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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278화 (278/818)

제278화. 천계의 봉인

탑을 벗어나자, 눈부신 햇살이 학생들의 얼굴을 내려앉았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바라보니 탑 외부에 있던 학생들이 이미 멀찌감치 대피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공터를 지나 비탈길을 오르는 동안에도 이준은 천계의 탑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탑의 하늘 위에서는 20여 명의 장로들이 형형색색의 날개를 펼친 채 초조하게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준의 가슴이 사납게 두근거리며 전신의 혈관에서 대지의 불꽃이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부서졌어……”

준의 말이 끝나자마자 우렁찬 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지며 천계의 탑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뜨거운 마그마가 미친 듯이 솟구치며 탑의 꼭대기와 충돌하던 찰나, 본원 전체가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뒤흔들렸다.

곧이어 날카로운 포효 소리가 울려 퍼지며 용암이 터져 나오고, 흉폭한 화염이 사방으로 분출되며 탑 주위를 온통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탑에서 수 백 미터 떨어진 곳에 대피해 있던 학생들은 이 광경을 보자마자 새파랗게 질려 온 몸을 떨어댔다. 자리에 있는 학생들 중 누구도 자신들이 수련하는 곳 아래에 이토록 공포스러운 괴물이 숨어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 했었다.

산비탈의 한 쪽에는 방금 탑에서 빠져나온 임수혁과 다른 이들이 모여 있었다.

“이준은?”

“저기에 있어.”

동수의 한마디에 보람이 손을 뻗어 천계의 탑 주변의 허공을 가리켰다. 그녀의 손끝이 향한 곳에는 검보라색의 날개를 펄럭이는 이준이 서있었다.

“저 자식, 대체 저기서 뭐 하는 거야…! 목숨이 열 개라도 되는 거야?”

임동수가 초조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굴러대자, 보람이 담담한 표정으로 입을열었다.

“걱정 하지 마. 문제가 생기면 빨리 도망칠 수 있을 거야. 저놈 실력이라면 그 정도는 문제 없어.”

보람의 말에 동수는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저 마수는 뭐지? 어떻게 저런 무시무시한게…”

구름 불꽃이 날뛰는 모습에 임수혁과 류지안마저도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온 몸을 떨고 있었다.

……

잠시 후, 새카만 탑 주위를 날아다니던 서천우가 허공에 자리를 잡더니 큰 소리로 장로들을 향해 외쳤다.

“장로들은 들어라, 「천계의 그물」을 시전한다!”

서천우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허공에 18명의 장로들이 동시에 나타나더니 형형색색의 염력이 폭발하며 복잡하게 엉키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십여 가지 색의 염력이 서로 결집하더니 오색찬란한 염력 그물을 만들어냈다.

오색찬란한 염력 그물은 계속해서 펼쳐지며 한 겹 한 겹 쌓여갔고, 대장로가 다시 한 번 손을 휘두르자 그 한가운데에서 거대한 빛이 폭발하며 주위의 에너지를 한데로 응축시키기 시작했다.

20여명의 강자들이 만들어낸 거대한 에너지는 대장로의 손을 따라 견고한 에너지 막을 형성해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보호막이 완성되어 천계의 탑 위에 내려앉았다.

천계의 탑을 뚫고 나오느라 많은 힘을 소모한 불 이무기는 잠시 얌전하게 기력을 회복하다가 오색찬란한 보호막이 펼쳐지자 다시 흉포하게 울부짖으며 고개를 들었다.

“키이!”

놈의 목구멍에서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퍼져 나오자 새로이 형성된 보호막이 거세게 출렁거렸다.

……

“드디어 싸우기 시작했네요….”

멀리 상공에서 이 광경을 바라보던 준이 흥분으로 눈을 빛내자, 약로가 침착한 목소리로 제자를 타일렀다.

“조심하거라, 아직 때를 기다려야 한다.”

스승의 분부에 준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거대한 암석 뒤로 몸을 숨겼다.

탑 주위에서는 불 이무기가 끊임없이 포효하며 불꽃을 내뿜고 있었다. 불 이무기의 화염이 솟구칠 때 마다 주변의 공간이 뒤틀렸다.

“모두 조심해라! 내가 이미 신호를 보냈으니, 조금만 버티면 외원의 부원장과 장로들이 도착할 거다! 반드시 저놈을 다시 봉인해야 한다!”

“알겠습니다!”

“키이이-!”

