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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354화 (354/818)

제354화. 마주친 사건

“카은 아저씨, 걱정 마세요. 제가 잘 보호해드릴게요. 가한제국 내에서는 누구도 감히 건들지 못할 겁니다.”

이준의 자연스러운 호칭에 카은은 멈칫했고, 금세 쓴웃음 지으며 말했다.

“신사분의 호의는 너무 잘 받았습니다. 하지만 뱀굴용병단은 같이 싸울만한 상대가 아니니 아무래도 저희 둘이 막고 있는 동안 어서 도망가시지요.”

“크큭. 어딜 간다고? 날 때려놓고 가긴 어디를 가? 누가 쉽게 보내준대?”

흉터 있는 남자는 섬뜩하게 웃으며 빠르게 품 속에서 화약통을 꺼내 치켜 올렸고, 신호탄이 하늘 위로 날아오르며 폭발했다.

“청산 마을의 입구는 전부 우리 뱀굴용병단이 막고 있는데 어딜 가겠다는 소리지?”

신호탄이 발사되자 흉터 난 남자는 안색이 더욱 창백해진 두 사람을 보며 씩 웃었다.

“저 계집애를 빼고 모조리 죽여버려!”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얼굴에 칼 자국이 있던 남자 주변인들이 빠르게 흩어지며 허리춤에서 날카로운 무기들을 꺼내 이준을 적대감 가득 찬 눈빛으로 쳐다봤다.

이준은 앞으로 몰려오는 열댓 명을 보며 한 걸음 다가간 뒤 소리쳤다.

“한 발자국이라도 더 가까이 오는 놈들은 죽는다.”

이준의 말은 열댓 명 사람들의 비웃음만 샀다. 그들은 서지 않고 앞까지 걸어왔다.

이에 이준은 한숨을 푹 쉬며 냉랭한 모습으로 손가락을 굽혀 무형 불꽃을 만들어냈다.

치익! 치익!

그때 불꽃이 나타나더니 순식간에 십여 미터 거리까지 날아갔고 이준을 향해 밀려오던 열 몇 명의 사람들은 몸이 굳어버리며, 모두가 보는 앞에서 잿더미가 되어버렸다.

소란스럽던 그곳은 순식간에 침묵이 흘렀다. 보통 사람들이 눈 두 번 깜빡거릴 사이에 상대의 모습이 잿더미로 변한 걸 확인했다.

험한 기운을 자랑하던 칼자국 난 남자 역시도 입을 떡 벌리고는 경악에 찬 눈빛으로 이준을 응시했다. 한참 후에야 정신 차린 그는 다급하게 후퇴했다. 그는 몸을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다 땅에 엉덩이를 박았다. 그는 충격에 찬 모습이었다.

“너, 너…… 도대체 뭘 한 거야?”

이준이 공격을 펼치던 그때 조금의 염력 파동도 느끼지 못한 그였기에 순식간에 용병단원들이 잿더미가 되어버린 광경에 그는 어안이 벙벙했다.

흉터 난 남자가 외치자 카은과 하엘도 정신이 들어 이준을 바라보며 안색이 점차 활기를 되찾았다. 우연히 마주친 어린 남자가 이리도 뛰어난 실력을 가진 걸 보면 아무래도 희망이 있어보였다.

이준은 냉담하게 뒷걸음질 치는 흉터 난 남자를 바라보고는 손바닥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그는 손바닥을 상대를 향해 조준했고, 손바닥에서 무형의 불꽃이 발사 되었다.

치익!

순식간에 상대의 몸은 이글거리는 불꽃이 휩싸였고 순식간에 재가 되어 사라져버렸다.

흉터 난 남자마저도 잿더미가 되어버리자 거리에 있던 이들은 등골이 오싹해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쳐댔다. 그제서야 사람들은 이준이 호기롭게 나선 게 아니라 뱀굴용병단을 무시할 자격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성가신 사람들을 해결하고는 이준은 손을 툭툭 털었다. 열댓 명의 생명이 날아갔지만 전혀 흔들림 없어 보이는 모습은 잔인하기 짝이 없었다. 누굴 죽이는 데에 큰 부담이나 죄책감이 없는 모습이었다.

이준은 고개 돌려 카은과 라엘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카은 아저씨, 오랜만이에요. 아직 청산마을에 남아계실 줄은 몰랐는데.”

카은이 어리둥절해 하던 그때 라엘이 그의 곁에 다가가 소근댔다.

“아저씨. 저 사람이요, 예전에 늑대머리용병단을 멸망 시켰던 이준이랑 엄청 닮지 않았어요……?”

