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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313화 (313/818)

제313화. 약재 수집

“설마 이준님은 황금의 비약을 제조할 수 있는 겁니까?”

성격이 급한 사자단의 단장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나머지 두 사람도 눈을 반짝이며 이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황금의 비약은 6레벨 최고급의 연금비약이기 때문에 한샘 같은 실력자도 제조에 성공 확률은 극히 낮았다. 하지만 눈앞의 새파랗게 어린 청년이 그런 최고급 연금비약을 조건으로 내걸었으니, 의심이 가는 것이 당연했다.

“제조할 줄 몰랐다면 얘기를 꺼냈을까요?”

이준은 웃으며 손가락을 펼쳐 청록색의 불꽃을 피워냈다. 그 순간, 주위의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하며 주위의 수분이 바짝 말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천지의 불꽃…!?”

세 사람은 홀린 듯 청록색의 불꽃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투황 수준의 강자들이니, 천지의 불꽃이 어떤 물건인지는 설명할 필요조차 없었다.

“세 분께서 거래에 응해주신다면 일이 성공하고 난 뒤 황금의 비약을 만들어 드리지요. 한샘도 만들 줄 아는 것을 한샘을 이긴 제가 못 만들 것 같습니까?”

한참동안이나 귀신에 홀린 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세 사람은 청록색의 불꽃이 사그라지는 순간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그럼 이준님을 믿어보겠습니다.”

“호호, 거절하기엔 너무 달콤한 제안이군요.”

결국 세 투황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한 이준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샘화의 이윤을 어떻게 나눌지에 대해 논의한 후 세 사람을 돌려보냈다.

세 수장이 끌고 온 흉흉한 무리들이 사라지니 순식간에 회의실 안이 텅텅 비어버렸다. 곧이어 이씨 가문의 수하들도 모두 자리를 뜨자, 이찬이 그에게 다가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준아, 저 자들을 너무 믿지 말거라. 흑각성에서 자신의 세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너도 잘 알고 있겠지?”

“하하. 당연하지. 하지만 메두사 여왕이 있는 이상 저 사람들도 서툰 행동을 하지는 못 할 거야.”

“메두사?”

동생의 입에서 튀어나온 세 글자에 이찬의 얼굴이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변했다.

“설마 타르사막의 그 메두사 여왕을 말하는 거야?”

이찬 역시 타르 사막에서 꽤나 오랜 시간 지냈었으니, 메두사 여왕의 이름이라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왔었다. 그런데 동생의 목숨을 노리는 것이 그 악명 높은 뱀인간들의 여왕이라니,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비밀이야.”

이준은 손을 저으며 웃음을 짓고는 얼음장 같이 차가운 표정을 짓고 있는 메두사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번에도 도와줘서 고마워.”

“내가 운산을 막아주길 바라는 건가?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운산은 투종 강자야. 왜 내가 그런 위험을 감수할거라고 생각하는 거지?”

메두사가 싸늘한 말투로 쏘아붙였지만, 이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정말 이럴 거야? 나랑 약속했잖아. 설마 우리 약속을 벌써 잊은 건 아니겠지?”

“또 날 협박하는 건가?”

이준의 뻔뻔한 태도에 메두사의 눈빛에 순간 살기가 돌았다. 게다가 상대는 언제부턴가 뱀인간들의 여왕인 자신에게 마치 친구라도 대하듯 반말까지 해대고 있었다.

하지만 메두사 여왕이 그러거나 말거나, 이준은 바보마냥 방긋방긋 웃음을 지어댔다.

“걱정 마. 만일 그 때 가서 정 돕고 싶지 않다면 그냥 옆에서 지켜봐도 되니까. 강요하진 않을게.”

“이런다고 내가 그냥 넘어갈 줄 알았다면 오산이야. 흥. 내가 내키는 데까지만 도와주도록 하지. 그리 알아둬라.”

그녀는 그 말을 끝으로 이준의 대답조차 듣지 않고 곧바로 자리에서 사라졌다.

메두사 여왕이 사라지자, 잠시 못마땅한 표정으로 입술을 삐죽이던 이준이 형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형, 메두사 여왕에게 큰 기대를 걸긴 어려울 것 같아.”

