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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380화 (380/818)

제380화. 전갈문 vs 독종

“흥, 어디서 데려온 놈인지는 몰라도 제법 쓸모 있는 놈을 데려온 모양이군. 하지만 결국 나를 쓰러뜨리지 못 한다면 독종은 전갈문에게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랫동안 준비해 온 계책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전필환은 크게 아쉬워 하지 않았다. 결국 독종과 전갈문 중 어느 쪽이 살아남을지는 아라와 자신 중 누가 더 강하느냐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말을 마친 그가 가볍게 지팡이를 휘두르자, 체내의 염력이 용솟음치고 그의 굽은 허리가 꼿꼿하게 펴지며 사방으로 강대한 염력이 뻗어 나갔다.

이에 맞서 아라가 차가운 표정으로 손을 움직이자, 그녀의 손톱이 확연히 길어지며 날카로운 검처럼 변화했다. 그녀의 손톱 끝에는 진한 보랏빛이 감돌고 있었다.

“다들 몸 조심해.”

아라는 고개를 돌려 이준에게 나지막이 한 마디를 던진 뒤 곧바로 전필환을 향해 몸을 날렸다.

전필환 역시 지지 않으려는 듯 주름이 가득한 손으로 지팡이를 휘두르며 아라를 향해 돌진했다.

두 투종 강자가 맞부딪히자, 마치 거대한 혜성 두 개가 맞부딪힌 듯 천지가 뒤흔들리며 거대한 파문이 일었다.

자리에 있던 강자들이 두 투종 강자의 맞대결에 시선을 뺏긴 사이, 전산이 전갈문의 장로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전갈문의 모든 이들은 명을 들으라, 지금 당장 저들을 죽이도록!”

전산의 명령이 떨어지자, 전갈문의 강자들이 일제히 함성을 터뜨리며 돌진했다. 그들의 몸에서는 형형색색의 염력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고, 온 산 위에 비릿한 독향이 가득했다.

독종의 강자들 역시 벽력처럼 고함을 지르며 앞으로 나아갔고, 이내 사방에서 굉음이 울려 퍼지며 하늘 위로 갖가지 색의 염력이 퍼져 나갔다.

쾅!

본격적인 전투가 시작되자, 이준은 곧바로 아라를 배신한 장로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더러운 배신자 놈들.”

이준의 살기등등한 표정에 두 장로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겉으로 보여지는 이준의 실력은 1성 투황 정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다음 순간, 이준이 온 몸에서 청록색 불꽃을 뿜어내며 입을 열었다.

“너희들을 빨리 정리하고 다른 곳을 도와줘야겠군.”

말을 마치기 무섭게 청록색의 불꽃이 이준의 혈관을 타고 흐르며 그의 온몸에서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터져 나왔다.

‘천계의 불꽃…!’

이준의 기운이 갑자기 폭발하자, 그를 무시하던 두 장로가 놀란 듯 두 눈을 치켜떴다. 그 때, 이준의 발 밑으로 은빛 섬광이 나타나더니, 그와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의 등 뒤에서 새카만 그림자 하나가 나타났다.

등 뒤에서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자, 두 사람은 곧바로 몸을 돌려 주먹을 뻗었다.

콰앙—

노인과 이준의 주먹이 맞부딪히는 순간, 천둥 소리와도 같은 굉음이 울려 퍼지며 사방으로 거친 바람이 퍼져 나갔다.

주먹을 주고 받은 두 사람은 제각기 두 걸음 정도를 뒤로 밀려났다.

이준의 공격에 맞선 장로의 실력은 4성 투황 정도로, 기껏해야 1성 투황 정도에 불과한 상대의 공격에 밀려났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얼굴을 붉힌 채 씩씩 거리며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조심하게. 아마 잠시동안 실력을 올려주는 비술 같은 것을 쓰는 모양이야. 시간을 끌다보면 실력이 떨어질거야. 그 때를 노려보세”

“좋아.”

곁에 있던 다른 장로의 말에 4성 투황 강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준을 노려봤다.

이준은 자신을 노려보는 두 사람을 보며 다시 한번 염력을 끌어 올렸다. 시간을 끈다면 자신에게 좋을 것이 없었다.

다음 순간, 그의 몸이 잔상을 남기고 사라진 뒤 눈 깜짝할 새에 다시 노인의 눈 앞에 나타났다.

