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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436화 (436/818)

제436화. 흉악한 영혼

“미안하지만 이제 당신들의 도움은 필요 없소.”

말을 마친 이준은 곧바로 투종의 기운을 풍기는 그림자에게로 날아갔다.

“허영호, 저 자가 바로 이준이야. 영혼의 궁전에서 기를 쓰고 찾았던 이씨 가문 사람이기도 하지. 자네가 찾는 물건이 저 녀석한테 있을 지도 몰라. 그리고 물건이 없어도 녀석에게는 천지의 불꽃이 두 개나 있으니까.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네.”

“이준이란 말이지? 큭큭. 도영호에게 이야기를 들었던 그 놈이군. 실력이 제법이라지?”

“도영호?”

허영호의 입에서 나온 익숙한 이름에 이준의 두 눈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끌끌, 왜 스승의 원수의 이름을 들으니 눈이 뒤집히나?”

검은 형상이 섬뜩하게 웃으며 말했다.

“모든 영혼들은 명을 들어라. ‘혼령 흡수의 진’을 만들도록!”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낭떠러지에 있던 까만 형상의 몸에서 검은 안개가 피어나 까만 구름을 형성했다.

시커먼 구름 안에서는 영혼체의 고통에 찬 비명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새까만 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며 상공에 걸리자, 맑았던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비명 소리가 끊임없이 산골짜기에서 메아리 쳤다. 시커먼 구름 속에 숨은 영혼들의 눈은 마치 어둠에 숨은 악귀마냥 붉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다들 조심해. 저건 전부 영혼체야!”

이준이 굳은 표정으로 공중의 영혼들을 바라보며 소리치자, 은평강을 비롯한 다른 강자들은 신속히 이준 옆으로 모여들어 진형을 갖췄다

검은 구름 속에서는 음험한 기운을 품기는 영혼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불길한 울음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큭큭. 이 영혼들은 내가 3년의 세월을 들여 잡은 것들이다. 이 정도면 너희들을 잡기에는 충분하겠지.”

허영호의 말에 이준의 입에서 옅은 한숨이 새어나왔다. 이번에는 상대도 제대로 칼을 갈고 나온 모양이었다.

구름제국에서 만난 도영호도 이 정도로 큰 구름을 만들어내지는 않았었다.

“하하! 이준! 네가 영혼의 궁전 손에 넘어간다면 내가 특별히 널 잘 보살펴 달라고 부탁해주지.”

이준의 표정이 어둡게 내려앉자, 한샘의 입에서 조롱 섞인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옛다, 먹이!”

다음 순간, 허영호의 주위에 까만 안개가 천천히 뭉쳐 사람의 형상처럼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가 손가락을 튕겨 새빨간 피를 뿜어내 까만 구름에 쏟아내자, 까만 구름에 불길한 붉은 빛이 돌며 비명 소리가 더욱 커졌다.

곧이어 검은 구름이 움직이며 무수히 많은 붉은 영혼들이 비처럼 쏟아져 내리며 만물을 집어삼킬 기세로 이준 일행을 향해 돌진했다.

“조심해!”

그 순간, 청록색 불꽃 기둥이 하늘로 치솟으며 붉은 영혼들을 불태웠다.

불기둥은 이준의 손끝을 따라 빠르게 움직이며 붉은 영혼들을 재로 만들었지만, 혼자서 막아내기에는 영혼들의 수가 너무나도 많았다.

펑!

하지만 이준이 초청한 강자들 역시 하나 같이 만만치 않은 강자들이었으니 저마다 염력으로 몸을 보호하며 검은 구름 속에 몸을 숨긴 채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붉은 영혼들에 맞서기 시작했다.

“망할. 염력으로는 영혼체에 아무런 상처도 입힐 수 없어! 이렇게 가다가 힘만 쓰고 죽을 거야!”

이찬 역시 번개 속성의 염력이 씌워진 창을 휘두르며 영혼체를 상대하고 있었다.

이준 옆에 있던 아라와 서천우는 인상을 찌푸린 채 검은 구름을 응시하고 있었다. 영혼체가 죽을수록 구름의 에너지가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좀 이상한데.”

이준이 다섯 손가락을 움직여 불꽃을 쏘아대자, 영혼체 다섯개가 회색 연기로 변해 다시 구름 안으로 돌아갔다.

“이 기술이 무서운 것은 영혼이 죽을 때마다 순수한 영혼의 힘이 검은 구름으로 빨려 들어가면서 영혼의 힘이 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영혼들이 모여 만들어진 흉악한 영혼은 허영호의 영혼이랑 연결되어 그의 분신 역할을 한다. 게다가 실력도 비슷한 수준이지. 허영호가 다치면서 영혼의 통제력을 상실하면 허영호의 영혼이 집어 삼켜지며 무시무시한 살생 무기가 될 거야.”

서천우가 까만 구름을 응시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내가 알기로 이런 큰 진에 필요한 영혼의 숫자는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라 이런 공격을 펼치는 자가 많지 않은데……. 이렇게 큰 공격을 펼쳐놓고 그만큼의 소득을 얻지 못한다면 영혼의 궁전에서 저 자에게 큰 벌을 내릴 것이다.”