“그럼 어떡하려고? 운산을 너 혼자 상대할 수는 없잖아. 내가 도와준다고 해도 운산을 이길 수는 없을 거야.”

이찬의 목소리에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운산이라는 벽을 넘지 않는 이상 운남종을 무너뜨리는 것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 이었다.

이준 역시 운산을 쓰러뜨리지 않으면 운남종을 칠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으로써는 운산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게다가 운남종의 제자들이 힘을 모아 운산을 돕는다면 단신으로 그와 대적하는 것은 꿈에서도 불가능한 일 이었다.

“후우…”

순간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던 준의 눈에 스승이 잠들어 있는 검은 반지가 보였다. 얼마 전, 본원의 대장로인 서천우는 분명 약로를 「약존」이라고 불렀었다. 이는 스승이 투존급의 강자라는 것을 의미했다.

‘정말 스승님이 투존이라면… 영혼 상태로도 투황급의 힘을 가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야. 스승님을 깨울 수만 있다면 뭔가 수가 생기지 않을까?’

게다가 현재 자신은 두 종류의 천지의 불꽃을 융합할 수 있게 되었으니 약로의 영혼을 수용할 신체를 만들 조건도 갖춘 셈이었다. 약로가 몸을 갖게 된다면 실력도 전성기 시절로 돌아갈 수 있었다. 투존 강자가 있다면 운남종의 운산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육체를 만들 수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반지 속에 잠든 스승을 깨우는 일이었다.

스승만 깨어난다면 어떻게든 수가 생길 것이다. 설령 육체를 다시 만들어내지는 못 한다 하더라도, 약로라면 자신이 생각조차 못한 뭔가 대단한 방법을 가지고 있을 것 같았다.

“형, 약재 모으는 것 좀 도와줄 수 있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던 동생이 갑작스럽게 웃으며 질문을 던지자, 이찬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뭐…어렵지 않지. 샘화에는 흑각성 전역에서도 유명한 약재상이 몇 개 있거든. 게다가 하나 같이 우리에게 잘 보이려고 안달이 나 있을 테니 필요한 약재를 말 하면 알아서 구해다 줄 거야.”

이준은 이찬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탁자 중앙에 놓인 붓을 들어 필요한 물건들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약재의 이름으로 가득한 종이가 이찬의 손에 쥐어졌다.

“이것들을 모두 찾아야 해. 만약 샘화에서 구하지 못하는 거라면 흑각성 의 다른 도시를 모두 뒤져서라도 찾아줘. 보름 안에 해줄 수 있겠어?”

“신의 꽃, 불의 정령 잎……”

평소에 듣도 보도 못했던 약재 이름들을 쭉 읽어 내려가던 이찬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동생이 건넨 종이를 품안에 넣었다.

“노력해볼게. 하지만 모두 찾아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네. 찾아내는 데 비용도 적지 않게 들 것 같고 말이야. 아직 샘화를 차지한지 한 달 밖에 되지 않아서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많지 않아.”

돈이 없다는 형의 말에 이준은 그제서야 본원에서 통용되던 화폐인 「불의 힘」이 이곳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는 한숨을 내쉬며 반지에서 약병 몇 개를 꺼내들었다. 2년 동안 탑에 갇혀 있었고, 탑에서 나온 뒤에는 수련을 하느라 산에 틀어박혀 있었으니, 수중에 있는 것이라고는 한샘의 반지에서 나온 연금비약 뿐 이었다.

“이 연금비약은 한샘의 반지 안에 있던 거야. 모두 레벨이 높은 연금비약이니, 팔면 돈이 좀 될 거야. 일단 이걸로 급한 불부터 끄자. 내게 필요한 연금비약을 만들 때까지는 한샘의 약을 좀 써야겠어,”

“다행이야. 한샘의 실력으로 만든 연금비약이니 잠깐은 버틸 수 있겠지. 넌 연금비약 제조에만 신경을 써. 약재 모으는 일은 나에게 맡기고.”

* * *

널찍한 밀실 안에는 온화한 등불 하나가 외로이 방의 네 귀퉁이를 밝히고 있었다.