눈 앞에서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듯한 이준의 속도에 4성 투황은 흠칫 놀라며 주먹을 휘둘렀다.

이준은 더욱 거세게 청록색 화염을 내뿜으며 상대에게 정면으로 맞섰다.

그의 수련법인 「불개」는 두 개의 천지의 불꽃을 흡수하며 이미 어지간한 고급 수련법 이상의 효율을 내고 있었고, 이에「천계의 불꽃」까지 시전한 그의 실력은 이미 어지간한 4성 투황을 뛰어넘어 있었다.

순식간에 염력을 끌어낸 이준은 그대로 몸을 날려 장로의 가슴팍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윽!”

이준의 번개 같은 공격에 가슴을 얻어맞은 장로는 새하얗게 질린채 신음 소리를 내뱉었다.

상상 이상의 속도 앞에 간담이 서늘해진 장로는 재빨리 염력 날개를 뻗어 빠르게 후퇴했지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다시 한번 이준의 주먹이 그의 가슴을 향해 날아들었다.

“태초의 힘!”

곧이어 이준의 주먹에서 묵직한 폭발음이 일며 노인의 입에서 새빨간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기이하게도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피는 바닥으로 떨어지지 않고 붉은 화살이 되어 이준을 향해 날아갔다.

상대의 피가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들자, 이준은 잽싸게 입을 벌려 청록색 불꽃을 토해냈다.

그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뜨거운 화염이 피화살과 맞닿는 순간, 붉은 색 화살이 연기를 일으키며 비릿한 냄새가 풍겨 나왔다. 피 속에 맹독이 들어 있었던 모양이었다.

이준의 공격에 당한 장로는 실이 끊어진 연마냥 힘없이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순식간에 투황 한 명이 목숨을 잃는 광경에 곁에 있던 다른 장로는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스물 남짓한 1성 투황이 이토록 강하다는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종주님께서 저 자를 여기까지 불러온 이유를 알겠군…”

혼란스러운 전장에서 순식간에 한 명의 투황 강자가 목숨을 잃는 광경에 독종 사람들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속으로 이준의 실력에 의구심을 품고 있던 일부 강자들도 한시름 놓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반면 전갈문의 강자들은 완전히 사색이 되어 주먹을 불끈 쥔 채 이를 갈고 있었다. 제 아무리 강대한 세력을 가진 전갈문이라 하더라도 투황 강자를 잃고도 아무렇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남은 한 명의 장로를 바라보던 이준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리자, 상대의 이마에서 비 오듯 식은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빨리 처리해주지……”

하지만 노인은 겁을 먹은 듯 움찔 거리면서도 이를 악물고 염력을 끌어 올렸다. 싸우다 목숨을 잃을지언정 이 자리에서 달아날 수는 없었다.

독종을 배신하고 전갈문에 붙은 자신이 이 자리에서 꽁지를 빼고 달아난다면 독종에도, 전갈문에도 자신의 자리가 남아 있지 않을 것이 불 보듯 뻔했기 때문이다.

결국 피할 수 없다면 능력이 닿는 데까지 싸워볼 수밖에 없었다.

노인의 주름진 손이 춤을 추듯 움직이자, 신속하게 7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지네가 생겨났다. 불길하기 짝이 없는 흉흉한 기운을 내뿜는 지네의 새카만 껍질이 햇볕을 받아 섬뜩한 빛을 발했다.

노인은 지네가 완성되자마자 자신의 혀끝을 깨물어 피를 낸 뒤 그것을 지네에게 뱉어냈다. 그의 피가 지네에게 스며들자, 지네의 껍질이 순식간에 붉은빛으로 변화하며 더욱 불길한 기운을 내뿜었다.

“가라!”

흉측한 붉은 지네는 노인의 명령에 따라 수 백개의 다리를 꿈틀대며 빠르게 목표물을 향해 날아갔다.

무표정한 얼굴로 거대한 지네를 바라보던 이준은 곧바로 염력을 끌어올리며 두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산의 힘!”

다음 순간, 힘찬 고함 소리와 함께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혈관을 타고 흐르던 염력이 손바닥에 모여 들더니, 이내 눈을 찌르는 듯한 강렬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쾅!

