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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447화 (447/818)

제447화. 계속되는 승급

한 주먹에 은색 번개를 박살내버린 하늘 요괴의 무시무시한 힘 앞에 사람들은 귀신에 홀린 것 마냥 눈을 떼지 못 했다.

수많은 사람들 중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서천우와 아라였다.

아라는 눈부신 빛을 발하는 사람 형상을 바라보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일격에 번개를 박살낸 것으로 보아 적어도 4성 이상의 투종 강자임에는 틀림이 없을 텐데, 그 기묘한 생명체에서는 마치 시체처럼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건…….”

그 때, 은색 형체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서천우가 입을 열었다.

“설마 저것이 그 전설속의 하늘 요괴란 말인가! 은색이라면 2급 요괴일 텐데. 그럼 1급 요괴는 대체 얼마나 강하다는 거지?”

서천우가 입을 쩍 벌린 채 감탄을 금치 못하자, 아라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내려앉았다.

“저 요괴가 있으니 저희가 나설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기세를 보아하니 적어도 5성 투종 정도의 힘을 가진 것 같은데……. 번개도 한풀 꺾였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 같구나.”

서천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라와 서천우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 때, 이준은 평상에 앉아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지금 그의 실력으로 화련을 사용하기 않고는 더 이상 번개를 막아낼 수 없었다.

몸속에는 이미 번개의 에너지가 파고들어 몸속의 염력과 부딪히며 통증을 유발하고 있었다. 천지의 불꽃이 몸을 보호해 주어 큰 부상은 입지 않았지만, 온 몸이 저릿저릿해 몸을 가누기가 어려웠다.

창백한 얼굴을 들어 어두워진 하늘을 바라보자, 먹구름 속에서 은빛 번개가 끊임없이 번쩍거리는 것이 보였다.

“몇 번만 더 버티면 될 것 같은데.”

이준은 손바닥을 펼쳐 자홍색의 연금비약을 바라보며 쓴 웃음을 지었다. 7레벨 연금비약은 과연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쿠궁!

그 때 다시 한 번 구름이 요동치더니 우렁찬 천둥소리가 터져 나왔다.

“또 시작인가.”

구름 안에서 번개의 힘이 모이는 모습에 이준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팍 찌푸렸다.

번쩍!

다음 순간, 구름의 속박을 벗어난 은빛 섬광이 본원을 대낮처럼 밝혔다.

은빛 번개가 품고 있는 에너지는 서천우라 해도 막아내기 벅찬 수준이었다.

“7레벨 연금비약만으로도 이 정도의 번개가 나타나니, 8레벨 이상의 연금비약을 만드는데 성공한다면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조차 가지 않는구나.”

서천우가 하늘을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내젓자, 아라 역시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가라!”

휙!

이준이 소리치기 무섭게 요괴는 바람을 일으키며 화살처럼 은빛 번개를 향해 날아갔다.

요괴는 눈 깜짝할 사이에 거대한 번개 앞까지 날아가 주먹을 꽉 움켜쥔 뒤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담긴 주먹을 휘둘러댔다.

쾅!

무시무시한 주먹의 힘에 정통으로 맞은 은빛의 거대한 번개는 한 순간 공중에 얼음처럼 멈추었다가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말았다.

요괴가 주먹을 휘두를 때마다 공간이 일그러지는 광경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며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은빛 번개가 부서지는 순간, 요괴의 몸이 묵직한 소리를 내며 본원의 바닥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깜짝 놀란 사람들이 다가가 요괴가 무사한지 확인하려던 순간, 그의 몸에서 은빛 섬광이 번쩍이며 쏜살같이 이준 곁으로 날아갔다.

요괴가 강력한 번개 공격을 막아내는 걸 본 이준은 안도하며 요괴의 몸을 위 아래로 훑어봤다.

그의 온 몸에는 순수한 은빛이 감돌고 있었다. 분명 연금술 초반에는 약간의 얼룩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신이 완벽한 은색을 띠고 있었다.

‘번개의 힘이 알게 모르게 요괴 몸에 남아 있는 반점을 없애주고 있는 것 같은데…….’

요괴 연금술은 색깔로 등급을 나눌 수 있었고, 같은 등급이라도 색깔의 순도가 높을수록 힘이 더 강했다. 요괴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2급 중급 정도였지만, 번개의 힘과 싸우며 점점 더 강해지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아주 훌륭한데…….”

