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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280화 (280/818)

제280화. 대전투

“한샘, 이 늙은이가 충고 하나 하지. 당장 여길 떠나게. 여기 왔던 것은 없던 일로 해주지. 허나 그렇지 않다면, 후일 원장이 돌아왔을 때 너희들이 이곳에 왔던 것을 알리겠네. 그 뒤에 벌어질 일은 자네가 더 잘 알겠지?”

한샘의 몸에서 솟구쳐 오른 푸른 화염을 바라보며 서천우가 꾸짖듯이 말했다.

“하하, 대장로님. 원장님은 이미 오랫동안 보이지 않던데, 원장님이 어디 있는지 알고는 계신겁니까?”

그러나 한샘은 열기로 가득한 천계의 탑 쪽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릴 뿐이었다.

“게다가 저는 저 천지의 불꽃만 가져가면 됩니다. 정 못 내주시겠다면 나중에 원장님이 절 찾아오면 되는데, 도대체 왜 일을 복잡하게 만드시는 것인지 모르겠군요! 그러니까, 저 불꽃을 제게 주시지요. 저와 함께 온 이들의 성품을 잘 알고 있을 텐데요? 정말 전투가 벌어진다면 이 본원을 지켜내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사내의 협박에 대장로는 깊이 한숨을 들이쉰 뒤 곧바로 손을 들어 주먹을 불끈쥐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있던 공간이 사납게 뒤흔들리기 시작했다.

“좋다. 네놈이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해보지. 모든 장로들은 대장로의 명을 받들어 천지의 불꽃을 지켜라!”

“알겠습니다.”

장로들이 일제히 답하자, 한샘이 뒤로 몸을 물리며 자신과 함께 온 자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김씨 형제, 부탁드립니다.”

“하하, 걱정마십시오.”

한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두 개의 웃음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지고, 마수가 출현하는 것처럼 공간이 뒤흔들렸다.

그 순간, 서천우의 안색이 눈에 띄게 나빠졌다.

“이런…저 자들까지 대동했을 줄이야.”

본원의 하늘 위에서는 금색의 옷을 입은 사내와 은색의 옷을 입은 사내가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으며 대장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둘은 마치 도장으로 찍어낸 듯 똑같은 생김새를 지니고 있어 옷차림이 아니면 누가 누구인지 도저히 구분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김씨 형제」라는 이름에 본원의 장로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마른 침을 삼켰다. 두 사내는 명실상부한 흑각성의 최강자로, 실력은 물론이고 수련법까지 완전히 똑같았는데, 둘을 떼어놓고 본다면 각각의 실력은 정상급 투황 정도였지만, 두 형제가 함께 한다면 투종급 강자라 할지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정말로 이 문제에 관여하겠다는 것이냐?”

서천우가 입을 떼자, 둘 중 금색 옷을 입은 자가 빙긋이 웃으며 서천우를 바라봤다.

“부탁을 받았으니, 어쩔 수 없습니다.”

“영감, 원장이 있다면 모를까 이 상태로는 무리야. 아니, 그 영감이 있었다면 제 아무리 우리라 해도 이곳에 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겠지. 하지만 원장 영감은 생사조차 불분명하잖아. 괜한 고집 피우지 말고 천지의 불꽃을 넘겨.”

이어서 은색 옷을 입은 청년이 입을 열었다. 두 형제는 목소리마저 똑같아 말투가 아니라면 누가 누구인지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허허, 네놈들이 아직 세상 넓은 줄을 모르는구나! 오냐, 오늘 이 서천우가 어떤 인간인지, 가람 아카데미의 장로들이 어떤 자들인지 똑똑히 보여주마.”

대장로가 다시 한번 손바닥을 움직이자, 농밀한 염력이 뿜어져 나오며 공간을 뒤흔들었다.

“서천우 대장로님, 다시 한 번 묻지요. 이화를 주시겠습니까, 주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러나 한샘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다시 한 번 서천우를 위협했다.

마침내 참지 못한 대장로가 손을 휘두르는 순간, 무시무시한 기운이 실린 광풍이 한샘을 덮쳤다.

“흥!”

이에 맞서 한샘이 손가락을 구부리자, 푸른색 불꽃이 일렁이며 대장로의 염력과 거세게 맞부딪혔다.

“펑!”

묵직한 폭발음과 함께 허공에 파문이 일고, 강렬한 파동이 일며 한샘의 몸을 뒤로 밀어냈다. 반면 서천우의 몸은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제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제 아무리 천지의 불꽃이 있다 해도 한샘의 실력으로 대장로와 맞부딪히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이다.

곧이어 서천우가 한샘을 향해 번개처럼 몸을 날리자, 두 개의 그림자가 서천우의 앞을 막아섰다.

