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업만이살길-285화 (285/818)

제285화. 구름 불꽃의 가치

한편 불완전한 ‘불개’를 가진 한샘 역시 반드시 구름 불꽃을 손에 넣어야 하니, 두 사람의 충돌은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불꽃을 굴복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 거대한 힘이 필요했다. 게다가, 구름 불꽃은 지능까지 갖춘 상태였으니 한샘도, 이준도 섣불리 손을 쓰지 못 하고 긴장한 표정으로 상황을 살필 뿐이었다.

불 이무기의 탐욕스러운 눈동자를 마주하는 순간, 온 몸의 털이 거꾸로 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준은 마른 침을 삼키며 온 신경을 집중해 놈의 움직임을 살폈다.

서천우를 비롯한 본원의 장로들은 물론이고 외원의 장로들까지 동원해도 놈을 막는 것이 쉽지 않았으니, 잠깐이라도 정신을 놓는다면 구름 불꽃을 손에 넣기는커녕 목숨을 잃게 될지도 몰랐다.

무언가 놈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준은 곧바로 마음속으로 스승에게 말을 걸었다.

“스승님…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저 녀석 눈빛이 심상치 않은데요…”

“천지의 불꽃은 모두 저마다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단 하나, 공통점이 있지. 거대한 힘을 가지게 된 불꽃을 누구도 제어하지 못 했을 때…천지의 불꽃은 본능적으로 더욱 강해지기 위해 움직이게 된다. 게다가 저 녀석은 이미 지능이 생겨난 것 같구나…아마도 너와 한샘의 불꽃을 삼켜 강해지려 하는 거겠지.”

약로의 대답에 준의 이마에 송골 송골 식은 땀이 맺혔다. 저 무시무시한 것이 단순히 달아나려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불꽃을 노리다니…생각만 해도 소름이 돋는 일이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먼저 저놈에게서 멀어져라. 지금 저 놈과 정면으로 충돌했다간 너와 내가 힘을 합쳐도 어찌할 도리가 없을 거다.”

이어지는 스승의 말에 준은 곧바로 끄덕인 뒤 날개를 펄럭이며 높은 곳으로 날아올랐다.

자신의 먹잇감 중 하나가 달아나자, 불 이무기는 거칠게 고개를 들어올리며 거대한 꼬리를 크게 휘둘렀다.

다음 순간, 거대한 불 이무기의 몸이 바람처럼 날아올라 허공으로 치솟았다.

폭풍처럼 거세게 돌진해 오는 놈의 모습에 한샘과 흑각성의 강자들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 버렸다. 이무기가 뿜어내는 무시무시한 열기에 투황급 강자들이라해도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모두들 당황하지 마십시오! 우리의 수가 많으니 저놈도 감히 우리를 공격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기가 떨어지는 것을 느낀 한샘이 황급히 소리쳤다. 그 역시 불 이무기가 가진 강대한 힘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지만, 애써 그것을 숨기며 다른 이들을 붙잡아 두려 했다. 그 역시 준과 마찬가지로 혼자서는 구름 불꽃을 막을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선생, 난 이미 중상을 입어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거요. 난 먼저 가겠소.”

그러나 준의 불꽃에 혼이 난 범로는 불 이무기의 시선이 자신들을 향하자 한시라도 더 이곳에 있고 싶지 않다는 듯, 다급하게 한샘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는 곧바로 몸을 돌려 꽁무니를 뺐다.

“아니, 범 종주! 범 종주!”

빠르게 사라지는 범로를 바라보며 한샘은 속으로 이를 갈았다. 이미 부상을 당해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그가 이렇게 달아나버린다면 흑각성의 다른 강자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그의 예상대로, 범로와 비슷하거나 그 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강자들은 연신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몸을 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키이이-!”

그 때, 빠른 속도로 날아오던 불 이무기가 돌연 날카로운 울음소리를 내질렀다. 그러자 주변의 공간이 순간 뒤틀리며 무형의 화염이 나타나 조용히 주변으로 뻗어나갔다.

