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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367화 (367/818)

제367화. 위엄

다음 순간, 낙안성의 등에서 눈부신 빛이 터져 나오며 눈 깜짝할 사이에 이준을 따라잡았다.

하지만 이준의 몸에서 청록색 불꽃이 흘러나오자, 주변의 온도가 치솟으며 그를 향해 날아오던 금색 염력이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천지의 불꽃인가?”

상대의 몸을 둘러싼 청록색 불꽃을 발견한 낙안성은 더 이상 다가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손을 휘둘러 날카로운 황금빛 염력을 쏘아냈다.

낙안성의 금빛 염력이 자신의 목을 향해 날아들자, 이준은 화들짝 놀라 또 다시 뒤로 몸을 날렸다.

“어딜 도망가려고?”

낙안성은 뒤로 빠지는 이준을 보며 다시 한번 빠르게 몸을 날렸다.

곧바로 자신을 쫓아오는 낙안성의 모습에 이준의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번개의 춤을 수련한 후 이렇게 간단히 자신을 따라잡은 자는 낙안성이 유일했다.

“하하. 네놈에겐 아까운 무투기군. 우리 금안종의 ‘철새의 날개’에 버금갈 정도라니.”

은빛 섬광을 뿜어내며 번개처럼 달아나는 이준을 바라보던 낙안성의 눈빛이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왜? 포기인가?”

꽁지가 빠져라 달아나던 이준이 갑자기 멀지 않은 곳에서 멈춰서자, 낙안성은 곧바로 금빛 장검을 뽑아들었다. 하지만 낙안성이 막 손을 휘두르려는 순간, 이준의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걸렸다.

“산의 힘!”

순간 우렁찬 고함 소리와 함께 이준의 손바닥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터져 나왔다.

쾅!

곧이어 벼락 같은 폭음이 천지를 뒤덮으며 사방으로 해일 같은 파문이 퍼져나갔다.

이준의 손바닥에서 에너지가 터져 나오는 순간, 낙안성의 온 몸에서 눈부신 금색 섬광이 새어나오며 그의 몸을 뒤덮었다.

하지만 낙안성의 몸 위에 휘황찬란한 금색 갑옷이 나타나기 무섭게 상대의 손바닥에서 더욱 거대한 에너지가 폭발했다.

미칠 듯이 휘몰아치는 에너지에 금색 갑옷이 부서지며 낙안성의 입에서 붉은 피가 쏟아져 나왔다.

낙안성의 입에서 검붉은 선혈이 새어나오자, 아래쪽에서 두 사람의 대결을 바라보던 수 천 명의 사람들이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던 모란종의 두 장로는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자신들의 충고를 무시한 낙안성을 비웃을 뿐 이었다. 평범한 투황이 아니라는 자신들의 말을 믿었더라면, 이런 결과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이 놈이!”

금색의 염력 갑옷이 완전히 산산조각나려는 찰나, 갑자기 낙안성의 몸이 태양처럼 빛나며 그의 전신에서 수 십개의 날카로운 금색 가시가 돋아났다. 온 몸에 가시가 돋아난 낙안성의 모습은 마치 황금색 고슴도치 같았다.

곧이어 낙안성의 등에서 거대한 금빛 날개가 솟아나며 양손에서 금빛 장검이 솟아났다.

이에 이준은 또 다시 몸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낙안성의 속도 역시 만만치 않았기에 상대의 공격 범위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고, 낙안성은 미친 사람마냥 양손의 금빛 장검을 휘둘러대며 이준의 뒤를 쫓았다.

아슬아슬하게 낙안성의 공격을 피하던 이준이 바닥을 향해 손을 휘두르자, 시커먼 송곳이 한줄기 빛처럼 날아와 그의 손바닥에 안착했다.

챙! 챙!

이준은 검은 송곳을 손에 쥐자마자 미친 듯이 송곳을 휘두르며 낙안성의 쌍검을 막아냈다. 그러나 상대의 공격을 받아낼 때 마다 손바닥이 저려오며 송곳을 잡은 손에서 힘이 빠져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투종 강자의 광기어린 공격 앞에 요새 위에 있던 이들도 바짝 긴장하며 마른 침을 삼켰다.

한편, 이준과 낙안성의 전투가 더욱 격렬해짐에 따라 메두사와 독종 종주간의 전투도 더욱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동생! 꼭 버텨야 하네!”

동해를 비롯한 이들은 하나 같이 주먹을 꽉 쥔 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이준을 지켜봤다. 그 사이 이준의 몸에는 벌써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겨나고 있었다.

쨍!

