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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433화 (433/818)

제433화. 정보

용암 세계에는 불 속성 에너지가 가득했으니, 에너지가 모자라 승급이 중단 될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게다가 그의 저장반지 속에는 아직도 적지 않은 불 구슬이 있었으니, 만에 하나 예상 밖의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승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막대한 양의 불 속성 에너지가 그의 몸 속으로 빨려 들어가자, 그의 피부가 점차 빨갛게 달아 오르며 머리 위에서 하얀 연기가 새어 나오더니 그의 파란 정맥이 피부 위로 선명하게 솟아올라 지렁이처럼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장장 이틀에 걸쳐 에너지를 흡수하자, 동굴 주위를 가득 메우고 있던 불 속성의 에너지가 서서히 바닥을 드러냈다.

그리고 끊임없이 불 속성 에너지를 흡수하기 시작한지 삼 일, 마침내 동굴 속의 불 에너지가 모두 사라지고 동굴 안에 정적이 내려 앉았다.

평온하게 호흡하던 이준이 천천히 눈을 뜨자, 그의 눈동자가 형형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이번 승급으로 그는 완벽히 6성 투황 단계에 도달했을 뿐만 아니라 몸 속의 염력 역시 한층 더 뜨거워져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곳의 에너지가 가진 특징이었다. 그래도 천지의 불꽃이 몸을 지켜주고 있으니 그 난폭한 에너지조차 이준에게 아무런 해악을 끼치지 못했다.

무사히 승급을 마친 이준은 동굴 입구로 걸어나가 양팔을 활짝 벌리고 온 몸을 타고 흘러내리는 에너지를 만끽했다.

주먹을 꽉 움켜쥐니 몸 속에서는 당장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가 들끓었다. 씩 웃으며 자신의 실력을 확인해보려던 이준은 돌연 고개를 들어 천계의 탑 방향을 바라봤다.

그 순간,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까만 그림자 하나가 그의 앞에 내려 앉았다.

“대장로님, 어떻게 여기까지 오셨어요?”

용암 바다로 내려오던 노인은 공중에서 멈춰선 채 피식 웃음을 지었다.

“네가 도통 올라오질 않으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보람이도 그렇고 다른 녀석들이 빨리 내려가 보라고 재촉을 하더구나. 워낙 위험한 곳이니 걱정이 된 모양이지.”

이에 이준은 가볍게 웃으며 대장로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하얀 반지를 소매 안으로 숨겨 넣었다. 우선 천화존자의 존재는 비밀로 남기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준과 대화를 나누던 서천우는 그의 기운이 또 한층 커져있는 것을 감지하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나 그를 위 아래로 훑어봤다.

“또 승급한 거냐?”

“대장로님께서 내려오시기 바로 전 일입니다.”

“껄껄. 정말이지 대단하구나. 내가 투황일 때 가장 빨리 승급 한 게 1년 정도였는데 말이야.”

서천우의 칭찬에 이준은 말 없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는 용암 아래에서 만났던 괴물이나 불 구슬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그 지하 세계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지 모르니, 우선은 아무도 그 아래에 들어가지 못 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투제가 남긴 물건이라 하면 모두가 혈안이 되어 달려들 것이 분명했다.

생각을 마친 이준은 곧바로 저장 반지 안에서 불꽃 주전자를 꺼내들었다.

“대장로님, 이게 뭔지 한 번 보세요.”

“하하. 불꽃을 안에 넣어 뒀구나?”

웃으며 주전자를 건네받은 서천우는 그 안에서 들끓는 불꽃을 발견하고는 귀신이라도 본 것 마냥 넋이 나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틀림없이 천지의 불꽃의 본체였기 때문이다.

“이건…….”

“진짜 구름불꽃입니다.”

“너 이 녀석, 이렇게 바보 같은 행동을 하다니. 네가 이미 길 들인 것을 다시 돌려주려 한다면 네 몸도 큰 해를 입게 될 것인데……. 어찌 이런 짓을 했느냐. 본원은 정말로 괜찮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것은 네 것이라고 몇 번이나 말했거늘…….”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이 이준의 구름불꽃이라고 생각한 서천우가 자신을 꾸짖자, 이준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어났다. 설마하니 그가 자신의 몸을 이렇게까지 걱정해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에 민망해진 이준은 머쓱하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대장로님. 여기 있는 구름불꽃은 제가 갖고 있던 게 아닙니다. 제가 갖고 있는 이화였으면 이렇게 힘이 약할 리가 없죠.”