라엘의 말에 카은은 번뜩 기억이 떠올라 놀란 눈으로 이준을 응시했다. 세월이 흐르며 깊이 묻혀 있던 기억이 빠르게 되살아났다. 마침내 소년의 귀염스런 얼굴과 이준의 모습이 겹쳐졌다.

“이준, 자네란 말이야?”

당황한 기색이 짙어진 그였다. 당시 이준은 해봤자 무투사 계급도 안 되던 투사에 불과했다. 그런 그가 열댓 명의 투사와 무투사 한 명까지 잿가루로 만들어버릴 정도의 강자가 됐다니. 믿기 어려웠다.

이준은 미소를 띠며 끄덕였다.

이준이 끄덕이자 카은의 얼굴에 기쁨이 차올랐다. 그도 잠시, 카은은 순간 무언가 망설이더니 이내 이를 악 물고 그의 앞에서 무릎을 꿇으며 애원했다.

“준아. 흑표용병단이 지금 큰 어려움에 처했단다. 제발 이번 한 번만 어떻게 도와줄 수 없을까? 앞으로 네가 시키는 건 다 할 테니 말이다.”

머릿속이 복잡하던 라엘도 입술을 잘근대더니 뒤이어 함께 무릎을 꿇었다. 흑표용병단을 살리기 위해서 그의 도움이 간절했다.

‘그러고 보니 이준이란 이름이 요즘 소문 자자하던 불의 연맹주 이름이랑 똑같네. 그렇지만 그 연맹주는 전설 속 투종 강자랑도 싸워 이긴다는 실력자라고 하니 그냥 동명이인인 거겠지.’

라엘은 문득 눈을 반짝이며 생각했다. 이준이란 이름을 가진 사람은 가한제국만 해도 수백 명 넘을 테니 동일 인물이 아닐 가능성이 가장 크다 생각하는 라엘이다.

이준은 손을 뻗어 두 사람을 일으킨 다음 조용히 물었다.

“저 뱀굴용병단 떄문이죠? 저 녀석들 실력이 어느 정도인데요?”

카은은 황급히 끄덕이며 말했다.

“저 녀석 단장이 6성 투령 강자고 실력이 상당해. 이 청산마을에서 상대할만한 인물이 없을 정도야. 혹시 이준 자네……”

“6성 투령이면……”

이준은 잠깐 신음하더니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카은 아저씨, 제가 천둥산에 들어가 봐야 해서 사실 오래 시간 쓰기는 힘들고요.”

이준의 답을 들은 카은의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의 몸은 힘이 쭉 빠져버렸고 라엘도 주먹을 불끈 움켜쥐며 신세를 한탄했다. 그 동안 쌓아온 정도 투령 강자 앞에서는 아무런 힘이 없다는 생각에 절망했다.

“일단 이 병 다섯 개를 드릴게요. 혹시 뱀굴용병단 단장을 만나면 바로 염력을 가동해 하나를 던져보세요.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이 옥병으로는 저랑 연락을 할 수 있으니 정말 생사의 위험이 있을 때 깨뜨리시면 제가 와서 도와드릴게요.”

카은은 멍하니 옥병을 건네 받고는 놀란 얼굴을 했다. 이 작은 병 하나도 뱀굴용병단 단장을 상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오늘은 일이 있어 이렇게 인사 드리지만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또 뵐 수 있을 거예요.”

이준은 천천히 웃음 짓고는 카은의 정신이 돌아오기도 전에 빠르게 사라져버렸다.

“헉.”

갑자기 사라진 이준의 모습에 카은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고개 숙여 옥병을 바라보고는 빠르게 이준이 사라진 곳을 향해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는 라엘을 데리고 빠르게 흑표용병단이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

그의 직감이 강렬하게 발동했다. 이준이 알려준 대로만 실천하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끝없이 펼쳐진 숲의 바다 위로 바람이 불어오며 잎은 파도 치는 것처럼 휘날렸다. 찰랑이는 소리는 진짜 파도 부서지는 소리처럼 산골짜기에 온통 울려 퍼졌다.

숲의 위쪽에 서 갑자기 바람 소리가 일어났고 뒤이어 세 까만 형체가 날아가다 한 자리에 멈춰 서서 아래를 응시했다.

오랜 세월 와보지 않은 그 곳의 지형은 변해 있었다. 작은 산골짜기의 높이도 조금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이준이 찾는데 오래 걸릴 만도 했다.

아래쪽을 쭉 훑어보던 이준은 잠시 후 눈을 반짝이며 등 뒤 날개를 펼쳤고 산이 모여 있는 곳 사이의 작은 틈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했다. 메두사와 보람도 위치를 확인한 뒤 재빨리 쫓아갔다.

