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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341화 (341/818)

제341화. 비장의 무기

“삼단 사슬!”

머리 위를 맴돌던 세 개의 사슬이 바람을 가르며 날아드는 찰나, 약로가 손가락을 튕겨 다섯 개의 하얀 불꽃을 쏘아냈다. 약로가 쏘아낸 다섯 개의 불꽃이 사슬과 맞부딪히자, 날카로운 금속성이 광장 곳곳에 울려 퍼졌다.

쇠사슬과 새하얀 화염이 맞부딪힐 때 마다 느껴지는 엄청난 한기와 열기에 도영호는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집어삼켰다.

‘빌어먹을…호법 세명이 달려들어도 붙잡을 수 없는 이유가 있었군. 이 정도로 강할 줄이야.’

“운산, 빨리 이준을 처리해!”

그 순간, 약로의 몸을 뒤덮은 하얀 불꽃이 더욱 더 짙은 열기와 한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이 놈…! 감히 나를 앞에 두고도 내 제자를 해하려 해?”

그리고 약로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광장안에 울려 퍼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운산의 손에 짙은 청색의 장검이 나타났다.

장검은 유난히 어두운 청색을 띠고 있어 빛을 받아도 반짝이지 않았고, 장검의 주위에서는 격렬한 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상대의 손에 들린 장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범상치 않은 힘을 느낀 이준은 이에 맞서기 위해 필사적으로 염력을 끌어 올렸다.

“검의 회오리!”

다음 순간, 운산의 장검 주위로 날카로운 돌풍이 일며 섬칫한 소리를 토해냈다.

하지만 푸른 장검이 허공을 가르고 이준을 향해 날아드는 순간, 이준의 몸에서 천지를 뒤엎을 것만 같은 강렬한 힘이 터져 나왔다.

“산의 힘!”

청색 장검이 섬뜩한 바람 소리를 토하며 사냥감을 향해 날아가는 순간, 허공 위로 방대한 양의 인이 떠오르며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쾅!

곧이어 막대한 에너지를 가진 운산과 이준의 무투기가 공중에서 충돌을 일으키면서 벼락같은 폭발소리가 터져 나왔다.

두 개의 힘이 충돌한 자리에서는 마치 해일이 일어나듯 거대한 파문이 일었고, 실체화된 에너지가 힘 겨루기를 시작하자, 이내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두 개의 기운은 미칠 듯이 서로를 침범하다가 산산이 흩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지랑이처럼 일그러졌던 공간이 제 모습을 되찾았다.

청록색과 청색의 에너지가 사라지고, 그 후폭풍마저 가라앉자, 마침내 그 뒤에 서있던 두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준의 두 팔 위에는 혈흔이 가득했고, 얼굴은 백지장처럼 하얗게 변해있었다. 입가를 타고 흐르는 선명한 붉은 피가 핏기 없는 얼굴과 대비되어 섬뜩한 느낌을 자아냈다.

하지만 운산의 상태 또한 말이 아니었다. 그의 옷은 넝마처럼 찢겨져 엉망이 되어 있었고, 팔뚝에서부터 흘러내린 피가 손가락을 타고 방울 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피를 흘리는 운산의 모습에 자리에 있던 강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숨을 들이쉬며 정신이 나간 사람처럼 이준을 바라봤다.

운남종의 장로들과 대결을 벌이던 가철과 동해 역시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이준의 실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 운산과 정면으로 맞부딪혀 그에게 부상을 입힐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한편, 단상 쪽에 있던 진율희는 이준이 무사한 걸 확인한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하지만 스승인 운산이 피를 흘리는 모습에 가슴 한켠이 답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이준이 운산 손에 죽는 걸 원치 않았지만, 운산이 이준에 의해 살해되는 모습 역시 보고 싶지 않았다.

“내가 널 너무 얕본 것 같군….”

운산이 침체된 표정으로 입가의 핏자국을 닦아내며 말했다.

“아까 그 무투기는 꽤 높은 등급인 것 같은데? 염력 소모량도 상당하겠군…몇 번이나 더 쓸 수 있나? 기껏해야 한 번?”