곧이어 불 이무기가 형형한 빛을 내뿜는 보호막을 향해 몸을 날렸다.

불 이무기가 진 안으로 들어오자, 장로들의 얼굴이 크게 일그러졌다. 놈의 기세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이 강해졌다는 것을 실감한 것이다.

“이 놈!”

눈앞에서 불 이무기가 빠르게 힘을 모으자 서천우가 크게 소리치며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오색찬란한 에너지 그물이 눈부신 섬광으로 변화해 이무기의 머리를 세차게 가격했다.

펑!

그러나 놈은 미친 듯이 몸부림치며 염력 그물에 또 다시 몸을 부딪혀왔다. 불 이무기가 몸을 부딪치는 순간, 장로들이 만들어낸 그물이 크게 요동치며 근 10미터 가까이 밀려났다.

그러나 서천우의 두 손바닥이 움직이자, 염력 그물이 다시 조여지며 강렬한 섬광이 놈의 몸을 때렸다.

불 이무기는 거대한 꼬리를 휘둘러 대장로를 날려버리려 했지만, 노인의 몸은 마치 안개처럼 사라졌다가 먼 곳에서 다시 나타났다.

첫 번째 공격이 무효로 돌아가자, 불 이무기는 다시 한 번 거대한 꼬리를 휘둘러 대장로를 물러서게 한 뒤 곧바로 화염을 토해냈다.

무형의 화염이 폭발하는 순간, 서천우가 다급하게 염력 그물을 견고하게 조였다.

구름 불꽃이 만들어낸 화염의 위력은 가히 공포스러운 것이었으나, 18명의 투왕과 1명의 투종이 만들어낸 염력 그물을 단숨에 찢어발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키이이이이!”

다음 순간, 거대한 불 이무기의 입에서 용암으로 만들어 진 팔뚝만한 뱀이 튀어나왔다. 곧이어 그 작은 뱀이 염력 그물에 맞부딪치는 순간 절대로 뚫을 수 없을 것만 같던 견고한 염력 그물에 아주 작은 구멍이 뚫리고 말았다.

그리고 염력 그물에 구멍이 뚫리는 것을 감지한 서천우가 몸을 날리려는 순간 엄청난 에너지가 뿜어져 나오며 하늘 위에 거대한 파문이 일었다.

“낭패로구나….”

내원과 길게 이어진 산맥 밖에는 누구도 함부로 발을 들이지 못 하는 도시가 하나 있었다. 도시는 크지 않았지만 흑각성의 주요한 인물들이 모두 그곳에 기거하고 있었다. 흑각성의 약황, 한샘이 그곳에 거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샘은 일찍이 6레벨 연금술사의 경지에 오른 자로, 투황은 물론이고 투종까지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 했으니 무법천지인 흑각성에서조차 감히 그에게 대적하는 자가 없을 지경이었다.

도시의 중심부에는 시장을 중심으로 기이한 기운을 내뿜는 대나무 숲이 펼쳐져 있었다.

그 기이한 대나무 숲은 허가 없이 범위 내에 들어온 모든 적을 공격했고, 덕분에 도시의 주민들조차 절대로 그곳에 발을 들이지 못 했다.

깊은 대나무 숲의 한 복판에는 신비로운 기운을 풍기는 누각 하나가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었다. 그 누각의 가장 높은 층에는 연금술사 망토를 걸친 사내 하나가 비약의 조합표 하나를 손에 든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사내의 망토에는 ‘샘’이라는 글자가 정교하게 수 놓아져 있었다.

한참동안이나 손에 들린 조합표에 집중하던 사내는 돌연 고개를 들어 날카로운 눈빛으로 북쪽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그쪽에서 익숙한 에너지의 파동이 느껴지고 있었다.

“이 느낌은….”

사내는 손에 들린 두루마리로 가볍게 이마를 두드리며 조용히 탄식을 내뱉었다.

“분명히…천지의 불꽃인 것 같은데…”

잠시 후, 먼 곳에서 거대한 에너지가 한번 더 터져 나오자, 사내는 눈을 감고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곧이어 손 끝에서 투명한 호숫물처럼 푸르른 불꽃이 피어올라 그의 몸 전체를 휘감았다.

사내는 온 몸에 푸른 불꽃을 두른 채 저 멀리 북쪽을 향해 몸을 돌려 온 감각을 집중했다.

“역시! 틀림없어!”

자신이 느낀 에너지의 정체가 확실해지자, 사내는 즉시 푸른 불꽃을 거두어 들인 뒤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왜 가람 아카데미의 본원 방향에서…”

사내는 잠시 미간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겼다가 급하게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한봉!”