엄습해오는 화염에 사람들은 재빨리 염력을 휘감아 몸을 보호했으나, 여전히 타는 듯한 아픔이 몰려왔다. 구름 불꽃의 온도는 쉽게 차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 때, 마치 바닷물과 같은 색의 짙푸른 화염이 한샘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바다의 불꽃으로 몸을 감싸자, 구름 불꽃의 화염이라해도 감히 그의 몸에 해를 입히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이끌고 온 다른 강자들은 무형의 불꽃에 타죽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했다.

“한샘, 오래 버틸 수 없네. 이런 대치 상태가 계속된다면, 우리 모두 감당할 수 없을 게야.”

금색 도포를 입은 노인이 땀을 비오듯 흘리는 흑각성의 강자들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한샘은 역시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뒤 곧바로 고개를 돌려 불이무기를 노려보았다. 그 역시 불 이무기의 무시무시한 힘 앞에 공포를 느끼기 시작하고 있었다.

“여러분, 저를 도와주십시오. 오늘 저 천지의 불꽃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여러분이 조건으로 제시했던 물건의 세 배를 돌려 드리겠습니다!”

결단을 내린 한샘이 고개를 돌려 흑각성의 강자들을 향해 소리치는 순간, 그의 몸 주위에서 푸른 화염이 더욱 세차게 쏟아져 나왔다.

흑각성은 잠시 주저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거부하기에는 한샘의 조건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던 것이다.

“제 지시에 따라 함께 저놈을 공격합시다! 남은 염력을 모두 끌어모아 저에게 보내십시오!”

거래가 성사되자마자 한샘의 양손에 각기 다른 색의 화염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창 두 개가 생겨났다.

빠르게 가까워지는 불 이무기를 긴장된 눈으로 바라보던 한샘은 불 이무기와의 거리가 몇장 정도로 가까워지진 순간, 곧바로 신호를 보냈다.

“공격!”

한샘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손에 있던 두 자루의 기다란 화염창이 커다란 소리와 함께 불 이무기를 향해 날아가고, 각기 다른 색으로 빛나는 십여 개의 창이 그 뒤를 따랐다.

흑강성의 강자들과 불 이무기가 본격적으로 맞붙자, 대건은 곧바로 대장로의 곁으로 날아갔다.

“서 장로, 이제 어떻게 하겠소?”

“조용히 지켜봅시다.”

부원장의 질문에 서천우가 나지막하게 한숨을 토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구름 불꽃의 목표는 한샘인 것 같구려. 기왕 이렇게 된 이상 저들끼리 싸우도록 합시다. 장로들에게는 그 동안 염력을 회복하라고 명했소. 이 싸움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니오. 무엇보다, 구름 불꽃이 절대로 한샘의 손에 넘어가게 해서는 안 되오.”

대장로와 대화를 마친 대건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날개를 펼쳐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한편, 공터의 다른 곳에서는 준이 자신의 날개를 펄럭이며 불 이무기와 싸우기 시작한 한샘 등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펑!

그 순간, 흑각성의 강자들이 내던진 공격이 불 이무기와 거세게 충돌하며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형형색색의 창이 무지개처럼 하늘을 수놓으며 불 이무기의 거대한 몸과 충돌하는 찰나, 폭죽이 터지듯 찬란한 폭발이 일어났다. 금방이라도 적들을 집어삼킬 기세로 다가왔던 불 이무기는 뜻밖의 강력한 공격에 거대한 몸을 뒤틀며 빠르게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러나 흑각성 강자들의 얼굴에 막 미소가 번지려는 찰나, 더욱 강력하고 뜨거운 에너지 파동이 밑에서부터 거칠게 솟구쳐왔다.

“막아라!”

한샘의 목소리에 주변에 있던 강자들이 급히 정신을 차리며 다시 한번 체내의 염력을 끌어 모았다. 그러나 그들의 공격이 채 완성되기도 전에, 불 이무기가 그 거대한 입을 벌려 무형의 화염기둥을 토해냈다.

지옥불과도 같은 온도의 화염기둥이 허공을 가르며 솟구치자, 주변의 모든 것이 증발하며 공간이 일그러졌다.

“피해!”