상대의 조롱 섞인 말에 이준은 말없이 주먹을 움켜쥐며 입을 다물었다. 운산의 말대로, 그의 체내에는 더 이상 큰 공격을 펼칠만한 염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준은 주먹을 쥔 채 약로 쪽의 상황을 살폈다

스승은 영혼의 궁전의 수하와 문자 그대로 일진일퇴의 공방을 거듭하고 있었다.

실력 자체는 약로가 한수 위인 듯 했지만, 그에게는 육체가 없어 도영호만큼 오랫동안 전투를 계속할 수 없었다.

결국 싸움이 길어진다면 도영호가 점차 우세를 점하게 될 것 같았다.

이에 이준은 약로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돌려 동해와 가철 쪽을 바라보았다.

다행스럽게도 운남종 장로와 이준이 결성한 동맹 사이에서의 전투는 가철과 해길, 동해 세 사람의 맹활약으로 아군이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이준은 다시 눈을 돌려 운남산 아래쪽을 바라봤다. 계획대로라면, 산 아래에서는 황실의 군대가 올라오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운남산의 거의 모든 곳에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고, 언제나 적막했던 고고한 산봉우리 구석구석에 피비린내가 가득했다.

전황 분석을 마친 이준은 눈을 감고 천천히 한숨을 내쉬었다.

황군이 임무를 완수하고, 운남종의 장로들을 정리한 가철과 동해 등이 합류한다면 운산을 쓰러뜨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 같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이 그 때까지 운산을 붙잡아 둘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다. 만일 아군이 지원을 하러 오기 전에 자신이 패배한다면 이준 본인은 물론이고 가철과 동해 역시 순식간에 죽임을 당할 것이 분명했다.

‘후우…결국 그 수밖에 없나…’

이준은 또 다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쉰 뒤 저장반지에서 연금비약 하나를 꺼내 입 안에 우겨 넣었다.

‘최후의 수단’을 쓰기 위해서는 염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연금비약을 씹어삼키자, 수련 상태에 들어갈 필요도 없이 빠른 속도로 염력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청연의 불꽃을 손에 넣은 이후 그의 수련법은 더욱 진화했고, 덕분에 지금의 그는 굳이 담금질을 하지 않아도 체내에 순수한 염력을 공급할 수 있었다. 이는 두 개의 천지의 불꽃을 융합시켜 얻은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였다.

상대의 염력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차오르는 모습에 운산의 표정이 벌레라도 씹은 것 마냥 일그러졌다.

그는 이준에게 더 이상 염력을 회복할 기회를 주지 않기 위해 번개처럼 달려들어 상대의 목덜미를 향해 청색 염력으로 뒤덮인 손을 뻗었다.

이에 이준은 저장 반지 안에서 검은 송곳을 불러낸 뒤 온힘을 다해 그것을 휘두르며 뒤쪽으로 몸을 날렸다.

캉!

하지만 제대로 염력을 모을 틈도 없이 휘두른 검 따위가 투종에게 먹혀들리 없었다. 운산이 가볍게 손을 휘두르자, 검은 송곳은 주인의 손을 떠나 그대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 * *

그러나, 검은 송곳을 놓친 준의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운산이 검을 쳐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하얀색의 저장 반지에서 에너지를 끌어내 이글거리는 하얀 불꽃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백색화염이 피어오르자, 이준은 곧바로 그 안에 대지의 불꽃과 구름 불꽃을 융합시키기 시작했다.

세 불꽃이 만나는 순간 곧바로 주위에 격렬한 파동이 일어났다.

갑자기 눈 앞에서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폭발하자, 운산의 안색이 대번에 새파랗게 변했다. 이준이 세 가지의 불꽃을 이용해 대폭발을 일으키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쉬익—

그 순간, 운산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맹수처럼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운산의 모습에 이준의 얼굴 역시 새파랗게 변했다.

그는 전력으로 검녹색 날개를 펄럭이며 뒤로 몸을 날리는 동시에 손 위에 놓인 세 가지 불꽃을 신속히 융합시켰다.

이준이 손가락을 굽히자, 저장반지 안에서 돌연 약병 하나가 튀어나왔다. 그 약병 안에는 손바닥보다 작은 크기의 불꽃이 담겨 있었다.

펑! 펑! 펑!

약병 안에 담긴 불꽃은 운산에게 부상을 입히기에는 턱없이 약했지만, 아주 잠시나마 그의 움직임을 늦춰줄 수 있었다.