지네와 이준의 손에서 터져 나온 눈부신 섬광이 충돌하는 찰나, 묵직한 폭발음이 울려 퍼지며 새빨간 지네가 산산조각나 사방으로 검붉은 피를 뿌려댔다.

거대한 지네가 일격에 박살나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말문이 막힌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 때, 노인의 등 뒤로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나타나더니 번개같이 노인의 머리와 가슴을 향해 사정없이 주먹을 날려댔다.

“크윽!”

곧이어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노인의 입에서 새빨간 선혈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노인의 등 뒤에서 펄럭이던 염력 날개가 희미하게 깜빡이기 시작했다. 염력이 바닥난 것이다.

노인의 등 뒤에서 염력 날개가 사라지자, 그의 몸이 바닥을 향해 수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준은 무심한 표정으로 피를 토하며 추락하는 노인을 바라보며 곧바로 저장반지 속에서 연금비약 몇 알을 꺼내 입안으로 밀어 넣었다.

투황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산의 힘을 사용하자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연금비약을 삼킨 이준은 빠른 속도로 염력이 회복되는 것을 느끼며 다시 한 번 지상을 향해 떨어지고 있는 노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상대는 치명상을 입었을 뿐 완전히 목숨이 끊긴 상태가 아니었다.

하지만 막 상대의 숨통을 끊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 그의 등뒤에서 역한 독향과 함께 섬칫한 기운이 느껴졌다.

정체불명의 기운은 조금 전 쓰러뜨린 상대와 비교조차 할 수 없이 강했다. 전갈파에 이런 힘을 가진 자는 전필환을 제외한다면 단 한명, 전갈문의 문주인 ‘전산’뿐 이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이준의 발 밑에서 눈부신 은빛 섬광이 터져 나왔다.

슉!

이준의 발밑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오기 무섭게 날카로운 염력이 그의 등허리에 꽂혔다. 하지만 음산한 푸른 빛의 염력은 아무런 소리 없이 그대로 이준의 몸을 뚫고 지나갈 뿐 이었다.

“잔상인가?”

푸른 염력이 상대의 몸을 관통하자, 전산의 미간에 곧바로 주름이 잡혔다.

퍽-!

아래를 바라보니, 어느새 이준이 추락하는 노인을 따라잡아 그의 머리에 주먹을 꽂아 넣고 있었다.

“너 이 자식!”

이준의 주먹에 머리통이 으깨진 노인의 눈과 코, 그리고 입과 귀에서는 검붉은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네 놈! 대체 누구냐!”

노인의 숨통이 끊어지자, 흥분한 전산이 염력으로 기다란 봉을 만들어 내며 소리쳤다.

이를 바라보던 이준은 짐짓 여유로운 척 웃음을 지으며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봤다. 이미 상당한 힘을 소모했지만, 더욱 강한 상대를 앞에 두고 지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전쟁은 점점 치열해졌고, 계속해서 누군가가 부상을 당해 뒤로 빠지는 것이 보였지만, 여전히 양쪽 모두 한치도 물러서지 않은 채 팽팽한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상대가 자신을 향해 씨익 웃음을 지어보이자 더욱 화가 난 전산은 자신의 저장 반지 속에서 파란 호각을 꺼내들었다.

삐익-

귀를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호각 소리에 이준은 곧바로 고개를 돌려 주변을 둘러봤다. 분명히 무언가에 신호를 보낸 것 같기는 했지만, 아직까지는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산골짜기에서 날카로운 바람 소리가 일며 거대한 무언가가 안개를 뚫고 모습을 드러냈다.

새하얀 안개를 뚫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얼핏 봐도 십 미터가 넘는 커다란 전갈 이었다.

전갈의 등 뒤로는 거대한 날개 네 개가 달려 있었고 털복숭이의 새까만 다리를 갖고 있었으며, 사람 다리만한 날카로운 집게발이 달려있었다. 기다란 꼬리가 움직일 때마다 날카로운 꼬리 끝에서 섬뜩한 빛이 번쩍였다.

갑자기 나타난 거대한 전갈은 순식간에 모든 이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하늘 전갈? 어떻게 저게 여기에 있지?!”

독종의 강자들 중 누군가가 외치자, 이준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그가 아는 바로는 ‘하늘전갈’은 투기대륙에 몇 되지 않는 6레벨 마수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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