밀실의 벽 쪽에 있는 침대 위에는 이준이 앉아 있었고, 그의 앞 쪽에는 각양각색의 약재가 줄줄이 놓여 있었다. 그의 앞에 놓여있는 약재는 하나 같이 진귀한 것들로, 어느 경매장에 가져다 놓더라도 상당히 높은 가격에 팔려나갈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 정도면 소생의 비약을 몇 개는 만들 수 있겠는걸…”

눈앞에 늘어선 진귀한 약재들을 바라보자, 순간 가한제국의 얼음왕, 「동해」의 얼굴이 그의 머리를 스쳤다. 운남종과의 싸움에서 자신을 도와주었던 괴팍한 노인의 무뚝뚝한 뒷모습을 떠올리니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이 어렸다. 그는 가한제국의 사람이면서도 감히 운남종에 맞서 의리를 지켜준 유일한 인물로, 언제나 고립무원의 처지에 있던 자신의 첫 번째 동료나 다름이 없었다.

“하하. 약재도 충분하니까 선배님 것도 하나 만들어야겠군.”

말을 마친 이준이 손을 휘두르자, 불꽃처럼 새빨간 색의 거대한 약솥이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붉은 약솥의 표면에는 각양각색의 기이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으며, 솥의 몸통에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입을 쩍 벌린 마수의 그림이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한 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이 약솥 역시 다른 물건들과 마찬가지로 한샘의 반지 안에 저장되어 있던 물건이었다.

“후…부자는 부자야. 나랑은 차원이 다르구만.”

피식 웃으며 붉은 약솥을 가볍게 두드리자, 기분 좋은 금속성이 청아하게 방안을 가득 메웠다.

눈앞에 있는 솥이 어디서 만들어진 물건인지, 얼마나 진귀한 물건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약로가 사용하던 흑마수 약솥을 제외하면 다른 어떤 약솥을 가져다 놓아도 모두 장난감처럼 보일 것만 같았다.

흐뭇한 표정으로 약솥을 감상하던 이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청록색의 불꽃이 솟아오르며 밀실의 온도가 급격하게 치솟았다.

청록색의 불꽃이 솥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약솥의 온도가 무서운 속도로 치솟아 올랐지만, 그간 자신이 사용하던 싸구려 약솥과 달리 한샘의 붉은 약솥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평온하게 불꽃을 집어 삼켰다.

“좋았어!”

대지의 불꽃조차 견디지 못 하던 싸구려 약솥과는 차원이 다른 약솥의 성능 앞에 이준은 저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그간 자신이 사용하던 약솥들은 천지의 불꽃을 견뎌주기만 해도 감지덕지였지만, 지금 이 약솥은 약로의 그것처럼 연금비약의 제조 성공률을 높이는 효과까지 가지고 있을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청록색의 불꽃이 붉은 솥 안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는 사이, 준은 약로가 전해준 소생의 비약의 조합표를 머릿속으로 되새기며 약재를 집어 올렸다.

무시무시한 온도로 타오르는 청록색의 불꽃은 삽시간에 약재를 녹여냈고, 진귀한 약재들이 빠른 속도로 액체로 변해갔다.

하나, 또 하나, 새로운 약재들이 약솥 안에서 액체로 변하거나 가루로 변했다. 마침내 마지막 약재가 약솥 안으로 떨어지자, 청록색의 불꽃이 더욱 밝게 타오르며 그것들을 집어삼켰다.

그렇게 청록색의 화염이 회오리치기를 수 분, 드디어 약솥 안에서 타오르던 각양각색의 액체와 분말이 하나로 응집되며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 상태로 세 시간 정도가 흐르자, 마름모꼴 모양의 손톱만한 연금비약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점점 모양새를 갖춰가는 연금비약을 보며 이준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내려앉았다. 소생의 비약은 6레벨 연금비약으로, 천계의 탑에 갇히기 전의 이준이라면 절대로 만들 수 없는 수준의 물건이었다. 하지만 지금, 언제나 스승이 만드는 것을 멍하니 구경만 하던 자신이, 직접 그 손으로 6레벨 연금비약을 만들고 있었으니 미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연금비약이 형태를 갖춰가자, 준은 서서히 온도를 낮추며 마지막 단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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