“네가 갖고 있던 게 아니라니?”

이준의 말을 들은 서천우는 더욱 놀라 다시 한 번 주전자속에 담긴 구름 불꽃을 꼼꼼하게 뜯어봤다. 확실히 이준의 구름 불꽃과 비교하기에는 그 힘이 너무 약했다.

“설마 새 구름불꽃을 찾았단 말이냐?”

“용암 세계에서 찾은 이화예요. 아직 어린아이 같은 상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불 속성의 염력을 가진 장로님들께서 염력만 계속 주입해주신다면 천계의 탑을 가동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 이 녀석이 진화하면 영혼과 지혜가 생겨나 본원의 천계의 탑을 영원히 가동시킬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이준이 설명을 마치기 무섭게 서천우의 입이 귀에 걸렸다. 천계의 탑은 본원 학생들의 실력을 키우는데 없어서는 안 될 보물이었으니, 본원을 책임지고 있는 그의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반가운 소식이 없었다.

“설마하니 용암 세계에 구름불꽃이 하나 더 있었을 줄이야. 본원 사람들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구나.”

노인은 마치 아기를 다루듯 불꽃 주전자를 끌어안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정말로 고맙구나. 난폭한 구름 불꽃을 가져가고 대신 말 잘 듣는 구름 불꽃을 가져다주었으니 참으로 본원이 너에게 큰 빚을 졌어.”

대장로의 말에 이준은 어깨가 한층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천계의 탑은 본원의 보물이었으니, 구름 불꽃을 손에 넣은 이후 그도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천계의 탑에 관한 이야기가 얼추 마무리되자, 서천우가 돌연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 이제 내가 이곳에 왜 왔는지 얘기를 해야겠구나. 이곳에 온 첫 번째 이유는 네가 무탈한 지 확인하기 위해서고, 둘 째는 한샘에 관한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서다.”

“한샘이요?”

한샘의 이름이 나오자, 이준의 눈빛이 얼음처럼 싸늘하게 굳었다.

“며칠 전에 이씨 가문에서 연락이 왔다. 마로가 죽은 뒤 어디로 달아났다 했더니 마염곡에 나타났다는구나.”

“마로가 죽었으니 마염곡을 집어 삼키려는 속셈이군요.”

“아마도 그렇겠지. 놈은 흑각성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고 인맥도 넓으니, 충분한 시간만 있다면 마염곡을 손에 넣는 것도 어렵지 않을 것이야.”

서천우의 설명을 듣던 이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래, 어찌할 생각이냐?”

“무슨 일이 있어도 그냥 놓아줘선 안 됩니다. 그 놈을 가만두면 필시 더욱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질 겁니다. 사람들을 모아야겠어요.”

서천우 역시 같은 생각이었는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제안에 동의를 표했다.

“지금 네 지금 실력이라면 그 녀석을 잡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언제 출발할 생각이냐?”

이준이 동굴을 향해 손을 뻗자, 시커먼 송곳이 번개처럼 날아와 그의 손에 안착했다.

“지금이요.”

그 순간, 이준의 어깨가 파르르 떨리며 기이한 문양이 새겨진 화려한 날개가 등 뒤에서 솟아 나왔다. 뼈 날개가 움직이자 적막한 용암 세계 안에 자그마한 번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준의 살기 가득한 뒷모습을 바라보던 서천우는 수염을 만지작 거리며 이준의 뒤를 따랐다.

“쯧쯧……. 한샘 그 놈이 불쌍하게 여겨질 날이 올 줄이야. 약존 선생님께서 제자 하나는 참으로 잘 두었구나.”

* * *

천계의 탑 지하에는 본원의 장로 넷이 양반다리를 한 채 모두 눈을 감고 동굴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쉭-

그 때, 아래 쪽에서 돌연 천둥 소리가 터져 나오며 새까만 그림자 두 개가 동굴 밖으로 튀어 나왔다.

