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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업만이살길-275화 (275/818)

제275화. 심연의 불꽃

류지안이 공터로 들어오고 30분 정도가 흘렀을 때, 돌연 하늘에서 폭발음이 들리더니 몇 개의 그림자가 번쩍이며 공터에 나타났다.

이번에 자리에 나타난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서천우를 비롯한 가람아카데미의 장로들이었다.

“허허, 보아하니 모두 도착한 모양이구나. 그럼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마.”

대장로가 위엄 있는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곧바로 손을 휘두르자, 육중한 문이 큰 소리를 내며 천천히 열렸다.

“강자 목록에 이름을 올린 10인은 나를 따라오너라. 나머지 사람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오늘 천계의 탑에 들어올 수 없다. 만일 내 말을 어긴다면 최소 반년 동안은 천계의 탑에 발 끝 하나 들이지 못 하게 될 것 이다.”

자리에 있던 학생들이 하나 둘 예를 갖추며 자리에서 물러나자, 노인은 곧바로 몸을 돌려 탑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탑 안으로 들어서자 눈부신 빛이 순식간에 희미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시선을 올려 바라보니 대장로가 멈추어 서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노인은 이준의 안색이 평소와 다름없이 온화한 것을 발견하고는 마음속으로 적잖이 감탄하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허…연금술사로서도, 투사로서의 재능도 대단하지만 저 정신력은 실로 놀랍군. 저 나이에 저리도 평정을 유지할 줄 알다니…정말이지 장래가 기대되는 아이야.’

뒤이어 임동수와 임수혁 등 다른 강자들이 계속해서 탑 안으로 들어왔다. 11명의 학생들 중 보람을 제외한 10 명은 하나 같이 오늘 얻게 된 ‘심연의 불꽃’에 대한 기대로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어이, 이준. 내 밥은 언제 만들어 줄거야?”

하지만 보람만큼은 불쾌하다는 듯 연신 미간을 찌푸리며 이준에게 다가와 그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보람은 본래 마수이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화염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다. 게다가 심연의 불꽃은 이미 그녀에게 큰 효용이 없었다.

보람은 이미 투왕 단계에 진입한지 오래였기 때문에 그녀에게는 심연의 불꽃이 그다지 큰 가치가 없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기 때문에 마지못해 탑 안에 발걸음을 한 것 뿐 이었다. 그녀에게는 심연의 불꽃보다 준이 만들어주는 ‘약재 경단’이 훨씬 더 매력적이었다.

“걱정 마, 곧 만들어줄게.”

어린 아이처럼 툴툴 거리는 보람의 모습에 이준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보람이 어린 아이처럼 칭얼거리는 사이, 마침내 대장로가 입을 열었다.

“너희들은 나를 따라 오거라. 절대로 혼자 가서는 안 된다. 그리고 이동하는 동안 어떠한 낌새가 느껴지더라도 절대로 주변을 이리저리 살펴보지 말거라. 만약 내 말을 어긴다면 너희들의 자격을 박탈할 것이다. 알겠느냐?”

갑자기 심각해진 대장로의 말투에 학생들 역시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마치자마자 대장로는 곧바로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의 발걸음이 향한 것은 평소에 학생들이 아래쪽으로 내려가던 길과는 다른 방향이었다.

그가 향하고 있는 곳은 바로 천계의 탑에 들어오고 얼마 되지 않아 발견했던 바로 그 괴상한 철문이었다.

노인의 발걸음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알자마자 준의 가슴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드디어 꿈에도 그리던 구름 불꽃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도 몰랐다.

……

철문 안으로 들어서자, 희미한 빛이 벽에 반사되어 거대한 공간을 흐릿하게 비추고 있었다. 비록 희미한 빛이지만, 거대한 공간 중앙에 있는 널따란 동굴 입구를 보는 데 방해가 되지는 않았다.

다른 학생들 역시 호기심을 가지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사방을 둘러보던 눈이 오래지 않아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동굴에 멈춰 섰다. 모두들 당장이라도 그 안을 들여다보고 싶었지만, 서천우의 말을 상기하며 감히 개인행동을 하지는 못 했다.

준은 긴장된 눈빛으로 칠흑같이 어두운 동굴을 바라보다가 억지로 눈길을 거두어 앞에 있는 노인을 바라봤다.