그리고 문자 그대로 눈 깜짝할 시간 동안 운산의 발이 묶인 사이, 이준의 손바닥 위에서 이제까지 본 적 없던 새로운 불꽃이 피어났다.

이준의 손바닥 위에 기묘한 색의 새로운 불꽃이 나타나자, 시종일관 여유롭던 운산의 얼굴에서 완전히 핏기가 가시고 말았다.

지금 상대의 손 위에 피어난 불꽃에서 피어오르는 열기와 심상찮은 에너지는 제 아무리 운산이라 해도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었다.

상대의 손 위에 피어오른 연두색에 가까운 불꽃이 품은 무한한 파괴력을 감지한 운산은 곧바로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다음 순간, 운산의 주위에서 크고 작은 회오리가 일어나 그에게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포효하는 소용돌이들은 운남산 전체를 휩쓸며 온 숲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운산이 불러낸 폭풍으로 인해 온 산이 바람 소리로 가득차고, 미칠듯한 폭풍이 몰아치며 주위의 모든 것을 휩쓸었다.

운산이 거리를 벌려준 것은 이준에게도 나쁜 일이 아니었다. 세 개의 불꽃이 보다 완벽히 융합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 * *

한편, 약로는 여전히 도영호와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상대가 계속해서 백색의 대검을 거침없이 휘두르며 자신의 사슬 공격을 막아내는 모습에 도영호의 낯빛은 눈에 띄게 어두워져 가고 있었다.

심지어 약로는 도영호의 공격을 물 샐 틈 없이 막아내고 있을 뿐 아니라 시시때때로 백색의 화염을 날려 반격을 꾀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영혼체를 사냥해온 그였지만, 이렇게 강한 반격에 부딪힌 것은 처음이었던 탓인지, 약로의 공세가 격해질수록 도영호는 점점 수세에 몰리고 있었다.

일찍이 경험해 본 적 없는 열세에 도영호의 가슴 속에서는 분노와 수치심이 폭발했다. 행여나 이 이야기가 영혼의 궁전에 퍼지기라도 한다면 어떤 조롱이 쏟아질지 불 보듯 뻔했다.

이에 도영호는 다시 한번 이를 악물고 사력을 다해 염력을 끌어올렸다. 오늘 목숨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사냥꾼이 사냥감에게 등을 돌릴 수는 없었다.

* * *

스승이 도영호를 몰아넣는 모습을 바라보던 이준은 정신을 집중하며 다시금 운산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운산은 수 십 개의 크고 작은 소용돌이에 둘러싸인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이번 공격만 막아내면 자신의 승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이준은 이미 모든 염력과 영혼 에너지를 소모한 상태였다.

그는 흐려져 가는 정신줄을 간신히 부여잡으며 몸 속에 남아있는 염력을 남김없이 끌어모아 최후의 일격을 준비했다.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나자, 연한 청록색을 넘어 연두색에 가까운 ‘화련’이 눈부신 빛을 뿜어냈다.

“가라!”

주인의 명이 떨어지기 무섭게 연두색의 불꽃으로 만들어 진 작은 연꽃이 목표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콰-앙!

투종 강자가 만들어 낸 청색의 소용돌이가 화련과 맞부딪히자, 고막을 찢어놓을 듯한 굉음이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무시무시한 에너지의 폭발에 아래 쪽에 있던 이들은 화들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펑!

연녹색의 화련은 대 여섯개의 청색 소용돌이를 산산이 깨부수며 거침없이 목표를 향해 진격했다.

두 개의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맞부딪히며 일어난 폭발에 휘말린 일부 투왕들이 피를 쏟으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광장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넋을 놓고 정신 나간 사람마냥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동해를 비롯한 투황들마저 운산과 이준의 대결이 만들어낸 후폭풍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광장 한쪽으로 몸을 피해야 할 지경이었으니, 두 세력 간의 전쟁은 본의 아니게 휴전 상태가 되고 말았다.

“다들 무사하지?”

가철과 동해 등은 서로를 바라보며 상태를 확인했다.

격전 끝에 운남종의 장로 몇을 쓰러뜨리는데 성공했지만, 그들 역시도 세 명의 투왕을 잃은 상태였다. 힘겨운 전투가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전투의 결과는 상상 이상으로 참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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