얼마 지나지 않아 낙안성의 쌍검과 이준의 검은 송곳이 맞부딪히며 불꽃이 일었다. 곧이어 낙안성이 갑작스럽게 손목을 돌리자, 검은 송곳이 이준의 손목을 벗어나 허공으로 날아갔다.

퍽!

상대의 손에서 무기가 날아가기 무섭게 낙안성의 무릎이 번개처럼 이준의 복부를 가격했고, 이에 이준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하며 그의 입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왔다.

퍽!

하지만 이준은 피를 흘리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주먹으로 낙안성의 복부를 가격한 뒤 또 다시 뒤로 몸을 날렸다.

“어딜 도망가려고?”

은빛 섬광과 함께 이준의 몸이 사라지자, 곧바로 금빛 섬광이 번뜩이며 낙안성의 몸 역시 자취를 감췄다.

잠시 후,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은빛 섬광이 번뜩이며 검은 망토를 두른 청년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번개의 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실로 번개와도 같은 속도였다.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이준의 무시무시한 속도에 경악을 금치 못하며 마른 침을 집어삼켰다. 그러나 다음 순간, 금빛 섬광이 그의 등 뒤에 나타나 주먹을 휘둘렀다.

“쿨럭!”

또 다시 이준의 입에서 붉은 피가 터져 나오자, 참다 못한 이정이 동해를 바라보며 다급하게 외쳤다.

“동해 선생님!”

이정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동해의 등 뒤에서 차가운 냉기를 내뿜는 백색 날개가 솟아났다.

이와 거의 동시에 낙안성의 주먹이 다시 이준의 등을 내리찍었고, 이내 시커먼 망토를 두른 사람의 형상 하나가 수직으로 지상을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 * *

까마득한 상공에서 지상으로 추락하는 검은 점 하나를 향해 백색과 금색의 두 빛 덩어리가 동시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동해의 속도는 결코 낙안성에 미칠 수 없었으니, 새하얀 점이 성벽을 떠난지 얼마 되지 않아 금색 섬광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검은 형상에 도달하고 말았다.

하지만 낙안성이 막 상대의 머리채를 붙잡으려 손을 뻗는 찰나, 갑자기 이준이 몸을 뒤집어 낙안성의 가슴팍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순간, 무언가를 발견한 동해가 곧바로 등을 돌려 요새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콰아앙!

곧이어 고막을 찢을듯한 굉음과 함께 열기를 머금은 폭풍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청록색 화염이 거대한 폭발을 일으키며 만들어낸 폭풍에 요새 밖에 있던 수 천, 수 만의 병사들이 일제히 쓰러지며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대열을 갖춘 뒤 고개를 들자, 하늘 위에 불꽃으로 만들어진 구름이 겹겹이 쌓여 있는 것이 보였다.

공중에 떠 있던 세 투종 강자들마저 물결치는 불꽃 파도를 보며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고 말았다.

“괜히 불의 연맹주가 아니군.”

아래쪽에 내려가 있던 모란종의 두 장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속닥였다.

“낙안성 그 인간은 어떻게 됐을지 모르겠군. 이 정도의 위력이라면 투종 강자도 멀쩡하긴 힘들 것 같은데.”

성벽 쪽으로 달아나던 동해는 고개를 돌려 바닥으로 떨어지는 이준을 바라보고는 다시 방향을 틀어 빠르게 그를 향해 날아갔다.

“동생, 괜찮은가?”

“쿨럭.”

이준은 날개를 펄럭이며 허공에 멈춰선 채 창백해진 얼굴로 간신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괜찮습니다…”

이준은 괜찮다는 듯 손을 저어보이며 저장반지에서 약병을 꺼내 상처 부위에 쏟아 부었다.

낙안성의 공격에 당한 크고 작은 상처가 아물기 시작하자, 그는 곧바로 염력을 회복하는 연금비약을 꺼내 입안에 던져 넣었다.

“너무 위험 부담이 큰 것 같은데…”

이를 지켜보던 동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쩔 수 없죠. 상대는 투종이니까요. 그래도 운산 때 보다는 낫잖아요.”

이어지는 이준의 말에 동해는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확실히 운남종과의 사투 때 보다는 나았지만, 그렇게 담담하게 말할 정도의 부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자식은 죽은 건가?”

“글쎄요…화련이 강력하다고는 해도, 상대가 투종이니 죽지는 않았겠죠. 그래도 부상 정도는 입지 않았을까요?”

이준이 피식 웃음을 짓자, 동해 역시 못 당하겠다는 듯 웃음을 짓고 말았다.