네 장로는 서천우와 이준의 모습을 보자마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용암 세계가 얼마나 무서운지는 그들 역시 모르는 바가 아니었으니, 혹시라도 무슨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을까 못내 걱정이 됐던 모양이었다.

“대장로님 먼저 불꽃주전자를 꺼내서 효과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한샘에 관련된 문제는 우선 천계의 탑이 제대로 가동되는지 확인하고 이야기해도 늦을 것 같지 않습니다.”

이준이 말을 마치기 무섭게 서천우가 싱글벙글 웃으며 네 명의 장로 앞에 불꽃 주전자를 내밀었다.

“자네들은 전부 불 속성 염력을 다루는 사람들이니 자네들의 염력을 넣어보게. 불꽃이 얼마나 일어나는지 좀 보자고.”

대장로의 명에 네 장로는 망설임 없이 주전자에 손을 댄 뒤 눈을 감고 몸 속 염력을 쏟아냈다.

곧이어 네 개의 짙은 불 속성 염력이 시냇물처럼 주전자 안으로 흘러 들어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구름불꽃을 향해 내려갔다.

펑!

그러자 구름불꽃의 표면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나오며 잔잔한 호수에 거대한 돌덩이를 던져 넣은 것 마냥 무형의 파동이 일어나 주전자 안으로 퍼져 나갔다.

잠시 후, 무형의 파동이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천계의 탑을 휘감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온 탑 안에 뜨거운 기운이 퍼져나갔다.

그 순간, 탑 안에서 조용히 수련하고 있던 학생들이 돌연 놀란 토끼 눈이 되어 가슴을 움켜 쥐었다. 갑자기 엄청난 불꽃의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미 구름 불꽃의 힘을 경험해 본 적이 있던 학생들은 가슴이 뜨거워지기가 무섭게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아차렸다.

“천계의 탑에 다시 불꽃이 생겼나 봐!”

탑이 재가동을 시작했다는 소식은 눈 깜짝할 새에 탑 바깥까지 전달 됐고, 이에 본원은 거의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서천우와 본원의 장로들은 탑에서 들려오는 환호소리에 서로 마주 보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보아하니 효과가 있는 모양이구나.”

서천우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있는 네 명의 장로들을 바라보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앞으로 불 속성 염력을 수련하는 장로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하겠어. 그래도 이 작은 녀석이 염력을 흡수하는 속도가 그리 빠르진 않으니, 장로들이 힘을 합친다면 충분히 천계의 탑을 가동할 수 있겠어.”

서천우의 말에 네 장로의 입가에는 어색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보아하니 앞으로 불꽃주전자 속에 있는 구름불꽃에게 에너지를 주입하느라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네 장로들이 울상이 되자, 서천우는 호탕하게 웃으며 이준을 향해 손짓을 하며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른 불 속성의 장로들에게도 말을 할테니 돌아가며 염력을 불어 넣어주게. 하하하. 이것도 수련의 일종이야. 힘을 소모하는 만큼 실력이 자라기 마련이니 자네들에게도 나쁜 것만은 아닐걸세.”

이준은 네 장로들을 향해 가볍게 눈 인사를 건넨 뒤 노인의 뒤를 따라 탑 밖으로 걸어 나갔다.

* * *

천년의 탑을 나온 서천우는 곧장 이준을 데리고 본원 깊은 곳에 위치한 장로 회의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서천우와 이준이 회의실에 들어가자 아라, 보람, 이찬, 그리고 이씨 가문 의 강자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잘 왔다.”

이찬이 가장 먼저 일어나 웃으며 인사를 건냈다.

이준도 가볍게 미소를 지은 뒤 곧바로 아라와 보람의 옆에 자리를 잡았다.

“그동안 별 일 없었지?”

“아직까지는 괜찮아.”

아라가 이마를 간지럽히는 머리카락을 살포시 넘기며 말했다.

잠시 후, 이준을 바라보던 아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질문을 던졌다.

“또 승급했어?”

이에 이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라의 실력은 서천우보다 한 수 위였기 때문에 한 눈에 그의 기운 변화를 눈치 챌 수 있었다.

“크흠. 사소한 얘기는 나중에 하고, 다들 모였으니 일 얘기부터 시작하자.”

이찬이 속닥이는 두 사람을 보고 헛기침을 하며 운을 떼자, 회의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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