“하하, 대장로님, 어딜 가십니까!”

두 사람은 서천우의 앞을 막아선 채 동시에 연두빛 염력을 날렸고, 이내 세 사람의 염력이 뒤엉키며 하늘이 환히 밝아졌다.

김씨 형제가 서천우를 막아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한샘은 눈을 빛내며 곧바로 자신과 함께 온 흑각성의 무리들을 바라봤다.

“너희는 계속해서 방해되는 이들을 물리쳐라. 나는 봉인을 깨러 가야겠다.”

“모두 투왕 뿐이니, 우리에게 맡기시지요. 본원 장로들의 피는 어떤 맛일지 궁금하군요.”

피의 종족의 수장인 범로는 음산한 눈빛으로 대건 등을 바라보며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하하, 그럼 저야 감사하지요. 일이 모두 끝난 후에, 이 한샘이 반드시 충분한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말을 마친 한샘은 즉시 자신의 푸른색 염력 날개를 펄럭이며 천계의 탑으로 향했다.

“저들을 막아라!”

이 광경을 바라보던 대건이 손을 휘두르자, 30여 명의 강자들이 나타나 한샘의 앞길을 막아섰다.

“흐흐, 너희들의 상대는 우리다.”

하지만 십 여 명의 그림자가 비릿한 피냄새를 풍기며 다시 그들의 앞을 막아섰고, 한샘은 다시 여유롭게 천계의 탑으로 날아갔다.

한편, 양측이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순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던 학생들의 표정이 일제히 일그러졌다. 지금 상황으로 미루어보아, 갑자기 나타난 강자들은 무언가 좋지 않은 의도로 본원에 온 것이 틀림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들의 실력으로는 힘을 보태기는커녕 장로들의 손속을 어지럽게 할 뿐이었으니 감히 그곳으로 달려가지 못 하고 그저 본원의 강자들이 정체불명의 불청객들을 쫓아내기를 응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

천계의 탑 위에 도착한 한샘은 곧바로 염력을 끌어올려 탑을 부수고 그 안에 있는 천지의 불꽃을 훔치려했다.

그러나 그가 탑을 향해 손을 휘두르려는 순간, 날카로운 폭발음과 함께 무언가가 그의 앞으로 날아들었다.

“네 이놈! 여기가 어딘줄 알고 감히!”

“이런…누군가 했더니 외원의 부원장이시군요. 하지만 당신 혼자서는 저를 막을 수 없습니다.”

새하얀 백발을 휘날리며 호통을 쳐대는 노인의 모습에 한샘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번졌다. 자신의 실력에 천지의 불꽃의 위력이 더해진다면 정상급 투황이라 해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 한 번 해보시지.”

순간 대건의 몸에서 엄청난 기세로 염력이 폭발하며 두 개의 그림자가 천계의 탑 위에서 빠르게 뒤엉키기 시작했다.

* * *

한편, 탑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준이 어두운 표정으로 전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서천우는 김씨 형제의 견제로 발이 묶인 상태였고, 대건은 한샘과 격돌 중이었다. 다른 장로들은 혈종을 비롯한 다른 세력들과 싸우느라 한샘을 도울 여유가 없어 보였다.

“스승님, 이제 어떻게 하죠?”

“기다리거라. 섣불리 너 혼자 나섰다가는 두 세력이 모두 너에게 화살을 돌릴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준이 몸을 숨기려는 순간, 날카로운 바람 소리와 함께 주위의 나무가 모조리 날아갔다. 아마도 강자들의 무투기 중 하나가 이곳까지 날아온 듯했다.

그리고 준이 몸을 날려 다시 숲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무언가를 발견한 범로의 눈이 흉흉한 붉은 빛을 뿜어냈다.

“이노옴!”

벽력같은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순간, 준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온 곳을 바라봤다. 그러자 그의 시야에 불길한 붉은 빛을 내뿜으며 날아오는 범로의 모습이 보였다.

“젠장!”

이에 준은 사색이 되어 곧바로 등 뒤의 날개를 펼쳤고, 그와 거의 동시에 거대한 붉은 섬광이 그가 있던 자리에 내리꽂혔다.

아슬아슬하게 상대의 공격을 피한 준이 허공으로 치솟자, 범로의 몸이 순간 흐릿해졌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준의 머리 위에 다시 나타났다.

“내 아들을 살려내!”

이내 처절한 고함소리와 함께 핏빛 섬광이 허공을 가르고, 천둥 같은 소리와 함께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러나 범로의 공격이 만들어 낸 거대한 폭발이 사라지는 순간, 핏빛 광선이 쏘아진 곳에서 몇 십 미터 떨어진 곳에 준의 모습이 나타났다.