이준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고개를 들어 먹구름 속에서 몸부림치는 번개를 바라보았다.

만일 요괴가 저걸 최대한 많이 받아내면 그만큼 강해지는 게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이준은 곧바로 손을 들어 번개를 가리켰다.

“계속 싸워!”

이준의 명령에 요괴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 다시 한 번 은색 번개와 정면으로 맞서기 시작했다.

쾅! 쾅! 쾅!

하늘 위에서 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연달아 울려 퍼지자, 요괴의 은색 몸뚱이가 점점 더 찬란한 빛을 발했다.

그렇게 요괴는 무려 30분을 번개에 정면으로 맞섰고, 먹구름 안에 가득하던 번개는 어느새 절반 가까이 줄어있었다.

먹구름이 걷히자, 눈부신 햇살이 다시금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며 본원 전체가 환하게 밝아졌다.

임무를 마친 요괴는 평상 위에 앉아 염력을 회복하고 있는 이준에게로 다가와 무릎을 꿇었다. 그의 은빛 피부는 처음 꺼냈을 때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하고 매끈해져 있었다.

이에 이준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그를 다시 저장반지 속으로 집어넣은 뒤 옥병 하나를 꺼내 이무기의 정수를 집어넣었다.

모든 것을 무사히 끝마친 이준은 손바닥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조용히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좋아. 그럼 이제 몸속에 들어온 번개의 힘을 정련해볼까?”

그는 싱긋 웃으며 곧바로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이번에 연금비약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이준은 ‘연금혼의 경지’를 경험할 수 있었고, 작은 계기만 있다면 승급도 가능한 상태였다. 그리고 지금, 그의 몸속에는 번개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몸속으로 파고 든 번개 에너지가 가득했다.

7레벨 연금비약을 만드는데 성공한지도 어느새 이틀이나 지나 있었다. 그 동안 이준은 꿋꿋하게 평상 위에서 눈을 감은 채 계속해서 천지의 에너지를 흡수하고 있었다.

지금 그의 몸에서는 거대한 에너지가 파도처럼 몸 밖으로 쏟아졌다가 다시 안으로 들어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는 승급을 눈앞에 두고 일어나는 현상이었기 때문에, 서천우는 평상 쪽 계단을 완전히 봉쇄하고 아래쪽의 광장 역시 출입을 금지해 이준이 방해 없이 승급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었다.

본원 학생들은 오가는 길에 평상 위에 앉아 있는 이준을 부러움과 존경심이 섞인 눈으로 바라봤다. 평상 위에 앉은 사내는 그 나이에 이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아카데미의 위대한 선배들을 훌쩍 뛰어넘은 셈이었다. 게다가 앞으로는 얼마나 더 무서운 속도로 발전을 이룰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 * *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아라는 일정한 시간마다 한 번씩 평상 주위에 나타나 공중에 선 채 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이준을 바라보다 사라졌다.

본원 내에 아라의 정체를 아는 학생은 거의 없었다. 그들이 아는 건 그 차갑고 아름다운 여자가 항상 이준 옆을 졸졸 따라다닌다는 사실과 그녀가 서천우보다 더 대단한 실력을 가진 투종 강자라는 점 뿐이었다. 본원에서 천재라 불리는 수많은 사람들도 그녀의 뛰어난 재능 앞에서는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아직인 거야? 이번에는 엄청 오래 걸리네.”

이준이 수련에 들어간 지도 벌써 나흘이 지났다. 그 동안 이준은 줄곧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죽은 사람마냥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몸속에서 느껴지는 염력이 아니라면 수련 도중에 숨이 넘어간 건 아닐지 걱정이 될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동안 이준을 바라보던 아라가 막 몸을 돌리려는 찰나, 평상 위에서 돌연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곧이어 천지의 에너지가 빠르게 응집하며 이준의 머리 위에서 소용돌이를 일으키다가 그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침내 이준이 눈을 뜨자, 강력한 기운이 그의 몸 밖으로 솟구쳤다.

평상 위에서 폭발하는 에너지를 감지한 본원의 학생들은 곧바로 주위로 달려가 눈을 반짝이며 이준을 바라봤다.