“놈들이 저를 잡는 게 더 많은 영혼을 소모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인가 보군요.”

이준의 말에 서천우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 진영을 깨뜨리려면 눈앞의 허영호를 죽여야 해. 하지만 저 자가 벌써 구름 속에 숨어버린 데다가 영혼들이 가리고 있어 놈의 본체를 찾는 것 조차 어려울 것 같구나.”

“그럼 장로님 말씀은 저 녀석이 흉악한 영혼을 만들어 내기 전에 죽여야 한다는 건가요?”

아라가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 만일 영혼이 만들어진다면 모천행을 제외하더라도 상대에게는 허영호와 그가 만들어 낸 영혼, 그리고 영산과 한샘까지 총 네 명의 투종 강자가 생기는 셈이었다.

서천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이준은 저도 눈살을 찌푸렸다. 저 정도의 강자를 그렇게 빠른 시간 내에 쓰러뜨리는 것이 그리 쉬울 리가 없었다.

“하하. 녀석아. 구름불꽃은 영혼을 상대하는데 최적화된 불꽃이 아니더냐. 평범한 불꽃은 구름불꽃을 만나면 피하기 바쁘지. 아직도 이런 일로 머리 아파할 게냐? 네 몸 속에 천지의 불꽃이 두 개나 있고 그 불꽃으로 영혼체를 공격할 때마다 상대의 영혼의 힘이 약해지는 걸 느끼지 못했던 게야? 구름불꽃을 조종할 때 오륜이화법을 이용하는 걸 잊지 말아라. 아니면 네 엉성한 불꽃 제어 기술로는 어림도 없을게야.”

그 때, 천화존자의 목소리가 이준의 머릿속에 울렸다.

이준은 반사적으로 하얀 반지를 만지작거렸다. 과연 과거 구름 불꽃의 주인이었던 만큼 천화존자의 견문은 자신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선배님.’

이준은 속으로 천화존자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곧바로 대지의 불꽃과 구름 불꽃을 분리시켰다.

무형의 불꽃이 나타나자, 겁 없이 돌진하던 붉은 영혼들은 갑자기 겁에 질린 듯 주춤거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무형 불꽃이 이준의 염력에 따라 움직이며 거대한 늑대의 형상으로 변화했다.

화염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늑대가 나타나자, 붉은 영혼들은 완전히 발걸음을 멈춘 채 감히 앞으로 다가 오지 못 했다.

“카~우!”

불꽃으로 만들어진 늑대가 기다란 울음소리를 내뱉자, 허공에 형태 없는 파문이 일며 영혼들이 힘을 잃고 소멸되기 시작했다.

이준의 화염 늑대는 마치 토끼를 사냥하는 늑대마냥 영혼들을 먹어치워 나갔고, 영혼들이 죽으며 만들어진 회색의 연기는 구름으로 돌아가지 못 하고 거대한 늑대의 뱃속으로 들어갔다.

이 광경을 바라보던 한샘은 주먹을 움켜쥔 채 이를 갈았다. 이준이 대체 언제 불 통제법을 배웠단 말인가?

게다가 지금 이준이 만들어 낸 화염 늑대는 투종 강자가 된 자신도 만들어내기 어려운 것이었다.

“카~우—!”

거대한 화염 늑대가 또 다시 긴 울음을 내뱉자, 다시 한 번 무형의 파동이 퍼져나가며 붉은 영혼체들을 쓸어버렸다.

“내가 널 너무 얕잡아 본 모양이군. 이런 잔재주가 있을 줄이야!”

이준은 허영호의 말을 무시한 채 계속해서 정신을 집중해 거대한 늑대를 조종했다. 오늘 사용한 것은 오륜이화법의 첫 단계에 불과했다. 모든 수련을 완수해 다섯 개의 불꽃이 한 데 모인다면 그 위력이 어떨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떨렸다.

수많은 영혼의 힘을 잃자, 검은 구름에서 뿜어져 나오던 흉흉한 에너지는 어느 새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합(合)!”

그 순간, 허영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처량한 비명 소리와 함께 검은 구름이 영혼들을 씹어 먹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놈이 영혼끼리 서로를 잡아먹게 해서 흉악한 영혼을 만들 셈이구나!”

서천우의 말에 이준은 곧바로 인을 바꿔 화염 늑대를 조종했다.

“가라!”

이준의 명령이 떨어지자, 거대한 화염 늑대가 두 눈을 번뜩이며 검은 구름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우우우!”

늑대가 구름과 가까워지는 순간, 먹구름이 당황한 듯 주춤거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비명소리가 눈에 띄게 잦아들었다.

“흥!”

그 때, 검은 구름 속에서 콧방귀 소리와 함께 안개가 일어나더니 허영호가 모습을 드러냈다.