머지않아 이준은 산봉우리 중간에 도착했다. 그는 시선을 아래로 떨군 뒤 잠시 한 숨 돌렸다. 아래쪽에는 산봉우리 사이의 빽빽한 수풀로 가려져 있는 길 없는 산골짜기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며 이준은 깊은 숨을 들이 쉬었다. 벌써부터 특유의 짙은 약초 향이 선명하게 올라왔다.

“약초 냄새가 예전보다 훨씬 진하네. 역시 보물의 땅이야!”

이준은 기쁨에 찬 눈으로 산골짜기를 바라보고는 메두사 쪽 두 사람을 향해 손짓했다. 이윽고 그는 불꽃 날개를 펼치며 산골짜기 아래로 날아갔다.

우선 네 면의 절벽에 발을 디딘 후 산골짜기 밑으로 내려가려던 참이었다. 그때 바람을 타고 날카로운 원기 바람이 폭발적으로 날아왔다.

이준은 눈썹을 일그러뜨리며 손가락을 굽혔다. 웅장한 청록색 염력이 그의 손가락에서부터 터져 나왔고 날아오는 물체와 강하게 부딪혔다.

“키아악!”

두 물체가 충돌하기 무섭게 검은 형태에서 처참한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상대는 빠르게 후퇴했다. 자세히 보니 온 몸이 새까맣고 뒤에 두 날개를 단 마수였다.

마수는 이준의 공격에 놀랐지만 도망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하늘을 배회하며 그들을 위협하는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토해냈다.

“여기에서 갑자기 4레벨 마수를 만날 줄이야. 이 산골짜기의 희귀한 약재들 때문에 찾아온 녀석인가?”

이준은 공중에서 선회하는 마수를 보며 중얼거렸다. 이어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마수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는 바로 산골짜기 안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하늘을 맴돌던 마수도 이준을 보고 두 눈을 새빨갛게 붉히며 따라 내려갔다.

“꺼져!”

바닥에 발을 붙인 이준은 눈썹을 찌푸리며 소매를 휘둘렀고, 거대한 원기가 몸에서 터져나오며 마수에게로 부딪혔다. 마수 몸에 붙어 있던 털은 우수수 떨어졌다.

“끼기이익!”

세찬 공격에 가격당한 마수는 공황에 빠진 듯 허둥지둥 날개를 퍼덕였다. 그러나 여전히 도망가지 않고 공중을 선회하고 있었다.

“키아악!”

걸리적거리던 마수가 황급히 달아났고, 이준은 그제서야 천천히 산골짜기를 둘러봤다. 그런데 얼마 보지도 못했을 그때, 돌연 낮은 울음소리가 진동했다. 순식간에 마수들이 튀어나오며 이준을 포위했다.

“4레벨 바람표범마수가 여기는 어떻게 들어왔지? 게다가 이렇게나 많이……”

이준은 자신을 빽빽하게 둘러싼 흉악한 마수를 보며 의문에 휩싸였다. 대체 이 산골짜기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단 말이가?

이준은 잠시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때 두 형체가 순식간에 이준 옆에 나타났다.

“헤헤. 여기 진짜 좋은 곳이잖아? 이 작은 공간에 보물재료들이 이렇게나 많이 숨어 있을 줄이야…… 게다가 에너지 농도도 훨씬 짙어.”

보람은 사방을 둘러보더니 씩 웃으며 말했다. 방대한 에너지를 품고 있는 희귀 약재들을 특수 탐지능력으로 금방 찾아낸 것이다.

메두사도 뒤따라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는 사방을 에워한 바람표범마수를 보며 눈썹을 치켜 올리며 소리쳤다.

“꺼져라!”

청아한 목소리에 이상하리 만치 강한 위압감이 실려 퍼져 나갔고 눈이 충혈돼 씩씩거리던 마수들도 공포를 느꼈다. 그들은 한참이나 고민하더니 마침내 묵직한 울음소리를 내며 그들 곁을 떠나버렸다.

“내 위협에도 감히 주저하다니, 이상하군.”

천천히 물러서는 바람표범마수를 보며 메두사는 이상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투종 단계의 실력으로는 4레벨 마수는 물론 그보다 더 높은 마수들도 위협을 느끼고 꽁무니 빼는 게 당연했지만, 조금 전 그들은 한 순간이나마 버티고 서있던 것이다.

“원래 이쪽에 마수 같은 건 없었거든. 몇 년 사이에 이렇게 변할 줄이야.”

이준은 웃었지만 속으로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그리 깊이 생각하지않고, 그저 주변을 조금 더 자세히 살폈다. 그들이 걸음을 옮겨 산골짜기 깊은 곳으로 걸어가자 그의 기억 속에 남아 있던 그곳에는 분명 작은 초가집이 있었다.

메두사와 보람도 그를 따라 걸었다. 한편 메두사는 의문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걸어가는 도중 계속해서 주변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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