“번개의 춤…!? 네놈이 내 아들을 죽이고 우리 피의 종족의 보물을 훔쳐갔구나!”

준은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있던 곳에서부터 풍겨오는 피 냄새를 맡으며 저도 모르게 식은 땀을 흘렸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비명 한번 지르지 못 하고 그 자리에서 폭사하고 말았을 것이 분명했다.

다음 순간, 준의 힘의 수정이 세차게 몸을 떨며 그의 전신 곳곳에 퍼져있는 혈관으로 염력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네 놈을 사로잡아 노비로 만들어 매일 밤마다 신선한 피를 공급하게 해야겠다. 사지를 잘라놓고 죽는 그 날까지 피를 짜주마!”

범로는 분을 참지 못 하고 또 다시 고함을 쳐대며 두 손을 휘둘렀고, 곧바로 핏빛 섬광이 다시 하늘을 뒤덮었다.

……

범로가 장로들을 내버려두고 미친 사람마냥 이준을 쫓기 시작하자, 멀리서 이 광경을 바라보던 학생들은 약속이나 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한 눈에 보기에도 대장로와 맞서고 있는 두 강자를 제외하면 이준을 쫓고 있는 자가 가장 강한 것이 분명해 보였는데, 왜 장로들을 버리고 학생 하나를 쫓고 있단 말인가?

“흥! 네놈이 어디까지 도망치나 보자!”

범로가 짐승처럼 포효하며 손을 흔들자, 그의 주위에서 빙빙 돌던 핏빛 염력이 맹렬하게 몰아치며 칼날 같은 바람 소리를 뿜어냈다.

‘크윽…!’

이에 준은 이를 악물고 다시 한 번 전신으로 염력을 흘려보내며 ‘번개의 춤’을 시전했다. 하지만 범로의 염력은 사냥개마냥 포기하지 않고 준을 쫓았고, 끝내 아들의 원수 발목을 붙잡으며 무시무시한 폭발을 일으켰다.

쾅!

그러나 마침내 아들의 원수를 붙잡았다는 생각에 범로의 얼굴에 감격스러운 표정이 떠오르려는 순간, 푸른색 불꽃이 치솟으며 준의 몸을 감쌌다.

“이놈!”

무시무시한 에너지를 가진 불꽃의 출현에 범로의 안색이 다시 차갑게 굳었다. 이 정도의 에너지를 가진 불꽃이라면 천지의 불꽃임에 틀림이 없었다.

‘흥…! 정말로 네 놈이 천지의 불꽃을 가지고 있다 해도 네 놈의 실력으로는 그 위력을 제대로 끌어내지 못 한다!’

다음 순간, 섬칫한 핏빛 섬광이 허공을 가르며 재차 준의 목숨을 노렸다. 그러나 핏빛 에너지와 준의 거리가 삼사미터 가량 남았을 무렵, 무시무시한 열기가 치솟으며 핏빛 에너지를 증발시키기 시작했다.

하지만 범로의 생각대로 투령 수준의 염력으로는 천지의 불꽃을 제대로 끌어낼 수 없었기 때문에 구름처럼 몰려드는 범로의 염력을 모두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푸른 불꽃은 핏빛 에너지에 밀리며 슬금슬금 후퇴할 수밖에 없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 불꽃 사이로 붉은 안개가 스며들기 시작했다.

“흥, 역시! 네놈의 실력으로는 천지의 불꽃의 힘을 제대로 끌어낼 수 없구나!”

대지의 불꽃 사이사이로 파고든 핏빛 안개가 그물처럼 준을 에워싸자, 범로의 손에 핏빛 에너지가 모여들며 피 냄새가 진동하는 붉은 색 창 하나가 나타났다.

“애송이! 죽어라!”

하지만 원한이 가득한 목소리와 함께 혈창이 번개처럼 허공을 가르는 순간, 돌연 앳된 여자 아이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 망할 영감탱이가! 투황 강자와 투령의 전투라고, 부끄럽지도 않아?”

펑!

곧이어 조그만한 주먹이 앞으로 힘차게 내질러지자, 공기가 응집되며 만들어진 무형의 공기탄이 혈창과 맞부딪혀 그 궤도를 뒤틀어 버렸다.

“영감탱이! 죽고 싶어?”

보라색 머리를 야무지게 묶은 자그마한 소녀는 조그마한 주먹을 연신 휘둘러대며 범로를 노려봤다.

“이놈이 죽으면 내 밥은 누가 해줘!”

갑작스러운 강자의 등장 앞에 범로는 불쾌한 듯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한번 손바닥 위로 흉흉한 붉은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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