남자의 부름에 그림자 하나가 허공에서 나타나 무릎을 꿇었다.

“주인님, 무엇이 필요하십니까?”

“이 증표를 가지고 지화종과 팔선문, 피의 종족에게 가거라…각 세력의 우두머리에게 두 시간 안에 이곳으로 오라고 전해.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두 증표를 가지고, ‘그 곳’으로 가 직접 두 분을 모셔오거라!”

무표정하게 증표를 받던 그림자는 금과 은으로 만들어진 특이한 증표를 보자마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 했다.

“정말로 그들의 도움이 필요하신 겁니까? 이번에 그들을 부르신다면…주인님께서는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괜찮다. 그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간에 상관없어. 저 곳에 있는 것을 손에 넣을 수만 있다면…”

“알겠습니다!”

그림자가 다시 어둠속으로 녹아들자, 사내는 천천히 숨을 뱉으며 창가로 걸어가 다시 한번 북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몸에서 다시 푸른 불꽃이 솟구쳤다.

“큭큭…천지의 불꽃이 저런 곳에 있었단 말이지. 쿨럭…쿨럭…”

싸늘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지껄이던 사내가 돌연 얼굴을 찡그리며 마른 기침을 해댔다.

사내는 한참동안이나 마른 기침을 해대다가 간신히 호흡을 고르며 입술을 앙다물었다.

“빌어먹을 늙은이…그 때 「불개」가 내 모든 것을 망쳐버렸어. 심성이 나빠? 흥, 내 연금술이 언젠가 당신을 뛰어넘을까 두려웠던 것이 아니고?”

* * *

“쾅!”

불 이무기가 다시 한 번 오색찬란한 염력 그물을 공격하자, 엄청난 폭음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염력 그물은 길게 늘어졌다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뿐, 좀처럼 놈을 놓아주지 않았다.

그러나 놈의 공격이 반복될수록 장로들의 안색 역시 눈에 띄게 나빠지고 있었으니 전혀 효과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고, 불 이무기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는 듯 결코 포기하지 않고 몸을 부딪쳐왔다.

결국 한두 시간 정도가 지나자 19명의 장로 중 하나가 새빨간 피를 토해내고는 날개를 펄럭이며 대열에서 이탈해 지상으로 내려갔다.

한 명의 힘이 사라지자, 다른 장로들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

불 이무기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강하게 충돌해왔다. 10분 정도가 지나자 또 다른 장로 한 명이 피를 토하며 물러났다. 20분 후, 또 다른 장로 하나가 물러났다.

창백한 안색으로 물러나는 장로들을 바라보는 서천우의 얼굴빛이 점점 어두워졌다.

세 시간이 흐르자, 마침내 18명의 장로 중 10명의 장로가 물러나고, 서천우를 비롯한 8명의 장로들만이 힘들게 불 이무기를 상대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불 이무기의 기세 역시 눈에 띄게 꺾여있다는 것 이었다. 수 백 번의 격돌로 인해 불 이무기의 몸을 감싸고 있는 불꽃도 확연하게 약해져 있었다.

바위 뒤에 몸을 숨기고 있던 이준은 재차 삼차 피를 토하며 물러나는 장로들을 바라보며 손에 땀을 쥐었다.

“내원의 장로들이 견디지 못하고 있어요, 스승님! 저희는 언제 끼어들죠?”

구름 불꽃이 일단 방어벽을 파괴하면 빠른 속도로 이곳에서 사라질 것이 분명했으니,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기가 어려웠다.

“조급해하지 말아라… 아직 기다려야 해. 그리고 누군가가 이곳으로 오는 것이 느껴진다. 분명 외원의 장로들이겠지. 그들이 다시 구름 불꽃을 막아줄게야. 아직은 참을 때다. 성급히 굴어서는 안 돼.”

그 때, 동쪽 하늘 어귀에서 십 수 명의 사람들이 날아오는 것이 보였다.

“허허, 소장로. 인원을 정비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소. 우리가 너무 늦지 않았길 바라오.”

외원의 강자들을 이끌고 나타난 것은 바로 외원의 부원장 ‘대건’이었다.

그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서천우의 입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새어나왔다.

* * *

한편, 대건과 외원의 장로들이 본원에 도착해 있을 때, 저 멀리 산맥의 깊숙한 곳에서는 흑각성의 강자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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