은 젊은 투종 못지않게 무시무시한 존재였다.

검은 옷을 입은 사내에게서도 7성 투황의 기운이 느껴지자, 노인의 얼굴이 점점 더 사색이 되어갔다. 보통 이토록 어린 나이에 이 정도의 실력을 갖춘 강자 가 되는 것은 천부적인 재능만으로는 불가능한 일 이었으니, 분명 그들이 엄청난 힘을 가진 세력의 일원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창피한 꼴을 보였네. 우리 손녀는 내가 책임지고 잘 교육하겠네.”

생각을 마친 노인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가문의 투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노을이를 데리고 가라!”

노인이 굳은 표정으로 소리를 지르자, 노씨 가문의 투사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소녀를 끌고 사라졌다. 소녀의 철없는 짓거리가 도를 넘었다는 것은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가주가 두말없이 꼬리를 말 정도의 세력을 건드렸으니 그들 역시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었다.

“가자.”

이준은 ‘노을’이라는 소녀가 눈앞에서 사라지자마자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한마디를 내뱉고 곧바로 등을 돌려 걸음을 옮겼다.

가만히 이 광경을 바라보던 노씨 가문의 가주는 이준이 네 사람의 대장이라고 판단했다. 실력으로는 흰 옷을 입은 여자가 제일이었지만, 그 자가 ‘가자’라고 한마디를 내뱉자마자 나머지 셋이 군말 없이 그 뒤를 따랐기 때문이다.

“이보게 젊은이, 잠깐 나와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나? 나는 노씨 가문의 가주, 노성이라고 하네.”

이에 노성은 곧바로 이준의 뒤를 따라가 그를 붙들었다.

“무슨 일이죠?”

“자네들이 천아성까지 온 건 공간 통로 때문이겠지?”

“그런데 공간 통로에 이상이 생겼다더군요.”

이준이 웃으며 짤막하게 한마디를 내뱉자, 노성이 진지한 표정으로 용건을 말했다.

“자네도 알고 있었군. 솔직히 말하면 이번 천아성의 공간 통로에 생긴 문제가 생각보다 커서 나 하나로는 수리가 힘들다네. 그래서 여기 있는 아가씨에게 부탁을 좀 하고 싶은데, 어떤가?”

“보수는요?”

“우리 노씨 가문은 마정석 판매로 유명하네. 여기 이 아가씨가 공간 통로 수리를 도와준다면 7레벨 마정석을 속성이나 종류에 상관없이 하나 가져갈 수 있게 해주겠네. 어떤가?”

‘7레벨 마정석이라고?’

노인의 제안에 이준은 곧바로 저장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아라를 힐끗 쳐다봤다.

“전갈 이무기의 마정석도 있나요?”

“전갈 이무기?”

이준의 질문에 노성은 곤란하다는 듯 잠시 망설이다가 고개를 저었다.

“7레벨 전갈이무기의 마정석은 너무 귀해 우리도 갖고 있질 않네만, 6레벨 짜리는 있네. 그걸로 어떻게 안 되겠나?”

“6레벨이요?”

그 말을 듣자 이준의 눈빛이 다시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노씨 가문이 전갈 이무기 마정석을 보수로 주겠다는 말을 하자, 이준의 얼굴에 대번에 화색이 돌았다. 물론 이준이 필요한 것은 7레벨 마정석이지만 1레벨차이가 난다고 해도 어찌됐거나 같은 속성의 물건이었으니, 마지막에 물건을 만들어냈을 때 효과가 조금 떨어질 수는 있더라도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만일 전갈 이무기의 마정석을 끝내 구하지 못한 채 천화존자의 봉인이 풀릴 날이 다가온다면 급한 대로 6레벨 마정석이라도 필요하게 될지도 몰랐다.

“저희가 필요한 건 7레벨이긴 하지만 6레벨도 괜찮습니다.”

이준의 답변에 노성의 얼굴에도 미소가 내려앉았다. 전갈 이무기는 본래 발견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생물로, 7레벨 전갈 이무기의 마정석을 구하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6레벨 마정석도 누군가가 노씨 가문에게 판 것이지, 그들이 구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공간 통로의 가치는 6레벨 마정석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으니, 6레벨 마정석 하나로 5성 투종 강자의 도움을 받아 공간 통로를 수리할 수만 있다면 그들 역시 절대로 손해를 보는 것은 아니었다.

“하하. 그럼 날 따라오게. 이 아가씨의 도움이 있다면 공간 통로도 금방 수리할 수 있을 것 같네.”

노성이 환히 웃으며 감사를 표한 뒤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자, 이준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의 뒤를 따라갔다.

이준을 비롯한 네 사람은 노성의 뒤를 따라 거대한 천아성을 횡단했다. 그들이 초행길이라는걸 감안해서인지, 노성은 걸음을 재촉하지 않고 가는 길 내내 이준 무리에게 천아성의 유명한 점포 등을 소개해 주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썩 사교적이고 친절한 태도였지만, 이준 일행은 그런 노성의 태도가 썩 달갑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말을 하는 내내 자신들의 배경이나 내력에 대해 캐내려 하는 것이 뻔히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 여우같은 부류를 꽤나 많이 겪어본 이준은 그의 질문에 정확한 답을 하지 않으며 절대 그에게 자신의 내력에 대해 파악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렇게 몇 시간이 지나자, 어느새 천아성의 반을 지나 거대한 검은 돌로 만들어진 광장이 나타났다.