사흘만에 눈을 뜬 이준은 먼저 고개를 돌려 근육을 푼 뒤 주먹을 쥐었다 펴가며 자신의 몸속에서 용솟음치는 염력을 느껴보았다.

“7성이니까 이제 두 단계만 있으면 투황 최고 계급이구나. 투종도 멀지 않았어.”

이준은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본원 북쪽 하늘을 바라봤다. 문득 그의 머릿속에 이은을 데려갔던 사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영천이라고 했었지?”

그 때 지금 같은 실력이 있었더라면, 그렇게 무력하게 은이를 보내지 않아도 됐을지도 모른다. 이에 이준은 다시 한 번 주먹을 움켜쥔 채 투지를 다졌다.

“승급은 성공한 거야?”

그 때, 아라가 평상 위로 날아와 싱긋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고마워. 덕분에 방해받지 않고 승급할 수 있었어.”

“고맙기는.”

이준의 말에 아라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가자. 몇 가지 일만 정리하고 바로 떠나야겠어.”

이준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떠난다고? 언제쯤?”

하늘을 바라보는 이준의 눈은 투지로 불타고 있었다.

“3일 안에.”

평상 위에 앉아 본원을 물들인 노란 잎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이준의 눈에 본원의 입구 쪽에서부터 익숙한 그림자 하나가 걸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둘째 형, 왔어?”

“이씨 가문에서 여기까지 왔어. 또 떠날 생각이라며?”

이준의 답변에 이찬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여기 계속 있어서는 영혼의 궁전에게 이길 힘을 기를 수 없으니까.”

“항상 앞서 가는구나……. 확실히 이 곳은 너한테 너무 작긴 해.”

애써 웃음을 짓는 형을 보고 있자니 저도 모르게 콧등이 시큰해졌다. 이번에는 예전보다 훨씬 먼 거리를 떨어져야 했고, 가는 곳이 중주인만큼 언제 돌아올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내가 떠나면 형이 이씨 가문을 잘 이끌어줘. 내가 돌아올 때쯤에는 이씨 가문이 흑각성 최고의 세력이 되어 있을 거라고 믿을게.”

자신을 믿는다는 동생의 말에 이찬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걸렸다.

“걱정 마. 시간문제지.”

“그래도 흑각성 녀석들을 절대 무시해선 안 돼. 내가 대장로님께 형을 최대한 도와 달라 부탁 드렸거든. 흑각성은 가한제국과 항상 불협화음이 있었으니까 앞으로 가한제국이라는 동맹이 하나 생기면 이씨 가문이 흑각성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야,”

“걱정 마. 네가 돌아올 때 쯤이면 이씨 가문은 열 배는 더 커져 있을 거야.”

이찬의 대답에 이준은 피식 웃으며 저장 반지 안에서 이무기의 정수가 들어있는 옥병을 꺼내들었다.

“내가 떠나고 나면 채린에게 전해줘.”

“채린이? 아아, 메두사여왕 말이구나…….”

그녀의 이름을 듣고 이찬은 잠시 겁에 질린 듯 멈칫거렸다. 그래도 채린과 이준의 사이가 좋다는 걸 알았기에 더 이상 묻지 않고 순순히 연금비약을 받아 자신의 저장반지 속에 집어 넣었다.

“걱정 마. 이 연금비약은 내가 직접 가한제국으로 가지고 갈게.”

이준은 살며시 웃으며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리고 불의 연맹도 가한제국에서 나날이 힘을 키워가고 있고, 채린이 지켜주고 있으니 영혼의 궁전이 쳐들어온다 하더라도 아주 강한 녀석들만 나서지 않는다면 끄떡없을 거야. 나중에 이씨 가문이 흑각성 최고의 세력이 되면 불의 연맹이랑 같이 서북지역을 모두 먹어버리자고.”

“그거 아주 멋지군.”

이찬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질문을 던졌다.

“이번에 떠나면 또 언제 돌아올 생각이야?”

이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어……”

“언제 출발할 건데?”

“내일.”

이찬은 씁쓸한 표정으로 이준을 끌어안은 뒤 천천히 그의 등을 토닥였다.

“큰 형이 했던 말 기억하지? 이씨 가문은 네가 없으면 안 돼. 아버지 구하는 것도 너만 할 수 있어.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죽지 마라.”

“형도 몸 조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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