한샘의 다급한 목소리에 따라 흑강성의 강자들이 황급히 몸을 날렸으나, 무사히 몸을 피한 것은 가장 높은 실력을 가진 몇 몇 소수의 강자들뿐이었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한 몇 몇 들은 화염에 휩쓸리고 말았고, 염력으로 몸을 보호하고 있음에도 살이 녹아내리는 듯한 고통이 전신을 휘감았다. 무형의 화염에 휩싸인 십 여 명의 강자들은 미친 듯이 날뛰며 불꽃을 털어내려 몸부림을 쳤다.

“저들을 도와라!”

이 광경을 바라보던 한샘은 사색이 되어 즉시 몸을 날렸다. 구름 불꽃을 얻기 위해서는 아직 그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가 막 몸을 날리는 순간, 또 다시 아래로부터 강렬한 파동이 느껴졌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일전의 공격만큼이나 강력한 화염기둥이 자신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빌어먹을!

폭발적인 기세로 치솟아 오르는 화염기둥을 향해 한샘이 두 손을 내지르자, 푸른 화염이 마치 파도처럼 울렁이며 화염기둥과 충돌했다.

쾅!

다음 순간, 두 개의 불꽃이 맹렬한 기세로 충돌하며 뇌성과 같은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이와 동시에 갑자기 주위의 모든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바짝 마르고, 대지 곳곳에서 불꽃이 피어올랐다.

한샘은 두 개의 불꽃이 부딪힌 곳에서 십여 걸음 정도 뒤로 물러선 뒤 무형의 불 이무기를 향해 시선을 고정했다. 불 이무기 역시 거대한 머리를 쳐들고 사나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빌어먹을…저 놈도 천지의 불꽃을 가지고 있는데, 어째서 나를 먼저 노리는 거지?”

검은 망토를 두른 소년이 팔자 좋게 저만치 먼 곳에서 팔짱을 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발견한 한샘은 저도 모르게 욕지기를 내뱉었다.

“한샘, 저 괴물은 너무 강하오! 우리는 크게 도움이 못 될 것 같소. 당신은 천지의 불꽃을 가지고 있으니 이 열기를 견딜 수 있겠지. 그러니 당신이 먼저 저 녀석의 기를 꺾어주시오!”

그 때, 흑각성의 김씨 형제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한샘에게 소리쳤다.

‘저 빌어먹을 놈들이…!’

한샘은 당장이라도 두 형제에게 다가가 욕설을 퍼부어대고 싶었지만 차마 아무 말도 못 하고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

그렇지 않아도 불 이무기가 자신을 노린다는 것에 화가 나있던 참에, 자신이 큰 대가를 치르고 데려온 두 강자가 그런 말을 내뱉으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젠장…할 수 없지. 우선 저 놈의 기세를 억눌러야겠어.’

그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속을 간신히 진정시킨 뒤 차가운 표정으로 다시 무형의 불 이무기를 바라보았다.

잠시 후, 시리도록 차가운 기운을 내뿜는 푸른색의 옥병 두 개가 그의 손 위에 나타났다. 병에서 내뿜어지는 한기에 공기속의 수분이 순식간에 응결되며 얼어붙고 있었다.

한샘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맞은편에 있는 불 이무기를 향해 옥병을 던졌다. 곧이어 그가 손을 휘두르자,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새파란 한기가 온 하늘을 뒤덮었다.

푸른 한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순간, 이무기의 주위에서 일렁이던 화염이 눈에 띄게 약해지기 시작했다.

“설마, 저 안개가 천지의 불꽃을 억누를 정도의 냉기를 가지고 있는 거예요?”

멀리서 이 광경을 바라보던 준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저 푸른 한기는…‘하늘의 얼음’인 것 같구나. 천지의 불꽃과 정반대의 물건이지만, 천지의 불꽃만큼이나 귀하지. 일정 범위 내에 있는 화염을 모두 소멸시켜 버리는 물건이다. 천지의 불꽃이 아니라면 그 어떤 불꽃도 저 물건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이 없지. 설마 저 녀석이 저 물건을 가지고 있을 줄이야…”

약로의 목소리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그럼 설마…”

“걱정 말거라. 제 아무리 하늘의 얼음이라 하더라도 천지의 불꽃을 온전히 꺾을수는 없느니라. 그렇지 않다면 왜 모든 연금술사들이 저 물건을 탐하겠느냐.”

약로의 말에 조금 마음이 놓인 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다시 이무기와 한샘의 대결에 집중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