서천우의 발걸음이 멈춰선 곳은 이 널찍한 공간의 가장자리였다. 중앙의 검은 동굴과는 꽤 거리가 있었음에도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가 느껴졌다.

그 후로도 가장자리를 따라 수 분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대장로의 발걸음이 멈춰섰다.

끊임없이 아래로 이어지는 구불구불한 계단을 따라 걷는 사이, 이준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이 지금 천계의 탑의 가장 깊숙한 곳까지 왔음을 확신했다.

계단 통로의 경비는 몹시 삼엄해 한 눈에 보기에도 그곳이 본원의 가장 중요한 곳임을 알 수 있었다. 내려가는 내내 몇 분마다 마치 조각상처럼 우뚝 서서 경계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심상찮은 분위기에 길에서 내려가는 내내 10명의 학생들 중 누구도 감히 입을 열지 못 했다. 단 한 명…보람만 이준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짜증이 가득한 표정으로 연신 툴툴 거리곤 했다.

그렇게 적막 속에 발걸음을 옮긴지 어언 30분…드디어 통로의 끄트머리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 곳이다. 따라오너라.”

대장로가 발걸음을 재촉하자, 지루함에 지친 학생들 역시 곧장 정신을 차리고 속도를 높였다.

……

통로를 벗어나자마자 눈앞에 쏟아진 밝은 빛에 이준과 학생들은 자신도 모르게 질끈 눈을 감았다.

천천히 눈을 뜨자, 황량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그들의 눈앞에 놓인 공간은 탑의 1층만큼이나 넓고 컸지만, 수련실도, 의자도,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저 황량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을 정도로 텅 빈 공간이었다.

그 곳에 있는 것은 단 하나,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동굴의 입구 뿐이었다.

거대한 동굴의 입구는 열 사람이 한 번에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로 컸고, 위로는 수직으로 고개를 들어도 그 끝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이곳에서 보니 천계의 탑은 마치 하나의 층처럼, 저 거대한 동굴 입구로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저 동굴이 아마도 구름 불꽃이 있는 곳이겠지? 흠, 여기가 몇 층이지….’

준이 마음속으로 혼잣말을 하는 사이, 서천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모두 날 따라오거라.”

중앙의 검은 동굴에 점점 가까워질수록 기이한 열감이 전신을 휩쓸었다.

대장로가 발걸음을 멈춘 곳은 동굴의 입구에서 20미터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그가 손을 휘두르자 두 개의 인영이 번개처럼 나타나 동굴 입구에서 1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멈춰 섰다.

두 사람은 바깥에서 활동하지 않아 준 조차도 아직 보지 못했던 내원의 장로들이었다.

“모두 자리에 앉거라.”

대장로가 땅바닥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손 끝이 향한 곳에는 열 한 개의 푸른 옥대가 박혀 있었다. 이준을 비롯한 학생들은 눈을 반짝이며 재빠르게 각자 옥대 위에 자리를 잡았다.

엉덩이에 옥대가 닿자,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전신을 관통했다. 마치 그곳만이 천계의 탑이 아닌 것처럼.

11명의 학생들이 모두 자리를 잡는 것을 확인한 대장로는 곧바로 몸을 돌려 장로들과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곧이어 두 명의 장로가 천천히 동굴 입구로 다가가 재빠르게 손을 내밀며 무언가를 외쳤고, 두 사람의 목소리가 흩어지는 순간 아무것도 없었던 허공이 부르르 떨리며 기이한 파문이 일기 시작했다.

“이곳에는 특수한 에너지가 봉인되어 있다. 그리고 본원에서는 이를 철저히 봉인해 관리하고 있지.”

또 다시 두 장로가 손을 휘젓자, 사람 머리만한 백색의 구체가 동굴 한 가운데에서 천천히 떠올랐다.

첫 번째 백색 구체가 떠오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번째, 세 번째 구체고 모습을 드러냈고, 몇 분 정도 시간이 흐르자 총 11개의 구체가 모두 모습을 드러냈다.

학생들은 연신 눈을 깜빡거리며 달걀 같은 백색의 구체를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어리둥절해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대장로가 웃음을 터뜨리며 소매를 휘두르자, 백색 구체의 색깔이 순식간에 투명하게 바뀌었다.

백색의 막이 사라지자, 구체안에 형태가 없는 화염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화염의 온도는 마치 무언가에 의해 완벽하게 차단된 것처럼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것이 심연의 불꽃이다.”