허영호가 손을 뻗는 순간, 검은 연기가 쏟아져 나와 화염 늑대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화염 늑대가 상대에게 잡혀버리자 이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인을 바꿨고, 곧이어 그의 영혼 에너지가 늑대의 몸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준의 도움을 받은 화염 늑대는 곧바로 입을 벌려 무형의 불꽃을 발사했다.

무형의 불꽃이 자신을 덮쳐오자, 허영호 역시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구름 불꽃의 힘 앞에서는 영혼체라 해도 무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 화염늑대가 내뿜고 있는 구름 불꽃에는 이준의 힘이 더해져 있어 그 위력이 더욱 강했으니,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무리였다.

이에 허영호는 다시 한 번 검은 안개를 뿜어낸 뒤 구름 속으로 몸을 감췄다.

치이익!

구름 불꽃이 허영호가 만들어 낸 검은 안개에 부딪히자, 요란한 소리와 함께 시커먼 구름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버렸다.

그 때 구름의 구멍을 통해 굶주린 야수처럼 다른 영혼을 먹고 있는 영혼체 하나가 보였다. 그는 동료들을 잔인하게 집어 삼키며 몸집을 늘려가고 있었다. 아마도 그 거대한 영혼체가 바로 서천우가 말한 ‘흉악한 영혼’인 듯 했다.

“태워버리겠어!”

거대한 영혼체를 발견한 이준은 곧바로 주먹을 움켜쥐어 무형의 불기둥을 일으켰다. 곧이어 쾅 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나며 주변에 있던 영혼들을 한순간에 무로 돌려보냈다.

“큭큭, 지금 네 실력으로는 이 진을 깨뜨릴 수 없다.”

허영호가 소리치기 무섭게 갑자기 네 갈래의 강력한 영혼의 파동이 일어나며 구름층 한 쪽으로 수많은 영혼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 네 개의 영혼은 내가 3년 동안 고생해 얻어낸 것이지. 생전에 모두 투황 최고 계급의 강자였고, 죽은 다음에도 강한 영혼을 갖고 있었다. 여태 아까워서 쓰고 있지 못하던 것이지만, 오늘 네 놈을 잡기 위해 특별히 준비해 왔지!”

네 개의 영혼이 무서운 속도로 영혼을 빨아들이기 시작하자, 채 1분도 되지 않아 구름에 있던 영혼들이 네 개의 영혼에 응집되었다.

다른 영혼들을 집어삼킨 네 개의 난폭한 영혼들은 또 다시 서로를 집어 삼켰고, 짙은 안개가 내려와 구름불꽃으로 만들어진 늑대의 앞을 막아섰다.

“저 네 영혼이 마지막까지 다 삼켜진다면 흉악한 영혼이 만들어질 거다. 나와 아라가 움직이는 게 좋겠어. 가만히 죽기만을 기다릴 순 없지.”

하늘에서부터 내려오는 강력한 압박감에 서천우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금 나서시면 한샘이나 영산 같은 사람들도 움직이기 시작할 거예요. 제가 처리할게요.”

하지만 이준은 고개를 저으며 오른손을 뻗어 푸른 불꽃을 피워낸 뒤 다시 구름 불꽃과 대지의 불꽃을 융합하기 시작했다.

두 개의 불꽃이 융합되자 사방으로 불똥이 튀며 순식간에 청록색의 화련 하나가 그의 손 위에 피어났다. 이미 네 개의 불꽃을 융합해본 경험이 있고 오륜이화법까지 익힌 지금의 그에게 있어 두 개의 불꽃을 융합하는 것은 식은 죽 먹기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이준이 막 화련을 던지려던 찰나, 또 다시 천화존자의 목소리가 그의 머릿속에 울려 퍼졌다.

“잠시만 기다리거라! 저 흉악한 영혼을 공격하지 마.”

“선생님,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저게 다 만들어지면 상대방 투종 강자의 수가 저희보다 많아져서 싸움이 어렵게 됩니다.”

이준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반문하며 화련을 쏘려 하자, 천화존자가 웃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저 영혼은 내게 맡겨 보거라. 하하. 저렇게 많은 영혼의 힘이 뭉쳐 있는 건 나한테는 선물이나 다름없어. 내가 저걸 삼킬 수만 있다면 영혼의 힘이 투종까지 회복될 수 있을 거야.”

이에 이준은 잠시 망설이며 손을 내렸다. 그가 투종 수준까지만 실력을 회복한다 해도 이준에게는 적지 않은 힘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 있으세요? 저 영혼은 온통 난폭한 영혼들로만 이루어져서 삼키시더라도 문제가 생길 것 같은데.”

“하하. 그건 걱정 말거라. 네 구름 불꽃만 조금 빌리마.”

이어지는 천화존자의 말에 이준은 반신반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야 문제없죠.”

“이준, 서둘러! 영혼이 곧 만들어질 거야!”

이준이 가만히 서서 움직이지 않자, 서천우가 다급한 표정으로 그를 재촉했다.

“대장로님 걱정하실 거 없어요. 저 녀석, 얼마 못 갈 거니까요.”

이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공중에 요동치던 구름에서 또 다시 처량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왔다. 네 개의 영혼은 어느새 두 개까지 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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