그 순간, 하늘을 뒤덮은 두터운 불꽃 구름에서 거대한 파문이 일며 그 안에서 금빛 섬광에 둘러싸인 낙안성이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의 날개는 듬성듬성 털이 빠져 볼품없기 짝이 없었고, 옷가지는 넝마나 다름없이 너덜너덜하게 찢겨 있었다. 낙안성의 이마에는 검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입가에도 핏자국이 가득했다. 한 눈에 보기에도 큰 부상을 입은 듯한 모습이었다.

간신히 화염 속에서 벗어나온 낙안성은 이준 쪽을 한번 바라보고는 분을 참지 못 하고 부들부들 떨다가 결국 몸을 돌려 달아나고 말았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이준을 찢어죽이고 싶었지만, 지금 상태로 전투를 벌였다가 가한제국 측의 강자들에게 협공이라도 당하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이준 역시 낙안성을 죽이고 싶은 마음은 마찬가지였지만, 함부로 그의 뒤를 쫓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부상을 치유하는데 집중했다.

메두사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두 투종 강자가 뿜어낸 염력이 어지러이 뒤엉키며 폭발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후우…”

사투를 벌이는 두 투종을 바라보던 이준은 천천히 숨을 고른 뒤 자신의 청록색 날개를 펄럭여 상공으로 올라갔다.

“종주님. 모란종과 금안종의 종주들은 더 이상 전투에 참여할 수 없습니다! 이제 무익한 싸움을 그만두고 돌아가 주시지요!”

하지만 이준의 외침에도 두 사람은 귓구멍이 막힌 듯 살기로 눈을 번쩍이며 미친 듯이 서로를 공격해댔다.

상대가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이준은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지금 상태로 투종의 전투에 끼어들었다가는 무슨 일을 당할지 몰랐기에 함부로 가까이 가기도 어려웠다.

하지만 이준이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방해가 됐던 탓인지, 독종 종주의 움직임이 조금씩 둔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기회를 잡은 메두사는 곧바로 독사처럼 상대의 가슴을 향해 손을 뻗었다.

“퉤!”

메두사의 일격을 맞은 백발의 여인은 입에서 붉은 피를 뱉어냈고, 그와 동시에 그녀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화살처럼 메두사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피가 날아올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메두사가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그것을 막아내자, 검붉은 혈액이 순식간에 그녀의 손바닥 안으로 스며들었다.

이 모든 일은 그야말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졌고, 두 사람은 순식간에 서로에게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거리를 벌렸다.

백발의 여인은 자신의 피가 상대의 몸 속으로 들어간 것을 보고는 싸늘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메두사와의 격전에 의해 얼굴을 가리고 있던 면사포가 떨어져 내린 것을 알아차린 순간, 그녀의 얼굴이 전에 없이 시커멓게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검은 면사포가 바람에 날려 날아가는 찰나, 이준의 표정 역시 상대 못지 않게 크게 일그러졌다.

“아라, 너였어?!”

청산 마을에서 ‘소의선’으로 불리며 사람들을 구해주던 자신의 친구가 가한제국을 침략한 연합군의 수장이라는 사실에 이준은 뒷통수를 망치로 얻어맞은 듯 정신이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을 부르는 이준의 목소리에 백발 여인의 회보랏빛 눈동자가 갈 길을 찾지 못 하고 이리저리 구르다 아래를 향했다.

“아라가 누구지? 사람 잘못 본 것 같군.”

“웃기지마!”

상대가 시치미를 떼며 되묻자, 이준이 버럭 화를 내며 고함을 질렀다.

“대체 왜 이러는거야? 너도 가한제국 사람이잖아. 왜 이런 전쟁을 일으킨 거냐고?”

이에 백발의 여인은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가 알던 아라는 이미 죽었어. 지금의 나는 독종의 종주, 천예슬이다.”

자신을 냉담하게 응시하는 상대의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이준의 심장이 쿵하고 떨어져 내렸다. 분명 예전의 그녀는 자신의 몸 상태를 알면서도 부상당한 용병들을 치료해주는 착한 사람이었고, 자신의 감정을 꽁꽁 숨기며 다른 사람이 자신으로 인해 상처 받는 일이 없게 하려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내가 말했었잖아. 이게 운명이야.”

“재난독체라고 해서 치료제가 없는 것도 아니잖아. 넌 지금 스스로 지옥 불에 뛰어들고 있다고!”

“누구든지 날 건드리면 죽음에 이른다. 그 동안 내가 무슨 일을 겪었는지 상상조차 하지 못 하겠지.”

아라의 목소리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가한제국을 처음 떠날 때만 해도 재난독체를 극복할 방법이 있다고 믿었지만, 현실은 잔혹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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