노인이 형태가 없는 화염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심연의 불꽃은 매우 구하기 어렵다. 매년 엄청난 인력을 들여서 겨우 3, 4개 정도를 구할 수 있지. 게다가 운도 필요하니…. 이 불꽃은 투왕 이상 단계의 사람들에게는 큰 효과가 없다. 하지만 투왕 이하라면 수월하게 투왕 단계로 진급할 수 있게 도와주지. 물론 공짜는 아니다. 이 불꽃이 주는 고통은 무척이나 참기 어려울 것이야. 게다가 한 번이라도 부주의하면 실패하는 것뿐만 아니라 아주 심각한 부상을 입게 되지.”

“대장로님, 이 의식의 성공률은 얼마나 되는지 여쭈어봐도 되겠습니까?”

그 때, 손을 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대장로를 향해 물었다.

“순위 쟁탈전에서 상위권에 오른 10인들은 모두 이 과정을 거쳤다. 실패율 역시 낮지 않다. 매번 절반 정도가 실패하니까.”

대장로의 한마디에 순간 학생들의 표정이 눈에 띄게 일그러졌다. 절반이라니…선뜻 도전하기에는 실패율이 너무도 높았다.

“투왕은 진정한 강자가 될 수 있느냐 하는 갈림길이다. 그런 경지에 오를 수 있는 기회인데, 겁부터 집어먹는 것이냐? 수많은 강자들이 평생 투령 단계에 머무르고 끝내 투왕이 되지 못 한다. 헌데 너희들은 시도조차 해보지 않겠다는 것이냐?”

대장로가 임수혁과 류지안 등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 심연의 불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면 빠져도 좋다. 심연의 불꽃은 매우 귀한 것이니 아낄수록 좋지.”

성공률이 절반에 불과했지만, 11명의 학생 중 누구도 고개를 젓지 않았다. 대장로의 말대로, 이번 기회를 날려버린다면 평생을 투령에 머물러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아무도 이견이 없다면, 어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라앉혀라. 다른 생각은 하지 말거라.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손을 들어 우리를 부르거라.”

노인이 손을 흔들자, 11개의 화염이 일행의 머리 위로 날아 왔고, ‘펑’하는 소리와 함께 구체를 둘러싸고 있던 투명한 막이 사라지며 그들의 머리 위로 불씨가 떨어졌다.

무형의 화염이 머리 위로 떨어지는 순간, 11명의 몸이 와들와들 떨렸다. 곧이어 그들의 얼굴이 마치 불에 달궈진 숯처럼 벌겋게 달아올랐고, 새하얀 구름이 그들의 머리 위에 가늘게 피어올랐다.

“자세히 잘 보거라. 사고가 나선 안 돼.”

대장로가 명을 내리자, 두 장로는 즉시 허리를 굽히며 명을 받들었다.

잠시 후, 회색 도포를 입은 장로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몇 명이나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심연의 불꽃은 다른 곳에서 수련할 때 사용하는 불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 타는 듯한 고통은 어지간히 의지가 굳은 사람도 견디기가 어렵지.”

서천우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하자, 다른 한 명의 장로가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번에는 10명 중 4명만이 성공했지요. 나머지 6명은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내상을 입어 2~3개월 동안 침상 신세를 지고 말았으니…”

“하지만 심연의 불꽃을 다스리는 데에 성공한다면 투왕 단계를 가볍게 진입할 수 있으니 이만한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본원에서 10 손가락 내에 들만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니 부단히 노력한다면 5년, 10년 뒤에는 투왕이 될지 모를 일이지만, 이 고통을 견뎌낸다면 10년을 아낄 수 있네. 평생을 기다려도 한번 찾아올까 말까한 기회지.”

말을 마친 대장로가 천천히 몸을 돌려 커다란 동굴을 바라보며 물었다.

“최근 구름 불꽃의 상태는 어떠한가?”

이에 회색 도포를 입은 장로가 재빨리 대답했다.

“최근 구름 불꽃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심지어 근 한 달간은 단 한 번도 폭발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저희가 구름 불꽃의 흔적을 더 자세히 조사하지 않았더라면 그것이 사라진 줄 알았을 정도입니다.”

“조용하다고?”

구름 불꽃이 얌전하다는 말에 대장로의 안색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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