광장의 면적은 아주 넓었고 전부 단단한 검은 돌로 만들어져 있었으며, 주위에는 노씨 가문의 투사들이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있었다.

하지만 노씨 가문의 가주와 함께였으니 이준 일행은 아무런 방해도 없이 광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높이 쌓여진 돌계단 위로 걸음을 옮기자, 얼마 지나지 않아 위층에 도착할 수 있었다.

광장 중앙의 돌계단과 이어진 전망대에서는 광장의 백 미터 바깥 풍경까지 한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전망대에는 노씨 가문의 강자 외에도 노씨 가문이 아닌 노인 두 명이 서 있었다.

그 두 사람의 실력은 결코 노성과 아라에게 밀리지 않았다. 아마도 아라와 마찬가지로 노성의 부탁을 받고 찾아온 투종 강자인 듯했다.

두 노인의 주위에 있는 노씨 가문 사람들은 두 노인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기 위해 연신 웃음을 지으며 그들의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이준은 그 사람들을 쭉 훑어본 뒤 전망대 중심 부분으로 눈을 돌렸다. 평상처럼 생긴 전망대 중앙에는 삼 미터 반경의 새까만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안에는 회오리가 일고 있었다. 무서운 공간의 힘이 가까이 가지 않아도 느껴졌다. 그러나 공간의 힘이 한없이 불안정한 것이 한 눈에 보기에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

“저게 공간 통로라는 건가?”

검은 동굴처럼 생긴 구멍이 발산하는 흡입력을 보며 이준 일행은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준을 일행이 위로 올라가자, 자연스레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 됐다. 두 노인은 노성을 보자마자 가볍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이 두 분은 한씨 가문의 장로분들이네. 천아성은 물론이고 이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투종 강자들이지. 내가 공간 수리를 위해 어렵게 초청한 분들이야.”

노성은 웃으며 이준과 노인들에게 서로를 소개시켜 주었다.

“장로님들, 이 젊은이들은 제가 공간 통로를 수리하기 위해 불러온 분들입니다.”

“가주님께서 공간 통로를 서둘러 고치고 싶은 마음은 알겠지만, 저렇게 어린 친구들이 도움이 되겠습니까?”

노성의 소개에 두 노인 중 하나가 의문스럽다는 표정으로 이준 일행을 훑어봤다.

“흥, 이제 막 투종 초기 단계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들이!”

두 노인의 눈빛에 기분이 상한 보람이 두 노인을 향해 혀를 내밀며 말했다.

“꼬마야, 어디서 왔니? 말을 가려할 줄 모르는 구나.”

주먹만 한 꼬마 아이의 무례한 언사에 기분이 상한 노인들은 곧바로 인상을 찌푸리며 보람을 노려보다가 이내 놀란 듯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두 노인들을 상대하기도 귀찮았던 이준은 아라를 향해 고개를 돌려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서 한 번 보자. 최대한 빨리 고쳐야 우리도 시간 낭비 안 하지.”

이에 아라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 뒤 염력을 내뿜으며 공간 통로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와아, 저 여자 투종 강자인 가봐!”

전망대 아래에서 지켜보고 있던 노씨 가문 사람들이 웅성대자 더욱 민망해진 두 노인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었다.

두 사람의 얼떨떨한 표정은 발견한 노성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 역시 이렇게 젊은 5성 투종은 생전 처음 보는 모양이었다.

이준은 이미 시선을 거대한 공간 통로에 고정한 채 자신의 저장 반지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천화존자가 깨어난다면 공간의 힘을 사용해 공간 통로를 금방이라도 고쳐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라를 비롯한 세 투종은 공간 통로 바깥쪽에 양반 다리를 한 채 가만히 앉아 있었고, 전망대와 공간 통로의 접점에는 노성이 서 있었다.

“셋이서 날 좀 도와주게!”

노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의 주변에 있던 공간이 순식간에 일그러지며 공간의 힘이 솟구쳐 나왔고, 아라와 세 사람은 망설임 없이 강력한 공간의 힘을 통로 안쪽으로 밀어 넣었다.

네 공간의 힘이 공간 통로 안으로 들어가자 안쪽에서 터져 나오던 바람 소리가 커지더니 그 안에서 새어 나오던 흡입력도 점점 더 강해졌다. 곧이어 노씨 가문 강자들이 동시에 염력을 폭발시키며 공간 통로 주변에 염력으로 결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가만히 앉아 공간 통로를 지켜보던 이준은 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자리에 앉아 조용히 수리가 끝나기를 기다렸다.

공간 통로를 수리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이준이 예상한 만큼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대략 두 시간 정도가 흐르자, 네 사람의 투종 강자가 식은땀을 닦아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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